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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 대화하는 김한길-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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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박준우 정무수석은 7일 오후 2시 국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김한길 두 공동대표를 예방한 뒤 지방선거 전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문제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과 면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공식 통보했습니다.

이에 대해 안철수 대표는 "(박준우 수석이) 똑같은 말씀을 반복하셨다"며 "사과나 양해는 아닌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향후 방침은 "숙고해보겠다, 다음에 말씀드리겠다"고 짧게 전했습니다.

어쩌면 이 같은 일은 이미 예정된 수순이었습니다. 

야당 대표 무시하는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난주 새민련(새누리당이 새정치민주연합을 부르는 약칭)  공동대표 한 분이 불시에 청와대를 방문해 오늘(7일)까지 기초선거 무공천에 대한 답을 달라고 요구하셨다. 삼거리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모습이 떠오른다. 우회전을 하자니 기초선거 무공천으로 전멸을 자초할 것 같고, 좌회전을 하자니 무공천을 내세우면서도 사실상 후보를 지원하는 속임수가 된다. 아예 유턴을 하자니 합당의 명분이 상실돼 새민련의 생존 기반이 뿌리째 뽑혀 버릴 수도 있는 게 걱정일 것이다."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의 이날 오전 현안 브리핑 가운데 일부입니다. 지난 4일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는 지도부간 협의 없이 그저 국민의 한 사람 자격으로 청와대 민원실을 전격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면담신청서를 쓰고 7일까지 답변을 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이날 열린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지난 금요일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안철수 대표의 제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고, 예상대로 정무수석을 통해 면담 불가 입장을 전달했습니다.

안 대표는 청와대 경호실 직원이 빨간 불에 건너도 된다고 안내했지만 녹색 신호등이 켜질 때까지 기다렸다 건너는 등 착실하게 절차를 밟아 대통령 면담 신청을 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그야말로 국민의 한 사람이 면담신청을 했다는 정도로만 인식하는 것 같습니다. 국회 130석 제1야당 대표로, 국정의 동반자로 판단했다면 이렇게 취급할 리 만무하지요. 

박근혜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무시한 것은 꽤 오래 전의 일입니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의 충고대로 박 대통령은 야당을 무시하기로 작정한 지 오래됐다는 것이지요. 김한길 대표도 꽤 여러 차례 면박을 당해 야당 대표의 존재감을 무시로 일관했습니다.

안철수 대표에 대해서도 역시나 똑같았습니다.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이렇게 취급하니 여당도 덩달아 안철수 대표를 조롱합니다. 박대출 대변인은 "(안철수 대표가) 대통령에게 마지막 교통신호를 넣어달라고 떼를 써서 혹시나 사고가 났을 때 그 책임을 덤터기 씌우려는 요량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며 "대통령은 선거 전에서 신호를 넣을 수 있는 교통경찰이 아니다. 대통령에게 교통경찰을 해달라고 떼쓰는 것은 선거에 개입하라는 월권을 강요하는 일"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박 대변인은 "새민련이 맞닥뜨린 삼거리는 대로가 아닌 샛길을 가다 만난 자충수임을 자각하라"며 "지금이라도 대로로 향하는 정도(正道)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습니다. 그는 "만일 유턴해서 공천이라는 대로를 찾게 되더라도 남 핑계는 대지 말고 우선 석고대죄부터 하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상당한 조롱입니다. 그런데, 기초선거 정당공천폐지는 2012년 안철수, 문재인, 박근혜 세 후보의 공통된 공약이었습니다. 지방정치가 지나치게 중앙정치에 예속돼 있고 국회의원들의 돈공천 문제로 부패혐의가 얼룩지니 기초단위 만큼은 무공천해서 정당개혁을 해보자는 취지였습니다. 그래놓고 새누리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곤 책임정치 운운하며 약속을 내던졌습니다. 오히려 약속을 지키겠다는 새정치민주연합을 향해 냉소와 조롱을 퍼붓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정부여당의 정치적 조롱과 냉소를 새정치민주연합이 이겨낼 재간이 없을 정도로 흔들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기초선거 무공천으로 게임의 룰이 완전히 무너져 새누리당만 이득을 보게 된 이 판국에 당 대표들은 아무런 대책도 없이 그저 국민께 호소합니다. 기초선거 정당공천은 폐지돼야 한다고. 그러나 이미 새누리당은 공천을 시작했고 후보자 확정단계로까지 나아가고 있습니다.

<조선일보>의 훈수... 기초선거 무공천 4년 후로 늦춰라?

박준우 청와대 정무수석이 7일 오후 국회 김한길-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와 만나 기초선거 정당공천폐지에 관련한 비공개 면담을 마친 후 국회를 떠나고 있다.
▲ 박 대통령 의사 전달 마친 박준우 청와대 정무수석 박준우 청와대 정무수석이 7일 오후 국회 김한길-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와 만나 기초선거 정당공천폐지에 관련한 비공개 면담을 마친 후 국회를 떠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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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이르니 보수언론 <조선일보>가 훈수를 두고 나섭니다. 기초선거 무공천을 4년 뒤로 늦추라는 아이디어를 냅니다. 기초선거 무공천 4년 뒤로 미룬다고 해서 지방자치가 훼손되는 게 아니니 여야가 이쯤에서 타협하는 게 옳다는 절충안입니다.

<조선일보>는 7일자 사설을 통해 "사태를 이 지경으로 끌고 온 근본 책임은 여당에 있다"고 지적하면서 "청와대와 여당이 야당에 퇴로를 열어줄 수 있는 어떤 복안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설마 혼자 후보를 내고 혼자 뛰어 압도적으로 당선되는 것이 청와대나 여당의 목표는 아닐 것"이라고 밝힙니다.

이어 "선거 파행은 승패를 떠나 국정의 중대한 실패"라며 "공약을 파기해 이 사태를 부른 여당이 선거 파행까지 막지 못하면 선거 후 혼란에 대한 책임도 모두 져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당장 야당을 무시하거나 자극하는 행태부터 그만둬야 한다"며 "여당이 책임을 통감하고 야당은 판을 엎을 생각이 아니라면 이쯤에서 타협하는 것이 옳다"고 협상안을 제시합니다.

과연 안철수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안 대표가 걸었던 7일의 시한은 끝났습니다. 그럼 다음 단계 행동이 시작돼야 합니다. 일각에선 7일 저녁쯤 안철수 공동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문제는 어떻게 싸울 것인가입니다.

6일 한밤중 안 대표와 만난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최고위원은 "그도 고민을 시작한 것 같다"며 "어떻게 싸울 것인가 답을 찾는 눈치였다"고 전했습니다.

이 최고위원은 이날 밤 안 대표에게 "역사적으로 저항하는 방식은 제일 먼저 소리 지르는 것이고, 그것도 안 되면 글을 써서 알리는 거고, 그것도 안 되면 거리로, 그것도 안 되면 단식, 삭발, 목숨을 끊는 것이라고 말했다"며 "세력을 바꿔 저항하지 못한다면 결국 자기를 희생하며 저항하는 방식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안 대표는 이 얘기에 시종일관 고개를 끄덕였다고 이 최고위원은 전했습니다.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과연 안철수 대표는 기초선거 무공천 후폭풍이 이미 예고된 가운데 어떤 정치적 선택을 해야 할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태그:#박근혜,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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