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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미국의 GMO. 우리는 이러지 않았으면... GMO안전성 검사는 대체 누가 책임지나? 농무부? 몬산토? 식의약청?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미국의 GMO. 우리는 이러지 않았으면... GMO안전성 검사는 대체 누가 책임지나? 농무부? 몬산토? 식의약청?
ⓒ Occupy Monsan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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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조작생명체(GMO, 아래 지엠오)에 관한한 미국은 특별한 나라다. 미국의 식품제도를 통털어 지엠오에 대한 검사 조항은 있지만, 이에 대한 기준치는 없다. 불가피한 환경에 의한 오염물질을 5%까지 인정한다는 기준은 있으나, 미국 정부는 여기에 지엠오가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힌다.

유기농과 관련한 미국의 연구소와 전문가는 미국 정부가 지엠오에 대한 정확한 기준을 마련하지 전까지 '미국의 유기농식품 생산자들은 바이어들이 미국의 지엠오 기준치로 삼고 있는 환경 오염물질 허용치 5%를 준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미국유기농식품수출협회(OTA)는 미국 유기농 법규의 불가피한 환경에 의한 오염 허용치 5%는 불명확한 기준이라며, 미국 정부가 지엠오의 모라토리움(잠정중단)을 선언하고 지엠오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미국의 식품의약품안전청(FDA)와 환경보전청(EPA)은 지엠오를 환경오염원으로 보지 않는 듯하다. 심지어 FDA는 지엠오를 식품첨가물 수준에서 다룬다. 식품첨가물에 대한 시판전 검사에서 지엠오를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공식적인 기준치는 없다. 다만 미국에서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비지엠오(Non-GMO) 기준치는 EU의 공식적인 허용치인 0.9%이다.

일본은 2002년 이전까지 지엠오 혼입률 기준치를 0.1%로 설정했으나, 2003년부터 5%를 적용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정한 지엠오 혼입률 허용치는 일반식품과 유기농식품을 통털어 0.9%다.

이 대목에서 의문이 들 수 있다. 지엠오 허용치가 0.9%인 EU와 기준치마저 없는 미국이 지난 2012년 2월 15일 어떻게 유기가공식품 상호동등성 협정을 맺었을까라는 것이다.

미국과 EU간 맺은 유기가공식품 상호동등성 협정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EU와 미국간 서로의 유기농 인증마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유기가공식품 상호동등성 협정은 그 대상을 식품(food)과 축산 사료(feed)만으로 국한했다. 수산물·섬유·개인미용품(로션·비누 등)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미국과 EU간 쟁점이 됐던 ▲ 돌려짓기(crop rotation)의 정의 ▲ 살아있는 가축의 상태에 대한 요구사항 ▲ (유기농으로) 전환기간의 불일치 ▲ 공장식(축산) 농장으로 부터의 거름 사용 ▲ 농약과 지엠오 잔류 허용치 검사기준의 차이 등은 동등성 협상 막바지에 무시돼 버렸다.

단지, 미국에서 EU로 수출하는 유기축산물은 항생제 처리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 그리고 사과와 배는 테라싸이클린(terracycline)과 스트렙토마이신(streptomycin)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 두가지 현안만이 협정에 반영됐을 뿐이다.

그리고 EU는 95% 이상 유기농 원료를 사용한 가공제품에 한해서 유기농(Organic) 인증마크를 인정할 뿐, 100% 유기농(100% Organic)이나 유기농(Organic) 원료가 70%~95%인 유기농으로 만들어진(made with organic)이란 라벨의 유기농 제품을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캐나다 역시 미국과의 상호 동등성협정에서 100% 유기농(100% Organic), 유기농으로 만들어진(made with organic) 인증을 인정하지 않았다.

미국산 유기농 식재료로 만든 유기식품원료도 원산지 표시 철저히 해야

상호동등성 협정이 체결되기전 EU는 매우 강도 높은 원산지 표시를 주문했다. 모든 제품에는 생산자조직, 생산지역이 명시돼야 한다. 그리고 모든 생산, 가공, 유통과정에 대한 기록인 생산이력이 첨부돼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미국측은 이 조항에 대해 상당히 난감해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양한 원료들에 대한 생산 가공 유통이력을 담은 서류를 제출한다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는 것이다.

EU는 상호동등성 협정 체결 이후 이렇게 까다로운 조건을 담은 자체 인증을 사과와 배 생산자를 제외한 모든 생산자들에게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EU에 직접 수출하고자하는 가공·유통기업들은 EU의 자체 인증을 여전히 얻어야 한다.

말하자면 EU는 지엠오 기준치와 같은 민감한 현안을 협정문에서 제외했지만, 가공식품의 원료에 대한 원산지 표시는 지속하도록 조치한 셈이다. 이렇게 해서 EU는 소비자들이 가공원료의 원산지를 확인해서 유기농식품의 안전성을 가늠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둔 것이다.

이런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펴낸 미국 켈리포니아대 잔니니농업경제학재단(University of California Giannini Foundation of Agricultural Economics)에 따르면 '미국과 EU는 협정문에서 유기농실행그룹을 설립하고 동물복지, 동물약품, 지엠오의 불가피한 오염 등에 대해 연례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그러나 미국산 유기농식품의 지엠오 혼입률이 EU의 기준치인 0.9%를 상회할 가능성은 여전히 상존해 있다. 이런 위험은 정치적인 분쟁을 불러올 수 있다. 결국 미국과 EU의 상호동등성 협정은 이런 정치적인 문제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위험을 떠안고 체결된 셈이다.

그렇다면 미국과 EU가 이런 위험을 떠안으면서까지 무리하게 유기가공식품 상호동등성 협정을 체결한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무역을 통한 유기농식품의 시장 확대다. 실제로 미국은 여러 가지 까다로운 조건을 감수하면서 미국과 EU간 유기가공식품 상호동등성 협정이 자국의 유기농식품 수출시장을 크게 늘릴 것이라 기대한다. EU 또한 미국을 상대로 한 유기농식품 시장 확대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은 전세계 유기농식품 시장의 45%를 점유하고 있고, EU는 36%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

4월 미국과 본격적인 유기가공식품 상호동등성 협상을 앞두고 있는 한국 정부는 미국과 EU간 상호동등성 협정을 유심히 들여다 봐야 할 필요가 있다.

우선 그 범위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을 눈여겨 봐야 한다. 미국과 EU는 수산물을 제외하고 축산사료 그리고 식품에만 국한해서 동등성 협정을 맺었다. EU가 미국산 유기농식품에 대한 철저한 원산지와 생산이력 증명을 요구했다는 점 또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국내 식품대기업이 미국산 유기농식품을 가공원료로 들여와 국산인 것처럼 포장해서 팔 때에 엄격한 원산지 표시를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유기농식품 제도가 지엠오 잔류기준치마저 마련하고 있지 않은 데다가 비의도적인 화학물질 혼입률 5%를 인정하고 있다면, 국내에서 팔리는 유기농식품의 원료가 미국산이라는 것을 정확하게 소비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끝으로 EU는 미국과 상호동등성 협정을 맺을 때 미국의 허술한 지엠오 기준을 따지지 않는 대신에 자체 지엠오 기준과 유기농 제도는 고스란히 고수했다.

이는 EU의 고유한 유기농 제도를 그대로 이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미국산 유기농식품의 지엠오 혼입률이 EU의 기준치를 벗어나는 일이 잦아질 경우 이에 대한 문제제기에 대한 여지를 남겨놨다. 그러면서도 미국 시장을 향한 EU의 유기농식품 수출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지엠오 불검출'이라는 커다란 잣대를 고수하고 우리의 유기농 시스템, 즉 친환경 농업 정책의 틀을 유지하면서 가공식품 교역에만 한정지어 한미 유기가공식품 상호동등성 협정을 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만에 하나, 우리의 친환경 농업정책을 흔들 수 있는 미국 유기농제도의 애매한 예외조항들이 삽입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그래서 겉으로는 친환경 농업 관련 법률이 속으로는 지엠오를 허용하는 일을 철처하게 차단해야 한다.

또한 미국 가공식품 원료가 국산 유기농식품으로 탈바꿈하지 않도록 원산지 표시(생산이력)에 대한 철저한 기준을 관철해야 한다.

그래서 한국인들이 비의도적인 농약과 지엠오 혼입 그리고 화학첨가제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미국산 유기농식품 원료로 만든 제품이라는 것을 충분히 숙지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 생각된다.

우리나라는 EU와 달리, 유기가공식품의 수입국이고 미국의 지엠오 관리가 매우 허술하다는 점 등을 고려해서 철저하게 방어적이고, '가공식품 교역'으로만 제한된 협상을 진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P.S. 보다 자세하고 정확한 내용은 아래 첨부한 PDF문서를 다운받아 참고하길 바란다.
<참고자료> [PDF] EU–US Organic Equivalence Agreement - Giannini Foundation
▷ http://me2.do/FxIYDtmH



태그:#GMO, #유기농, #상호동등성, #몬산토, #F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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