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선> 이장호 감독

영화 <시선> 이장호 감독 ⓒ 크로스픽쳐스(주)


|오마이스타 ■취재/조경이 기자| 이장호 감독이 영화 <시선>으로 오랜만에 한국 관객들과 만난다.

3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영화 <시선>의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연출을 맡은 이장호 감독을 비롯해 배우 오광록·남동하·서은채가 참석했다.

이장호 감독은 지난 1974년 <별들의 고향>으로 영화계에 데뷔해 <바람 불어 좋은 날> <무릎과 무릎 사이> 등의 대표작을 선보여온 한국영화계의 산 증인이다. <시선>으로 19년 만에 장편 영화로 돌아왔다.

이장호 감독은 "오랫동안 영화를 만들지 못 했는데 제 의지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라며 "숙명적인 내리막길이 있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지난 시절에 만들었던 영화를 부정할 수밖에 없는 그런 입장이 되었고 새로운 시각으로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훈련을 쌓았고 그래서 이 새로운 영화 <시선>을 들고 돌아왔습니다. 

예를 들면 예전에는 영화감독으로서 이기적이고 돈 벌고 인기를 얻고 명예를 얻기 위한 작업이었죠. 그런데 그건 바로 관객들이 인질이 되는 영화였어요. 그걸 부정하게 됐고,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관객들의 시간을 죽이는 영화가 아니라 관객들의 영혼에 도움이 되는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시각을 바꾸었습니다. 삶을 보는 시선, 세상을 보는 시선의 변화를 영화로 만들겠다고 생각을 했죠. 오랜 시일 끝에 내리막길에서 얻은 미션이었고, 그 미션의 숙제를 푼 첫 작품이 바로 <시선>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생각으로 영화를 만들겁니다."

영화 <시선>은 가상 국가 이스마르로 기독교 선교 봉사 활동을 떠난 9인의 한국들이 이슬람 반군들에게 납치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세속적인 통역 선교사 조요한(오광록 분)과 8명의 기독교인들은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선택을 강요당한다. 기독교의 색채가 강한 <시선>에는 기독교인과 비기독교들의 배우와 스태프라 함께 합심해서 영화를 만들어냈다.

"사실 처음에는 기독교인 스태프와 연기자로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기도를 했는데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걸 계속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결과적으로 이번 작업 방식이 오히려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촬영 현장에서 기독교인 스태프들이 과도한 종교적 신념에 빠질 뻔 했는데 비기독교인 연기자와 스태프들이 필터 역할을 해줘서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게 이 영화를 총괄하는 하나님의 뜻인 것 같아요."

 영화 <시선> 이장호 감독과 오광록

영화 <시선> 이장호 감독과 오광록 ⓒ 크로스픽쳐스(주)


이장호 감독은 영화 <시선>이 개봉하기까지 많은 도움을 준 강우석 감독과 봉준호 감독에 대해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영화 <시선> 배급은 강우석 감독이 수장으로 있는 시네마서비스에서 맡는다.

"비기독교인인 강우석 감독과 봉준호 감독이 시사회에 와서 감동을 받았고, 강우석 감독 같은 경우는 이 영화가 비기독교인들에게도 좋은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해서 배급을 맡아주었습니다. 강 감독의 주머니 돈을 털어서 마케팅 비용이 마련됐고, 배급의 모든 것을 원활하게 해주고 있어요. 이 자리를 빌어서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크리스천이 아닌 관객들도 이 영화를 보고 잃어버렸던 마음을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이장호 감독에게 영화 <시선>이 샘물교회 피랍사건을 모티브로 한 것이 아닌지 질문이 이어졌다. 2007년 7월 경기 분당 샘물교회 교인들은 아프가니스탄에 선교활동을 하러 갔다가 탈레반에 의해 납치됐다. 당시 피랍자 중 2명이 피살됐다.

이장호 감독은 "<시선>은 샘물교회 피랍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 아니다"라며 "소설 <침묵>의 마지막 장면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를 이끌어내기 위해 샘물교회 피랍사건의 아픔을 재현하긴 했습니다. 스토리상엔 샘물교회 피랍사건 내용이 안 들어갔지만 연출할 때 당시 피랍된 사람들의 리얼한 심리 상태를 필요로 했어요. 그 지점에선 샘물교회 피랍사건 당사자들의 사실적인 이야기가 큰 힘이 됐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장호 감독은 한국의 독립영화와 저예산장편영화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발언을 해 관심을 모았다.

"<어벤져스2> 배우들이 한국에 있다는데 저희 <시선> 시사회에 와서 관심을 가져주시니 너무 감사합니다. <시선>도 좀 숨통이 터질 수 있는 영화가 되길 바라봅니다.

영화 역사상, 블록버스터와 화려한 영화에서 그것이 무너지게 되면 언제나 돌파구는 독립영화에서 시작됐습니다.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이 그랬고 프랑스에서 누벨바그가 프랑스영화의 맥을 유지했죠. 미국은 시스템화된 거대한 회사들이 무너질 때 뉴욕에서 뉴아메리칸 시네마가 미국 영화의 숨통을 열어줬습니다. 지금 한국영화 자본의 논리로 굉장히 자극적인 영화들이 많이 나오지만, 언젠가는 한국영화계를 살리는 것은 독립영화 정신에서 나올 것으로 봅니다. 독립영화 살려 달주십시오."

한편 <시선>은 오광록을 비롯해 남동하·김민경·이영숙·서은채·홍성춘·이승희·이호·故박용식 등이 출연했다. 오는 17일 개봉한다.


시선 이장호 남동하 강우석 피랍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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