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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내 곳곳에 예비후보들의 대형 현수막이 내걸리면서 선거철이 다가왔음을 알린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팍팍해진 생활 때문인지 선거에 그리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런 유권자들의 여론은 아랑곳하지 않고 각 후보가 보내는 무차별 홍보 문자 메시지는 유권자들에게 곤혹스러움을 안겨준다. 일부 사람들은 자신이 거주하지 않는 지역 후보의 문자 메시지까지 받기도 한다. 이쯤이 되면 대부분 선거홍보 관련 문자메시지는 무조건 삭제해 버리고 만다. 하지만 이것도 한두 번이지...

어디, 그뿐인가. 이제는 페이스북, 카카오톡, 밴드 등 SNS 메신저를 통한 선거홍보 방법까지 동원된다. 이제 "까톡!"이라고 울리며 스마트폰 상단에 노랗게 뜨는 알림 표시만 봐도 불쾌감이 밀려온다. 혹시라도 후보자들의 페이스북 친구요청에 수락이라도 한다면,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는 알림음쯤은 각오해야 한다. 이들 후보자와 개인적인 친분이 없는 경우라면 친구 등록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그나마 SNS를 통한 선거홍보는 애교에 불과하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선거 문자메시지도 혹시?

요즘 시도 때도 없이 오는 선거홍보 문자 메시지 알림 음에 스마트 폰이 몸살을 앓고 있다. 사전 허락도 없이 마구잡이로 받은 홍보문자들.
 요즘 시도 때도 없이 오는 선거홍보 문자 메시지 알림 음에 스마트 폰이 몸살을 앓고 있다. 사전 허락도 없이 마구잡이로 받은 홍보문자들.
ⓒ 김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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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선거법상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와 선거운동원은 선거일을 제외하고 언제든지 문자메시지를 통한 선거운동이 가능하다. 20명 이상에게 같은 내용의 문자를 대량으로 보낼 때는 반드시 '선거운동정보'라고 적거나, '수신 거부' 전화번호를 안내해야 한다.

단, 2명 이상에게 동시에 동일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전송하는 경우에는 후보 본인만 5회 이내에서 발송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20인 미만에 보낼 때는 문자메시지 앞에 '선거운동정보' 표기나 '수신 거부' 안내표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

문제는 공직선거법상 선거 홍보를 위한 휴대전화번호, 집 전화 등 개인정보를 습득하는 것에 대한 별도의 규제가 없다는 것. 상황이 이러니 선거홍보 메시지 발송이 무차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요즘 나도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메시지 알림 음에 스마트 폰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내가 근무하는 지역은 현 시장의 3선 연임으로 무주공산이 되면서 출마 의사를 밝힌 시장 예비후보만 10여 명에 이르기에 사정은 더하다. 하지만 근무지만 이 지역에 있을 뿐, 이미 4년 전에 이웃도시로 이사하였기에 문자메시지에 대한 반감은 더욱 크다.

전 주소지의 시장 후보, 교육감 후보, 도·시의원 후보는 물론 현재 내가 사는 지역구에 출마한 예비후보의 지지를 호소하는 문자 메시지까지 겹치니 정말 피곤하다. 나에게 요즘 문자메시지란 이미 스팸이나 공해를 넘어선 그야말로 폭탄 수준이다. 

최근 카드사와 통신사에서 잇따라 유출된 개인정보로 가뜩이나 불안하다. 그러니 무차별적인 선거홍보 문자메시지들이 이번 일과 관련은 없을까 하는 불안감도 커진다. 특히 내 거주지역과 상관이 없는 다른 지역 후보에게 받은 홍보 문자를 볼 때면, 해당 후보 선거사무소의 개인정보 습득 경로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내가 특별히 회사생활 이외에 정당이나 단체 활동은 물론 동호회에서 활동하는 것도 아닌데 내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을까?

교인 빙자하여 보낸 홍보 문자... 출처는 교회 '요람'

요즘 선거홍보 문자는 예수님까지 파는 것은 예사다.
 요즘 선거홍보 문자는 예수님까지 파는 것은 예사다.
ⓒ 김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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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의 일이다. 교인임을 빙자하여 나에게 보내진 몇 건의 선거홍보 문자메시지는 황당하기까지 했다.

"예수님은 길 잃은 한 마리의 양을 더 사랑하십니다. OO 시의원 예비후보 OOO"

다짜고짜 내 휴대폰에 떡하니 찍힌 문자는 해당 후보자가 유난히 믿음의 교인임을 은연중에 내비친다. 문자를 보낸 후보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주신 분은 우리 교회에서 처음 들어본 이름"이라며 "어떻게 내 전화번호를 알아냈느냐"고 묻자, "어머님이 다니는 교회의 요람을 보고 연락했다"며 결례가 됐다면 죄송하다고 했다.

선거철을 앞두고 각 교회의 요람을 입수하여 교인들에게 집중적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듯했다. 교인들의 소통을 위해 공을 들여서 만든 교회 요람이 선거홍보에 이용되고 있다고 생각하니 그저 씁쓸할 뿐이다.

선거사무소에 오랫동안 일을 해왔다는 전직 시의원 선거사무소 사무장은 기자와 한 통화에서 이렇게 밝힌다.

"후보 입장에서 가장 쉽게 유권자들에게 접근하여 후보를 알릴 방법이 바로 휴대폰 문자 메시지다. 그렇기에 어떻게든 후보가 속한 선거구 유권자들의 전화번호를 최대한 확보하려 한다. 일단 캠프에서는 (후보가 특정정당의 당원이라면) 당원명부를 통해 주소와 전화번호를 확보하고, 그 다음에는 지역 학교의 동창회 주소록, 동호회, 친목단체 등을 통해 최대한 확보한다.

특히 선거운동원 중 인맥이 넓은 이들이 가진 아파트 입주자명단 등 개인 연락처를 중심으로 전화번호를 수집한다. 유권자가 읍면동 단위로 지정된 시의원의 경우 확보한 전화번호가 해당 후보의 선거구 유권자인지 확인하는 절차가 가장 관건이다. 대도시에는 돈을 주고 개인정보를 사는 경우도 있다고 하지만, 지방에는 유권자들이 적기 때문에 거의 드물다. 그 밖에 여러 가지 방법이 동원되지만 후보자마다 조금씩 유권자 개인정보를 확보하는 방법이 다르다.

요즘에는 교회의 요람(교인을 직분과 구역별로 정리한 주소록)이 주소가 세분되어 있어, 후보자가 교인인 경우 부담감 없이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교인이 아니더라도 지역의 각 교회 요람은 웬만한 교회는 모두 발행하고 있고, 또 선거 운동원이나 자원봉사자들을 통해 손쉽게 구할 수 있다."

스팸신고를 해도 처리되지 않는 홍보문자, 어쩌나

이처럼 후보자들은 개인정보 확보를 위해 마구잡이식으로 정보 수집을 하고 있지만, 공직선거법에서는 선거 홍보를 위한 전화번호와 이메일 등 개인정보 습득에 대한 별도 규제나 관리 방안은 아직 없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특히 개인정보 습득 경위에 대한 의심과 함께 불쾌감을 주는 이런 선거운동 문자는 스팸신고를 한다고 해도 거의 처리되지 않는다. 영리 목적의 상업성 정보가 아니므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스팸메시지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부정한 방법으로 유권자들의 개인 정보를 취득하여 당선된 후보가 지역민을 대표할 자격이 있을까? 유권자의 사전 허락 없이 개인정보를 취득하는 행위는 엄연한 사기요, 이는 불법이다. 선거홍보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데 활용됐던 내 전화번호가 또 다른 경로로 유출돼 나에게 더 큰 피해를 주지는 않을까.

뿐만 아니라 유권자들도 이젠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이제는 문자메시지 끝에 선거사무소에서 내 개인정보를 습득한 경로를 어떻게든 밝히는 방안을 요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 허락 없이 시도 때도 없이 홍보 문자를 보내는 후보는 절대 뽑지 말아야 한다.


태그:#선거, #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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