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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중 발목이 접질리는 부상을 당한 사람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부상자를 실어 나르고 있는 119헬기.
 산행 중 발목이 접질리는 부상을 당한 사람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부상자를 실어 나르고 있는 119헬기.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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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놀랄 겁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지도 모릅니다.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라면 그 끔찍한 상황에 헛구역질이 나고, 잔인한 치료방법에 모골이 송연해질지도 모릅니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옛날 옛적'으로 시작하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아닙니다. 과학적으로 측정해 증명된 사실들입니다. 등장하는 인물들 또한 어떤 설화에나 나오는 신비의 주인공들이 아니라 아주 익숙한 사람들, 모차르트와 베토벤 같은 음악가, 나폴레옹이나 조지 워싱턴 같은 정치인, 퀴리 부인이나 아인슈타인 같은 과학자들입니다.

옛사람들은 어떻게 죽었을까?

<옛사람의 죽음 사용 설명서>(지은이 조지아 브래그/옮긴이 이진호/신인문사/2014.3.20/1만 2000원)
 <옛사람의 죽음 사용 설명서>(지은이 조지아 브래그/옮긴이 이진호/신인문사/2014.3.20/1만 2000원)
ⓒ 신인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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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람의 죽음 사용 설명서>(지은이 조지아 브래그, 옮긴이 이진호, 신인문사)는 세계적 위인 19명인 투탕카멘 왕, 율리시스 카이사르, 클레오파트라, 콜럼버스, 헨리 8세, 엘리자베스 1세, 포카혼타스, 갈릴레오 갈릴레이,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마리 앙투아네트, 조지 워싱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베토벤, 에드거 앨런 포, 찰스 디킨스, 제임스 어브램 가필드, 찰스 다윈스, 마리 퀴리,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등이 어떤 치료를 받다 어떻게 죽었는지를 생생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생자필멸, 태어난 사람은 반드시 죽게 돼 있습니다. 예전에 태어난 사람도 죽고 요즘 태어난 사람도 죽습니다. 앞으로 태어날 사람도 예외 없이 죽을 겁니다. 하지만 시대에 따라 병을 치료하는 방법이 다르고, 죽어가는 과정도 다를 수 있습니다.

요즘은 어느 누가 등산을 하다 발목이라도 접질리면 헬기까지 출동해 구조합니다. 하지만 예전에는 대통령이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긴급한 상황에 부닥뜨려도 의사를 부르기 위해서 13Km를 말로 달려가는 게 고작이던 시대도 있었습니다.

또한 요즘은 커다란 수술을 해도 대개의 경우는 심한 통증으로 고통을 받지는 않습니다. 마취주사를 맞은 후, 한숨 푹 자고 난 듯 깨어나면 어느새 수술이 끝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전에는 마취도 하지 않은 채 생살을 째고, 꿰매고, 이빨을 뽑아내는 게 보통이었습니다.

9살에 왕이 되었지만, 갑자기 죽은 투탕카멘왕이 미라로 되는 과정은 콧구멍을 통해 뇌를 발라내고, 배를 갈라 내장들을 들어내고, 방부처리를 해 건조하는 끔찍한 과정입니다.

미국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이 호흡이 곤란한 상황에 빠졌을 때, 구급차는 물론 전화나 자동차도 없던 시기였기에 의사를 부르러 13Km를 달려야 했습니다. 오늘날 같으면 항생제 한 알로 치료될 수 있는 후두개염을 앓던 워싱턴을 위한 치료는 기껏해야 피를 뽑아내는 게 전부였습니다.

성인의 몸에는 약 5.4리터의 혈액이 있는데 그때 워싱턴의 몸에서 뽑아낸 피가 무려 2.3리터나 되었다고 합니다. 워싱턴을 살리겠다고 한 이런 처치가 결국은 그의 죽음을 앞당긴 처사가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피를 볼 배짱이 없다면 이 책을 읽지 마라

당시 대학의 의학과는 과학과 거리가 멀었고, 그나마 이들 의학과를 졸업한 이른바 내과 의사들은 종기를 짜거나 피를 뽑고 수술을 하는 등 환자의 몸에 직접 손을 대는 시술을 천하게 여겼다. 대신 이러한 시술은 이발사가 겸하였다. 당시 칼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칼 조작 면허'가 필요했는데, 이발사 겸 의사(barber-surgeon)들이 그 면허를 소유했다.

그들은 면도나 이발을 하는 것은 물론, 피를 뽑고 고름을 짜며, 이빨을 뽑았고, 골절 치료와 수술까지 했다. 이러한 전통이 이어져 오늘날에도 빨강동맥을 상징, 파랑정맥, 하양붕대의 삼색등이 이발소를 가리키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 <옛사람의 죽음 사용 설명서> 71쪽

저자는 '머리말'을 통해 '피를 볼 배짱이 없다면 이 책을 읽지 마라'는 말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무지함을 넘어서는 의료 수준, 잔인함을 상상하게 하는 치료방법에 저절로 소름이 끼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요즘은 죽어가는 사람을 위해 육체적 고통 뿐만이 아니라 정신적 고통까지 덜어주기 위해  노력합니다.
 요즘은 죽어가는 사람을 위해 육체적 고통 뿐만이 아니라 정신적 고통까지 덜어주기 위해 노력합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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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상화 속의 나폴레옹은 왜 배 위에 손을 얹어 놓고 있었는지도 알게 되고, 유달리 작은 입을 악물고 있는 워싱턴의 초상화에 담긴 비밀도 결국은 그때 당시의 의료 수준 때문이었다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모차르트가 마지막으로 작곡한 곡은 미처 완성하지 못한 레퀴엄(진혼곡)입니다. 모차르트 역시 레퀴엄을 작곡하던 중 오늘날 같으면 항생제 한 알이면 완치될 패혈증 인두염으로 죽었습니다.

평생 염증에 시달리던 모차르트가 평소 받은 치료는 거머리를 이용한 흡혈치료였습니다. 그리고 그가 마지막으로 받은 치료 또한 엄법 요법(염증이나 충혈된 부위를 덥게 찜질하거나 차게 식히는 방법)으로 치료하려고 찬물과 식초를 섞어 이마에 올려놓는 처치가 전부였습니다.

아인슈타인 뇌, 당직 병리학자가 몰래 훔쳐내

책에서는 그때 당시의 의료 수준만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사후 세계관과 자신의 욕심을 위해서라면 사체까지도 끔찍하게 훼손 시키던 사회적 분위기에 내포된 과학자들의 양심까지도 읽을 수 있습니다.  

하비는 아인슈타인의 쭈글쭈글한 뇌를 천장에 매달려 있는 식료품 저울에 놓았다. 뇌의 무게는 1천200그램 정도였다. 겨우 양배추 한 포기의 무게였다. 보통 뇌보다 오히려 조금 작았다.

뭐라고? 그럴 리가 없어! 병리학자는 자신이 명성을 얻게 될 기회를 그렇게 빨리 포기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폼알데하이드 병에 아인슈타인의 뇌를 넣었다.

하비는 이제는 텅 빈 아인슈타인의 두개골 안의 검은 구멍에 솜을 채워 넣었다. 그는 아인슈타인의 벗겨진 얼굴과 두피를 예전처럼 꿰맨 뒤 두개골의 윗부분을 잘 맞춰 제자리를 찾아 주었다.
- <옛사람의 죽음 사용 설명서> 230쪽

태어난 사람은 모두 죽지만 시대에 따라 죽어가는 좌정은 다를 수 있습니다.
 태어난 사람은 모두 죽지만 시대에 따라 죽어가는 좌정은 다를 수 있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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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은 1879년 3월 14일 태어나 76세가 되던 1955년 4월 18일 미국 뉴저지에서 동맥 파열로 죽어 화장됐습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의 뇌는 당직이었던 병리학자 토머스 하비에 의해 유가족들 몰래 파헤쳐지며 추출돼 떠돌다 현재는 프린스턴 대학에 있다고 합니다.

책을 읽다 보면 별다른 고통 없이 수술을 받을 수 있는 세상, 웬만한 염증 정도는 항생제 한두 알이면 치료되는 세상, 엑스레이나 MRI로 몸속까지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세상, 전화 한 통이면 쏜살같이 달려오는 119가 있는 세상을 살고 있다는 게 얼마나 행운인가가 진하게 실감합니다.

그러함에도 오늘날 의료 수준이나 죽어가는 사람들 모습이 1, 2세기 후쯤 사람들에게는 워싱턴이나 모차르트가 어떻게 죽었는가를 읽으며 상상하는 정도의 수준으로 읽히지는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희망과 아쉬움으로 남는 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덧붙이는 글 | <옛사람의 죽음 사용 설명서>(지은이 조지아 브래그/옮긴이 이진호/신인문사/2014.3.20/1만 2000원)



옛사람의 죽음 사용 설명서 - 옛사람들은 어떻게 죽었을까?

조지아 브래그 지음, 이진호 옮김, 신인문사(2014)


태그:#옛사람의 죽음 사용 설명서, #조지아 브래그, #이진호, #신인문사, #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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