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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곤 경기도지사 선거 예비후보자가 '무상버스'를 공약한 이후 '무상교통'이 지방선거 최대 이슈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전국 최초로 '무상버스'를 운행하는 전남 신안과 전국 최초로 '무상택시'를 운행했던 전남 나주를 찾아 '무상교통'의 현재와 미래를 점검하는 기획보도를 준비했습니다. 그 두 번째로 전국 최초로 무상택시를 운행했던 전남 나주 이야기입니다. [편집자말]
전남 나주시는 2009년 1월, 전국 최초로 '마을택시' 운행을 시작했다. 마을택시는 버스가 들어가지 않는 마을 주민이 공짜로 택시를 이용하는, 이른바 '무상택시' 제도였다. 28일 전남 나주 나주시외버스터미널 앞의 택시들이 줄지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전남 나주시는 2009년 1월, 전국 최초로 '마을택시' 운행을 시작했다. 마을택시는 버스가 들어가지 않는 마을 주민이 공짜로 택시를 이용하는, 이른바 '무상택시' 제도였다. 28일 전남 나주 나주시외버스터미널 앞의 택시들이 줄지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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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나주시는 2009년 1월, 전국 최초로 '마을택시' 운행을 시작했다. 마을택시는 버스가 들어가지 않는 마을 주민이 공짜로 택시를 이용하는, 이른바 '무상택시' 제도였다. 2014년 현재 충남 아산과 서천, 전남 무안 등에서 나주의 마을택시와 비슷한 제도가 시행 중이다. 또 6월 지방선거에 나선 일부 후보들이 '100원 택시' 등의 공약을 내놓고 있다. 분명한 것은 무상택시 제도의 원조는 나주의 마을택시라는 점이다.

하지만 '무상택시의 원조' 나주의 마을택시는 열흘도 달리지 못하고 멈춰버렸다. 무소속 시장을 견제하려는 민주당 시의원들의 반대가 '무상택시 10일 천하'의 결정적 이유였다.

1일 <오마이뉴스>는 전국 최초로 무상택시가 달렸던 전남 나주시를 찾았다. 운행 기간이 채 열흘이 되지 않은 공짜 택시제도를 많은 시민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특히 당시 나주시와 마을택시 운행협약을 맺었던 택시업체 관계자들과 기사들은 "어르신들이 아주 좋아했다"고 그때를 회상했다.

62개 오지마을에 하루 2-3번 '마을택시' 운행

전남 나주시는 2009년 1월, 전국 최초로 '마을택시' 운행을 시작했다. 마을택시는 버스가 들어가지 않는 마을 주민이 공짜로 택시를 이용하는, 이른바 '무상택시' 제도였다. 마을택시 대상 마을이었던 나주시 노안면 학산리 동산마을회관 앞을 28일 오후 4륜 오토바이가 지나고 있다.
 전남 나주시는 2009년 1월, 전국 최초로 '마을택시' 운행을 시작했다. 마을택시는 버스가 들어가지 않는 마을 주민이 공짜로 택시를 이용하는, 이른바 '무상택시' 제도였다. 마을택시 대상 마을이었던 나주시 노안면 학산리 동산마을회관 앞을 28일 오후 4륜 오토바이가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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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택시는 무소속 나주시장이었던 신정훈 전 시장이 야심차게 추진한 정책이었다. 계속되는 인구 감소와 버스회사의 적자로 주민들의 교통 불편이 심해지자 신 전 시장은 "약 4년 동안 조사를 해 마을택시 정책을 준비"했다.

마을택시는 버스가 다니지 않거나 버스 정류장과 500m 이상 떨어진 오지 마을을 기준으로 택시 요금이 3000원 이상 나오는 곳에 배치가 됐다. 당시 나주시는 14개 읍·면·동의 62개 마을을 선정해 마을택시가 하루 2, 3번 오가도록 했다. 이로 인해 약 1800여 가구, 3000여 명(나주 인구 약 9만명)이 무상택시의 혜택을 받았다.

당시 나주시는 마을택시를 운영하는 택시회사와 개인택시에 연간 약 3억3000만 원을 지원할 계획이었다. 신 전 시장은 "2009년 당시 나주에서 자가용 약 3만 9000대가 돌아다니는 경비는 1년에 약 2200억 원이었다"며 "주차장, 신호등, 도로 등 자가용 교통시설의 공공비용 1000억 원까지 더해 한 해 약 3200억 원의 돈을 아끼기 위해선 대중교통을 활성화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조사를 해보니 오지 마을에 버스를 다니게 한 것보다 마을택시를 운영하는 게 훨씬 예산이 덜 들게 나왔다"고 마을택시 시행 배경을 설명했다. 나주시 조사에 따르면 62개 마을에 버스를 다니게 하려면 1년에 8억 원이 필요했다. 마을택시 1년 운영예산인 3억3000만 원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였다.

민주당 시의원들 반대로 조례 개정 무산

전남 나주시는 2009년 1월, 전국 최초로 '마을택시' 운행을 시작했다. 하지만 버스가 들어가지 않는 마을 주민이 공짜로 택시를 이용하는, 이른바 '무상택시' 제도였던 마을택시는 시행 10일 만에 운행이 중단됐다.
 전남 나주시는 2009년 1월, 전국 최초로 '마을택시' 운행을 시작했다. 하지만 버스가 들어가지 않는 마을 주민이 공짜로 택시를 이용하는, 이른바 '무상택시' 제도였던 마을택시는 시행 10일 만에 운행이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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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오지 마을의 '교통약자'를 위한 나주의 마을택시는 왜 10일 만에 운행을 멈췄을까. 표면적으로 마을택시는 나주시 선거관리위원회(아래 선관위)로부터 '선거법 위반'이라는 지적을 받아 운행을 일시 중단했다.

당시 선관위는 "무료 교통편의 제공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대상·방법·범위 등을 규정하고 있지 않아 '법령에 의한 금품제공행위'로 볼 수 없어 선거법에 위반된다"며 "사업을 즉시 변경·중지하도록 협조해 주길 바란다"는 공문을 나주시에 보냈다.

이에 나주시는 '구체적인 대상·방법·범위를 정한' 조례 개정을 통해 마을택시 재운행을 추진했다. 하지만 민주당 소속 나주시 의원들이 발목을 잡았다. 14명의 나주시 의원 중 9명을 차지하던 민주당 나주시 의원들은 마을택시를 '지방선거를 겨냥한 선심성 조례'라며 개정안 의결에 반대했다.

당시 개정안에 대한 나주시의 검토 요청에 선관위는 "조례에 대상·방법·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했기에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회신한 바 있다. 

그럼에도 2009년 6월 1일 개정안은 찬성 6명, 반대 7명, 기권 1명으로 부결됐다. 반대 7명은 모두 민주당 소속이었다. 2008년 8월 만장일치로 나주시 의회를 통과한 마을택시 제도가 1년도 안 돼 '마음을 돌린'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의 반대로 멈춰서고 만 것이다.

당시 지역 정치권에선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무소속이었던 신 전 시장의 재선을 막기 위한 민주당 시의원들의 집단행동이었다"고 평가했다.

전국 최초 '무상택시' 제도인 '나주시 마을택시'를 만든 신정훈 전 나주시장이 지난달 28일 전국 최초로 버스공영제를 통한 '무상버스'를 실시한 전남 신안을 찾았다. 신 전 시장이 전남 신안 압해 버스대합실에서 버스공영제 관련 자료를 보며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전국 최초 '무상택시' 제도인 '나주시 마을택시'를 만든 신정훈 전 나주시장이 지난달 28일 전국 최초로 버스공영제를 통한 '무상버스'를 실시한 전남 신안을 찾았다. 신 전 시장이 전남 신안 압해 버스대합실에서 버스공영제 관련 자료를 보며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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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 반응 좋았다"... '제도 보완 필요' 지적도

결국 2009년 1월 15일 운행을 시작한 마을택시는 24일 운행이 일시 중단된 이후 지금까지 달리지 못하고 있다. 겨우 10일 시행된 정책, 나주시민들은 마을택시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나주시 이창면 오량리 상산마을, 진포리 안성마을의 마을택시 운행을 맡았던 이대수 나주시 택시협의회장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버스 편까지 불편한 마을에 살다보니 매우 좋아했다"면서 "당시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업체와 기사 입장에선 소득이 되니 반응이 괜찮았다"고 설명했다.

마을택시 대상으로 선정됐던 마을 주민들은 대부분 "마을택시가 기억은 나지만 이용해 본 적은 없다"면서 "계속 시행이 됐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교통 여건이 그만큼 열악하기 때문이다.

성산마을 유채연 할머니(73)는 "차 없고, 아저씨(남편) 없는 양반들은 조금만 나가려고 해도 택시를 불러야 한다"며 "면 소재지까지는 왕복 1만2000원, 나주시내까지는 왕복 1만6000원이 들어 여러 명이 모여야 겨우 택시를 타고 일을 보고 온다"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동산마을 양금순 할머니(75)도 "마을로 들어오는 버스가 하루에 아침, 저녁으로 두 번 뿐"이라며 "오전 9시에 버스를 타고 나가서 일을 다 보고 나서도 집에 돌아오려면 매겁시('아무런 이유없이'의 전라도말) 오후 6시까지 마을로 들어가는 버스를 기다려야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마을택시 대상으로 선정되지 못한 마을과 택시기사들은 "제도의 보완이 필요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나주 시민인 노아무개(50대)씨는 "(마을택시 대상으로) 선정된 마을과 비슷한 교통 여건을 지녔음에도 선정되지 못한 마을에서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었다"며 "마을 선정에 좀 더 심혈을 기울였어야 했다"고 말했다.

마을 단위까지 들어가기 곤란한 시내권 택시기사들도 "준비가 미진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나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만난 택시기사 정용길(57)씨는 "시내권의 택시기사들은 마을 단위의 지역까지 운행을 하다보면 공차시간이 너무 길어서 마을택시에 참여할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정략에 의해 열흘 만에 멈춰버린 무상택시의 원조, 나주 마을택시. 나주에선 멈춰버린 무상택시가 전국 곳곳에서 운행되고 있고, 급기야 '100원 택시'로 이름을 바꾼 채 선거공약으로 등장하고 있다. 당시 마을택시 운행을 정지시킨 민주당 의원들은 같은 당 소속 후보자들이 공약으로 내건 '100원 택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나주 시내버스가 28일 전남 나주 나주시외버스터미널에 정차해 있다. '인성고', '광주대학교', '백운동', '양동', '롯데백화점', '광주역' 등 정류장 명칭이 모두 광주에 있는 장소다.
 나주 시내버스가 28일 전남 나주 나주시외버스터미널에 정차해 있다. '인성고', '광주대학교', '백운동', '양동', '롯데백화점', '광주역' 등 정류장 명칭이 모두 광주에 있는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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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나주, #마을택시, #무상택시, #신정훈, #김상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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