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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 증거조작 사건 당사자 유우성(전 서울시공무원)씨가 3월 15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국정원과 검찰의 간첩 증거조작 사건 국민설명회'에 참석해 "백번 천번 물어도 저는 간첩이 아닙니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 "백번 천번 물어도 저는 간첩이 아닙니다" 간첩 증거조작 사건 당사자 유우성(전 서울시공무원)씨가 3월 15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국정원과 검찰의 간첩 증거조작 사건 국민설명회'에 참석해 "백번 천번 물어도 저는 간첩이 아닙니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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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47, 4급) 과장과 국정원 협력자 김아무개(61)씨를 기소했지만 핵심 문서인 '출-입-출-입' 출입경기록(허룽시 공안국 출입경관리과 명의)의 조작 여부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두 사람에 대한 공소장과 국정원-검찰의 지금까지 행보를 자세히 비교 분석해보면 검찰이 이 문서를 위조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된다.

출입경기록은 연쇄 조작을 불러온 핵심 문서다. 다른 문서들은 중간에 가로채기, 팩스번호 위조하기, 가짜 도장 찍기, 매수, 공증번호 바꿔치기 등 조직적이고 충격적인 방법을 동원해 조작한 정황이 검찰이 작성한 공소장에 상세히 기술돼 있다. 하지만 출입경기록은 없다. 왜 그럴까?

가능성 중 하나는 '이 문서의 조작에는 김 과장이 깊이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재 나온 공소장은 김 과장과 김씨에 대한 공소장이다. 따라서 두 사람이 출입경기록 위조에 발을 담그지 않았다면, 범죄사실로 적시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설명은 병원 입원 중인 국정원 직원 권아무개 과장(4급)이 주도한 것 아니냐는 추측과 연결된다. 권 과장의 갑작스런 자살 시도로 수사가 더 진척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또는 김 과장도, 권 과장도 아닌, 제3의 인물이 개입됐을 수도 있다. 어쨌든 출입경기록 문서 조작은 김 과장이 아니라는 해석은 자연스럽게 검찰의 수사 미진으로 연결된다.

하지만 그렇게만 보기에는 이상한 점이 있다. 김 과장이 아닌 다른 사람이 문제의 출입경기록을 조작했다면, 최소한 '위조'라는 표현이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아무 언급이 없다. "김 과장은 2013. 10. 중순경 중국 내 협조자 김◯◯으로부터 2013. 9. 26일자 허룽시 공안국 출입경관리과 명의 리우지아강(유우성의 중국 이름-기자 주)의 출입경기록을 입수"라고만 적혀 있을 뿐이다.

기껏해야 이 문서를 "비정상적으로 입수"했다고까지만 표현했다. 이런 표현은 이 문서는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는 않았지만 내용은 위조가 아니라는 분위기를 풍긴다.

출입경기록은 조작 아니라는 분위기 풍기는 공소장

이는 지금까지 검찰과 국정원이 취해온 입장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사건이 쟁점화되자 검찰과 국정원은 '내용이 아니라 발급 절차에 문제가 있어서 중국 정부가 위조라고 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공식·비공식적으로 밝혀왔다. 무엇보다 검찰과 국정원은 증거조작과는 별개로 "유우성은 간첩이 맞다"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유우성씨 재판에서도 검찰은 출-입-출-입 출입경기록(허룽시 공안국)이 정확한 내용이고, 변호인이 제출한 출-입-입-입 출입경기록(옌볜조선족자치주 공안국)은 상급기관이라 아직 수정되지 않은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오는 11일 법정에 출석 예정인 이상진 고려대 정보경영공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검찰이 신청한 증인이다.

유씨 변호인인 김용민 변호사는 "검찰이 현재 출입경기록 조작 사실을 숨기고 있다는 의심이 든다"면서 "다른 문서는 몰라도 유씨 혐의의 핵심인 출입경기록 조작 사실까지 낱낱이 공개될 경우 검찰의 기존 주장은 더 이상 발 디딜 틈이 하나도 남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주 후반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 때 윗선 여부와 함께 출-입-출-입 출입경기록 문서에 대한 조작 전모가 밝혀질지 주목된다.


태그:#검찰, #국정원, #조작, #출입경기록, #유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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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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