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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최태원 에스케이(SK) 그룹 회장을 비롯해 김승연(한화) 회장 등 재벌 오너들이 공식적으로 경영일선에서 퇴진했다. 이재현 씨제이그룹 회장도 임기가 남은 일부 계열사를 빼고 3개 계열사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게다가 효성을 비롯해 동양 등 여전히 많은 재벌 오너들이 횡령과 배임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거나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삼성, 현대차 등 국내 10대 재벌 오너일가 대부분도 마찬가지다. 회삿돈을 이용한 비자금 조성이나 탈세 등으로 이미 사법처리를 받았다. 포스코와 케이티(KT) 등 전문경영인 체제의 그룹을 빼면, 30대 국내 재벌총수 상당수가 사실상 범법자로 돼 있다.

이 때문에 한국식 오너경영 체제가 한계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이상 재벌 오너중심의 1인 경영체제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책임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경영진의 도덕성과 투명성이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줄줄이 오너 퇴진 속 효성만 다른 길

대법원에서 실형선고를 받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 최태원 SK회장 '법정구속' 대법원에서 실형선고를 받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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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SK와 LG, 롯데, 한화, 효성, CJ 그룹 등 국내 주요 재벌그룹들의 주주총회가 일제히 열렸다. 이날 주총의 최대 관심사는 재벌 오너들의 등기이사 선임에 대한 것이었다. SK와 한화, CJ 그룹 등 이미 실형선고를 받았거나 재판중인 오너들은 여론 등을 감안해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기로 돼 있었다.

실제 이날 오전에 열린 주총에서 최태원 회장과 동생인 최재원 부회장 등은 계열사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김승연 회장도 주총 전에 모든 계열사의 등기이사직을 사임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임기가 끝난 CJ 오쇼핑 등 3개 계열사의 경영에서 퇴진했다. 대신 아직 임기가 남은 CJ와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 등의 이사직은 유지했다.

이들 오너들의 퇴진과 달리 효성은 오히려 조씨일가의 그룹지배체제를 강화했다. 이날 조석래 회장과 장남인 조현준 사장이 등기이사로 재선임됐다. 또 세째아들인 조현상 부사장까지 새롭게 등기이사로 그룹 경영에 참여하게 됐다. 사내이사 5명 가운데 3명이 조씨일가로 구성된 것이다. 또 조 회장 등은 현재 횡령과 탈세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와 시민단체 등에선 조씨 일가의 회사경영 참여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연구소 관계자는 "이번에 재선임된 사내이사 후보 모두가 탈세 등의 혐의로 재판에 받고 있다"면서 "제대로 된 경영이 어려울 뿐더러 이사 5명중 3명은 아예 조씨일가로 구성됐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이상운 효성 부회장은 "기업이 사회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는 것이야말로 회사의 가치를 높여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법과 규정을 준수해 깨끗한 기업문화를 만들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도 조 회장과 함께 탈세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그 역시 이날 이사로 재선임됐다.

SK식 지배구조 실험 주목

이날 주총으로 올해 주요기업의 밑그림은 완성됐다. 사내외 이사 선임 등 경영진도 거의 마무리됐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일부 그룹을 빼고 주요기업들은 올해 상당한 내부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른바 '오너리스크'가 기업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란 이야기다. 동양을 비롯해 일부 기업은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고 있기도 하다.

채이배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연구위원은 "이젠 더이상 1인 총수 중심의 불투명한 경영으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업의 사회적책임 뿐 아니라 오너일가의 도덕성이나 투명성에 대한 요구가 더욱 커졌다"면서 "이를 역행하는 기업은 생존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SK그룹의 한 임원은 "우리 경제가 이만큼 성장할수 있었던 것도 오너 중심의 일사불란한 경영도 분명 한 몫 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 "오너 경영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기업의 사회적책임 등에 대한 요구가 커진 것 또한 사실"이라며 "한국식 경영시스템의 장점과 어떻게 조화를 이뤄 나가야할 지가 숙제"라고 전했다.

SK그룹은 최 회장의 퇴진으로 계열사 사장단 중심의 집단지도체제를 만들었다. 하지만 다른 그룹들은 여전히 오너 없는 회사의 지배구조에 별다른 대안이 없는 상태다. 따라서 오너 일가가 막후에서 경영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도 여전하다.

채 연구위원은 "SK식 지배구조의 실험이 어떻게 진행될지 두고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미 이건희 삼성 회장도 경영일선에서 퇴진했다가 결국 다시 복귀했다"면서 "SK식 지배구조의 실험이 한국식 오너경영의 한계를 극복할만한 대안이 될지 가늠자가 될것"이라고 말했다.


태그:#재벌, #총수지배체제, #삼성, #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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