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올림픽으로 화제를 모았던 쇼트트랙 2013-2014 시즌이 어느덧 막을 내릴때가 다가왔다. 내달 6-7일 목동에서 있는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전이 마무리 되면 이번시즌도 끝이 난다. 4년에 한 번 찾아오는 올림픽 시즌에서 한국 쇼트트랙은 평창을 앞두고 여자와 남자팀이 정반대의 성과를 내며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안고 시즌을 마치게 됐다.

심석희-박승희, 여자 쇼트트랙 사상 올라운더의 탄생

 심석희가 쇼트트랙 세계선수권에서 생애 첫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은 지난해 대표 선발전에서 모습

심석희가 쇼트트랙 세계선수권에서 생애 첫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은 지난해 대표 선발전에서 모습 ⓒ 박영진


이번 시즌 화려했던 선수를 꼽자면 단연 심석희(세화여고)와 박승희(화성시청)일 것이다. 심석희는 소치올림픽에서 금, 은, 동메달을 모두 따냈고, 특히 3000m 계주 마지막 바퀴에서 엄청난 스퍼트로 중국을 추월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심석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곧바로 이어졌던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그녀는 생애 첫 종합우승을 달성했다. 1500m 금메달을 시작으로, 1000m와 3000m 슈퍼파이널까지 모두 석권해 102점이라는 월등한 점수로 우승을 한 것이다. 특히 27바퀴나 도는 3000m 경기에서 심석희는 마지막 한 바퀴에서 또 한번 무서운 괴력을 보여주며 세 명의 선수를 연달아 바깥쪽으로 제치고 골인하는 모습까지 보여줬다.

박승희는 밴쿠버올림픽에서의 아쉬움을 소치올림픽과 세계선수권을 통해 풀어냈다. 박승희는 뛰어난 경기운영 능력을 바탕으로 올림픽에서 1000m에서 개인전 첫 금메달을 따냈고, 계주에서도 밴쿠버올림픽의 악몽을 날려 버렸다. 세계선수권에선 더욱 의미가 컸다.

소치올림픽에서 뒤따르던 엘리스 크리스티(영국)의 반칙으로 넘어졌던 박승희는 세계선수권에서 500m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여자 선수들은 그동안 중장거리에 치중하다보니 500m는 항상 약한 모습을 보여왔지만, 이번시즌 박승희와 심석희는 이 종목에서도 강한 모습을 보이며 모든 종목에서 최강자임을 입증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단거리부터 장거리까지 모든 경기에서 능통한 올라운더로서의 면모를 갖췄다는 점이다. 이러한 모습은 그동안 한국 여자 쇼트트랙에선 전혀 볼 수 없었던 모습이며, 이번 시즌 여자 팀의 최대 성공요인이기도 하다.

안상미 SBS 쇼트트랙 해설위원은 20일 기자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단거리에는 순발력이 요구되는데 이러한 부분은 분명 타고난 부분이 있어야 하고 노력이 더해져 500m 금메달이 탄생하는 것이다, 박승희의 그동안의 체력훈련과 경험이 이번 대회에서 빛을 냈다고 할 수 있다. 심석희 역시 이젠 다른 선수들이 넘볼 수 없는 선수로 성장한 것 같다"며 흡족해 했다.

위기의 남자부, 박세영의 가능성과 새로운 시작이 필요

 박세영이 쇼트트랙 세계선수권에서 두 개의 동메달과 계주 은메달로 새로운 가능성을 보였다. 사진은 지난해 국내에서 열린 월드컵 2차 대회에서 모습

박세영이 쇼트트랙 세계선수권에서 두 개의 동메달과 계주 은메달로 새로운 가능성을 보였다. 사진은 지난해 국내에서 열린 월드컵 2차 대회에서 모습 ⓒ 박영진


남자부는 이미 이번시즌 초반 예상이 마지막 대회까지 이어졌다. 올림픽에서 12년만의 노메달이라는 결과를 받아들여야만 했던 남자부는 세계선수권에선 1000, 1500m에서 박세영(단국대)이 동메달, 계주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올림픽을 앞두고 찰스 해믈린(캐나다), 안현수(러시아, 빅토르 안)이 워낙 막강해진데다가, 중국의 신예 선수들까지 구도에 가세하면서 남자 선수들은 이들에게 완전히 밀리는 양상을 보이며 과거 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희망이 있었다면 세계선수권에서 박세영의 성장이다. 박세영은 대표팀에서 유일하게 단거리에 강한 선수로 500m부터 1500m까지 모든 부문에서 가능성이 있는 선수다. 특히 이번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홀로 개인전에서 메달을 획득했고, 계주에서도 마지막 2번 주자로 활약하면서 시즌 초반에 비해 경기운영 경험이 많이 쌓인 보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시니어 첫 시즌을 험난하게 시작한 그는 4년 뒤 평창에서 기대를 걸만한 선수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

현재 남자 쇼트트랙의 판도는 주니어 대회에선 아직까지 한국 선수들이 선전하고 있지만 주니어와 시니어는 확실한 차이가 있다. 안 위원은 "남자 쇼트트랙에서 우리나라는 더 이상 대표가 된다고 해서 메달이 확정적이라는 시대는 지났다. 이미 다른 나라선수들도 우리 선수들을 상대하는 법을 이제는 모두 알고 있다. 그렇기에 대표로 선발된다 하더라도 첫 대회부터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만 한다"며 다음 시즌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이어 "현재 정상권에 있는 선수들의 특징은 모두 기본기가 탄탄하다는 것이다, 과거 다른 나라 선수들이 우리 선수들의 자세를 따라하려 했는데, 이제는 반대로 우리 선수들의 자세가 더 불안하게 보였다. 이러한 부분을 비교해 보는 시간을 갖고 기본기를 다지는 것이 다시 필요해 보인다"고 답했다.

4년 뒤 평창, 유망주들을 바탕과 공정한 선발전이 필요하다

4년뒤 열리는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이미 국내와 주니어 국제대회에선 우리 선수들의 활약이 여전히 돋보이고 있다. 최근 있었던 세계 주니어 선수권 대회에선 여자 부문에선 노도희, 안세정, 최민정이 나란히 1,2,3위 종합 시상대에 섰고, 남자 부문에서도 이문현, 이효빈 선수가 1,2위를 기록했다.

안 위원은 "여자부에서 최민정은 가장 기대를 받고 있는 선수로 심석희에 버금간다는 평도 있다, 이런 부담감을 이겨낸다면 심석희 못지 않은 선수가 될 것이다, 노도희, 안세정은 레이스가 노련한 것이 특징으로 선발전에서 잘 풀어낸다면 주니어뿐만 아니라 시니어에서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한편 최근 빙상연맹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와 함께 쇼트트랙 선발전을 대대적으로 개혁하겠다는 입장이 발표되기도 했다. 지난 2008년 이후 대표 선발전이 1회로 축소됐고, 2010년 짬짜미와 외압 파문으로 타임레이스가 도입됐다. 하지만 변수가 많은 종목을 단 한번의 대회로 대표를 정하는 것과 쇼트트랙과는 맞지 않은 타임레이스 도입 등이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 있다.

안 위원은 "변수가 많은 이 종목을 한 번의 선발전으로 하기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다른 나라의 선발전도 살펴보면서 좀 더 좋은 방향이 이뤄졌으면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선발된 선수들에게 개개인에 맞는 훈련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한 것이 국제 경쟁력을 키우는 방법이자 우리의 숙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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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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