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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재는 '오픈테이블 : 일상폴폴2014'에서 열리는 테이블들 중에서 시민이 관심가질 만한 테이블들을 소개한다. 주거나 일자리뿐 아니라 우리 일상에서 부딪히는 작은 공간에 관한 문제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들에 관한 보통 사람들의 생각을 이어간다. '오픈테이블' 행사는 오는 3월 18일부터 21일까지 4일간 열린다. 시민들이 직접 의제를 등록하고 카페 등 일상의 공간에 모여 정책을 만들어보는 컨퍼런스 형식으로 진행된다... <기자주>

서울시 복지재단은 2003년, 이명박 시장 시절 만들어진 복지현장과 행정기관 사이의 중간지원기관이다. 기현주씨는 현재 서울복지재단 공동체협력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그동안 복지현장과 정책을 다루는 곳을 고루 경험하며 경력을 쌓았다.

국회의원 정책보좌진으로 일하기도 했고, 사회복지사로 사회복지기관에서 근무한 경험도 있다. 복지현장에서 근무하면서 현장에서 해결할 수 없는 어려운 민원들의 구조적 해결방안을 모색하고자 사회서비스정책연구원이라는 벤처형연구원을 만들었을 정도로 복지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다.

기현주팀장
▲ 오픈테이블 기현주팀장
ⓒ 하승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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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기초노령연금 20만 원씩 주기로 했었다. 그런데 공약을 뒤집어서 지금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런 주장을 한 적이 없다는 식의 공약 진위논란도 있다. 지난 대선 당시 이 공약이 나왔을 때 가능하다고 보셨는지?
"보편복지라는 방향에 찬성하는 입장이라 기초연금을 기본적으로 찬성한다. 물론 그만큼 증세는 불가피하다고 본다. 그러나 당시 공약에는 재정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은 구체화 되어 있지 않아서 실현가능성에 우려가 많았고, 결국 그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라고 본다."

- 70%에 해당하는 분들만 혜택을 본다고 하지만 그래도 우선 실시되는 것이 좋은 것 아닌가? 차츰 나머지로 확대해 나가면 되지 않나?
"70%는 공약이행 사항이니까 당연하다. 하지만 문제는 기초노령연금의 산출기준을 바꾸는 움직임이다. 현행 소득연동 방식을 물가연동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당장은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이렇게 산출기준이 바뀌게 되면 2036년에는 실제 기초노령연금 수령액은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반토막 나게 된다. 70% 확대가 그저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렇게 기준을 바꾸면 실제로 도움이 안 되는 생색내기에 그칠 수 있다."

- 그동안 특히 복지전달체계에 대한 문제제기가 많았는데...
"기초노령연금 이야기를 했지만, 여전히 보편적인 복지제도는 부족하다. 당장 시급한 것을 꼽으라면 기초생활보장제도 개선의 필요를 꼽고 싶다. 주로 부정수급자 적발을 위한 자산조사형태가 되다 보니 행정 인력이 이 조사에 주로 투입되어 있다. 조사가 진행되면서 수급이 중지된 인원이 지난 4년간 20만 명이 넘는다.

수급권 기준이 강화된 것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최근 세모녀 자살사건때 모든 전문가가 세모녀는 수급대상자가 되지 못할 것이라 예측했다. 수급권을 선정할 때 우리나라는 '소득인정액'이라는 기준을 사용하고 있는데, 실제 소득과 재산의 소득환산액을 더하고 있다보니 자녀가 있거나 조금이라도 일을 할 수 있거나 자동차라도 있으면 실제 생활이 어렵더라도 수급권에서 제외되고 만다.

소득인정액 산출기준도 바뀌어야 한다. 또 복지전달체계라고 하면 첫번째가 행정인데, 동주민센터, 복지관 이런 체계로 이루어진다. 행정의 경우 전담공무원의 인력부족은 심각한 상태다. 업무가 너무 과부하라 작년에만 5명이 죽었다. 자살했다. '복지'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사회복지공무원의 고유업무가 대폭 늘어났고, 행정업무까지 병행해야 하면서 업무피로를 호소하고 있다.

사회복지공무원들은 현장에 나가서 시민들상태 파악해야 하는데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사통망에 관련업무 입력하는 데 시간 다 쓴다. 현장에 나가 시민들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우리는 복지분야에서 일하는 전담공무원 1인당 500명 내외의 시민을 담당하는데, 다른 나라에 비하면 2~3배 적은 수치이다.

복지관도 마찬가지다. 독거어르신에게 도시락배달, 경로당 어르신들 점심 제공, 방과후 어린이 돌보는 일 등이 기본업무로 셋팅되어 있다. 여기다 정책상 어떤 일이 생기면, 행정이 더이상 할 수 없으니 복지관이나 시민단체들이 하게 된다. 기존일을 줄일 수 없으니 계약직으로 사람을 쓰게 되는 데, 이런 일들은 보조금을 받아 진행 하는 사업이라 보조금이 중단되면 그 사람을 잘라야 한다."

- 그럼 복지관련 인력을 늘리는 것이 해법인가?
"기본적으로는 늘리면 좋겠다. 그러나 늘리는 것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고 전달체계의 업무형태나 내용을 지금처럼 수급자조사 방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 업무의 형태가 자원조사, 자산조사가 아니라, 지원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 지원방식으로 변화해야 한다?
"어려운 사람들을 실제 발굴해 내는 것이 중요한데, 지금은 조사방식이 '신청제'다. 수급권자가 신청을 해야 조사를 하는데, 이를 발굴제로 바꾸자는 것이다. 지역을 늘 다니면서 활동하고 발굴하자는 것이다. 사람이 어려울 때 도움을 청할 때, 공무원을 찾아와서 이야기하지만 대부분은 관계가 이는 친한 사람 아니면 쉽게 말하기 힘들다."

"주민들이 마을 활동에 적극 참여하게 해야 한다"

- 말씀하신이 상태로 그대로 가면 세모녀 사건은 계속 발생한다는 것인데, 재단 같은 중간지원기관은 어떤 역할을 해야하고 변화를 위해 어떤 시도를 하고 있나?
"말로만 발굴제 하자고 하지 말고 실제 의식적으로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도하는 것이 있다. 의식적으로 마을공동체지향이라는 방향으로 복지관의 기능을 변화하는 일을 해보기로 했다. 기존의 복지관 업무중에서 주민을 직접 만나는 것은 후원자나 자원봉사자 개발 정도인데, 이를 넘어서 동네에서 활동을 할 수 있는 일, 조직된 주민들과 연결하는 일을 해보자는 것이다.

복지관 업무의 본령을 회복해 보자 이런 건데, 이를 의도적으로 사업화해서 올해 30개복지관이 이런 일을 한다. 마을지향 복지관 변화지원사업이라 이름붙여서 실제 주민들이 마을 활동에 적극적이게 하는 것이다. 나눔이웃사업도 40개 풀뿌리단체들이 함께 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소지역중심 복지생태계 조성사업인데, 복지관도 시민단체도 없는 틈새지역들을 찾아서 사업을 해보자는 것이다. 5개 지역에서 하고 있다. 강서, 용산, 영등포, 은평, 도봉의 1개동에서 주민들을 만나고 주민들 안에서 마을 이슈들이 나오면 이를 의제화하고 사업화하기도 하고 정책제안을 하기도 한다.

화곡본동, 화곡마을살이의 경우인데, 텃밭을 하고 여기서 나온 경작물을 어려운 사람과 나누고 싶어 하던 분이 있었다. 이 분이 마을의 유휴지리스트를 가지고 마을살이를 만났고, 여기서 시 소유의 봉제산에 주민용도의 텃밭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구청에 가서 주민들이 사용하고 싶다고 했더니 처음에는 거절당했다. 다시 다른 주민들과 함께 가서 요청하면서 수용되고,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를 가지고 주민컨퍼런스 같은 것도 열었다. 농사에 대한 교육을 기획하고 도시농부학교 같은 것을 만드는 등 복지에 관여하는 사람들이 일종의 커뮤니티빌더로 역할을 하는 것을 보게 된다. 이런 것이 그 본령을 회복하는 것이라 본다. 지역을 중심으로 생각하면 마을 일이 복지 아닌 일이 없다. 사회복지사들이 이런 주민들을 더 많이 만나야 하는 것이다.

- 이래야 사회복지전달체계를 바꿀 수 있는 역량, 경험 등이 쌓인다고 보는 거죠?
"행정이 시민의 삶이 나아지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시민들이 행정에 적응하고 있는 형국이다보니 그리 협조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시민들이 스스로 마을의 공적인 일에 관심을 갖게 되면 스스로 행정의 문을 두드리게 되고 행정도 변화도 오게 된다."

덧붙이는 글 | 이 원고는 오픈테이블:일상폴폴 홈페지이도 실립니다



태그:#오픈테이블, #기현주, #서울복지재단, #기초연금, #복지전달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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