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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문화가 건강하지 못한 사회에서 당장 나타나는 모습은 좋은 책이 묻힌다는 점이다. 좋은 책이란 마케팅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눈 밝은 독자가 키워낸다는 점에서 우리 출판시장의 독자들 또한 건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당신이 절대로 읽지 않았을 책'의 연재를 시작한 까닭이다. 사회적 의미가 충분히 있지만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독자의 손에 닿지 못하는 책들을 가려서 소개하고자 한다. <기자 말>

첫인상 하나 하나가 맘에 안 드는 책

 <교육이 민생이다>
 <교육이 민생이다>
ⓒ 시사인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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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하며 장안의 화제가 된 인물, 아니 이미 화제였던 인물인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3월 5일 교육감직을 사퇴)의 인터뷰집 <교육이 민생이다>를 쳐다보고 있노라면 예전에 개그 프로그램에서 한창 유행하던 "행동 하나하나가 맘에 안 들어"가 생각난다.

'뚜벅뚜벅'이란 타이틀 수식어를 표현하려고 했는지 김상곤 교육감의 조그만 사진이 이쪽으로 걸어오는 모습이 부담스럽다.

"엄마 기자가 묻고 교육감이 답하다"는 부제 역시 주간지 책소개 란에는 어울릴지 모르겠지만 책의 표지 카피로는 낯설다. 시사주간지를 모태로 하는 출판사의 타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엄마 기자가 묻고 아빠 교육감이 답하다"라고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다 읽어보고 든 생각이지만 <뚜벅뚜벅 김상곤, 교육이 민생이다>(이하 <교육이 민생이다>로 표기)라는 제목도 내가 읽은 책의 내용을 흡족히 설명해주지는 않는다는 느낌이다. 책이 나온 시점과 상황도 묘하다. 김 교육감이 교육감 재선을 한다면 자연스럽겠지만, 이미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마당에 교육 이야기는 오히려 경기도지사 선거의 전선을 편협하게 몰고 갈 위험마저 있지 않을까?

누리꾼들의 반응은 어떤지 4대 인터넷서점을 뒤져 봤다. 일단 리뷰는 한 개도 없었고, 한 인터넷 서점의 100자 평이 다행히도 한 개 있었다.

김상곤 교육감님의 평소 교육철학을 존경해서 구입했습니다. 교육계에 이런 분들이 많이 계셨으면 좋겠네요.

아무리 출간된 지 한 달 밖에 되지 않는다손 치더라도 그동안 김 교육감이 보여준 정책과 흔적들이 있을 텐데, 참 야박하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잡고 정독하면서 읽었다. 펜을 들고 몇 부분을 베껴 적었는데, 베껴 적을 구절이 참 많았다. 다 읽고 나서는 김상곤 교육감이 왜 경기도지사 출마를 결심하게 되었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교육이 민생이다>는 이런 취급을 받아서는 안 되는 생각이 들어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사교육 출신의 관점에서 바라본 김상곤 교육감

사교육 업체에서 3년 정도 근무하며 초·중·고등학생 논술 강의와 대입 적성고사 교재 제작, 입시 컨설팅 지원 등의 업무를 담당했었다. 대치동에서도 유명한 학원에서 시골 촌놈인 나를 뽑은 이유가 궁금했는데, 이사님이 '한문 실력과 동양 고전 능력'을 합격 이유로 설명하셨다.

그 이후로도 동양고전 능력은 내 진로의 도우미 역할을 했는데, 어줍잖은 글솜씨와 철학 소양 덕분인지 회사 대표 컨설턴트의 중앙 일간지 칼럼을 손봐주기도 하고, 아예 코너를 대필하기도 하면서 어느덧 대치동 사교육의 중심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때 들고 나온 과제가 몇 가지가 되는데, 그 중에서 10년이 넘도록 고민하고 고민하는 주제가 바로 사교육 업체가 부모님을 대상으로 하는 '공포 마케팅'이었다. 지금은 공포 마케팅 분야가 훨씬 더 진화되고 강력해졌을 거라는 짐작이 든다.

문제는 선량한 학부모가 사교육계의 공포 마케팅을 극복할 수 있는가이다. 이 질문을 만나면 나는 등골이 오싹해지고 식은땀이 나고 대답이 궁색해진다. 공교육도 정부 정책도 부모님의 육아 철학도 지난 10년 동안 헛발질만 거듭해오고 발전된 게 없는 데 비해, 사교육의 공포 마케팅은 하루가 다르게 규모를 키웠기 때문에 이미 '깜'이 안 되는 전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김 교육감이 이 문제를 정확히 보고 있다는 점이었다.

사실 학원이 가장 잘하는 게 불안감을 자극하는 겁니다. 사교육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리라고 믿는 부모와 학생들은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이런 착시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결과적으로 불안을 이용한 학원의 겁주기 마케팅 전략에 넘어갔기 때문이죠. "다른 애들은 다 하고 있어요." 이 한마디면 부모건 아이건 다 끌려들어가게 돼 있다는 겁니다. 영어학원 같은 데 처음 가 테스트를 받게 되면 영어를 멀쩡하게 잘하던 아이들도 최하위급 점수를 받곤 합니다. 그래야 부모들이 더 학원에 매달리게 될 테니까요. - <교육이 민생이다>, 223쪽

마치 사교육 업계에서 근무해본 사람처럼 그 쪽의 생리를 정확히 알고 있다. 사교육 업체의 입장에서 교육청이나 대학, 정부는 사실 적수가 못 된다. 오랫동안 공고히 다져 놓은 사교육 카르텔에 감히 도전하는 정권도 없을 뿐 아니라 부모와 대학, 기업 등의 이해관계는 사교육 친화적이 될 수밖에 없다. 교육이 '이익'에 이끌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 아이가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옆집 아이보다 1점이라도 더 잘 받아야 한다. 그럼 옆집 아이는 가만히 있을까? 자연스럽게 죄수의 딜레마가 만들어지고, 그 혜택을 사교육 업체가 두둑히 챙긴다.

이것을 해결하는 방법은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교육 철학을 세워서 당사자들을 설득하면서 확산시켜야 한다. 그런데 김상곤 교육감은 '사람에 대한 이해'도 하고 있다는 점이 신기했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여전히 교육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교육을 통해 더 높은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부를 얻을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더 높은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부가 자녀의 행복을 절대적으로 지켜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그것이죠. 이 때문에 본인의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자녀 교육에 모든 것을 던지곤 합니다. - 같은 책, 217쪽

이제 <교육이 민생이다>라는 책의 정체가 조금씩 드러난다.

이 책은 현직 교육감의 의정보고서가 아니다. 김상곤 교육감은 교육 전공의 교수도 아니다. 경영학과 출신으로 교육에 관심이 많은 교수일 뿐이었다. 그런 그가 교육감 후보로 추천받고 두 번이나 당선돼 경기도교육청을 6년이나 이끌어왔다는 사실이 이상하지 않은가? 전형적인 자기실현자 스타일이다.

나보다 선이 굵거나 인격이 좋은 사람과 함께 일을 하거나 얘기를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나도 모르게 그에게 기대게 된다는 사실을. 김상곤 교육감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고민했던 문제들을 '교육감'이라는 언어를 통해 표현했을 뿐이다.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에 대해서 나는 끽해야 10년 남짓 고민했지만, 김 교육감은 40년은 충분히 고민했다는 것이 책의 내용 안에 담겨 있었다. 대한민국의 교육 문제는 교육 전문가뿐만 아니라 시민이라면 모두 평생 붙들어야만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만약 언어가 달라진다면 다르게 표현될 것이다. 요컨대 <교육이 민생이다>는 한국 교육의 문제점들을 현장의 목소리로 드러낸 다음,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문제와 대결을 펼쳤는지를 정책과 현실을 통해서 표현한다. 교수 출신 답게 해결된 과제와 미해결된 과제를 구분하고 마치 완성도 높은 논문처럼 인터뷰집을 구성했다. 만약 당신이 한국 교육의 가장 중요하고 최신의 이슈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자 한다면 <교육이 민생이다>를 읽어야 한다.

두 저자에 대한 추억

김상곤 교육감과 같은 지역구인 경기도 주민으로서 만날 일은 거의 없지만, 우연히 현실에서 한 번 만난 적이 있다.

2010년 지방선거 당시 나는 젊은 열정으로 투표 독려 캠페인을 하고 있었다. 티셔츠를 하나 만들어서 당시 김 교육감 후보에게 입으라고 했더니 그가 진짜 입었다. 보좌진들과 미니벤을 타고 경기도의 한 시장에서 포즈를 취해서 찍은 사진이 아직도 인터넷에 돌아다니고 있다. 당시 야권단일화 작업이 지지부진해 이를 패러디한 '티셔츠 단일화'를 했었다.

그때 보았던 김 교육감은 마냥 착해 보이는 아저씨, 그런데 재미는 없는 사람으로 보였다. 티셔츠를 입으라면 입고 벗으라면 벗고, 브이(V)를 하라면 브이를 하고, 미소를 지으라면 어색하게 미소를 짜냈다. 사진이 잘 나오기 위해서 볕 잘 드는 곳에 가서 찍을 수도 있고, 표정이나 포즈를 스스로 연출할 수도 있었을 텐데 말 잘 듣는 학생처럼 고분고분하기만 하니 선거를 이길 수 있을까 내심 걱정까지 했을 정도다.

그때의 인상이 남아 있던 차에 '김상곤의 책'이 나왔을 때 나는 기대를 했다. 자랑도 없고 과장도 없고 세련되게 포장하는 것도 없는 그의 성품이 책으로 표현된다면 독서의 맛이 무척 흡족할 것이다. 실제로 읽어본 느낌도 그와 같았다.

<교육이 민생이다>를 읽다 보면 김 교육감에게 질문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 가끔 깜짝 깜짝 놀랄 때가 있을 것이다.

'마을이 학교이고, 학교가 마을이다'라는 모토가 생각나는군요. 제가 지방도시에서 자랐는데, 저 어릴 적만 해도 학교 운동회에 동네 어른들이 오시곤 했어요. 학교 다니는 자녀나 손주가 없어도 마실 삼아 학교에 와 동네 아이들 크는 모습을 함께 지켜봤던 거죠. 그런데 지금은 이런 걸 상상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 같은 책, 225쪽

김은남 기자는 <시사인> 편집국장을 거쳐 현재는 선임기자를 하고 있다. 김 기자와 관련한 유명한 일화가 있는데, 소설가로 유명한 김훈 작가가 <시사저널> 편집국장(시사저널 기자들이 편집권을 되찾기 위한 파업을 1년 넘게 한 끝에 창간한 매체가 <시사인>이다)을 할 때의 일이다.

전두환 정권 시절 찬양 기사를 썼던 어두웠던 역사를 드디어 밝힐 때가 되었다며 '작업'을 시작했는데, 김훈의 '특명'을 받은 사람이 바로 김은남 기자다. 그리고 전두환 시절 유난히 찬양 기사를 많이 썼던 기자는 바로 <한국일보> 김훈 기자였다. 그러니까 김훈 국장이 자신을 내리칠 칼을 쥐어준 사람이 바로 김은남 기자다(김훈 작가와 김은남 기자에 관한 이야기는 <시사IN> 기자들이 함께 쓴 책 <기자로 산다는 것>(호미)에 자세히 실려 있다).

언론운동을 잠시 하면서 지분거리에서 김은남 기자를 엿볼 수 있었는데, 그녀 역시 재밌는 사람은 못 되었던 것 같다. 입에서 나오는 말은 바른 소리, 상식이다. 말을 묘하게 비틀어서 하는 법이 없다. 좀 과장을 덧붙이자면 김은남은 여자 김상곤이고, 김상곤은 남자 김은남이랄까?

경기도육청 공보관이 책을 준비하며 김상곤 교육감을 인터뷰할 사람으로 맨 처음 떠오른 인물이 김은남 기자였다는 머리말 내용을 읽으면서 피식 웃음이 터졌다. 사람 느낌은 다들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 저자 모두 다른 것은 몰라도 속은 알찬 사람이니 책이 주인을 잘 만났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김은남 기자가 낸 책을 꼭 보고 싶었다. 겉모습과는 달리 김 기자는 기사의 새로운 유형을 만들어 냈다고 생각한다. '생활 기사'라고 불릴 수 있는 이 기사의 형태는 예컨대 대형 유통점 물품 가격과 재래시장 물품 가격을 서캐훑이해서 유통점이 결코 싸지 않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생활인 입장에서 기립박수를 치고 싶은 기사가 김은남이라는 이름으로 많이 나왔다. 이것이 내가 본 두 저자의 모습이다. 이렇게 쓰고 보니 저자에 대한 사사로운 마음이 묻어 버렸다. 그렇지만 뭐, 어쩔 수 없다!


뚜벅뚜벅 김상곤 교육이 민생이다 - 엄마 기자가 묻고 교육감이 답하다

김상곤.김은남 지음, 시사IN북(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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