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세 번 결혼하는 여자>가 막판을 향하며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준구(하석진 분)와의 이혼을 앞둔 은수(이지아 분)는 딸 슬기(김지영 분)에게 임신 사실을 들키고 말았고, 채린(손여은 분)과 태원(송창의 분)의 사이도 회복의 기미를 보이기는커녕 나날이 악화일로에 있다.

인물들은 끝없이 서로를 원망하고 때로 증오하기도 하는데, 그것은 어른스럽기보다는 많은 부분 유아적이며 원초적인 방식으로 표출되고 있다. 그것을 바라보는 일은 피로감을 동반한다. 그럼에도 시청률은 꾸준히 상승하며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알 수 없는 끌림의 이유, 그 매력은 도대체 어디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일까?

환상도 없고 대리만족도 없다, 불완전한 인물들 뿐

사람들이 드라마를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모두의 의견을 들어볼 방법은 없지만, 아마도 현실을 잊게 만드는 그 어떤 것들이 있어서일지도 모르겠다. 그것에는 과장도 필요할 것이고, 많은 이들의 환상을 충족시키고 대리만족하게 만드는 그 무언가도 필요할 것이다.

위의 것들을 충족시키기 위한 것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무엇보다 강력한 매력을 가진, 거의 완벽에 가까운 몇몇 캐릭터(대부분 선한 쪽의)의 창출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 힘은 대부분 극의 구심점이 되며, 때로 완벽하지 못한 줄거리나 상황에서 바람막이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세 번 결혼하는 여자>는 위의 공식에서 한참 벗어났다 할 수 있다. 물론 개인에 따라 관점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 드라마는 묘하게도 그 어떤 캐릭터에도 마음을 쉽게 주게 되지 않는 특징을 가졌다.

이 드라마의 캐릭터들을 주의깊게 한번 살펴보라. 그러나 오래 관찰할 필요는 없다. 잠깐만 보더라도 장점보다는 단점투성이의 불완전한 인격을 가진 인물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유감스럽게도 마치 자신들이 세상의 중심인냥 하는 여러 주인공들도 포함된다.  

이기적이며 충동적인 인물들, 그럼에도 공감 사는 이유는?

그런데 신기하다. 그렇듯 이기적이고 사려 깊지 못하며 막말을 일삼는 인물들이 극을 휘젓고 있다지만, 뭔가 깊이 빠져들게 만드는 것이 이 드라마에는 있다는 것. 

그것이 이 드라마의 인물들에게서 엄청나게 철학적이거나 귀감이 될 만한 면모를 발견할 수 있어서는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한결같이 미숙하며 때로는 오만방자한 행동을 일삼기도 하여 거부감을 가지게 만든다. 한마디로 본받을 것이 그리 많지 않다는 얘기다.

<세 번 결혼하는 여자>는 바로 그러한 점에서 종전의 드라마들과 분명히 다르다. 인물들은 공감을 얻고자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기보다는,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그래서 제멋대로 보일 정도의 행동을 일삼는다. 그 누구도 착해 보이려 노력하지 않는다는 것, 우리 드라마에서는 획기적일 정도의 사실감이다. 

위의 것들은 인물들을 독불장군처럼 보이게 만드는 이유가 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의 생각을 궁금하게 만든다는 장점을 가진다. 종종 사람들의 예상이나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내기도 하기 때문이다.

영웅도 없고 특출한 인격의 모범적 인간상 또한 극히 드문 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는 한없이 미숙한 인물들의 경연장과도 같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맘껏 욕하기도 하고 놀리고 흉보기도 한다. 그들의 모습에서 가끔 우리 자신을 발견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몇 회 남지 않은 상황, <세 번 결혼하는 여자>는 또 어떤 일들로 우리를 놀라게 할 것이며 공분에 빠지게 만들 것인가? 과연 모두는 해피엔딩을 맞을 수 있을까? 상황 설정보다는 캐릭터의 변화무쌍한 역동성이 기둥이었던 이 드라마에서 그것은 큰 궁금증이 되지 못한다. 하지만 급한 봉합으로 뻔한 결말을 보이지는 않을 거라는 믿음, 그것이 성급한 기대가 되진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