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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재는 '오픈테이블 : 일상폴폴2014'에서 열리는 테이블들 중에서 시민이 관심가질 만한 테이블들을 소개한다. 주거나 일자리뿐 아니라 우리 일상에서 부딪히는 작은 공간에 관한 문제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들에 관한 보통 사람들의 생각을 이어간다. '오픈테이블' 행사는 오는 3월 18일부터 21일까지 4일간 열린다. 시민들이 직접 의제를 등록하고 카페 등 일상의 공간에 모여 정책을 만들어보는 컨퍼런스 형식으로 진행된다.... 기자주

(재)서울그린트러스트의 모델이 된 것은 영국의 내셔널트러스트다. 대한민국 산림청 소관의 재단법인 서울그린트러스트는, 민간이 주도해서 지켜야 할 자연과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사람들이 잘 이용하고 후손에게 물려주자는 운동을 하고 있다.

미국 뉴욕의 경우에도 공원이 1800개 정도 있는데 그중 800개가 이런 운동단체들이 관여해서 유지한다. 대표적으로 우리가 잘 아는 뉴욕의 센트럴 파크 같은 경우도 민간이 관리하고 있다. 서울그린트러스트 이강오 처장은 이 일에 관여한 지 10년이 넘었다. 그가 이제 놀이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 왜 놀이터에 주목하게 되었나?
"박근혜 정부 시작될 당시 주택건설에 관한 법률 개정이 있었다. 재건축 재개발을 할때 주택에 근린시설을 의무적으로 두는 법 규정이 있었는데, 이 개정안에 놀이터가 빠졌다. 그때 반대운동을 했는데, 온전히 막지는 못하고 기준을 낮추어 놓는 정도에 그치고 말았다. 300가구 이하 일때는 놀이터를 의무적으로 만들 필요가 없게 되었다. 사실 건설업자나 아파트관리자들 입장에서 놀이터는 귀찮은 것이다.

관리하기도 쉽지 않고 안전기준도 까다롭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어린이놀이시설안전기준법의 기준을 지키지 않으면 놀이터를 폐쇄해야 한다. 작년에 서울에만 300개 정도가 그런 위기에 처해 있었다. 의무설치 기준도 없어졌고, 안전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 없애도 되니까."

오바마가 아이들의 야외활동에 주목한 이유

- 놀이터가 왜 중요한가? 왜 관심을 가져야 되는지.
"아이들이 자라면서 노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야외에서 놀면 되니까, 어린이공원이나 놀이터가 필요없었지만,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졌다. 그래서 서울에도 1200개 가량의 어린이공원이 있는 것이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미셸 오바마는 몇 년간 'Let's move'라는 캠페인을 했는데, 아이들의 야외 활동을 증진하는 캠페인이다. 미국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아이들이 미디어에 노출되어 있는 시간이 하루에 7시간인 반면, 야외에서 머물러 있는 시간은 7분 밖에 안 된다고 한다. 이로 인해 소아 비만 문제가 심각해지고, ADHD(후천성과잉행동증후군)와 같은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미셸 오바마의 캠페인과 범사회적인 노력으로 미국의 어린이 비만율이 2008년 14%에서 2012년 8%까지 떨어졌다고 하더라.

영국의 내셔널트러스트는 아이들의 야외활동과 자연체험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고 새로운 캠페인을 시작했는데 이름하여, "12세가 되면 반드시 경험해야 할 것 50가지"라는 것이다. 이 50가지 활동 중에 1위가 나무에 오르기, 2위가 언덕에서 구르기이다."

와글와글놀이터.
 와글와글놀이터.
ⓒ 하승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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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경우는 놀이터가 없어져 갈 위험이 높다는 건데, 변화를 위한 시도들이 있는가?
"최근 서울시 도봉구에 '숲속애'라는 마을 생태놀이터가 만들어졌다. 도봉산 자락에 방치된 어느 종친회 땅이 있었는데, 여기를 도봉마을 사람들이 임대하여 가꾸기 시작했다. 이 놀이공간에 별다른 시설은 없다. 숲속에 텃밭과 흙바닥이 있을 뿐이다. 아무것도 없지만 사실 아이들은 흙만 있어도 논다. 스스로 자연과 노는 방법들을 체득하게 된다.

또 놀이이모라는 모임이 서대문에 있는데, 초등 저학년 엄마들의 모임이다. 아이들이 놀 공간이 없고, 또 놀이터에는 범죄가 있다고 불안하다 보니, 엄마가 하루를 놀이이모가 돼서 책임지고 함께 놀아주는 것이다. 와글와글 놀이터 모임의 경우는 노원에 있는데, 엄마들이 모여서 중계근린공원같은 곳에서, 줄넘기, 제기, 오재미 등 놀이도구들을 가지고 가서 좌판을 깐다. 그러면  아이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자연스럽게 놀이가 시작된다. 이런 방식으로 아이들에게 놀이문화를 전달하는 것이다."

- 서울시나 구청 등 자치단체들은 이런데 관심이 없나?
"과거 서울시가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어린이상상공원 등 재미있는 시설을 만들어놓는데, 문제는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한 두 번 해보고 나면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입장이 아니라 어른들 입장에서 놀이터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 시설보다는 놀이라고 하는 소프트웨어가 중요하고, 놀이터를 사회적으로 잘 지켜줄 수 있는 커뮤니티가 중요하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놀이터를 자연에 가깝게 설계하고 아이들 스스로 무언가 해볼 수 있는 공간으로 기획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놀이터공간에 30% 정도는 아무 것도 기획하지 않는 곳도 있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이 바뀌기 때문에 그런 변화에 맞춰 공간기획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상당부분 어르신들이 차지하고 있고, 아이들이 쫓겨나기도 한다. 아예 놀이시설 대신 체육시설이 들어오기도 한다. 밤이면 무서운 형아들이 오기도 하고 하니까 아이들은 점점 안 간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어디선가 끊어야 한다. 지금까지 서울시나 구청이 해왔던 시설바꾸기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

축구장과 게임장 중 축구장 선택한 아이들

- 그린트러스트가 실제 놀이터를 변화시킬 계획 같은 것은 있나?
"3가지 정도를 준비하고 있는데, 마을주민이 관심을 갖게 하거나 교육을 하는 것이다. 마을만들기 프로젝트에 주민 스스로 이런 작업을 하도록 하는 것 등을 기획하고 있다. 두번째는 좋은 모델을 위한 사이트를 물색하고 있는 중이다. 세번째는 놀이의 콘텐츠다. 스마트폰보다 재밌어야 하니까. 한 연구자가 아이들이 어떤 놀이를 좋아할지 실험을 해보았다고 한다. 한 방 안에 축구장과 게임방을 만들어 놓고 아이들이 자유롭게 선택하게 해보니 열에 아홉은 축구장을 가더라는 것이다. 아이들은 게임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친구와 놀이가 필요했던 것이다."

- 관련한 자치단체들의 정책에서 어떤 점들이 고려되어야 하나?
"사실 지금 자치단체에서는 수습하기 바쁘다.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하면 폐쇄를 해야 하니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고 있지 못하다. 관리 중심으로 보지 말고 이용자 중심 관점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안산의 경험에 의하면 할머니들이 노인정 앞에 꽃밭을 만드니 아이들이 놀러 오는 사례처럼 노인과 아이들이 결합할 수 있도록, 시니어 일자리 사업으로 놀이터를 지키는 할아버지 같은 사회적 일자리를 만드는 방식 같은 것을 고민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관리예산도 거의 없기 때문에 관리예산을 확보할 필요가 있고, 놀이터에 대한 주민들의 프로그램들이 진행되도록 지원해주는 게 필요하다. 서울시의 경우 조례도 하나 개정해야 한다. 국토부가 주택건설기준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면서 놀이터 설치를 자치단체장에게 위임하고 있다. 서울시의회에서 별 생각없이 상위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내용을 그냥 받아버려서 꼭 들어가야 할 근린시설 지침에 놀이터를 제외하고 있다. 다시 놀이터에 대한 규정이 들어가도록 조례를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 공원도 마찬가지이긴 하지 않나?.
"대규모 공원보다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소규모 공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서울에 있는 2700개 공원을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같은 경우에 지정관리자같은 제도를 만들었다. 공원시설도 민간이 책임지고 관리하게 하는 제도를 만든 것이다. 생활권 공간은 시민들 스스로 관리하게 하는 것이 도시의 공공성을 회복하는 가장 기초적인 일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야 우리 사는 삶의 일상과 도시의 공공성이 연결되어 새로운 도시로 나아가지 않을까?

옛날 우리 조상들은 마을입구에 재해를 막기 위해 숲을 만들었는데 이를 마을숲이라고 한다. 봄에는 풍년을 기원하고, 여름에는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고, 가을에는 마을축제를 열어 마을의 공유공간으로 활용하였다. 이런 마을숲과 오늘날 도시공원은 유사한 측면이 많다. 그러나 공유되고 있지는 않다. 주민들은 당연히 공무원들이 관리하고 우리는 서비스만 이용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이 생각이 변해야 한다. 우리 동네의 숲과 공원은 공유자산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오픈테이블:일상폴폴2014의 홈페이지에도 실립니다.



태그:#오픈테이블, #그린트러스트, #놀이터, #이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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