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소녀시대(티파니·써니·제시카).

12일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소녀시대(티파니·써니·제시카). ⓒ MBC


"소녀시대에게 '연애'를 묻겠다."

MBC <라디오스타>는 방송 전부터 큰소리를 쳤다. 그도 그럴 것이 게스트가 걸그룹 서열 1순위인 소녀시대인데다, 올해 초부터 윤아와 수영의 열애설이 터지면서 '소녀들이 연애도 한다'는 인식을 심어줬기 때문이다. <라디오스타>, 그리고 4명의 MC에게 소녀시대가 게스트로 출연한다는 소식은 쾌재를 부를만한 일이었다.

그러나 데뷔 8년차에 접어든 소녀들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일단 멤버 구성부터 달랐다. 리더 태연을 필두로 멤버들에 대한 관리가 철저한 '티매니저' 티파니, 시크함의 결정체 제시카를 주요 멤버로 넣었다. 지난번 <라디오스타> 출연 당시 멤버들의 일상을 폭로했던 효연은 걸러졌고, 대신 써니와 유리가 합류했다. 아무리 솔직한 유리라도 티파니와 제시카를 당해낼 수는 없었다.

MC들의 공세 이어졌지만 "저희가 얘기하기는 좀..."

12일 방송된 <라디오스타>에서 소녀시대 멤버 5명과 마주앉은 MC들은 초반부터 거침없는 공세를 펼쳤다. 윤아와 수영은 빼놓고 나온 5명을 두고 "이중에서 하나라도 건지자"고 발톱을 세우더니 소녀시대의 신곡 'Mr.Mr(미스터 미스터)'를 언급하며 "이 미스터가 (윤아의 남자친구) 이승기와 (수영의 남자친구) 정경호를 말하는 거 아니냐"고 묻기도 했다.

소녀시대는 초반에 잠시 흔들리는 듯했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았다. 질문을 받고 나서 대답하려고 하기보다는 그냥 웃음으로 상황을 무마하려고 했다. 독특한 개그 코드를 가진 태연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순간에 빵 터졌고, 지난번 출연 당시 "대다나다"라는 유행어를 만들기도 했던 제시카는 "아 웃기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

이런 소녀시대 앞에서 <라디오스타> MC들의 공격력은 점점 약해지고 말았다. MC들은 멤버들이 열애 사실을 알았는지, 그들에게 대체 무슨 말을 해줬는지 궁금해했지만 소녀시대의 한마디에 상황은 정리됐다. "당사자라면 속시원하게 말할 수 있겠지만, 내 일도 아니고 당사자도 자리에 없는 상황에서 얘기하기가 그렇다"는 게 다섯 멤버들이 조심스럽게 할 수 있는 말의 전부였다.

시종일관 신중했던 멤버들...한마디도 조심스럽게

<라디오스타>의 MC인 김국진과 윤종신, 김구라, 규현은 '물어뜯기' 전문이다. 김구라는 독설 전문으로 익히 유명하고, 윤종신은 깐족 전문이다. 이들에게 보고 배운 규현은 김구라도 잡을만한 활약상을 보여주며 <라디오스타>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되었다. 그러나 다년간의 경험과 의욕도 소녀시대 앞에서는 무장해제됐다. 큰소리는 결국 허언으로 끝났다.

태연과 티파니, 제시카, 써니, 유리는 <라디오스타>에서 최선을 다했다. 한살 더 먹은 이들은 누구보다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이야기까지 쉽게 떠벌리지는 않았다. 시종일관 신중하려고 했고, 한마디 한마디에 조심스러웠다. 나 하나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생각하는 마음에서였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들을 데리고 수박 겉핥기 식의 연애 이야기만 한 <라디오스타>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과연 <라디오스타>는 윤아와 수영이 없는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의 연애와 사랑 이야기가 나올 거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그리고 7년을 함께한 다른 멤버들이 과연 이들의 이야기를 쉽게 풀어놓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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