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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재는 '오픈테이블 : 일상폴폴2014'에서 열리는 테이블들 중에서 시민이 관심가질 만한 테이블들을 소개한다. 주거나 일자리뿐 아니라 우리 일상에서 부딪히는 작은 공간에 관한 문제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들에 관한 보통 사람들의 생각을 이어간다. '오픈테이블' 행사는 오는 3월 18일부터 21일까지 4일간 열린다. 시민들이 직접 의제를 등록하고 카페 등 일상의 공간에 모여 정책을 만들어보는 컨퍼런스 형식으로 진행된다... <기자주>

오픈테이블 이원재소장
▲ 오픈테이블 이원재소장
ⓒ 하승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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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소장인 이원재씨는 사무처장으로 10여 년을 일했고, 창립 때부터 15년간 단체를 지키고 있다. 문화정책을 다루는 몇 안 되는 시민단체인 문화연대는 MBC <느낌표>에서 했던 기적의 도서관을 진행하기도 했다. 문화정책에 관한 베테랑인 그를 만나 도시와 문화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 얼마 되지 않았던 것 같은데, 벌써 4~5년 된 것 같다. 작가 최고은의 죽음이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도시에서 예술가나 작가들이 가난 때문에 죽었다는 이야기는 옛날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바로 우리 시대의 이야기라는 게 잘 믿기지 않았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현실은 어떤가.
"최고은씨 죽음이 충격적이었던 것은 도시에서 가난 때문에 젊은 작가가 죽었다는 부분도 있지만, 장래가 주목 받은 작가임에도 가난해서 죽었다는 점 때문이 컸다. 그러나 문화예술계에서는 놀라운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최고은 작가 말고도 달빛요정만루홈런이라는 가수도 홍대에서 인디 뮤지션으로 활동했는데, 돌연사했다. 요즘으로 하면 고독사 같은 거다.

실제 예술만 해서 먹고 사는 사람은 제로에 가깝다. 없다고 봐야 한다. 예술을 하기 위해서는 다른 일을 해야 한다. 스타 플레이어는 극소수다. 절대 다수는 대부분 이렇게 활동하고 있다. 아니면 태생적으로 부모를 잘만나든지…."

젊은 예술가에게 실업급여 지원해야 한다

- 공공부문에서 나오는 지원으로 활동하는 예술가는 없다는 얘긴데.
"아이러니하게도 지원은 많다. 그런데 예술가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정책에 필요한 사업을 지원한다. 재래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 그러면 시장에 예술가를 넣는다. 학원 폭력이 이슈다 그러면 학교에 학생 치유를 위해 예술가를 넣고, 장애인이주노동자 등 소외계층 문제라 그러면 그와 관련한 사업에 예술가를 넣고…. 예술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지 않는 지원, 정부가 필요로 하는 사업을 위한 지원이다. 예술가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나 지자체의 필요에 따라 비정규직, 계약직, 불안정노동의 성격이 강한 서비스 노동자로 (예술가를) 살아가게 만드는 것이다."

- 지원은 있지만 지원의 성격이나 방향이 잘못됐다는 이야기 같다. 그 중에 '창작기금 문제' 같은 것은 오픈테이블의 주제로도 올라와 있다. 그런 지원이 달콤하기도 하고 씁쓸하다고 한다.
"최고은의 죽음 이후 예술인 복지법이 통과되고, 예술인복지재단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본래 예술인복지법 요구의 취지와는 달리 노동자성 등이 사라진 껍데기만 통과됐다. 10여 년 전부터 예술인복지제도를 요구한 실질적인 이유는 예술가들이 조금 더 창작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삶의 환경 자체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구체적인 사례로 제안된 것이 프랑스 '엥떼르미땅'(비정규직 공연영상예술인을 위한 실업급여제도) 같은 제도들이다. 젊은 예술가들이 보장받을 수 있는 일종의 실업급여 같은 것을 도입하고 싶었는데, 이런 내용은 없다. 현재의 예술인복지 제도는 노동권, 창작행위 자체를 지원해 주는, 그 사회적 가치를 인정해 주는 장치라고는 할 수 없다."

- 외국의 주요 도시 곳곳에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게 좋다고들 말한다. 파리나 뉴욕을 다니다 보면 하루 종일 도시 곳곳에서 쉽게 공연이며 전시며, 행사 등을 본다. 유독 서울 같은 곳만 그런 게 쉽지 않다.
"아니다. 서울도 무료공연 있다. 서울만 놓고 보면 엄청 많다. 외국 가서는 관광객의 입장에서 보니 눈에 보이는 것이고, 여기선 바쁘니까 눈에 안 보이는 것이다. 서울처럼 문화공연이 많고, 문화복지가 많은 도시도 없다. 여기 사는 사람들이 문화적 삶을 향유할 시간이 없는 게 더 문제다. 그럴 시간이 없다. 당신도 그런 것 아니냐? 공급이 없어서가 아니라 노동강도가 높은 노동도시라서, 문화적 삶의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예술가이든 시민이든 정작 필요한 것을, 간절하게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정치인, 정부가 원하는 것을 일방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문제다. 공급이 많은데도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 것, 그것은 단순히 문화정책이나 예술지원정책 수준으론 해결되지 않는다. 근본적으로는 사회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 문화를 쉽게 향유할 수 있는 도시, 즐거운 도시를 위한 다른 제도적 혹은 정책적 변화로 어떤 게 필요한가.
"실제로 문화정책의 의제, 이런 것은 지난 10년 동안 엄청 성장했다. 문제는 사업의 이름만 있고, 실체로 작동할 수 있는 생태계적 접근이 부족한 데 있다. 주로 유럽을 벤치마킹 해 왔는데, 사실 유럽의 경우 수백 년 동안 축적되어 온 것이다. 예를 들면 벽화를 그린다 하면 한국의 경우는 작가들의 경험도, 주민들과의 사회적 합의도, 지원하는 행정의 거버넌스 경험도 없이 일방적인 탑다운 방식으로 공급되어 왔다.

정부나 지자체장이 성과를 중심으로 보니까 시간이 많이 걸리는 문화의 특성을 고려치 않고 진행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관련생태계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생태계의 중심에는 관계와 주체의 형성이라는 것이  있다. 그것은 예술가와 예술가, 예술가와 시민 혹은 주민, 예술가와 행정, 예술가와 정치의 관계가 다 포함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예술이 나머지관계에서 종속적이다. 임기안에 성과를 내라고 하니···. 토목공사와 다른 것인데도 말이다."

- 그냥 전환은 안 될테고, 그 정책의 전환을 위한 포인트가 있다면?
"문화와 예술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특정장르나 특정주체들의 것이 아니라 사회를 구성하는 가치 중의 하나, 원리 중의 하나라는 이해가 필요하다. 그걸 전제로, 생태계로부터, 지역으로부터, 삶으로부터 나오는 것을 지원해야 한다. 성과를 위한 지원이 아니라 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지원을 하다보면 생겨난다. 그런 패러다임으로 바뀌어야 한다. 협력은 하지만 간섭은 하지 않아야 한다."

- 얼마 전 문화정책에 관한 모임이 있었는데, 어떤 이야기들이 나왔나?
"서울시의 숙의모임이 있었다. 이번 숙의는 서울시가 문화기본계획을 수립할 예정인데, 이에 대한 기본방향과 원칙에 대한 토론이었다. 기존의 서울시 문화행정이가지고 있던 문화에 대한 도구화 문제, 보여주기를 위한 속도와 양에 같은 과잉팽창 같은 문제가 지적됐다. 기본적 방향의 전환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박원순 시장의 문화정책이나 행정도 기존 패러다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측면이 많다. 박원순 시장의 혁신정책이 시민들의 일상 속에서는 많은 부분 문화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데, 그런 것들이 문화정책과 잘 연계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서울시의 문화정책은 오세훈 전 시장의 컬처노믹스에 대한 반작용처럼 지나치게 위축되어 문화예술계 내부의 장르적인 영역으로 제한되는 경향이 크다. 또한 박원순 시장의 지향인 시민도시라는 흐름 역시 관광이나 문화산업 등의 영역에는 거의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가 늘 강조하는 천만관광객이나 MICE(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s), 컨벤션(Convention), 전시회(Exhibition)의 머리글자를 딴 용어) 같은 정책은 성곽도시나 마을공동체, 생태친화적인 도시 등과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들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현재 서울시의 미래지향적이고 새로운 사회가치를 지향하는 정책의제들이 유독 문화행정에서는 일관성 없이 괴리된 채 표류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숙의는 의미가 있었다. 사회변동과 문화정책 패러다임 전환에 공감하고 그에 대한 기본계획을 만들자는 공감대가 있었다."

"도시 기획자들이 점점 주목받을 것이다"

-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들에게 문화정책에서 중요한 지점들을 놓치지 말라고 할 때 어떤 것이 있겠나?
"도시가 문화와 예술에 주목하는 중요한 이유는 사회적 창의성 때문이다. 도시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것이 나오려면 그 출발은 사람과 커뮤니티에서 해야 한다. 많은 정치인들이 자기 임기 내에 성과를 내려고 하다 보니, 문화는 결국 문화의 옷을 입은 개발사업이 되고 만다.

예를 들어 오페라를 하거나 즐기거나 하는 사람이 많아서 필요해야 극장을 짓는데, 무조건 대규모 오페라하우스부터 짓는 것은 안 된다. 이런 비판적인 이야기가 10년 전만 해도 원론적이고 허망하게 들렸겠지만, 지금은 사람들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고 본다. 서울의 북촌 골목을 걷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나, 도시 한 가운데에서 텃밭을 가꾸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은 이미 한국 사람들의 삶이 문화적인 측면에서 다른 패러다임으로 이전하고 있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시민들의 일상적인 문화권리에 대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지원할 때가 되었다. 그런 지방자치단체장, 그런 도시기획자들이 점점 더주 목받고 지지받게 될 것이다."

- '일상적 문화권리'란?
"문화정책이 진화할수록 점점 더 사람들은 스스로 직접하는 문화를 선호한다. 예를 들어 퇴근하고 아버지들이 모여서 브라스밴드를 하면, 가족들이 함께 공연도 보러 가고, 음반도 사고, 자녀들도 어렸을 때부터 음악에 관심을 가진다. 그런 모든 것이 익숙한 일상이 된다. 행정의 성과를 위해 강요하고, 보여주기 위해 과잉 공급하고, 지원사업을 따내기 위해 예술하는 사회구조와 결별해야 한다. 앞으로는 그런 방향이 현실적인 측면에서조차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본다."

- 그런 공간들을 창조적 공유지라 부르는 것 같던데.
"무어라 부르든 상관은 없는데, 창의성이란 것은 천재적 개인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에서 생긴다. 창의는 단순히 새로운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창의는 답을 제시하는 능력보다는 질문 자체를 새롭게 하는 것, 문제를 다르게, 새롭게 설정하는 능력 자체를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창조적 공유지라는 것이 중요하다면 이는 다양한 주체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들고 자유롭고 교류하면서 창의적인 문화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환경이 창조적 공유지라고 본다.

과거의 살롱 문화처럼 일상 속에서 창의적인 주체들이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는 문화 환경이 제공되었을때, 그 결과는 도시와 사회 전체에 있어 놀라운 문화적 가치를 발산한다. 창의적인 주체들이 모여서 삶과 상상력을 자유롭게 공유하는 것이 하나의 도시 전략이 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현대 도시에서 예술가들이 모인 곳은 언제나 문화적으로 경제적으로 발전했지만, 예술가들은 늘 그곳에서 제일 먼저 쫓겨났다. 예술가들이 모이면 삶이 흥미로워지고 사람들이 좋아하고, 사람들이 모이면 상업적으로 발달하고, 상업적으로 발달하면 지대가 상승하고, 지대가 상승하면 가난한 예술가들은 쫓겨나는 것이다. 서울 역시 마찬가지다. 명동, 신촌, 홍대앞, 합정, 문래 등의 역사가 바로 예술가들의 추방, 이주의 역사이자 경로다. 예술가들은 늘 도시에 활력과 즐거움을 선물했지만, 도시는 늘 예술가를 경제적으로 추방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현대 도시의 도시재생정책에서 문화예술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예술가들은 언제나 죽은 공간을 창의적으로 살려낸다. 발전소나 공장처럼 폐기된 산업시설들, 유휴공간 등을 문화시 설이나문화공간으로 만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대 도시는 실패하고 사라질 공간에 예술가를 투입해서 새로운생산력, 성장동력을 확보하지만, 그 성공의 끝에서 늘 예술가들을 가장 먼저 버린다.

우리의 삶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도시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마을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그곳에 예술가가 살 수 있게 해야 한다. 예술가가 살기 좋은, 생존할 수 있는 도시가 우리 모두가 살기 좋은 도시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픈테이블:일상폴폴2014 홈페이지(opentable.or.kr)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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