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누구나 프리스타일 랩을 선보일 수 있는 모두의 마이크
▲ 모두의 마이크 누구나 프리스타일 랩을 선보일 수 있는 모두의 마이크
ⓒ 임예성

관련사진보기


요즘은 아이돌 그룹에서도 래퍼 포지션 없는 팀이 없을 정도로 힙합 또는 랩이 대중에게 무척 친근해졌다. 길을 거닐다가도 아이돌 랩은 상점 스피커를 통해 흔히 들을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소속사가 번지르르한 힙합퍼나 아이돌이 아니고는 '랩하는 사람들 없는 거야?' 싶을 정도로 랩퍼들의 무대는 접하기 쉽지 않다.

소위 한국에서도 '골든에라'로 불리우며 세기말 힙합 전성기였던 1990년대 후반, 공연장 겸 클럽 마스터플랜은 래퍼가 처음 마이크 쥘 수 있는 기회를 줬고 힙합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커뮤니티도 만들 수 있었던 힙합의 성지였다. 하지만 마스터플랜이 문을 닫으면서 MC들이 편하게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통해 교류할 수 있는 장이 사라졌다. 대체 힙합 꿈꾸는 사람들은 어디서 랩을 하는 걸까.

얼마 전, 재미있는 소식을 들었다. 힙합을 좋아하고 랩 하기 위해 마이크를 잡는 이들이 매 주말마다 모여 뭔가를 한다는 것이다.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현역의 최전선에서 힙합하고 있는 가리온의 진두지휘로 힙합을 꿈꾸고 랩하는 이들을 위한 작은 무대가 매주 일요일 오후 7시 서울 마포구 망원동 피브로 사우드 스튜디오에서 열린다. 지난 2월 16일, 일곱 번째 열렸던 '모두의 마이크'에서 MC 메타에게 행사 설명과 가리온 근황에 대해 들어봤다.

일곱 번째 모두의 마이크 시작을 알리는 MC 메타.
▲ 모두의 마이크 진행자 MC 메타 일곱 번째 모두의 마이크 시작을 알리는 MC 메타.
ⓒ 임예성

관련사진보기


- 가리온이 직접 소개하는 모두의 마이크는 어떤 것인가요. 취지와 소개 부탁드려요.
"이름 안에 모든 의미가 담겨있어요. 모든 사람이 마이크를 잡고 모든 사람이 자신 이야기를 랩을 통해서 표현하는 거죠. 마이크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하잖아요. 그게 저희 취지에요. 이유를 짚고자 한다면 한국에서 힙합이 해를 거듭할수록 대중에게 인지도가 높아지잖아요. 아이돌 팀을 보더라도 래퍼 없는 팀이 없어요. 과거에 비해서 아이돌 팀 래퍼들 랩 수준도 높아졌고요. 그런 현상들이 증명하는 거 같아요.

반면 그렇게 랩 음악·래퍼 공급과 꿈꾸는 사람은 많은데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은 없어요. 다들 디지털 싱글이나 음원 만들며 개인 채널에서만 어필하고 있지.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루트가 없죠. 즉, 무대가 없어요. 2002년 마스터플랜이 문을 닫고 난 다음에 정기적인 공연들이 이뤄지는 무대가 거의 없었어요. 래퍼들이 성장할 수 있는 바탕이 없는 거 같아요. MC들은 무대에 올라서 마이크를 잡아야 MC인데 사람들과 호흡할 수 있는 계기가 전혀 없죠.

저희도 이런 저런 노력을 해왔어요. 돈이 많은 스폰서를 잡거나 공연장을 운영할 여건이 못됐는데 얼마 전 피브로 사운드에 의사를 전달했더니 회사에서 스튜디오를 내줬고, 적극적으로 추진하게 됐어요. 이 스튜디오는 무상이니까요. '이렇게 작게나마 움직여보자'라고 시작하게 된거죠. 래퍼들은 계속 나오고 있는데 단순히 온라인에서만 존재하는 현재가 건강하지 못한 상태라고 생각해서 MC들을 양산하기 위한 시작점이라고 생각해요."

소속사 피브로 사운드 스튜디오에서의 MC 메타.
▲ 가리온 MC 메타 소속사 피브로 사운드 스튜디오에서의 MC 메타.
ⓒ 임예성

관련사진보기


- 모두의 마이크뿐만 아니라 가리온의 메타, 나찰 두 분 모두 지금까지도 강단에 올라 후배 양성 또는 힙합 문화 발전에 기여하고 계세요. 궁극적으로 만족할 만큼 이뤄보고 싶은 기대 현상이나 단편의 결과가 있나요?
"일단 단편의 결과라면, 성과죠. 트레이닝을 하거나 제자들의 음악적 성과, 음원 같은 것들은 지금도 조금씩 나오고 있어요. 자신의 음악 활동들을 이어가고 저희도 현역 플레이어로 있으니까 함께 작업할 수 있는 계기가 생길 수 있고요. 올해나 내년쯤이 되면 제자로 만났던 인연, 사람들과 함께하는 활동 작업물이 나올 거 같아요. 음원, 앨범으로요.

후배 양성까지는 잘 모르겠어요. 사람들은 랩 트레이닝이나 랩 레슨이라는 호칭에 부정적인 견해가 있어요. 강단이나 트레이닝을 통해서 만나는 래퍼들한테 좋은 랩을 할 수 있도록 일종의 코치 역할을 해주는 거죠. 랩은 자기 이야기를 하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가야 하는 거니까요. 저희는 '이런 랩이 옳고 틀렸다'보다는 퍼스널 트레이닝처럼 개인이 맞춘 특성과 장점을 최대한 빨리 뽑아내서 극대화하고 과정상에서 효율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발전할 수 있다면 조언을 하는 편이죠. '자 랩은 이거니까 이렇게 해' 이런 건 터무니 없어요."

- 15년동안 가리온은 2개의 정규앨범만 선보였어요. 팬들은 끊임없이 가리온의 움직임을 추종합니다. 두 개의 앨범, 팬들은 서운할 수도 있어요. 얼마 전 발매된 15주년 기념 앨범이 한 달도 채 안 되는 기간에 완성된 걸로 압니다. 설명을 좀 해주세요.
"15주년 앨범이 굉장히 짧은 기간에 제작이 됐어요. 처음에는 제작도 못할 뻔 했어요. 음원이라 그나마 준비기간이 줄어든 건데 그 앨범은 저희가 소속사 없이 저희끼리 준비했거든요. 2012년에 미리 '기념 음반을 준비해보자'라고 이야기는 나눴는데 아무래도 TV 프로그램 '쇼미더머니'에서 한 계절을 거의 다 보내다 보니 여유가 많이 없었어요. 데뷔 10주년도 그냥 지나쳤었는데 15주년을 그냥 보내기가 그래서 연말쯤에 꼭 해보자 싶어서 준비했어요."

- 해야 한다는 의지는 있고 급박하게 됐다는 의미인데... 3집은 어떨까요?
"2010년 2집 이후에 벌써 4년이 되서 올해 말쯤에는 3집을 꼭 내보자는 계획을 갖고 있어요. 설레발이 좀 있어서 저희 스스로도 꼭 지켰으면 좋겠어요."

이 날은 특별히 행사 시작 전에 루미넌트 엔터테인먼트 대표님의 음원 관련 세미나가 있었다.
▲ 음원 관련 세미나 이 날은 특별히 행사 시작 전에 루미넌트 엔터테인먼트 대표님의 음원 관련 세미나가 있었다.
ⓒ 임예성

관련사진보기


마이크 쥐는 순서를 뽑고 있다.
▲ 순서 뽑기 마이크 쥐는 순서를 뽑고 있다.
ⓒ 임예성

관련사진보기


첫 무대로 연주하는 친구들과 함께 등장한 래퍼
▲ 모두의 마이크 프리스타일 랩 첫 무대로 연주하는 친구들과 함께 등장한 래퍼
ⓒ 임예성

관련사진보기


모두의 마이크에서 프리스타일 랩을 선보이고 있다.
▲ 프리스타일 랩 모두의 마이크에서 프리스타일 랩을 선보이고 있다.
ⓒ 임예성

관련사진보기


모두의 마이크에서 프리스타일 랩을 선보이고 있다.
▲ 프리스타일 랩 모두의 마이크에서 프리스타일 랩을 선보이고 있다.
ⓒ 임예성

관련사진보기


누구나 마이크를 쥐고 여러 사람 앞에서 프리스타일 랩을 선보일 수 있는 '모두의 마이크'는 매주 일요일 서울시 마포구 망원동 가리온의 소속사 피브로 사운드 지하 1층에서 개최된다.

사전 접수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마이크를 쥐는 래퍼뿐만 아니라 힙합을 좋아하는 누구나 참관할 수 있다. 당일 행사 시작 전에 무대에 오를 래퍼 신청을 받으며 뽑기를 통해 순서를 정한다. 가리온의 MC 메타가 시작을 알리면 순서대로 무대에 올라 프리스타일 랩을 선보인다. 종종 음원, 앨범 등 뮤지션이 알아두면 좋을 만한 정보의 세미나도 함께 진행된다.

발만 디딜 수 있는 작은 단상에 불과하지만, 누구나 발 디디고 오르면 넓은 무대의 공연장 못지않게 프로가 된 마냥 준비해 온 혹은 즉석에서 프리스타일 랩을 뱉는다. 조용할 것 같은 친구도 단상에 오르면 리듬을 타며 즐기는 모습이 화려한 비주얼로 TV에 등장하는 힙합퍼들과 다를 바 없어 보였다.

때로는 말을 버벅여 당황하기도 하지만 그 누구도 비웃거나 핀잔 주지 않는다. 누구 하나 눈치 보는 사람 없이 다 같이 웃고 응원하며 함께하는 모습이 진정 '힙합'으로 하나 되는 게 아닐까.

작게나마 힙합의 진짜 문화가 실현되고 래퍼들에게는 꿈을 펼칠 수 있는 자리가 생겼다는 것이 무척 반가울 따름이다. 이런 좋은 자리를 기획하고 몸소 나서서 진행하는 가리온에게 박수를 보낸다.

어떤 한 문화의 중심이자 근간이라는 건 어느 정도의 책임감이 따를 것이다. 원래의 목표처럼 가리온 만의 스타일로 힙합 계속 해주길 바라는 게 팬의 마음일 것이다. '소문의 거리'에서 '뿌리 깊은 나무'가 되면 좋겠다. 또 10년 후에, 20년 후에 가리온을 다시 마주한다면 그땐 우리의 자식들에게도 '불멸을 말하며'를 들려줄 수 있기를 바란다.


태그:#힙합, #모두의 마이크, #임예성, #MAIDEN NOIR, #가리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