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 '잘났어 정말' 특집에 출연한 그룹 씨엔블루.

5일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 '잘났어 정말' 특집에 출연한 그룹 씨엔블루. ⓒ MBC


주제와 관련된 오프닝 멘트를 친다(5일은 '잘났어 정말'). 게스트들의 최근 활동에 관한 품평을 한다(정용화의 근작 <넌 내게 반했어> 이후 시청률). 게스트와 작가들의 사전 인터뷰에 나왔던 답변들 중 골라 재질문한다(종현의 '헛소리' 발언).

가끔 게스트와 MC들과의 인연을 판다(윤종신의 <고쇼>). 근황과 활동, 주제에 관한 토크를 적절히 섞는다(그 중 '스캔들'이 으뜸). 게스트 각자가 골라온 노래를 듣는다(재미없는 게스트의 노래는 대부분 편집). 끝인사로 "다음주에 만나요, 제발"을 외친다(초창기 방송 시간을 보장받지 못했을 때 멘트 그대로). '핫'하거나 녹화가 돼 있는 경우 예고편을 내보낸다(다음주는 소녀시대).     

근래 들어 변치않는 <라디오스타>의 고정 포맷(?)이다. 그룹 씨엔블루 멤버 4명이 모두 출연한 5일 방송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익숙함은 편안함과 연결된다. 그것이 지상파 예능이 추구하는 바다.

그래도 과거 <라디오스타>는 달랐다. 그래서 살아남았다. B급과 삼류 사이, 직설화법과 폭로정신 사이, 악동과 재기발랄 사이. 이 모든 것들이 2007년부터 갖은 우여곡절을 겪고도 살아남은 이 프로그램만의 매력이었다. 곁살림으로 눈치를 보던 <무릎팍도사>도 역사 속으로 사라진지 오래인 지금, 그 <라디오스타>가 심각한 정체를 보이고 있다.

7년째 방송 중인 <라디오스타>, 정체인가 여유인가

 <라디오스타> MC 김구라

<라디오스타> MC 김구라 ⓒ MBC


2005년 출범한 <무한도전>이 햇수로 9년, <황금어장>의 한 코너로 시작한 <라디오스타>는 이제 7년째다. 어쩌면 정체이기보단 오히려 '장수 프로그램'의 여유라고 봐야 할지 모른다. 그 사이 리얼예능과 서바이벌 오디션, 관찰예능이 훑고 지나간 예능계에 한 획을 그은 '토크쇼'로 자리매김한 <라디오스타>가 지켜야 할 것은 이제 1인자의 자리다. 국민 예능으로 자리매김한 <무한도전>이 끊임없이 자기 혁신을 거듭하는 것도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일 것이다.

역시 김구라가 진행하는 '비평 토크' <썰전>이나 역시 JTBC의 히트상품인 '19금 토크' <마녀사냥>외에 지상파에서 <라디오스타>의 경쟁상대라고는 이제 동력이 확실히 줄어든 <힐링캠프>밖에 없다. 그래서 '정체'보다 더 적절한 표현은 '안주'라고 해도 무방해 보인다. 그런데, 이 안주가 게스트를 찌른 뒤 어르고 달래는데 특화됐던 <라디오스타>만의 매력까지 휘발시키는 건 문제가 있어 보인다.

그것은 비단 김구라에 대한 의존도가 비교적 높아져서는 아닐 것이다. 2013년의 트렌디한 예능으로 꼽히는 <썰전>을 이끌고 있으며, 다수 토크 프로그램에 이어 <사남일녀>로 스튜디오 바깥까지 진출한 김구라는 분명 <라디오스타>의 핵이다.

7년이란 세월 동안 '깐족거림'을 내세웠던 윤종신도 중후해졌고, 초기 '원펀치 쓰리강냉이'를 간간이 외치던 김국진은 두 말할 필요 없으며, 규현 역시 '일반인 스캔들' 이후 순해졌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예의 그 활력을 잃은 것 처럼 보인다.

활동 중단과 복귀를 거친 김구라 역시 유재석, 신동엽을 잇는 MC로 발돋움하면서 그 입지가 현저히 변화된 캐릭터다. 이미 안정된 MC에 가까운 김구라는 게스트의 급 혹은 인지도에 따라 표변하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거부감을 산 바 있다.

이에 대해선 대표적으로, '장난감 중독' 특집에서 케이윌의 피규어를 함부로 다룬 해프닝 등은 자신도 방송을 통해 '반성'이란 표현을 쓰기도 했다. 여전히 기본은 하는 김구라가 흔들릴 때 구심점을 잡는 것은 당연하게도 제작진의 몫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현재의 <라디오스타>엔 그 구심점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현재 <라디오스타> MC들과 제작진에게, 안주란?

 <라디오스타>의 4MC 규현, 김구라, 윤종신, 김국진

<라디오스타>의 4MC 규현, 김구라, 윤종신, 김국진 ⓒ MBC


제작진의 교체 소식이 들려온 이후 <라디오스타>의 깊이나 세기, 재미는 현저히 떨어졌다. 그 기준이 7%를 오르락내리락하는 시청률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5일 방송에서 동시간대 경쟁프로인 SBS <짝>의 결방에도 시청률 반등이 이뤄지지 않았다. 게스트의 화제성이 문제라면 다음주에 출연하는 소녀시대 편으로 판가름 날 것이다.

연예가 내부에서만 떠도는 고급 정보로 게스트의 허를 찌르고, 기이한 조합에서도 신선함과 새로운 예능 캐릭터를 발굴하며, 때때로 의도하지 않았던 순간에 감동까지 선사했던 <라디오스타>는 이제 찾아 볼 수 없다. 음악이 주는 고유한 정서적인 매력까지 발굴했던 프로그램이 이제는 노래방 기기로 게스트가 애창곡을 부르는 수준으로 전락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집단 토크쇼의 위기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 안에서 시청률과 별개로 종종 화제와 호평을 낳을 수 있었던 건 <라디오스타> 고유의 장점과 매력을 잘 알고 있던 제작진의 연출력때문이었다. 그래서, 이제는 사라진 <라디오스타> 고유 질문으로, 묻고 싶다.

'지금 <라디오스타>에게 안주란?', '지금 <라디오스타>에게 <황금어장> 시절이란?' '지금 <라스>에게 김구라란?'    

라디오스타 씨엔블루 라스 김구라 윤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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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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