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신의 선물-14일>의 이보영과 MBC <기황후>의 하지원.

SBS <신의 선물-14일>의 이보영과 MBC <기황후>의 하지원. ⓒ SBS, MBC


SBS <신의 선물-14일>(이하 <신의 선물>) 2회에서 보여준 이보영의 오열은 한 마디로 명품 연기의 교본이었다. 자신의 딸을 납치한 살인범에게 제발 살려달라고, 딸 대신 나를 데려가 달라고 울부짖으며 애원하는 장면은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그야말로 혼을 쏙 빼 놓는 오열 연기의 진수가 아닐 수 없다.

드디어 이보영의 열연 행진이 시작됐다며, 언론을 비롯 누리꾼들과 시청자들은 그녀의 연기에 대한 칭찬을 연신 쏟아내고 있는 중이다. <신의 선물> 김수현 역에 이보영을 대신할 만한 배우는 없다며 완벽한 캐스팅에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하고, 신들린 연기로 초반부터 극의 무게감을 잘 유지하고 있다며 그녀에게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신의 선물>에 거는 기대는 비단 이보영뿐만이 아니다. 조승우와 김태우도 숨겨진 복병 같은 존재다. 그들의 연기력 또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만큼 견고하고 다부지다. 다소 포스가 부족하긴 하지만 정겨운의 반전 연기 또한 간과할 수가 없다. <신의 선물>은 여러 모로 기대해봄 직한 작품이다. 회를 거듭할수록 몰입도와 흡입력이 증폭되는 것이 그 기대치를 더욱 배가시킨다.

스릴러 장르이기에 섬뜩하고,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기에 묵직하다. 한편으로는 어둡고 스산하며 침체된 분위기로 인해 보는 이로 하여금 다소 부담감을 느끼게 할 수도 있지만, 가볍기만 한 트렌디 드라마나, 진부한 정통 멜로물, 몇 번에 걸쳐 반복되는 전문직 드라마보다는 훨씬 현명한 선택을 한 작품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신의 선물>, 배우들의 열연과 화제성에도 시청률 7%대

하지만 <신의 선물>의 시청률은 못내 아쉽기만 하다. 4일 방송된 2회의 시청률은 7.7%(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이하 동일)로, 동시간대 지상파 드라마 경쟁에서 2위 자리를 차지했다. 이날 MBC <기황후>가 28.3%로 1위, KBS <태양은 가득히>가 3.6%로 3위를 기록했다. 꼴찌를 면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스러운 일이긴 하지만, <신의 선물>에 출연하는 연기자들의 열연과 화제가 되고 있는 정도에 비하면 조금은 안 어울리는 결과가 아닌가 싶다.

<신의 선물>의 전작이었던 <따뜻한 말 한 마디> 최종회의 시청률은 8.7%였다. 결국 <신의 선물>은 전작의 시청자들을 고스란히 끌어오지 못했다는 뜻이다. 아직은 초반이라 확언할 수는 없지만, 10%대로 출발을 하지 않을까 했던 기대치에 못 미친 성적을 보여주고 있으며, 전작의 영향력을 제대로 이어받지 못한 아쉬움을 남긴 것 또한 사실이다.

<신의 선물>은 현재 독주하고 있는 <기황후>를 위협하는 가장 유력한 대항마로 여겨졌다. 이보영과 조승우가 선보이는 명연기자들의 찰떡 호흡이 하지원과 지창욱, 주진모가 펼치는 연기의 발목을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현재 <기황후>는 <신의 선물>의 시작과는 상관없이 시청률 상승을 보이며 30%를 목전에 두고 있다. <신의 선물>을 향해 쏟아지는 시청자들의 관심과 호응에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오히려 점점 더 탄탄하고 흥미진진해진 스토리 전개로 인해 외면하던 시청자들까지 야금야금 끌어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이보영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내 딸 서영이> <너의 목소리가 들려>로 시청률 제조기라는 별칭을 얻었기에 더 그렇다. 이번에도 작품을 잘 선택했다며 언론과 대중들은 이보영의 안목을 칭찬하고 나섰다. 그 속엔 <신의 선물> 또한 연이은 히트작이 될 것이며, 그녀가 그렇게 되게끔 극을 이끌어 갈 것이라는 바람과 미션을 동시에 주는 의미가 담겨 있기도 하다.

딸을 잃은 엄마 김수현에게는 승승장구하고 있는 기승냥(하지원 분)의 콧대를 꺾어야만 하는 의무가 주어졌다. 그런데 <기황후>의 기승냥 역시 그리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며, 극 속에서 그녀의 존재감은 그 누구보다 왕연하다. 무엇보다 기승냥 역할을 맡고 있는 하지원의 아우라는 후반으로 내달리고 있는 시점에서 더욱 광범위하게 퍼져 나가고 있다.

하지원은 이보영보다 먼저 출발한 상태인데다가, 자신의 페이스를 잘 유지하면서 착실하게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중이다. 뒤늦게 레이스에 합류한 이보영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숨 가쁘게 전력질주를 해야 할 판이다. 그렇지 않으면 여전히 극심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1위와 2위의 시청률 간극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조심스럽게 이보영에게 기대를 걸어 본다. 아직 본격적으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지 않은 <신의 선물>이 어떤 반향을 일으키게 될지, 그 속에서 이보영이 내놓는 히든카드는 또 무엇이 될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이니까.

하지원의 연기력을 절대로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보영이기에 그녀에게 도전장을 내밀 수 있는 것 아닐까 싶다. <신의 선물>이 <기황후>를 누르고 시청률 순위를 뒤집는 대역전극.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을 거라는 보장 또한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일 아닐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블로그(DUAI의 연예토픽),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하지원 이보영 신의 선물 기황후 태양은 가득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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