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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은 2일 국회 사랑재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6.4 지방선거 기초선거 '무공천'을 선언하며 2017년 정권교체를 위한 신당 창당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 신당 창당 합의한 김한길-안철수 "2017년 정권교체 할 것"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은 2일 국회 사랑재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6.4 지방선거 기초선거 '무공천'을 선언하며 2017년 정권교체를 위한 신당 창당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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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기 준비로 정신없었던 3월의 첫 번째 일요일 진짜 '깜놀'했습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새정치연합 안철수 중앙운영위원장의 당 대 당 통합 선언은 휴일에 터진 핵폭탄급 뉴스였습니다.

3·1절 전광석화처럼 터진 이 정치선언을 미리 알고 있던 정치권 관계자는 극히 드물었습니다. 장소 예약 때문에 김 대표와 안 위원장 최측근 실무자 한둘을 제외하면 아무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정치권의 최대 빅딜이었습니다. 1990년 민자당 합당 당시 YS도 이렇게는 못했다는 말들이 쏟아집니다. 김 대표 최측근 입에서는 "대표가 1년 이상 공들인 작업"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철저히 '김한길 개인기였다'는 말입니다. 

윤여준 새정치연합 공동위원장단 의장조차 "기자들과 같은 시각에 알았다"는 반응을 보일 정도로 철통보안이 유지됐고, 전병헌 원내대표도 당일 오전 10시 문자메시지로 통보받았다고 했습니다. 전 원내대표는 전날 언론에 '기초연금 관련 일요일 기자간담회'를 사전 공지했다 아침에 부랴부랴 취소하는 해프닝도 빚었습니다.

민주당의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도 당일 오전 9시 30분에야 전달받았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김한길과 안철수 두 사람은 거의 기자들과 별반 시간차 없이 야권의 지도자들에게 이 엄청난 소식을 전한 것입니다.   

김한길-안철수 당 대 당 통합 소식에 각각 분위기 달라

이 소식은 민주당보다 새정치연합 쪽을 더 당황하게 만든 듯합니다. 윤여준 의장은 종일 전화기를 꺼두었고, 김성식 위원장은 블로그를 통해 "새 정치의 뜻을 잃지 않는다면 통합도 나름 길이 될 수 있다"면서 "어느 길이 절대 선인지 가늠할 능력조차 제겐 없다, 새로운 대안정당을 만들어 우리 정치구조 자체를 바꿔보려는 꿈이 간절했기에 고개부터 숙이고 오랜 기간 홀로 근신하고자 한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그동안 야권통합은커녕 선거연대조차 불가능한 일이라고 선을 그었던 윤여준, 김성식 두 위원장의 처지가 아주 난망해졌기 때문입니다. 3일 오전 새정치연합 사무실이 썰렁할 정도였으니 그 자체로 분위기는 가늠할 만합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 승리에 큰 기대를 드러내며 한껏 들뜬 분위기입니다. 우원식 민주당 최고위원은 3일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이제 민생과 민주주의·경제민주화와 새정치를 훼손하고 가로막는 박근혜 정부와 본격적으로 겨뤄볼 만해졌다"며 "새누리당과 화끈하게 한 판 붙고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자"고 말했습니다.

이날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 현장에선 김한길 대표를 향한 박수가 터졌습니다. 절대로 안 될 것 같던 안철수 의원 측과의 통합을 이뤄낸 리더십에 대한 찬사인 것입니다. 제가 기억하기로 민주당 당대표가 의원총회 현장에서 인사말 도중 박수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입니다.

그동안 의총장에 좀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의원들조차 꾸역꾸역 모여들어 국회 본청 246호 회의실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된 것은 2012년 대선 이후 처음 만나는 광경이기도 했습니다.

김 대표는 이날 의총장에서 "(당대표) 수락 연설에서 더 큰 민주당 이기는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말씀드렸다"며 "한국 정치의 대변화가 시작되고 있고, 이번 통합선언이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실망한 국민들에게 희망을 드렸기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3일 새정치연합과의 통합을 위한 신당추진단장에 임명한 설훈 의원(왼쪽)과 함께 긴급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3일 새정치연합과의 통합을 위한 신당추진단장에 임명한 설훈 의원(왼쪽)과 함께 긴급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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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결과적으로 잘된 일인데... 근거 없는 낙관?

민주당은 지난 대선부터 지속된 숙제였던 안철수 의원 측과의 통합을 이뤄낸 데 대해 엄청난 정치적 성과라고 추앙하고 있습니다. 물론 속으로 셈이 복잡해진 의원들 중에는 정당정치와 민주주의 절차 등을 언급하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냅니다. 그러나 큰 틀에서 야권통합에 반대한다는 사람은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잘된 일인데, 앞으로가 더 문제라는 말들을 쏟아냅니다.

민주당은 양측이 합치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큰 시너지가 나고 결과적으로 지방선거 승리로 귀착될 거라고 기대하지만, 이것은 지난 2012년 대선 때와 마찬가지로 신기루와 같습니다. 근거 없는 낙관이라고도 불리지요.

실제 여론조사 지표로도 그 점은 확인됩니다. <일요신문>이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와 공동으로 신당 창당과 정당공천제 폐지 등에 대한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야권신당 창당에 대한 찬반 의견은 팽팽히 갈렸습니다. 잘한 일이라는 의견은 40.5%, 잘못한 일이라는 의견이 42.7%였습니다.

통합 신당 창당 후 정당 지지도도 오차범위 내 접전이었습니다. 새누리당 지지도는 48.4%, 통합신당은 42.0%. 통합해도 6.4%p 차로 새누리당이 앞섭니다. 6.4 지방선거 가상 대결에서는 새누리당 후보가 49.1%, 통합신당 소속 후보가 39.8%로 새누리당이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조사는 창당발표가 있었던 2일 전국의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습니다(응답률 6.43%,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뷰>가 <팩트TV>와 함께 같은 날 오후 전국의 만 19살 이상 휴대전화 가입자 1천 명을 대상으로 정례조사를 실시한 결과, 새누리당과 민주당, 새정치연합 신당 창당을 가정한 가칭 통합신당은 불과 2.3%p 차 접전을 펼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정당 지지도는 새누리당 43.3%대 통합신당 41.0%로 오차범위 내인 2.3%p 앞서는 가운데 치열한 접전 양상을 보였습니다. 뒤이어 통합진보당 2.35, 정의당 1.7%, 무당층은 11.8%였습니다.

일단 통합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조사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문제는 통합 이후 신당이 의제와 행동으로 박근혜 정부와 확실히 각을 세우고 싸우지 못한다면 이 같은 통합선언의 효과는 도루묵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입니다. 어설프게 싸운다면 도로 '애매한 정당'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지요.

민주당과 새정치연합, 통 크게 국민과 만나라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은 2일 국회 사랑재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6.4 지방선거 기초선거 '무공천'을 선언하며 2017년 정권교체를 위한 신당 창당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 신당 창당에 합의한 김한길-안철수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은 2일 국회 사랑재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6.4 지방선거 기초선거 '무공천'을 선언하며 2017년 정권교체를 위한 신당 창당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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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과 새정치연합, 서로 꿈꾸는 '새 정치'의 콘텐츠가 다를 가능성도 높습니다. 무엇이 새 정치인가, 어떤 정당이 새로운 정당 모델인가, 각자 또 당내 계파에 따라 서로 꿈꾸는 정당모델과 새정치의 내용이 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게 되면 당내에 전선이 마련되고 결론 없는 싸움이 계속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당내 계파가 자신들의 이익이 아니라 국민의 이익을 두고 노선 싸움을 한다면 그것을 말릴 국민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더 열심히 싸우라 독려하겠지요.

문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로 나눠 먹을 이익을 갖고 싸우는 모습이 보인다면 그 자체로 또 국민을 실망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겁니다. 국민들이 보기에 흡족한 야권통합, 국민들이 보기에 내용 있는 정치연합이 돼야 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3일 김한길 대표가 의총장에서 밝힌 뼈 있는 한 마디는 귀에 새겨들을 만합니다.

"이제 우리만 잘하면 이길 수 있다. 이제부터야 말로 변명할 것 없이 우리하기에 달려 있다. 신당 창당이 우리의 장밋빛 미래를 보장해 준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기왕에 통합을 선언한 민주당과 새정치연합, 이제 국민만 바라보고 국민이 보기에 흡족한 정치를 해줘야 합니다. 지방선거의 성과를 위한 야합이었다는 비판을 듣지 않으려거든 더 철저하게 혁신하고 더 통 크게 국민과 만나야 합니다. 국민은 지금부터 통합을 선언한 두 세력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것입니다. 그것이 새로운 정치의 시작이니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태그:#신당 통합, #김한길,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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