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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통상부와 유엔자원봉사단(United Nations Volunteers, 아래 UNV)과의 협의에 따라 지난해 9월 청년봉사단(Youth Volunteers) 선발 공고가 났다. 나는 4개월간의 긴 전형과정을 거쳐 청년봉사단에 최종 선발돼 2월 15일 한국을 떠나 피비린내 나는 분쟁의 시간을 가진 DR 콩고의 부니아로 왔다. UNV는 UNDP 산하기구로서 자원봉사를 통해 유엔의 이상 실현에 공헌하는 유엔기구다. UN에 관심 있는 독자들을 위해 내가 경험한 일련의 인터뷰 과정을 몇 차례로 나눠 전한다. - 기자 말

서류심사에서 면접자를 3~4명으로  

유엔봉사단 지원양식의 프로필을 채운 후는 초조한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정확히 명시된 서류전형 합격자 발표일이나 면접 일정 등이 없기 때문에 하루 빨리 메일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메일을 확인해보았다. 영어로 된 메일이 오면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지만, 다른 사이트 소식지임을 알고 괜한 이불을 차곤 했다. 내 생에 처음으로 모든 영문 소식지를 일일이 구독해지 시켰다.

서류전형 결과가 나온 건 서류마감일로부터 3주가 지났을 때였다. 유엔봉사단 뿐만 아니라 파견될 유엔 기구에서도 지원자의 서류를 검토하며 채용과정에 참여하기 때문에 면접자를 3~4명으로 좁히는 데는 최소 몇 주가 걸리는 것이다.

서류전형 합격 메일을 받은 후 전화면접을 진행할 날과 시간을 정하였다. 유엔봉사단 본부가 있는 독일 본(Bonn)에서 전화하는 것이어서 한국 시간으로는 저녁 늦게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한국시간으로 오후 10시에 면접을 보기로 했다. 공교롭게 면접 전날이 서머타임이 해제되는 날인 바람에 본의 아니게 면접시간이 한 시간 늦춰졌다. 면접관도 혹시 내가 서머타임 해제 된 사실을 몰라 시간이 틀어질까 걱정했다고 한다. 전화 면접의 쫄깃함을 그대로 느끼는 경험이었다. 

면접 준비는 내가 파견될 기구인 유엔개발계획에 대한 조사와 내가 지원한 공석의 직무기술서를 인쇄하여 꼼꼼히 다시 읽어 보았다. 유엔은 '역량중심 면접(Competency based interview)'을 진행한다. 역량중심 면접이란 지원자의 과거 경험이 미래 직무수행을 파악하는 가장 좋은 지표가 된다는 것을 가정하고 지원자의 능력과 역량을 과거의 경험으로 평가하는 방식이다. 

영어와 불어로 진행되는 3:1 전화면접

나름의 치열한 준비와 도전으로 얻게 된 UN의 ID카드. 나는 이 신분증이 갖는 의무의 무게에 대해 매일 생각한다.
 나름의 치열한 준비와 도전으로 얻게 된 UN의 ID카드. 나는 이 신분증이 갖는 의무의 무게에 대해 매일 생각한다.
ⓒ 이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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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기술서에 적힌 역량들을 읽으면서 나름대로 예상 질문을 생각해보고 이 직무에 요구되는 역량을 보여준 과거의 경험이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대학교 때부터 다양한 경험을 쌓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자세한 상황과 구체적으로 그 상황에서 내가 보여준 역량을 생각하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전화상으로 하는 면접인데다 영어와 불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오후 8시 집에 도착하여 '3시간 동안 면접 준비해야지'라고 생각했지만, 준비한 자료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시간이 가까워 올수록 가슴만 쿵쾅거렸다. 보통 같았으면 후딱 지나갈 저녁의 세 시간은 야속하게도 너무 느리게 갔다. 알코올이 들어가면 영어가 더 자연스럽게 나올까 싶어 맥주 한 캔을 따보기도 했다.  

오후 11시가 되자 세 시간동안 바라보았던 전화기에서 드디어 벨이 울렸다. 면접관은 유엔봉사단 채용 팀으로 총 3명이었다. 먼저 면접관들이 돌아가며 자신을 소개하였다. 유엔개발개획과 유엔봉사단에 대하여 아는 바를 이야기 해보라는 질문으로 면접이 시작되었다. 면접관은 역량중심의 면접으로 진행될 것을 말해주었고, 답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무슨 일을 했다는 이야기를 하지 말고 '나'의 역할을 이야기 하라고 미리 당부해 주었다.  

영어로 면접이 진행되었고 이 공석에 필요한 언어가 프랑스어였기 때문에 프랑스어 질문도 3개정도 포함되었다. 생각보다 매우 구체적인 상황을 주었기 때문에 질문이 끝날 때 마다 면접관에게 생각할 시간을 좀 더 달라고 요구하였다. 질문은 이런 식이었다. 

"당신은 많은 청중 앞에서 복잡한 내용의 발표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였는가? 어떤 수단을 이용하여 발표 내용을 전달하였는가?"  

과거에 내가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말해야하기 때문에 다양한 경험이 없으면 매우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이었다. 질문의 개수도 총 20여개 정도로 많은 편이었다. 한 시간 동안의 진땀 빼는 면접이 끝난 후 마지막으로 면접관들에게 물어볼게 있는지 물었다.

영어와 불어로 자신의 경험과 거기서 사용하였던 역량을 간결하고 조리있게 말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신의 분야에서 다양한 실무 경험을 쌓는 외에도 인터뷰에서 자신의 경험과 역량을 면접관들의 질문의도에 맞추어 간결하고도 논리적으로 답하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유엔커리어 사이트에 올라온 10 가지 면접 팁 중 마지막 팁이 생각난다.

Practice, practice, practice.  

실제 면접 때 받았던 질문 몇 가지를 공유한다.

- 팀으로 일할 때 당신의 강점과 약점에 대해 말하라.
- 팀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당신이 봉사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무엇인가?
- 어떤 문제를 혼자 당면했던 경험과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였는지 말하라.
- 서로 다른 가치관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지냈던 경험을 말하라.
- 당신이 지금껏 옳다고 생각했던 접근 방식을 바꿔야 했던 경험을 말하라.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게재됩니다.



태그:#유엔청년봉사단, #UNDP, #UNV, #DR콩고, #부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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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행복한 만큼 다른사람도 행복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세계의 모든사람이 행복해 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세계에 사람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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