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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도 최저임금 결정시한이었던 2013년 6월 27일. <최저임금 1만원위원회>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모인 백수, 알바노동자, 청소년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날 최저임금 결정 회의의 참관을 요구하다 28명이 연행되었다
 2014년도 최저임금 결정시한이었던 2013년 6월 27일. <최저임금 1만원위원회>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모인 백수, 알바노동자, 청소년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날 최저임금 결정 회의의 참관을 요구하다 28명이 연행되었다
ⓒ 김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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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작년 6~7월 40여 일 동안 최저임금위원회 앞에 죽치고 농성하며 자주 뵈었던 '최저임금 1만 원 위원회' 집행위원장 김성일입니다. 규모와 위상은 서로 다를지라도 그날 같은 장소에서 같은 마음으로 싸웠던 기억은 즐겁게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 당시 민주노총 지도부 여러분의 격려와 연대의 표현들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작년의 최저임금 1만 원 투쟁으로 부과된 벌금 마련에 고심 중입니다.

아마도 지금쯤이면 여러분도 내년도 최저임금 요구안을 결정하기 위해 고심하고 계시리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민주노총 산하의 조합원은 아니지만, 저도 이 땅의 불안정 노동자들 중 한 사람으로서 한 말씀 보태고 싶은 마음에 이렇게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언뜻 무례하게 보이시더라도, 젊은이의 무지의 소치라 여기시고 양해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결론부터 빨리 말씀드리자면, 민주노총의 최저임금 요구안이 예년까지와 같은 1천 원 인상이 아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최저임금 당장 두배로" 국제노동자들의 요구

최근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최저임금을 현행 7.25달러에서 10.10달러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발동했습니다. 뉴욕, 시카고 등지에서는 패스트푸드 노동자 등을 주축으로 최저임금을 아예 현행 두 배인 15달러로 올리라는 요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최근 최저임금법이 통과된 독일 일각에서는 실질적 임금하한선의 두 배에 가까운 10유로로 최저임금을 책정하라는 요구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남아공, 캄보디아에서 연이어진 거센 노동자투쟁도 최저임금을 두 배로 올리라는 요구가 중심이었습니다.

해당국가들의 자본가들이 그만한 주장을 받아들일 수 있어서 일어난 일일까요? 그렇지 않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나라의 자본가들도 한 자리수 이상의 임금 인상을 허용하지 않으려하고 있으며, 탄압 또한 거셉니다.

한국정부의 노동자 탄압도 분명 거세긴 합니다만, 캄보디아 처럼 파업을 했다는 이유로 총에 맞아 죽는 일은 일어나지 않고 있지 않습니까? "최저임금을 당장 두 배로 올려라"는 주장은 이제 부정할 수 없는 국제노동자들의 요구입니다.

지난해 말 일어난 민주노총 침탈사건은, 박근혜 정권의 반노동정권으로서의 성격을 분명하게 표방한 사건입니다. '정부는 앞으로 노동자를 떳떳하게 공개적으로 탄압하도록 하겠습니다'라는 대국민 성명을 낸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이렇게 노골적인데도 사실 민주노총으로 대표되는 노동계에 대한 다수 국민들의 그리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그들 대부분이 비정규직 노동자인데도 말입니다. 여전히 '귀족노조' 프레임도 잘 먹히고 있습니다. 그것은 그들이 민주노총을 노동자의 대표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며, 노동계의 요구들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감성적으로 크게 다가오는 면들이 없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현재 민주노총은 박근혜 퇴진을 천명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의 225 국민총파업도 같은 맥락에서 기획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죄송스럽게도 국민총파업의 현장은 공허했고, 무력했으며, 허무했습니다. 박근혜 퇴진이라는 말은 마치 종교적 주문마냥 허공을 맴돌기만 할 뿐, 첨예한 전선에 앞세울 구체적이고 강력한 주장은 사실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니다. 말도 타고 깃발도 들고 성문을 향해 돌진했는데, 막상 충차가 없어 성문 앞에서 나팔만 불다 돌아온 꼴입니다. 여리고의 성벽은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노동자들이 자신의 편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게 하기 위해서는 박근혜 정권과 대립한 거울 속의 요구를 내밀어야 합니다. '좋은 시간제 일자리'라는 허울 좋은 명명 아래 그들이 추진하고 있는 전국민 '알바화'에 맞서서,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요구해야 합니다.

자본가들이 느끼기에 대폭인 수준이 아니라, 실제로 최저임금에 시달리는 노동자 국민들이 느끼기에 대폭인 수준으로 말입니다. 한편으로는 박근혜 정권의 직설적인 반노동 입장에 타협 없는 요구를 제출하고, 한편으로는 민주노총이 비정규노동자들, 바로 국민들의 편임을 알리기 위해 최저임금을 체감 수준으로 인상하도록 투쟁하겠다고 밝혀야 합니다. 최저임금은 미조직 비정규노동자들의 삶의 문제이자, 모든 노동자들의 당면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 중 최저임금 1만 원, 한 달이면 200만 원의 임금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없을 것입니다. 목표치에 근접하게 다다를 수 있을지를 걱정하는 것은 나중의 일입니다. 노동자의 대표가 해야 할 일은 타협 가능한 중간지점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의 현실과 요구를 대변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민주노총이 노동자민중의 희망이라면, 바로 지금, 희망의 언어를 걸고 노동자민중의 선두에서 싸워야 할 것입니다.

올해의 최저임금 결정시기에는 같은 장소, 같은 마음 뿐만 아니라 같은 말로 싸울 수 있기를 고대하겠습니다. 두서 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덧붙이는 글 | <최저임금 1만원위원회>는 <최저임금위원회>에 대항해 만들어진 네트워크 연대체입니다. 두런두런, 알바노조, 연구공간L, 좌파노동자회,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노동당 청소년위원회, 청년좌파(준),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충남비정규직지원센터, 혁명기도원 등 10개의 단체가 모여있으며, 2014년 최저임금 결정시기에 최저임금위원회 앞에서 시간당 최저임금 1만원과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하며 노숙농성투쟁을 벌였습니다.



태그:#최저임금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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