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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암마을 설화산과 어우러진 초가집. 사진 중간 하단에 있는 누렁바둑이는 외암마을의 감시견(?)이라고 한다.
▲ 외암마을 설화산과 어우러진 초가집. 사진 중간 하단에 있는 누렁바둑이는 외암마을의 감시견(?)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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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암마을 외암마을은 설화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시냇물을 마을 안쪽으로 끌어왔다.
그렇게 끌어들인 물은 연못이나 빨래터로 사용되었다. 마을 주민들의 지혜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사진은 물래방아를 재현해 놓은 곳이다.
▲ 외암마을 외암마을은 설화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시냇물을 마을 안쪽으로 끌어왔다. 그렇게 끌어들인 물은 연못이나 빨래터로 사용되었다. 마을 주민들의 지혜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사진은 물래방아를 재현해 놓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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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뒤에 서 있는 설화(雪華)산 때문일까? 예안 이씨의 집성촌인 충남 아산, 외암마을의 첫 느낌은 '잘 생겼다'였다. 설화산이 외암마을을 든든하게 감싸주고 있는 모습은 풍수지리에 '풍'자도 모르는 사람도 이곳이 명당 마을이라는 걸 직감하게 될 것이다. 괜히 하는 소리가 아니다. 여행객들의 시선을 단박에 사로잡을 정도로 이곳은 산과 들판, 그리고 마을이 서로 '잘 생기게' 어우러진 곳이다. 어쩌면 역마살이 붙은 '노마드'들도 이 마을의 풍광을 보고 있노라면 고향생각에 젖어들어 수구초심(首丘初心)에 빠질지 모른다.    
 
기와집과 초가집이 옹기종기 모인 이 아늑한 마을을, 여행이 아닌 '비즈니스' 차원에서 방문했다고 하면 엇박자가 날 수도 있다. 이곳은 패스트푸드보다는 누룽지를 박박 긁어 먹고 싶은, 그런 느긋한 곳인데 업무 특성에 맞춰 날카로운 시선을 유지해야 한다면 무척 피곤한 일이 될 테니까.

농어촌 체험학습의 검열관(?)

지난 2월 20일, 필자는 농어촌공사가 주관하는 농촌체험학습평가단의 일원으로 외암마을 방문했다. 농촌체험학습의 주요 고객은 초등학생들이라 초등학교 교사들의 평가가 중시된다. 하지만 제3자적인 시각도 필요하기에 필자와 같은 여행프리랜서들이 그 자리를 메우게 된다. 한편 평가를 수행한 교사분들의 자제들도 외암마을에 동행했는데 필자는 이 녀석들이 하는 행동들을 주시하며 관찰했다.

외암마을 연자방아
▲ 외암마을 연자방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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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본업은 역사트레킹이지만 평소부터 농어촌 체험문화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터라 그 자리에 서게 된 것이다. 그렇게 업무라는 꼬리표(?)를 달고 외암 마을을 방문하니 후더분한 눈빛보다는 검열관과 같은 날카로운 눈매를 지녀야 했다. 한 박자 쉬어 가고 싶은 민속마을에서 검열관과 같은 냉철한 태도를 지녀야 했으니 무척 곤란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업무는 업무다. 밥벌이는 해야지. 그래서 농어촌 체험학습의 성과를 높일 수 있는 평가 요인들을 제시해본다.

1. 활동성
2. 결과물의 생성
3. 흥미성
4. 학습성

여기에 나열된 항목들은 체험학습의 참관 혹은 도우미로 참여했던 필자의 경험과 여타 다른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한 것이다. 각 항목별로 서열이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모든 체험학습이 위에 제시된 요인들을 다 포함하고 있지 않다. 예를 들어 김치 담그기 같은 체험은 귀가할 때 자신이 담근 김치를 포장해 가지만 투호나 널뛰기 같은 전통놀이 체험은 결과물이 생성되지 않는다. 그저 놀이 참여자체가 무형의 결과물인 것이다.

활동성은 참가자 개개인이 체험의 주체가 되는 것을 말한다. 앞 줄에 있는 몇 명만 행위에 참여를 하면 뒤에 선 아이들은 딴짓을 하게 될지 모른다. 그래서는 안 된다. 뒷줄에 있는 아이들도 참여를 하러 왔지 뒷짐 지고 있으려고 농촌에 온 건 아니니까.

결과물의 생성은 아이들에게 자신의 손으로 무언가를 이루었다는 성취감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달걀꾸러미를 만드는 짚풀공예 체험에 참여한 아이들은 자신이 만든 결과물을 집으로 가져와 가족들에게 자랑을 할 것이다. 그럼 가족들은 칭찬을 할 것이고, 아이는 더욱더 성취감을 강화할 수 있다. 물론 달걀꾸러미를 엉망으로 만들면, 반대로 가족들에게 면박을 당할 수 있지만.

흥미성은 가장 중요한 요인일지 모른다. 고리타분한 체험활동을 교실 밖에서까지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신나는 일이라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해당 체험에 빠져 들어가기에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흥미성을 돋우는 것은 무척 중요한 일이다.      

외암마을 외암마을 참판댁. 참판을 지낸 이정렬에게 조선 고종이 사액한 고택이다. 외암마을 참판댁은 중요민속자료 제195호로 등재되어 있다.
▲ 외암마을 외암마을 참판댁. 참판을 지낸 이정렬에게 조선 고종이 사액한 고택이다. 외암마을 참판댁은 중요민속자료 제195호로 등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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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평가를 내렸나?

그럼 필자는 외암마을에서 어떤 체험활동을 했고, 어떤 평가를 내렸나? 필자는 '냅킨을 이용한 핸드폰가방 만들기'와 '손두부 만들기'를 직접 체험했고, 그에 대한 평가를 했다. 냅킨에 그려진 캐릭터들을 잘라, 풀로 손가방에 붙이는 것이 핸드폰가방 만들기 체험이었다. 학창시절의 공작시간이 연상된 순간이었다. 손재주 없다고 무척 면박을 당했던 아픔도 떠올랐던 시간이었다.

손두부 만들기는 단골로 등장하는 체험활동 중에 하나다. 맷돌만 여러개 준비되어 있다면 손쉽게 아이들의 참여를 높일 수 있는 활동이다. 실제로 동행한 초등학생 아이들은 어처구니(맷돌 손잡이)를 돌리며 신나했다. 아이들에게는 어처구니를 돌리는 일 자체가 재미있는 일이었을 것이다. 또한 자신이 돌린 맷돌 사이로 흘러나온 흰 비지가 흘러나오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었을 것이다. 어떤 녀석은 맷돌을 돌리며 손으로 비지를 찍어 먹기도 했다.

그렇다면 필자는 어떤 평가를 내렸나? 솔직히 위에 언급된 체험학습들은 도시에서도 할 수 있다. 외암마을에서만 할 수 있는 체험은 아닌 것이다. 이야기를 확장해 보자. 다른 마을의 체험학습 리스트들을 보면 중복되는 활동들을 여러 개 발견할 수 있다. 깍두기 만들기, 한지공예, 김치 담그기 등 마치 우리나라 어느 관광지를 가도 똑같은 기념품들이 진열되어 있는 것과 같은 현상이 체험학습 시장에도 존재하는 것이다.

외암마을 외암마을의 참판댁.
▲ 외암마을 외암마을의 참판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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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요커 스타일'과 '내고향 6시'

그럼 필자는 검열관과 같은 날카로운 눈매로 낙제점을 주었는가? 아니다. 후한 점수를 주었다. 필자는 아이들이 대도시를 벗어나 흙과 전통문화에 접할 수 있는 것 자체를 중시한다. 점점 더 벌어지는 도시와 농어촌의 간극을, 미흡하지만 이런 체험활동을 통해서라도 채워야 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1만 1천 킬로가 떨어진 뉴욕의 일상은 '뉴요커 스타일'로 끊임없이 소비되지만, 불과 고속버스로 2~3시간 걸리는 우리 농어촌의 일상은 '내고향 6시' 정도로만 편성될 뿐이다. 도시인들에게는 오히려 우리의 농어촌보다 미국 대도시의 사람들과 더 많이 닮아 있을지 모른다.

테이크아웃 커피를 마시고, 타블릿PC로 자료를 검색하고, 보안카드를 찍고 사무실로 출근하고... 이번 체험에 동행했던 초등학생 아이들의 부모 세대, 즉 대도시에서 나고 자란 지금의 30~40대들도 리스트에 나열된 체험활동 리스트들이 익숙지 않을 것이다. 아파트 놀이터에서 유년기를 보냈던 그들이 짚신을 잘 만들 수 있겠는가?

두부만들기 아이들은 어처구니를 열심히 돌리며 두부를 만들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선행학습이 아니고 노는 것이다. 아이들은 놀 준비가 되어 있다!
▲ 두부만들기 아이들은 어처구니를 열심히 돌리며 두부를 만들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선행학습이 아니고 노는 것이다. 아이들은 놀 준비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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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놀 준비가 되어있다!

체험활동에 참가한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이런 생각이 든다.

'아이들은 놀 준비가 되어있다!'

접착제를 붙인 듯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던 스마트폰을 뒤로 하고 열심히 체험활동에 빠져든 아이들의 모습에서 그런 말들이 읽혀졌다. 

필자가 부족하지만 농어촌체험학습을 옹호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해당마을의 재방문율이 바로 그것이다. 학교에서 체험활동을 한 아이들이 가정으로 돌아가 해당마을에 대해 입소문을 내면, 부모들은 아이 손을 붙잡고 그 마을을 방문하여 숙박을 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가족들과 함께 1박을 하며 체험활동의 여운을 되새기게 될 것이다. 이런 식의 재방문율의 증가는 농촌 소득증대에도 큰 도움이 된다.

핸드폰가방 필자가 만든 핸드폰 가방. 나름대로 수작이라고 자평해본다. 독자들의 후덕한 평가도 기대해본다.
▲ 핸드폰가방 필자가 만든 핸드폰 가방. 나름대로 수작이라고 자평해본다. 독자들의 후덕한 평가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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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암마을은 여러번 방문해도 좋다. 앞서 언급했듯이 설화산이 잘 품어주고 있는 이 민속마을은 정겨움이 넘치는 곳이기 때문이다. 초가집에서 하룻밤을 보낸다면 아이들보다 아빠가 더 신날지 모른다. 느긋하게 초가집에서 1박을 한 후, 아이들과 함께 외암마을의 자랑인 돌담길을 따라 동네 한바퀴를 산책한다면 상쾌함이 더할 것이다.

필자도 외암마을을 재방문을 할 생각이다. 그때는 날카로운 검열관의 눈매가 아닌 '수구초심'의 감흥에 젖어 있는 눈으로 이 민속마을 곳곳을 탐방할 생각이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설화산에도 올라 풍수지리적인 시각으로 외암마을을 바라볼 생각이다. 그러려면 풍수지리 책도 몇 권 보고 가야겠지. 그럼 풍수지리 체험학습이 되는건가?

 
돌담길 돌담길은 외암마을의 또다른 자랑거리이다. 전통가옥과 어우러진 돌담은 산책의 동반자가 되어 줄 것이다.
▲ 돌담길 돌담길은 외암마을의 또다른 자랑거리이다. 전통가옥과 어우러진 돌담은 산책의 동반자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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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도움말

1. 외암마을은 아산시내에서 약 7km 정도 떨어져 있다.
2. 교통편: 서울 강남터미널에서 아산행 고속버스 이용(약 1시 30분 소요 / 배차간격 30분) ▶ 강당골행 시내버스 탑승(약 40분 소요 / 배차간격 40분)
3. 입장시간: 9시~17시 30분(동절기: 17시)
4. 문의전화: 041) 541-0848

제 다음블로그에도 게재합니다.

http://blog.daum.net/artpu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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