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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사진찍기를 하느라 학사모와 꽃다발을 소나무 아래 두었다.
▲ 학사모와 꽃다발 친구들과 사진찍기를 하느라 학사모와 꽃다발을 소나무 아래 두었다.
ⓒ 이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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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졸업을 축하하기 위해, 모 대학의 졸업식을 찾았다. 기나긴 전통을 자랑하고 국내에서 엘리트 대학으로 손꼽히는 곳이지만, 이곳에서도 국내의 취업난의 그늘은 다르지 않았다.

내가 본 졸업 풍경은 희망과 서글픔, 안타까움의 감정들이 몽타주처럼 얽힌 풍경이었다. 모두가 졸업하는 날이지만, 당당히 취업에 성공한 이들의 얼굴에는 자신만만한 웃음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그에 비해 취업하지 못한 이들의 얼굴에는 걱정스런 표정이 역력했다. 함께 찍는 사진 속 얼굴에서도, 가족과 대면한 얼굴에서도, 친구들을 대면한 얼굴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일본이나 한국에서는 '졸업(卒業)'이란 단어를 쓰지만 중국에서는 '필업(畢業)이라는 단어를 쓴다고 한다. 우리가 쓰는 졸업의 '졸(卒)'자는 '마치다, 죽다, 끝내다'란 뜻으로 '필(畢)'자와 비슷한 한자어이긴 하나 '필'자에는 없는 '갑자기, 별안간, 돌연히'같은 부정적인 의미로도 쓰인다.

졸업이란 의미는 글자 그대로 '마침'과 '끝남'을 뜻하지만 어떤 이에게는 '갑작스러움'이기도 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갑작스러운 졸업과의 대면은 단순히 개인의 노력의 부족 때문일까. 여기에는 개인의 책임만 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전적으로 사회의 책임이 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요즘 내수 시장이 점차 악화되고 있다고 문제제기가 끊임없이 되고 있다. 이로써 내수 시장에 기대고 있는 국내 기업들도 점차 위기에 처해가면서 경제가 위축되어진다. 취업난이 더욱 깊어지는 것은 당연지사. 문제의 원인이야 많지만 전 정권에서 행한 정책실패, 과도한 대기업 몰아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수자원 공사는 이번에 4대강 사업이나 경인아라뱃길 사업으로 누적된 부채를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메우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불어난 부채 10조 원은 세금을 올린다고 메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외 구조조정이나 자산매각, 원감절가등 강도 높은 자구 노력을 하겠다고 한다. 그래도 문제해결의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코레일은 부동산 투자를 하다가 실패한 부채 때문에 민영화를 실시한다. 그 과정에서 철도노조의 반대를 꺾기 위해 대규모 구조조정까지 실행했다. 수많은 이들이 실업자가 되었다. 대중교통이었던 전철, 기차의 요금인상이 예상되고 있다.

우리 사회 전체가 이러한 수자원공사나 코레일과 같은 공기업들이 처한 늪에 빠져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채용은 늘리지 못하는 마당에 오히려 감축계획을 불사해야 한다. 그래도 살아날 수 있는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것인가. 돈이 돈을 낳는다는 원칙을 갖고 쉽게 돈벌이를 하려고 하는 욕망에 가득 찬 졸부들도 문제이고, 자유사징경제중심에서의 끝임 없는 탐욕도 문제요, 인사자리 몰아주기나 하고 있는 높은 자리에 앉아 있는 관료들의 행태도 문제이다.

어디에서나 양심적인 모습은 보이지 않고 개인의 이익만을 위해 양심을 거스르는 행동이 만연한 것이 우리 사회 전체를 점차 어렵고 힘들게 만들고 있다. 그래서인지 졸업식 풍경에서 만날 수 있었던 얼굴은 늪에 빠진 우리 사회의 모습의 단면을 보는 듯하다.

졸업 이후, 걸어야 할 길은 붉게 물든 대지 위에 아무렇게나 그어진 선을 따라 걷는 것과도 같아 보인다.
▲ 치열한 핏빛 길 졸업 이후, 걸어야 할 길은 붉게 물든 대지 위에 아무렇게나 그어진 선을 따라 걷는 것과도 같아 보인다.
ⓒ 이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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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대학 졸업식, #졸업식 꽃다발, #학사모, #졸업 이후, #사회 초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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