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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해양경찰청 특수구조단 신승용 경사와 이순형 경사가 입원한 병원으로 서병규 부산해양항만청장이 찾아왔다. 서 청장은 대규모 기름 유출 사고를 막아낸 두 경찰관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남해해양경찰청 특수구조단 신승용 경사와 이순형 경사가 입원한 병원으로 서병규 부산해양항만청장이 찾아왔다. 서 청장은 대규모 기름 유출 사고를 막아낸 두 경찰관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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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부산기름유출 '2시간 사투' 벌인 해경 대원
ⓒ 강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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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오후 2시 20분. 다급한 신고가 해양경찰로 날아들었다. 부산 태종대 남서쪽 6km 해상에서 선박끼리 충돌이 발생해 대량의 기름이 바다로 흘러나오고 있다는 신고였다. 해양경찰 헬기가 도착한 시간은 오후 4시께. 거대한 너울에 화물선이 갈팡질팡하고 있었고 기름도 속절없이 바다로 쏟아지고 있었다.

다급해진 남해해양경찰청 특수구조단 신승용(42) 경사가 먼저 로프를 잡고 구멍이 난 선박의 왼쪽 측면으로 내려갔다. 이순형(36) 경사도 뒤따라 사고 부위로 접근했다. 거센 파도와 내뿜는 기름에 맞서기를 두 시간여째, 마침내 흘러나오던 기름이 멎었다. 자칫 인근 양식장과 남해안이 기름범벅이 될 뻔했던 아찔한 상황이 더 이상의 피해없이 마무리 되는 순간이었다.

이후 신 경사와 이 경사는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17일 오후 부산 영도병원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난 두 경찰관의 건강은 사고 당일에 비해서 좋아진 상태라고 했다. 신 경사는 "벙커C유(기름)가 온 몸에 진득진득하게 달라붙어 씻어내는 데만 세시간이 걸렸다"며 "온 몸이 부어 약을 먹고 주사를 맞았고 지금은 많이 가라앉아서 좋아졌다"고 말했다.

신 경사는 당시 사고 현장의 이야기도 생생하게 전했다. 특수부대 출신으로 구조 전문가인 15년차 신 경사와 8년차 이 경사에게도 이번 사고는 전에 보지 못한 상황이었다. 신 경사는 "파공 부위가 굴곡이 진 부분이다 보니 로프로 접근하기가 쉽지 않아 너울의 반동을 이용해 떨어졌다 붙었다를 반복해 작업을 했다"며 "원뿔형 쐐기를 박은 후에도 새어나오는 기름을 손으로 막으며 헝겊을 쑤셔넣었다"고 말했다. 

시간과의 싸움이었고 답답함이 커져갔다. 신 경사는 "기름이 미끄럽고 유증기가 계속 나와 구멍을 틀어막는 쐐기가 계속 미끄러져 작업하는데 시간이 걸렸다"며 "생각은 앞서가는데 몸이 안 따라주니까 나중에는 손이 딱딱해져 움직이지 않았고 기름이 눈 쪽으로 튀어 시야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관들 "마땅히 해야 할 일"

남해지방해양경찰청 특수구조단 소속 신승용, 이순형 경사가 지난 15일 오후 부산 영도구 태종대 남서쪽 6km떨어진 남외항에서 충돌사고 후 벙커C유가 유출되는 라이베리아 선적 8만8000t급 화물선 캡틴 반젤리스 엘호의 왼편 연료탱크 부위 구멍(가로 20㎝, 세로 30㎝)을 로프에 매달려 나무쐐기 등으로 틀어막는 작업을 하고 있다. 작업을 마친 해경 대원들이 벙커C유를 뒤집어 쓴 모습으로 나오고 있다.
 남해지방해양경찰청 특수구조단 소속 신승용, 이순형 경사가 지난 15일 오후 부산 영도구 태종대 남서쪽 6km떨어진 남외항에서 충돌사고 후 벙커C유가 유출되는 라이베리아 선적 8만8000t급 화물선 캡틴 반젤리스 엘호의 왼편 연료탱크 부위 구멍(가로 20㎝, 세로 30㎝)을 로프에 매달려 나무쐐기 등으로 틀어막는 작업을 하고 있다. 작업을 마친 해경 대원들이 벙커C유를 뒤집어 쓴 모습으로 나오고 있다.
ⓒ 남해해경청/부산해경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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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상황 속에서도 경찰관의 머릿 속은 얼른 이 사고를 수습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신 경사는 "생각보다 큰 사고 모습에 얼른 수습을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며 "빨리 막지 않으면 생각 이상으로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경찰관은 자신들에 대한 관심과 칭찬에 감사를 표하면서도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었다고 말했다. 경찰관들이 인터뷰를 하고 있던 중에도 서병규 부산해양항만청장이 병실을 찾아왔다. 서 청장은 두 경찰관들에게 연신 감사를 표했다. 서 청장은 "추가 유출이 없어 정말 다행이었다"며 "현재 풍랑주의보가 내려 작은 배들은 철수했고 큰 배들이 남아 예찰 중인데 해류 등을 봤을 때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말을 이어가던 서 청장은 "국민의 아들을 위험 상황에 처하게 한 것이 정책당국자로는 가슴이 아픈 일이다"고 말하며 잠시 감정이 복받친 듯 울먹이기도 했다. 이런 감사 인사에 신 경사는 "기본 임무를 한 것이고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과분한 관심을 주신 것에 몸들 바를 모르겠다"고 손사래를 쳤다.

짧은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서는 길에 이 경사가 기자를 다시 불렀다. 이 경사는 이 말을 꼭 전해달라고 했다. 그는 "대원들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인데 저희들만 영웅이라며 부각이 되는 게 안타깝다"며 "당일 현장에서도 선박 위에 있는 대원들의 제대로 된 지원이 없었다면 작업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경사는 "작업을 함께 한 해양경찰청 특공대원들과 특수구조단, 부산해양경찰서 122 구조대, 근처에서 통제를 해준 해양경찰 직원들이 없었다면 절대 완벽한 임무를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몇 번이나 강조했다.


태그:#신승용, #이순형, #해양경찰, #기름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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