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주말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는 원로작가 김수현의 작품이다. 이 드라마는 그간 그의 작품들에 비해 큰 화제성을 불러 모으지 못하고 있는데, 시청률 또한 10%를 조금 웃도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여러 면으로 종합해 볼 때, 이 드라마는 늘 승승장구했던 김수현의 이력에 오점(?)을 남길지도 모른다는 예상을 하게 만든다. 그러나 외적 성과와는 별개로,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과 개연성 면에서도 크게 무리 없는 전개는 작가의 힘이 여전히 건재함을 보여주고 있다.


완벽한 듯한 김수현의 드라마에 아쉬운 점은 없을까

김수현의 작품 속 각각의 캐릭터들은 여전히 남다른 개성을 뽐내고 있다. 또한, 현실과 크게 괴리되지 않는 설정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가운데 작가의 뒤처지지 않는 감각이 곳곳에 드러나고 있는데, 역시나 그가 백전노장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점이다.
 
그렇다면 김수현의 드라마들에서 아쉬운 점은 없을까? 작정하고 굳이 찾아보자면 그의 작품들에도 분명 눈에 띄는, 고개를 조금 갸우뚱하게 만드는 점들이 있다. 그 하나는 우리의 드라마들의 주된 내용을 차지하는 '결혼', '이혼' 등이 그의 작품들에서도 여전히 주요 소재라는 점이다.

사실 드라마 내에서 추상적이며 철학적인 내용보다는, 인물들 간의 감정, 안타까운 상황 설정과 그것의 해결 등을 중시하는 우리의 정서를 고려한다면(이것이 보편적이며 타당한 주장임을 확실히 증명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대부분 후자로 비교의 대상이 많지 않아 상황을 유추할 수밖에 없음은 매우 아쉬운 일이다.)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김수현의 드라마는 그러한 비슷한 드라마들 사이에서 눈에 띄는 독특함을 뽐내고 있다. 비록 강한 호불호는 있을지언정, 그가 만들어내는 독특한 어투는 '김수현 표'라 할 수 있을만한 개성으로 인정받아왔고, 인간 군상을 다양한 시각, 색다른 각도에서 통찰해내는 작품들로 그 힘을 보여주고 있다.


저마다 잘난 인물들, 그러나 독립은 별개의 문제? 설정이 아쉬운 이유는 바로 그것

위의 것 외에 또 하나의 아쉬움을 들라면, 주요 인물들이 미처 어른이 되지 못한, 독립적이지 못한 불완전한 캐릭터로 구성되는 일이 많다는 점이다. 몇 가족이 와글와글 모여 살던 예전의 설정에서 조금 벗어나 최근 그 숫자가 조금 줄어들기는 했지만, 김수현의 드라마 속 자녀들은 결혼한 후에도 여전히 부모와 동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작품 속 인물들은 쉴 새 없이 대사를 쏟아내며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곤 한다. 그들은 마치 한 치의 양보도 허락하지 않는 듯하며, 부조리한 일들에는 과감히 몸까지 던질 수 있을 것 같은 기세다. 그런 그들에게 부족한 것이 바로 홀로서기라니. 이런 아이러니가 있을까.

특히 그러한 경향은 상대적으로 재력이 큰 부모에게서 더욱 많이 발견되는데, 세계관이 확고하며 누구보다 첨단의 사고를 하는 인물들에게서 여전히 발견되는 비독립성, 그것은 작가의 현실 비판, 혹은 상황을 타개하라는 작가의 외침일까?

그러나 그러한 상황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청자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아직도 부모의 재력에 따라 효도의 양(?)을 임의로 정하기도 하며, 그 재력으로 자녀들을 조종(?)하기도 하는 등의 불합리하며 전근대적인 사고가 남아있는 세상에서 말이다.

어쩌면 드라마의 그러한 설정은 우리의 실제 상황을 더욱 고착화하는, 잘못된 버릇을 그대로 유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닐까? 바로 그런 면에서 김수현의 드라마가 가끔 아쉽다. 만일 그것이 비판이라면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그렇지 않다면 이제는 조금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어른스러운 어른들'을 만나고 싶다고 한다면 너무 큰 바람일까?

외형은 최신의 스마트폰, 비밀번호를 풀고 들어가면 90년대의 구식 콘텐츠를 만나는 느낌. 김수현은 과연 그것을 타개할 수 있을까? 아쉬움이 큰 만큼 기대감 또한 커져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