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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원천동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의 '내란음모' 사건 결심공판 모습이 역사적인 재판인 것을 고려해 시작전 10분가량 언론에 공개되었다.
▲ 언론에 공개된 '내란음모' 결심공판 지난 3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원천동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의 '내란음모' 사건 결심공판 모습이 역사적인 재판인 것을 고려해 시작전 10분가량 언론에 공개되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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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 의원 등의 내란음모사건 재판은 지난 4개월간 약 50여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나는 검찰이 재판과정에서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믿을 만한 증거를 얼마나 제출했는지 그리고 변호인 측이 공소사실을 어떻게 반박했는지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판결에 대한 전망을 밝힐 입장이 못 된다. 다만, 재판부가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공정하고 엄중하게 심리를 했을 것이기 때문에 현명한 법적 판단이 내려질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이 사건 재판결과에 대한 입장은 극명하게 갈리겠지만, 이 사건에 적용된 법이 정당했는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크고, 역사적 의의 역시 큰 사건이라는 점에는 이론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검찰은 의견서를 통해 "1980년 대법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학원의 폭력시위를 조장하고 전 국민적인 봉기를 촉구하는 선언문을 발표해 내란음모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봤고, 2004년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되긴 했지만 '내란음모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는 자체를 부인한 것은 아니다"라는 논리를 편 것으로 알려졌다(관련기사 : "김대중 대통령이 내란음모? 검찰 5·18 모독").

위와 같은 논리는, 2004년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재심재판을 담당한 재판부의 '전두환 등의 헌정질서 파괴 범행을 저지하거나 반대함으로써 헌법의 존립과 헌정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위법성이 없는 정당행위여서 무죄'라는 판단을 형식적으로 해석한 데 기인한다. 검찰은 무죄의 근거가 '위법성이 없다'는 점이었기 때문에 그 전제인 구성요건 해당성은 인정했다고 볼 여지가 다분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무죄판결 난 '김대중 내란음모' 꺼낸 검찰, 몰역사적

김대중은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으로 군법회의에서 사형선고를 받았다.
 김대중은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으로 군법회의에서 사형선고를 받았다.
ⓒ 김대중평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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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검찰의 이 논리는 지극히 형식적인 법 해석으로, 정당하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역사적 인식에도 문제가 있다. 내란음모죄는 '국헌을 문란할 목적' 등이 있어야 성립하는 범죄다. 여기서 '목적'은 일반적으로 구성요건의 한 요소로 보고 있다. 검찰의 논리는 '김 전 대통령에게 국헌 문란 등의 목적이 있었지만, 전두환 등의 헌정질서파괴범행을 저지한 행위여서 정당행위였다'는 것인데, 이는 명백히 양립할 수 없는 모순된 해석이다.

그리고 검찰의 주장대로 재심재판부가 '김 전 대통령이 내란음모의 실행행위를 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즉 구성요건 해당성을 인정했다'고 볼 여지가 다분하려면, 재심 판결에 구성요건 해당성에 대한 판단이 단 한 줄이라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재심 판결은 검찰 측의 논리를 뒷받침하는 판단을 한 적이 없다.

재심 판결은 5·18민주화운동등에관한특별법(5·18특별법)의 취지를 감안해 무죄 판단의 근거를 '헌정질서 파괴 범행에 저항한 위법성이 없는 정당행위'라는 관점에서 바라본 것이지, 검찰의 주장대로 내란음모의 구성요건 해당성을 인정하는 전제에 선 판단은 결코 아니다. 그리고 재심청구의 근거가 된 5·18특별법에 따라 수많은 관련자들에 대한 피해배상과 명예회복조치가 이뤄졌다. 검찰은 이러한 역사적 사실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검찰청법 제4조 제1항은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법원에 대한 법령의 정당한 적용을 청구할 직무와 권한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당한 법령 적용의 청구는 검사의 권한임과 동시에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다. 그런데 검찰이 선고를 앞두고 던진 형식 논리는 정당한 법 적용의 청구로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몰역사적인 행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모순된 형식논리가 이석기 등 내란음모 사건의 재판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검찰이 선고를 앞두고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을 들이댄 것은 역사적 의의가 큰 사건에 정당한 법 적용을 청구했는지에 대한 의심을 갖게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박준영님은 변호사입니다. 박준영 변호사는 지난 2010년 '수원 노숙소녀 사건' 대법원 무죄 판결을 이끌어내기도 했습니다.



태그:#내란음모사건, #이석기, #통합진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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