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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무죄를 선고 받은 가운데, 7일 오전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권은희 전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현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1심 재판부의 무죄 판결에 대해 "전혀 예상 못한 충격적인 결과였다"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 권은희 "법원 명확한 판단 위해 노력"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무죄를 선고 받은 가운데, 7일 오전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권은희 전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현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1심 재판부의 무죄 판결에 대해 "전혀 예상 못한 충격적인 결과였다"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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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13일 오후 2시 6분]

이번 경찰 정기인사는 68년 여경 역사상 최대의 진급 풍년이었다. 작년 국정감사 때 경찰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10만 3000여 명 경찰관 중 여성은 약 7800여 명으로 7.6%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일선 경찰서장을 맡는 직급인 총경은 단 8명, 전체 490명의 1.6%에 불과했다. 군인의 '별'에 해당하는 '경무관' 이상 고위직 역시 전체 46명 중에서 단 2명뿐이었다.

그런데 이번 인사에서 경찰 총수 다음 서열인 치안정감이 배출되고, 역대 4번째 경무관이 탄생했으며 총경도 한꺼번에 3명씩이나 나오는 등 그야말로 여경들의 화려한 승진 잔치가 벌어졌다. 최초 여성 대통령의 배려 때문이었을까? 

청와대에 인사수석실을 설치하여 여성인재 발굴에 힘을 쏟은 참여정부는 여경들의 다양한 활약상을 고려하여 2005년부터 여경을 우대하는 '여경 승진목표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즉, 총경과 경정의 경우 승진 대상 인원의 30%를 여경에게 별도로 배정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인사제도비서관으로 경찰 인사추천 담당했다

이 목표는 비록 달성되지는 않았지만 많은 여성 총경, 유능한 여성 경무관 탄생에 기여하게 된다. 필자는 2004~2006년 사이 청와대에서 균형인사행정관으로 '여성공직 임용확대'를 담당했고, 인사제도비서관으로 승진해서는 경찰 인사추천을 담당했다.

다음은 여경 신기록 보유자들이다.

1호 총경 김강자. 여경으로는 가장 낯익은 이름이다. 전남여고 졸업 후 1971년 순경 공채로 경찰에 입문한다. 고령 수학으로 조선대 병설여자초급대학을 거쳐 이화여대에서 석사를 마쳤다. 27년 만인 1998년 국내 여성 1호 총경으로 승진하여 충북 옥천서장으로 부임, 티켓다방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펼쳐 명성을 날린다.

2000년 서울 종암서장으로 왔는데 관할구역에 '미아리 텍사스'라는 유명한 성매매집결지가 있었다. 성매매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며 '미아리 포청천'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당시 MBC 인기 다큐멘터리 <성공시대>에서 1호 여성 경찰서장의 성공신화를 방영하기도 했다. 지나친 언론 플레이와 오버 액션으로 1호 경무관의 꿈은 접어야 했다.

1호 경무관, 1호 지방경찰청장 김인옥. 동아대 1학년에 재학 중이던 1972년 여경 공채 1기로 순경 계급장을 달았다. 주경야독으로 2004년 서울사이버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이후 동아대 행정대학원을 다녔다. 27년 만인 1999년 총경으로 진급, 고향인 경남 의령서장으로 부임한다. 이후 서울 방배서장 등 3곳의 경찰서장을 거쳤지만 선배 김강자의 그늘에 가려 항상 '2호'에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경무관에 승진한 뒤로부터는 명실상부한 '1호'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여성우대 및 지방분권이라는 참여정부의 인사정책 기조를 등에 업고 2004년 고위직인 여성 1호 경무관으로 진급했으며, 2005년에는 여성 1호 지방경찰청장인 제주경찰청장으로 임명된다. 그러나 2001년 총경 시절, 한 수배자에게 운전면허증을 부정하게 발급받도록 도와준 혐의가 뒤늦게 드러나 부임 6개월 만에 직위해제를 당한다. 대통령 고향 김해 출신이라는 배경이 작용했다고 말이 많았던 여성 경무관 1호의 날개는 그렇게 허무하게 접히고 말았다.

1호 치안감, 1호 치안정감 이금형. 청주 대성여상 졸업 후 1977년 여경 공채 2기로 경찰에 투신하였다. 뒤늦은 향학열로 고교 졸업 18년 만에 방송대를 마치고, 2008년 동국대에서 경찰행정학 박사를 취득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2003년 여성 3호 총경으로 승진, 참여정부로부터 충북 진천서장 사령장을 받는다. 2009년 여성 2호 경무관을 거쳐 2011년에는 여성 1호 치안감으로 승진, 광주경찰청장으로 영전한다.

2012년에는 핵심 요직인 본청 경무국장을 거쳐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치안정감 승진후보자 자격으로 경찰대학장에 임명된다. 그리고 드디어 지난 정기인사 때 치안정감에 정식으로 승진, 68년 여경 사상 최고의 계급장을 달고 부산경찰청장으로 부임한다.

이 청장은 가정·학교폭력, 실종아동, 성매매 등 여성·아동·청소년 관련 치안업무 1인자로 평가받고 있다. 2006년 서울 마포서장 재직 시절, 연쇄 성폭행범 '마포 발바리'를 검거했고, 광주경찰청장 부임 직후에는 증거 불충분으로 법의 심판을 받지 못했던 이른바 '도가니 사건'을 재수사해 관련자 14명을 적발하는 등 장애인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이끌어 낸 장본인이다.

이 청장은 여경 최초로 경찰총장에 도전할 자격을 얻었으나 2008년 동국대에 제출한 박사논문 중 다른 사람의 논문을 통째로 베낀 부분이 11개 단락이나 있는 점이 지난해 정기국회 때 밝혀졌다. 경찰청장은 정무직이며,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는 자리인 만큼 그녀의 도전은 아무래도 여기서 멈춰야 할 것 같다.

지방 1호 총경, 지방 1호 경무관 설용숙. 1977년 순경 공채 28기 출신이다. 충북 보은이 고향이지만 1986년 경북경찰청에 전입하여 대구경북 지역에만 28년을 근무하며, 늦깎이로 대구대 행정학과와 경북대 행정학 석사를 마쳤다. 2005년 지방분권정부 참여정부에서 지방 1호 여성 총경이 되었고, 이듬해 경북 성주서에 부임하여 대구경북 1호 여성 경찰서장 기록을 세웠다. 이후 대구지역 경찰서장 등을 거쳐 2012년 말 지방 출신 여성 1호로 경무관에 올랐다. 동시에 경무관으로 직급이 상향 조정된 경기 분당서장으로 임명되어 경무관 경찰서장 1호로도 불렸다. 이번 정기인사에서는 다시 대구경찰청 제2부장으로 전보됐다.  

부부 총경 1호 김해경. 1980년 순경 공채로 경찰이 되었다. 2008년 총경으로 승진, 당시 경북 경산서장이던 4년 연하의 남편 현재섭 총경과 함께 경찰 창설 63년 만에 부부총경 1호로 탄생했다. 서울 강동서장, 본청 보안1과장을 거쳐 이번 인사에서 경무관으로 승진하는 행운의 티켓을 거머쥐었다. 경찰대 1기 출신인 남편은 현재 경기 남양주서장으로 근무 중이다.

경사 특채 출신 1호 총경 이은정. 동국대 경찰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경사 특채로 경찰에 들어왔다. 2002년 경정으로 진급하여 경기 성남 분당서 및 수정서 수사과장을 지낸 대표적인 여성 수사통이다. 2010년 총경으로 승진, 본청 외사정보과장을 거쳐 서울 마포서장으로 일했으며, 이번 인사에서 김해경 경무관 후임으로 본청 보안1과장에 발탁됐다.

경찰대 출신 1호 총경 윤성혜. 경찰대 10기 출신이며 1994년 경위로 임관하여 2010년 만 39세에 총경으로 진급, 초고속 승진가도를 달렸다.  경기 가평서장과 충남지방경찰청 수사과장을 거쳐 현재는 형사사법공통시스템운영단에 파견 나가 있다. 2007년 온라인 명예시민경찰인 '누리캅스 제도'를 입안했다.

1호 경정 특채 권은희. 2005년 사법고시 출신 경정 특채로 경찰복을 입었다. 8.9 대 1이라는 비교적 높은 관문을 통과하였으며 응시한 4명의 여성 가운데 유일한 합격자였다. 2001년 국민의정부가 '여성관리자 임용목표제'를 도입한 이래, 참여정부가 '양성채용목표제'로 확대하여 고시 및 특채에 있어서도 여성을 우대하도록 함으로써 여성 경정 선발까지 가능하게 된 것이다.

권 경정은 전남대 법대를 나와 제43회 사법고시에 합격, 남편을 따라 충북 청주에서 변호사 개업을 하였으나 1년여 만에 사무실을 접고 공직을 노크한다. 사법연수원 시절, 경찰서에서 범죄 실무 실습을 받으며 경찰 업무가 수사의 80%를 차지한다는 사실에 매력을 느껴, '중간관리자인 일선 경찰서 수사과장이 되어 현장을 누비고 싶었던 꿈'을 이루게 된 것이다.

2005년 10월 경기 용인서 수사과장을 시작으로 서울 서초·서대문·마포서 수사과장을 거쳤다. 이은정 총경을 잇는 여성 수사통이자 기대주다. 2012년 1월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으로 부임하여 그해 12월 대통령선거 기간 중 발생한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의 초동 수사를 담당하였다. 서울경찰청장 등 상부와의 이견으로 2013년 2월 4일 송파서 수사과장으로 전보됐다.

권은희 과장은 2013년 8월 19일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2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지 말라는 전화 압력을 받았다"고 증언함으로써 3일 전 김용판 전 청장의 "단순한 격려 전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라는 위증을 폭로한 내부고발자 1호 여경이다. 또한 "중간 수사 발표가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부정한 판단이었다"라는 소신 답변까지 토해낸 참 경찰관이다.

대한민국 경찰이 지극히 정상이라면...

김정석 직전 서울경찰청장 7년, 최동해 경기경찰청장 9년, 박상용 충남청장 7년, 김귀찬 직전 경북경찰청장 10년, 최현락(국정원 댓글사건 당시 서울경찰청 수사부장) 대전경찰청장 9년. 사법고시 출신 경정 특채로 최근 경찰 수뇌부에 오른 이들의 총경까지 진급 소요 연수이다. 권은희 과장은 지금 만 8년도 넘은 경정이다. 대한민국 경찰이 지극히 정상이라면 권 과장도 이번 정기인사에서 총경 승진이 되어야 마땅했다.

이번 총경 진급에 3명의 여경이 새로 이름을 올렸다. 이광숙 총경, 순경 공채 출신으로 2008년 1월 경정을 달았으니 초고속 승진이다. 김숙진 총경, 경찰대 9기 출신으로 이광숙 총경과 같은 해에 경정을 달고 이번에도 나란히 승진했다. 김경자 총경, 순경 공채 출신으로 2006년 경정에 올랐다. 권은희 과장보다는 1년 후배인 셈이다. 즉, 이번에 승진한 3명 모두 권 과장에겐 경정 후배들이다. 참으로 불편부당한 인사가 아닐 수 없다.

지난 11일부터 권은희 과장이 새 근무지 관악서 여성청소년과장으로 부임해 일하고 있다. 지난 6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무죄 판결 직후 이루어진 인사 조치였다. 본인의 희망사항이라곤 하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다. 그래도 관악서 홈페이지 자유게시판과 각종 SNS에는 용기를 잃지 않고 꼿꼿한 권은희 과장을 격려하는 시민들의 응원이 넘쳐나고 있다.

권은희 과장님! 그러므로 우리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비열한 정권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있지만 우리는 당신의 진실을 믿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민주국민의 이름으로 당신께 명예총경 계급장이라도 달아드리고 싶습니다.


태그:#권은희, #총경, #경찰, #김용판, #수사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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