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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원숭이 그림자>가 연재되고 있습니다. 작품 무대는 '피스'라고 하는 숲이며, 부정선거로 당선된 숲통령 먹바위 딸과 평화를 염원하는 숲민들의 한 판 대결이 긴박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숲을 무대로 한 우화소설이지만, 지금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이자 저들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연재를 무사히 끝낼 수 있도록 독자 여러분의 아낌없는 격려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 필자말

우리에게 자유를 달라
▲ 우리에게 자유를 달라
ⓒ 이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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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살단은 우리의 희망, 먹바위 딸은 우리의 적

숲통령을 척살하겠다는 유인물을 누가 썼냐는 먹바위 딸의 물음에 궁정장관의 목이 움찔하고 들어갔다.

"입에 올리기에도 불경스런 놈들이라……."

궁정장관이 입을 떼어 겨우 말했다.

"누구냐니까!"

화를 참지 못한 먹바위 딸이 소리를 버럭 질렀다. 궁정장관에게 뭔가 던질 것을 찾는지 주변도 두리번거렸다.

"가, 각하! 고정하시옵소서. 말씀 올리겠습니다. 그, 그 놈들은 친원파 처, 척살단이라는 노, 놈들입니다."

궁정장관이 겁에 질린 얼굴을 하고선 더듬더듬 말을 이었다.

"척살단?"

먹바위 딸이 눈을 치뜨며 되물었다.

"예, 각하!"
"당장 잡아 와!"

먹바위 딸이 궁정장관을 향해 소리쳤다. 먹바위 딸도 척살단이라고 하면 이를 갈고 있었던 터였다.

"예? 아예, 당장 잡아서 대령하겠습니다. 각하!"

궁정장관이 납작 엎드렸던 몸을 일으켜 재빨리 원숭이 마을을 벗어났다. 먹바위 딸의 시선에서 멀어진 궁정장관은 그제야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휴, 살았네.'

먹바위 궁으로 돌아온 먹바위 딸은 늑대와 숲경찰청장을 불러들였다. 늑대와 숲경찰청장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궁으로 뛰어 들어왔다. 먹바위 딸 앞에 선 늑대와 숲경찰청장은 숨소리마저 숨긴 채 누군가 먼저 입을 떼기만을 기다렸다.

"밖에서 나는 저 소린 대체 뭐야?"

먹바위 딸이 숲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를 두고 물었다. 훈기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는 냉랭한 음성이었다. 늑대와 숲경찰청장이 서로 눈치를 보다 늑대가 나섰다.

"각하, 숲민들의 웃음소리입니다."
"듣기 좋군!"

먹바위 딸이 끓어오르는 화를 누르는 듯 짧게 말했다.

"송구하옵니다. 달리 막을 방도가 없는 터라……."

늑대가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그 순간 늑대의 얼굴에 맺혔던 식은땀이 바닥으로 후둑 떨어졌다. 먹바위 딸이 늑대의 땀이 번진 바닥으로 시선을 던지며 물었다.

"저 노랫소리는 또 뭐지?"

이번엔 늑대도 선뜻 나서지 못했다. 모두가 입을 닫고 있는 사이 아이들이 부르는 노랫소리가 궁 안으로 퍼져 들어왔다.

 척살단이 떴다네
 척살단은 우리의 희망
 먹바위 딸은 우리의 적
 물고기 밥이 되었다네

 먹바위 딸 엉덩이는 빨갛다네
 원숭이 자식을 낳았지
 척살단은 피스의 희망
 숲민을 살린다네

늑대는 노랫소리를 들으며 깨금발을 뛰고 있는 아이들을 상상했다. 아이들은 노래가 뜻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칡넝쿨 넘기에 열중하고 있을 것이었다. 눈을 감고 마음속으로 노래를 따라 부른 늑대는 아이들이 숨차게 부르는 노래가 곡조는 같지만 가사는 상황과 지역에 따라 조금씩 변하고 있음을 알았다.

하지만 먹바위 딸 앞에서 듣기엔 여간 민망한 가사가 아니었던지라 늑대는 먹바위 딸의 표정을 설핏 살폈다. 아이들의 입에서 '먹바위 딸 엉덩이는 빨갛다네, 원숭이 자식을 낳았지' 라는 대목에선 먹바위 딸의 표정이 하얗게 질리는 듯도 보였다. 늑대가 급히 입을 열었다.

"각하, 저 노래는 아이들이 놀이를 하면서 부르는 노래입니다. 저 또한 막을 방도가 없는 터라……."
"피스 숲통령인 날 적이라고 하는데도 막을 방도가 없다?"

그렇게 묻는 먹바위 딸의 얼굴이 반쯤은 일그러졌다. 치밀어 오르는 화를 눌러 참는 듯 가끔 숨을 몰아쉬기도 했다. 늑대는 먹바위 딸이 원숭이 자식을 낳았다는 이야기를 꺼내지 않은 게 천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말했다면 늑대로서도 뭐라 답을 해야 할지 난감했을 것이었다.

"반역에 가까운 발언이나 철모르는 아이들이라 입을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일찍이 원숭이들이 피스를 지배할 때에도 아이들이 원숭이 왕을 욕하는 노래를 불렀지만 그때도 부모를 죽이면 죽였지 아이들은 참하지 않았던 터라……."

숲경찰청장이 머리를 조아리며 간신히 말했다.

"그렇겠지. 아이들이 뭘 알아 저런 노래를 부르겠어. 하지만 저런 흉악한 노래를 만든 놈은 있지 않겠어?"

먹바위 딸이 늑대와 숲경찰청장을 번갈아보며 물었다.

"그게 입에서 입으로 퍼진 것이라 최초 발설자를 찾아내는 게 강변 모래사장에서 모기 똥을 찾는 것보다도 어려운 일이라 포기하였습니다."

숲경찰청장이 그렇게 말했다.

"한심한 놈들이로군."

먹바위 딸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송구합니다. 각하!"

늑대와 숲경찰청장이 동시에 머리를 조아렸다.

"그래, 날 척살하겠다고 공언한 척살단은 어찌되었나?"

먹바위 딸이 궁정장관에게 시선을 던지며 물었다. 궁정장관이 숲경찰청장과 늑대를 향해 눈짓을 했다. 숲경찰청장이 나섰다.

숲통령을 종신제로 바꾸는 날 아이를 데려 오리라  

"지금 전 경찰력을 동원해 검거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만, 워낙 신출귀몰한 자들이라 검거에 애로가 많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 많은 병력으로 역적 놈들 하날 못 잡는다는 게 말이 되나?"

먹바위 딸이 숲경찰청장을 향해 언성을 높였다.

"각하, 우선은 저 웃음소리와 노랫소리만이라도 잠재워야 하니 웃지도 말고 노래도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은 '꽃바람 2호'를 공표하는 게 어떠한지요."

잠자코 상황을 지켜보던 비서실장이 나섰다.

먹바위 딸이 비서실장의 어깨를 툭툭 치며 "역시 실장이야." 했다. 먹바위 딸은 이어 늑대와 숲경찰청장에게 쏘아붙였다.

"문제가 생겼으면 이렇게 해결책을 내 놓아야지 아이들이라 방도가 없다고만 하면 되겠어? 한심한!"

늑대와 숲경찰청장이 머리를 조아리며 송구합니다,를 연발했다. 곁에 있던 비서실장이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각하. 곧 안을 올리겠습니다. 그리고 척살단은 느릅나무 후손에게 열쇠가 있을 것이니 놈을 조져 보는 게 어떨지요. 반드시 뭔가 나오리라 생각되어 집니다."
"그렇지. 어쩌면 척살단의 배후가 느릅나무 후손일 수도 있겠군."

먹바위 딸이 숲으로 시선을 던지며 말했다. 아이들의 노랫소리는 여전했다. 아이들이 저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숲민들이 내 아이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게 아니던가. 먹바위 딸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원숭이 나라에 가 있는 자신의 아들을 생각했다. 내 숲통령을 종신제로 바꾸는 날 아이를 데려 오리라.

"각하, 우리 숲경찰도 느릅나무 후손이 척살단의 배후가 아닐까 짐작하고 있습니다. 느릅나무 후손이 잡히자마자 놈들이 나타난 것만 봐도 그 의심을 받기에 충분합니다." 

숲경찰청장이 나섰다.

"그래? 그럼 당신이 느릅나무 후손을 책임지고 조사해봐."

먹바위 딸이 숲경찰청장에게 느릅나무 후손에 관한 조사를 지시했다.

"각하, 큰 광영이옵니다. 놈의 뼈를 하나하나 발겨 내서라도 척살단을 찾아내겠습니다. 각하!"

감격스러운 듯 숲경찰청장이 울먹였다. 

잠시 후 먹바위 딸은 비서실장이 기안해 온 '꽃바람 2호'를 공표했다. 그 내용은 이러하다.
                                              <꽃바람 2호>

나 먹바위 딸은 지난 숲통령 선거에서 부정선거와 아무 관련이 없음을 천명했으나 이에 대한 의혹이 이어지는데 있어 개탄과 경악을 금치 못하며, 숲통령을 적으로 규정한 노래까지 널리 퍼지고 있음에 S·피스의 숲통령으로서 숲통령의 권위를 지키고 피스를 보위하기 위하여 「꽃바람 2호」를 공표합니다.

금번 숲에 살포된 불법 유인물에 의하면 숲통령에 오른 나를 척살하겠다는 불순세력까지 등장함에 따라 부득이 하게 숲민여러분의 일상을 통제할 수밖에 없으니 이점 양해바랍니다. 더불어 어떤 방법으로든 숲통령의 권위에 도전하는 자는 더 이상 숲민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니 그리 알고 일상에서의 생활에 있어 매사 조심 또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1. 오늘부터 피스 내에선 웃는 행위를 일체 금한다.
 2. 오늘부터 피스 내에선 노래하는 행위를 일체 금한다.
 3. 불법 유인물을 소지하거나 배포한 자는 물고기 밥 또는 종신형에 처한다.
 4. 불법 유인물 내용을 전파하거나 동조하는 자는 물고기 밥 또는 종신형에 처한다.
 5. 척살단과 내통한 자 또는 척살단이라 의심되는 자를 알고도 신고하지 않을시 물고기 밥 또는 종신형에 처한다. 
 6. 1, 2항을 위반한 자와 1, 2, 3, 4, 5항의 조치를 비방한 자는 물고기 밥 또는 종신형에 처한다.

                                    - S·피스 숲통령 먹바위 딸 -

<다음 회에 이어집니다>

덧붙이는 글 | 강기희 기자는 소설가로 활동중이며 저서로는 장편소설 <은옥이 1.2>, <개 같은 인생들>, <도둑고양이>, <동강에는 쉬리가 있다>, <연산> 등이 있으며, 최근 청소년 역사테마소설 <벌레들> 공저로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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