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속여제' 이상화가 지난 11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소치 해안클러스터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뒤 환호하고 있다.

'빙속여제' 이상화가 지난 11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소치 해안클러스터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뒤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빙속 여제' 이상화의 레이스는 완벽했다.

이상화는 11일(한국시각) 러시아 소치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1, 2차 레이스 합계 74초70의 올림픽 신기록으로 1위를 차지하며 아시아 여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2연패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상화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에서 캐나다의 카트리오나 르메이돈이 세웠던 올림픽 신기록을 12년 만에 갈아치웠다. 또한 은메달을 따낸 러시아의 올가 팟쿨리나와의 격차는 0.36초에 달했다. 이는 역대 올림픽 최다 격차로 따낸 금메달이기도 하다.

이렇듯 이상화는 금메달과 함께 화려한 기록까지 쏟아내며 세계 최고의 자리를 굳게 지켜냈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그다지 주목받지 못한 '다크호스'로 금메달을 따냈던 이상화는 이제 '빙속 여제'가 돼 4년 만에 다시 시상대 가장 윗자리에서 서게 됐다.

아시아 최초의 '단거리 빙속' 올림픽 2연패

여고생 1학년이던 2004년 겨울, 처음으로 가슴에 태극기를 달기 시작한 이상화는 이듬해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세계 스프린트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권대회 500m 경기에서 38초71 한국신기록을 세운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서 5위에 오르며 가파르게 성장한 이상화는 4년 뒤 밴쿠버 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500m에서 1, 2차 레이스 합계 76초09를 기록하며 당시 세계 신기록 보유자였던 '원조 여제' 독일의 예니 볼프를 제치고 아시아 최초로 올림픽 챔피언에 등극했다.

빙속 불모지나 다름없는 한국에서 열악한 환경을 딛고 쉴 새 없는 노력과 끈질긴 승부근성으로 세계 정상의 자리에 오른 이상화는 올림픽 금메달을 발판으로 더욱 기량이 성장하며 전성기를 열어갔다.

소치 올림픽을 앞둔 2013년 1월,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36초80으로 세계 신기록 옆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넣은 이상화는 자신의 신기록을 연거푸 갈아치우며 36초36까지 단축했고, 올 시즌 일곱 차례 월드컵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하며 올림픽 2연패를 '예약'했다.

마침내 밴쿠버의 영광을 뒤로하고 소치 올림픽이 열리자 이상화의 진가는 실전 무대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앞서 이승훈·모태범이 모두 메달 획득에 실패하며 어깨가 더욱 무거웠지만 이상화는 거침없이 빙판을 질주했다.

지난 11일 1차 레이스에서 이상화는 아웃 코스에서 출발했음에도 인코스에서 출발한 브리트니 보를 제칠 정도로 폭발적인 스피드를 과시했다. 이 때문에 자칫 상대 선수와 부딪힐 수도 있었지만 과감한 스퍼트와 노련미로 위기를 넘겼다.

'예열'을 마친 이상화는 2차 레이스에서 더욱 빨라졌다. 사실상 독주를 했던 1차 레이스와 달리 함께 2차 레이스에서는 함께 달린 중국의 왕베이싱이 잘 따라붙으면서 이상화도 더욱 힘을 낼 수 있었다.

'이상화 전성시대' 미래가 더 기대된다

 '빙속여제' 이상화가 2월 11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소치 해안클러스터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뒤 태극기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빙속여제' 이상화가 2월 11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소치 해안클러스터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뒤 태극기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로써 이상화는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이자 미국의 보니 블레어(1988·1992년)와 르메이돈(1998·2002년)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여자 500m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선수로 기록됐다.

외신은 "이상화가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네덜란드의 독주를 깨뜨렸다"고 극찬했다. 남자 쇼트트랙과 스피드 스케이팅 이승훈·모태범의 부진으로 고심하던 한국은 이상화가 첫 금메달을 안겨주면서 한결 부담을 덜었고, 종합 순위에서도 단숨에 10위권으로 진입했다.

그러나 이상화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상화는 오는 13일 여자 1000m 경기에 출전해 2관왕에 도전한다. 이상화는 밴쿠버 올림픽 1000m에서 23위를 기록했으나 지난 4년간 꾸준히 기록을 단축하면서 세계랭킹 5위에 올라있다. 500m 금메달로 부담을 덜어낸 이상화의 발걸음도 더욱 가벼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화는 아직 25세에 불과하다. 앞으로 훨씬 더 많은 메달을 따내고, 기록을 단축할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이상화의 '금빛 질주'를 4년 후 평창에서도 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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