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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흰눈이 내려 대나무 잎사귀에 쌓인 노스님이 계시는 청화제
 흰눈이 내려 대나무 잎사귀에 쌓인 노스님이 계시는 청화제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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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눈이 내려 대나무 잎사귀에 쌓이는 겨울에 이웃마을에서 혼자 조용히 수행을 하시는 혜민스님을 자녀와 함께 찾았습니다. 한참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를 위해 오늘은 스님의 덕담도 듣고 예술의 경지를 이해하고자 하는 시간을 갖고자 하였어요. 농촌엔 지금 흰눈이 쌓이 ㄴ가운데 내년 농사를 위해 몸과 마음의 에너지를재충전 하는 시간입니다.

     마른 연잎이 눈에 덮여 아름다워요
 마른 연잎이 눈에 덮여 아름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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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연꽃이 피면 이곳 청화제에서 여류시인들이 모여서 연꽃 시낭송회도 갖곤 하는데요. 우리가 찾아간 날에는 연꽃 대신 하얀 눈이 연 줄기에 앉아서 눈꽃을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농촌에 살면 먹고 사는일 에만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정서와 함께 예술의 경지와 우리나라 문화의 참맛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스님은 아주 작은 오막살이에 살지만, 삶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참 따뜻한 마음으로 힘과 용기를 주시는 분 인것 같습니다. 칠순의 나이에도 몸과 마음을 닦고사는 부지런하신 모습에 신앙을 초월해서 가끔 찾아 뵙고싶은 분입니다.

  노스님이 하우스 안에서 기르는 각양각색의 국화꽃들
 노스님이 하우스 안에서 기르는 각양각색의 국화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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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찾아간 날에 온실에는 갖가지 아름다운 국화들이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이곳이 낙원이 아닌가?" 하는 짤막한 말씀에 현대인들이 매일 분주하고 바쁘다는 말이 돌아옵니다. 이 말이 사는 것을 돌아보게 합니다. 스님은 나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십니다. 내가 누군지 나를 돌아보고 나를 찾는 연습을 올겨울에 하고 있습니다.

  수련과 금붕어가 노니는 곳 그리고 스님이 생식으로 먹는 케일과 셀러리
 수련과 금붕어가 노니는 곳 그리고 스님이 생식으로 먹는 케일과 셀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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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스님을 따라 수련이 피어나고 붕어들이 노니는 곳으로 따라갔습니다. 한겨울에도 연탄보일러를 설치하여 수련 물속에서 따뜻한 온기를 뿜어냅니다. 물고기들은 이끼를 먹고 수련들은 한겨울에도 예쁜 자태를 뽐내고 있네요.

그리고 스님의 음식이 되는 샐러리와 케일 잎사귀가 화분에서 자라고 있었습니다. 육식을 안 하시고 잡곡밥과 케일과 샐러리를 생으로 드신다고 합니다. 많이 먹어서 병이 생기는 시대에 소식하고 모습이 경이로웠습니다.

스님이 물속에 보일러 관을 설치하여 연탄을 하루에 8장씩 지피면 수련과 금붕어가 따뜻하게 겨울을 지낸다고 합니다.

      노스님과 함께 사는 강아지를 낳은 골든리터버그와 삽살개
 노스님과 함께 사는 강아지를 낳은 골든리터버그와 삽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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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 골든리턴버그는 얼마 전에 여덟 마리의 아빠가 되었다고 하네요. 어미는 지금 개집안에서 새끼들을 돌봅니다. 스님이 과수원에서 주워온 작은 사과를 하루에 한 개씩 준다고 합니다.

삽살개는 순하게 생겨서 손님이 와도 짖지 않습니다. 스님을 닮아 육식은 안 하고 사료와 과일을 먹고 애기 낳은 어미개는 스님이 북어국믈 많이 끓여놓고 사료에 섞어 준다고 합니다.

  스님이 기르는 동양란
 스님이 기르는 동양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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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은 하우스 안에서 동양란을 키우고 계셨는데요. 저녁이 되어 기온이 떨어지면 전등을 기와 위에 올리고 기와가 열을 흡수해서 열전도율이 높아 실내 공기를 덮인다고 하네요.

19세에 범어사에 처음 출가하여 51년간 수행의 길을 걷고 계시는 스님은 주지스님을 끝으로 지금은 신암면에 조그만 거처를 마련하여 동식물을 돌보며 수행의 길을 걷고 계십니다,

한겨울에도 스님이 정성것 돌본 국화들이 아름답게 피어나서 즐거움을 주고 있습니다. 국화들의 종류가 얼마나 많은지, 그 아름다움에 한동안 넋을 잃어 쳐다 보았습니다. 화려하면서도 순수한 미에 마음을 놓아보네요.

실내에 대나무잎사귀가 음이온을 뿜어내고 작은 새들이 손님이 오면 즐겁게 지저귀며 노래를 불러 줍니다.

   법정스님이 생전에 보낸 손글씨 편지입니다.
 법정스님이 생전에 보낸 손글씨 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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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이 살아 생전에 보낸 손글씨 편지가 액자 속에 걸려 있었습니다. 내용은 '법정 스님이 혼자 마시는 차 맛이  향기롭고 봄에 피는 매화가 그립다'는 내용입니다.

   노스님 께서 연잎차 한잔을 손수 내려 주셨습니다.
 노스님 께서 연잎차 한잔을 손수 내려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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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님께서 직접 만들어 주시는 은은한 향기가 감도는 연잎차 한잔에 몸과 마음이 가라앉습니다. 스님의 수행의 경지에서 깨달은 지혜로운 말씀을 들으니 세상의 찌꺼기가 걸러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종교를 초월해서 이웃에 현자가 계심을 큰 행운으로 생각하고 물질만능주의에 젖어사는 현대인에게 마음을 비울 수 있는 여백을 만드는 시간이었습니다.

스님은 추사 김정희 선생님을 30년간 모시고 산다고 합니다. 자연과 하나가 된 추사를 모시고 추사체를 연구하시는 분인데요. 추사 김정희는 말년에 자연과 하나가 되어 붓을 집어던지고 자연의 것들로 글씨를 썼다고 합니다. 그래서 추사체를 가만히 살펴보면 같은 글씨가 하나도 없다고 합니다.

   노스님이 쓰신 글씨 百尺竿頭 입니다.
 노스님이 쓰신 글씨 百尺竿頭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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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역시 시중에 붓이 마음에 안 들어 순수 붓과 연적을 만들어 사용한다고 하네요. 말 발굽뒷털을 모아서 고무줄로 엮어서 글씨를 쓰기도 합니다. 스님이 보여주신 '百尺竿頭'가 해탈의 경지라고 해서 그 뜻을 새겨 들으니 마음에 와 닿습니다.


태그:#노스님, #난, #국화, #연잎차, #백척간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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