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또 하나의 약속' 한 장면

영화 '또 하나의 약속' 한 장면 ⓒ 또 하나의 가족 제작위원회


"관객이 든다고 해도 스크린을 더 열어 줄지는 미지수지만 지금은 어떻게든 영화를 살리는 쪽으로 가야 한다. 이미 확보된 스크린을 지켜내면서 <워낭소리>처럼 불씨를 살리는 게 중요하다. 1990년대 영화인들이 <파업전야>를 만들어서 상영하던 때의 정신으로 대응해야 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길게 가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수도권의 한 극장 운영자는 지난 6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멀티플렉스의 현저히 적은 상영관 배정으로 불거진 <또 하나의 약속> 외압 논란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개봉 전 구체적인 극장별 예매 현황을 보니 개봉일만 높게 나오고 다른 날은 낮았는데, 오늘(6일)은 주말에도 예매율이 오르는 흐름이 보인다"면서 "스크린 200개 이하에서 개봉돼 예술영화 인정 신청을 할 수 있는 만큼 독립예술영화관들을 활용한 장기 상영을 모색해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금도 계속되는 이야기라 부담 더 커"

이 운영자는 "영화관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사업자인 입장에서 특정 대기업을 비판적으로 보는 영화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다들 삼성과 어떤 식으로든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며 솔직한 심정도 전했다. 외압 논란과 관련해서도 그는 "<천안함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구체적인 내용이 드러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사회적인 소재를 한 다른 영화들과는 달리 <또 하나의 약속>이 외압 논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변호인>이나 <남영동 1985>, <부러진 화살> 등은 민감한 소재들이었기는 해도 모두 과거의 일이었다. 하지만 <또 하나의 약속>은 소재 자체가 진행형이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지금도 계속되는 이야기다 보니 부담감이 더 커지는 거다."

 영화 '또 하나의 약속' 한 장면

영화 '또 하나의 약속' 한 장면 ⓒ 또 하나의 가족 제작위원회


이어 대기업 멀티플렉스들이 "극장 프로그래머들이 판단해서 상영관 수를 결정했다"고 밝힌 공식 입장에 대해서는 "형식적 변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 하나의 약속>이 부산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후 배급에 대한 이야기들이 오가는 과정에서 한 멀티플렉스 프로그래머에게 영화가 개봉하면 괜찮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랬더니 '우리 좀 살려 달라'고 하더라. 프로그래머들도 월급 받는 직원인 입장에서 윗사람들이 불편해 하는 영화에 많은 스크린을 준다는 게 쉽지 않은 현실이다."

그는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멀티플렉스가 자기들 비판하는 영화를 트는 건 당연히 부담이 큰 것 아니냐"면서 "멀티플렉스야 프로그래머가 결정했다고 떠넘기는 거겠지만, 프로그래머들도 먹고 살기 위해서는 윗사람들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멀티플렉스도 고위직들 일부 빼놓고는 다들 월급쟁이에 불과할 뿐이다"며 "물론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나, 일반 직원들 입장을 생각해 줄 필요가 있다"고 이해를 요청했다.

"사실 지금 외압 논란이 커지면서 스크린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일자리를 잃게 될 수도 있는 분위기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우려감이 많이 든다. 위에서는 문제가 커지면 아래 사람들에게 책임 물으면 그만이다. 대기업 피해자들을 생각하는 영화가 도리어 영화관 직원들 밥줄을 끊게 되는 경우로 갈 수 있다 보니 안타까움이 많이 든다.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는 만큼 이들을 너무 몰아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울러 "<또 하나의 약속> 배급사가 이런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다 보니 개봉관 300개 확보를 너무 쉽게 생각한 면이 있다"면서 "영화는 괜찮게 나왔지만 처음부터 스크린 확보에는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었다"고 전했다. 대기업 자본들의 카르텔을 얕잡아 봤다는 것이다.

그는 "배급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는 CGV와 메가박스를 가장 어렵게 생각했는데, 최근 삼성과 CJ가 불편한 관계에 놓이면서 상대적으로 CGV가 다른 고려를 많이 하지 않고 상영관을 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렇더라도 그는 "상당히 부족한 숫자는 분명하다"면서 "대관상영과 공동체상영 등을 최대한 활용해 상영공간을 넓혀나가는 방식으로 배급 전략을 다시 고민해 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일단 영화가 관객들과 만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약속 삼성반도체 외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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