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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같은 소재라고 해도 그것을 다루는 사람에 따라 이를 바라보는 시청자의 시선도 확 달라지곤 한다. 소재에는 작가의 가치관이 투영되고, 이것이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발현되면서 시청자에게 와 닿는 느낌도 한층 다르다.

SBS 월화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와 SBS 주말드라마 <세번 결혼하는 여자>를 보면 이 차이는 극명하게 드러난다. 사랑과 결혼, 가족 등을 전면에 내세운 두 드라마에는 공통으로 '불륜'이라는 소재가 등장한다. 그러나 시청자가 느끼는 불륜의 색채는 확연히 다르다.

 지난 28일 방영한 SBS 월화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의 나은진(한혜진 분).

지난 28일 방영한 SBS 월화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의 나은진(한혜진 분). ⓒ SBS


'따뜻한 말 한마디' 한혜진, 불륜보다는 풀어가는 과정에 집중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 한 아이의 엄마인 나은진(한혜진 분)은 유재학(지진희 분)과 불륜 관계였다. 이를 유재학의 아내인 송미경(김지수 분)이 알게 되면서 사단이 났고, 나은진의 남편 김성수(이상우 분)도 아내의 불륜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졌다.

위기 상황에서 허우적대는 것은 두 부부나, 흔히 접해온 드라마 속 다른 부부나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이들은 서로의 잘못을 인정하고, 현실적으로 대안을 찾는다. 칼로 베어버리듯이 서로의 관계를 잘라내기에는 함께한 시간도 있고, 부수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가족들도 있다.

이들은 그동안 서로에게 믿음과 사랑이 부족했음을 깨닫고 차분하게 제자리를 찾아가려고 노력한다. 이는 나은진과 유재학이 '육체적인' 불륜 관계가 아니라 '정신적인' 불륜 관계였다는 것 또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따뜻한 말 한마디>는 흔히 여자만 불륜녀로 몰아가는 기존의 드라마 설정에서 벗어나 관계의 문제와 이것의 회복에 집중한다.

 1일 방송된 SBS <세 번 결혼하는 여자>의 이다미(장희진 분)

1일 방송된 SBS <세 번 결혼하는 여자>의 이다미(장희진 분) ⓒ SBS


'세번 결혼하는 여자' 장희진, 무리한 요구도 서슴지 않는 상간녀

<따뜻한 말 한마디>가 불륜을 조금 더 이상적이고 세련되게 다뤘다면, <세번 결혼하는 여자>는 이 소재를 굉장히 전형적으로 바라본다. 김준구(하석진 분)에게 목을 매는 이다미(장희진 분)는 그의 아내인 오은수(이지아 분)를 불러서 "일주일에 한 번만 나눠 갖자"고 말한다.

김준구와 이다미의 관계가 처음부터 불륜이었던 것은 아니다. 김준구의 집안에서 "연예인은 절대 안 된다"고 펄쩍 뛰었고, 김준구 역시 오은수를 자신의 아내로 삼았다. 그러면서도 이다미는 철저하게 이용했다. 그저 자신이 언제라도 찾으면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은 여자라고 생각했다.

이다미와 김준구의 감정은 사랑이라고 하기엔 유치하고 어리석다. 뒷수습은 아무 관계도 없는 오은수의 몫이다. 책임을 지기는커녕, 책임을 지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 게 <세번 결혼하는 여자>가 다루는 불륜이다. 김준구의 아이를 갖고도 상간녀의 폭언에 시달리는 오은수의 모습이 유난히 불쌍해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따뜻한 말 한마디 세번 결혼하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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