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시청자수는 1경기 생중계 기준. 녹화방송·재방송의 시청률·시청자수는 합산하지 않았다.

시청률·시청자수는 1경기 생중계 기준. 녹화방송·재방송의 시청률·시청자수는 합산하지 않았다. ⓒ 김영국


국내 프로 스포츠 중 최고 인기 콘텐츠는 프로야구다. 인기 지표인 TV 시청률과 관중 수에서 다른 종목에 크게 앞선다. 축구 국가대표팀 경기나 김연아 피겨스케이팅 경기가 프로야구보다 앞서는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장기간의 정규리그가 아닌 단발성 이벤트다.

이런 가운데 최근 몇년 동안 TV 시청률에서 프로배구의 비약적인 상승세가 눈에 띈다. 특히 2014년 새해 들어 프로배구의 시청률이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남자 프로배구의 경우 대부분의 경기가 케이블TV 대박 시청률인 1%대를 넘나들고 있다. 1월 1일부터 26일까지 케이블TV에서 생중계된 15경기 중 절반인 7경기가 1%를 넘었다. 1%가 안된 경기도 대부분 0.9%대다. 특히 최근 2주간 평균 시청률은 '꿈의 1%'마저 돌파했다. 총 8경기에서 평균 1.02%를 기록했다. 더 고무적인 건 시간이 갈수록 상승 추세인데다가 상위권 팀과 최하위권 팀을 가리지 않고 고공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2014년 새해 들어 '대박 시청률' 무더기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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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프로 스포츠에서 케이블TV 1%대 시청률은 '대박' 또는 '꿈의 시청률'이라 불린다. 드라마나 영화 채널 등과 비교해서 시청자층이 남성 위주로 한정된 측면이 있고, 채널 번호도 한참 뒤에 있어 높은 시청률을 달성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프로배구도 올해부터는 주말에 2경기가 동시에 열리는 경우가 많다. 작년에는 하루에 1경기씩만 열렸다. 작년까지 없었던 네이버, 아프리카TV 등 인터넷 생중계도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배구 시청자층도 다양한 매체로 분산되고 있는 셈이다. 그만큼 TV 시청률은 프로야구처럼 하락하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그런데도 프로배구는 케이블TV 시청률이 더욱 상승하면서 '꿈의 1%' 시대가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7개 구단이 세계적인 외국인 선수와 초대형 국내 신인의 가세로 전력 평준화가 이뤄지면서 매 경기 박진감 넘치고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놀라운 건, 만년 꼴찌 팀 한국전력의 인기다. 한국전력은 올 시즌도 변함없이 최하위를 기록 중이다. 그런데도 TV 시청률에선 대박을 치고 있다. 올 시즌 1%를 넘긴 게 벌써 4번이나 된다. 1위 삼성(9번), 2위 현대(6번)에 이어 가장 많은 횟수다. 1월 12일 한국전력-현대캐피탈 경기의 시청률은 1.26%를 기록했다. 리그 최고 빅매치인 삼성-현대전 시청률(1.31%)과 거의 대등하다. 작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이유는 분명하다. 혜성처럼 등장한 초대형 신인 전광인(24세·194cm·한국전력) 때문이다. 전광인은 현재 프로배구 역사상 신인의 기록들을 모두 갈아치우고 있는 중이다. 공격·서브·수비 전 부문에서 상위권에 자신의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방송 중계진과 배구팬들은 그를 '한국산 용병'으로 부른다. 한국전력은 올 시즌 3-2 풀세트 접전을 가장 많이 치른 팀이다. 죽기 살기로 싸우지만 늘 막판에 한 끗 차이로 패하면서 '언더독'(Underdog·약자가 강자를 이겨주길 바라는 마음)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적인 외국인 선수 비소토(32세·212cm·현 브라질 국가대표)까지 가세했다. 팬들의 관심도 더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프로야구, 여전히 최강자... 프로축구·농구 시청률은 '정체'

프로야구는 최근 3년 연속 케이블TV 평균 시청률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1% 시대'가 멀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하지만 프로야구는 여전히 국내 최고의 스포츠 콘텐츠다. 프로야구는 하루에 그것도 동시에 4경기가 열린다. 어떤 면에선 4경기 시청률을 합치는 게 프로야구의 진짜 시청률이라고 볼 수 있다. 인터넷·스마트폰 등을 통해 프로야구를 보는 시청자수도 타 종목보다 많다.

프로축구는 정규리그 경기가 방송 3사 스포츠전문 채널(KBSN Sports, MBC SPORTS+, SBS Sports)에서 생중계되는 횟수가 절대적으로 적다. 프로야구와 시즌이 겹치면서 더 외면당하고 있다.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새로운 돌파구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프로농구는 관중수나 기사 보도량은 늘고 있는데 반해 TV 시청률은 고전하고 있다. 프로농구연맹(KBL) 관계자는 24일 "관중수나 다른 부분들은 나아졌다. 그런데 TV 시청률은 작년과 거의 똑같다. 변동이 없다"고 말했다. 낮은 시청률의 원인에 대해 "TV 주 시청자층인 중장년 연령대에서 차이가 많이 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표적 농구 캐스터인 정우영 SBS Sports 아나운서는 최근 한 잡지와 인터뷰에서 "주 시청자층이 어리다는 점이 프로농구 시청률이 낮은 근본적인 이유가 될 수는 없다"며 "농구대잔치 시절의 극성 농구팬과 프로농구 초창기의 올드팬을 모두 놓쳤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청률 하락의 근본 원인은 콘텐츠 자체"라며 수비 위주의 전술, 국내 빅맨의 부재, 확실한 빅매치 부재, 스타 만들기 실패 등을 이유로 들었다.

0.1% 차이에 시청자수 4만 명이 왔다갔다

시청률에서 고작 0.1%~0.5%가 무슨 차이냐고 말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 하지만 시청자수로 추산해보면 엄청난 차이가 난다. 시청률 조사 전문기관(닐슨코리아, TNmS)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시청률 1%당 지상파는 대략 46~47만 명, 케이블TV는 36만 명의 시청자가 본 것으로 추산한다"고 한다.

따라서 케이블TV 시청률 0.1%의 차이는 시청자수로 따지면 3만6000명이 해당 프로그램이나 경기를 더 봤다는 걸 의미한다. 0.5% 차이면 무려 18만 명이 차이가 난다. 지상파(KBS1·KBS2·MBC·SBS)의 경우는 그 차이가 더 벌어진다. 방송사나 연예인, 광고주 등이 매일 발표되는 TV 시청률의 소수점 자리까지 신경을 곤두세우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프로 스포츠에서는 인기의 지표로 크게 TV 시청률과 관중수를 중요하게 여긴다. 관중수가 직접 경기장을 찾아가 돈을 내고 관람한다는 측면에서 팬들의 충성도를 보여주는 지표라면, 시청률은 보다 광범위한 일반 대중의 인기도를 나타내는 지표로서 의미가 있다.

다만 방송의 영향력과 파급력 등을 감안하면 TV 시청률이 보다 비중있는 지표로서 역할을 한다. TV 시청률이 높아야 해당 종목의 경기를 더 자주 중계하게 되고, 중계가 많으면 기존 팬을 유지하고 신규 팬을 확보할 가능성도 높아지면서 선순환하게 된다. 반대로 시청률이 낮으면 중계 자체가 줄어들고 대중의 관심도나 인기가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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