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는 스타는 물론 예능, 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리뷰, 주장, 반론 그리고 인터뷰 등 시민기자들의 취재 기사까지도 폭넓게 싣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노크'하세요. <오마이스타>는 시민기자들에게 항상 활짝 열려 있습니다. 편집자 말

유재석의 프로정신은 익히 알려져 있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기사들이, 블로그들이, 칼럼들이 그에 대한 칭찬을 실어왔다. 많은 이들이 그의 꾸준한 노력과 성실성, 끈질긴 인내와 자기관리를 높이 평가했고, 이는 그를 대한민국 최고의 예능인으로 만들어 놓았으며, 수년간 그에게 국민MC라는 묵직한 칭호를 부여하는 발판이 됐다. 이제 대중은 그를 1인자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지난 26일 방송된 SBS <런닝맨>에서 다이빙에 도전한 유재석.

지난 26일 방송된 SBS <런닝맨>에서 다이빙에 도전한 유재석. ⓒ sbs


그가 이끌어가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들은 건재하다. MBC <무한도전>은 멤버 교체 없이 최장기간을 달려온 신기록을 세우며 여전히 대한민국 국민들이 사랑하는 프로그램으로 나날이 성장해 나가고 있고, KBS 2TV <해피투게더> 역시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자랑하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언제나 접전이 펼쳐지고 있는 일요일 저녁 예능 승부에 있어서도,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이하 <런닝맨>)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추격전을 펼쳐가며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는 중이다.

아직까지는 유재석이 매진하고 있는 프로그램들에 큰 이상은 없다. 그가 쌓아온 노력과 그것이 형성한 이름값에 얼룩을 지게 할 만큼 위태로운 프로그램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런닝맨>이 치열하게 돌아가고 있는 일요일 예능 전쟁에서 조금은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걸릴 뿐이다. 신선한 소재로 화제가 됐던 MBC <일밤-진짜 사나이>와 새롭게 리뉴얼된 KBS <해피선데이-1박2일>의 맹렬한 도전에 때로는 적지 않은 타격을 받기도 하니까.

<런닝맨>의 이슈화는 예전만 못하다. 매 회마다 참가한 게스트들에 대한 이야기, 기상천외한 게임, 멤버들의 찰떡궁합이 이루는 에피소드들로 연신 입방아에 오르내리던 일들이 이제는 까마득한 옛 추억이 되어버렸다. 영원한 1위가 없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테지만, 이 프로그램의 수장인 유재석 입장에서는 그저 가볍게 지나칠만한 일은 아니었을 테다.

 7.5미터 다이빙대에서 뛰어내린 유재석.

7.5미터 다이빙대에서 뛰어내린 유재석. ⓒ sbs


그래서였을까? 지난 26일 방송된 <런닝맨>에서 유재석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비장함을 가지고 프로그램에 임했다. 절대로 할 수 없었던, 아무리 생각해 봐도 불가능하기만 했던, 이것만은 도저히 해내지 못했던 것을 <런닝맨>의 도약을 위해 기꺼이 감행하고 만 것이다. 그야말로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는 심정으로.

유재석은 7.5미터 다이빙에 도전했다. 사람이 극한의 공포를 느끼게 된다는 높이 7.5미터. 그 위에서 시퍼런 물결이 출렁이는 물속으로 뛰어드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만약 조금만 높은 곳에 있어도 심장이 쿵쾅대며 식은땀을 흘리는 고소공포증을 지닌 사람이라면 다이빙과 같은 스포츠는 거의 죽음과도 맞먹는 것일 테다.

유재석이 그랬다. 그가 고소공포증이 있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다. 높은 곳에 오를 때마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얼굴이 사색이 된 모습을 방송에서 여러 차례 보인 바도 있고, 고소공포증이 있음을 스스로 자백한 적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가급적 자신의 취약점이 드러나는 경기를 피해왔고, 제작진 역시 어느 순간부터 그에게 짓궂은 장난은 삼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런닝맨> 제작진은 그에게 뜬금없는 다이빙 미션을 제안했다. 사실 반드시 유재석이 나서서 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었고, 그를 콕 찍어 시킨 것도 아니었다. 이번에도 얼마든지 피할 수 있는 상황이었고, 고개 한 번 저음으로 자리를 모면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유재석은 그리 오래지 않은 고민 끝에 3미터도 5미터도 아닌 7.5미터 다이빙에 도전했다.

그와 같은 팀이었던 여진구의 선방이 그의 의지를 부추기기도 했다. 게스트로 참가한 18살의 여진구가 7.5미터의 다이빙대 앞에서 별다른 망설임 없이 물속으로 뛰어든 모습을 보면서, 더 이상은 자신도 뒤로 물러설 수는 없다는 생각을 했을 테다. 게임에서 승리를 해야겠다는 승부욕도 있었겠지만, 그보다는 그가 지금까지 지녀왔던 수장으로서의 책임감이 앞선 듯했다.

그는 여진구의 성공을 흐뭇하게 바라보면서도 내심 긴장감이 잔뜩 감도는 얼굴로 7.5미터 다이빙대 앞에 섰다. 그리고 거친 심호흡을 한 번 들이키고는 그대로 공중에 몸을 던져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멤버들은 경악을 했고, 한 동안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가 가진 고소공포증이 얼마나 심각했었는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이들이었던 터라, 모두가 '멘붕' 상태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던 거다.

놀라웠던 것은 그가 다이빙할 때의 모습이나, 그것을 담아낸 제작진의 반응이 무척이나 '쿨'했다는 점이다. 유재석은 다이빙대 앞에서 개그를 선보이지 않았다. 시간을 끌지도 않았고, 애써 긴장감을 유발하려 꼼수를 부리지도 않았다. 그에게는 게임에 충실해야 한다는 집념과 프로근성에 기인한 책임감만 보였다. 그리고 제작진은 이것을 드라마틱하게 혹은 화려하게 꾸미지 않았다. 유재석이 쿨하게 뛰어들었던 것처럼, 제작진 역시 요란을 떨지 않고 덤덤하게 그려내는 깔끔함을 보여줬다.

유재석은 블롭 점프까지 서슴지 않았다. 물론 그가 블롭 점프를 했던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나,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에게는 이 또한 공포스러운 미션이기는 마찬가지다. 이번에도 유재석은 몸을 사리지 않았고, 약간은 기가 눌린 듯한 <런닝맨>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일등공신이 됐다. 시청률의 추이를 떠나, 다시 한 번 그를 칭찬할 수밖에 없는 명장면임이 분명했다.

그가 가진 프로근성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그가 극복할 수 없는 것이 있기는 한 걸까? 사람에게는 누구나 치명적인 약점이 있기 마련이고, 제각각 아킬레스건이 존재하기 마련이며, 그것을 평생 극복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유재석은 이 범주에서 열외가 되었다. 그를 모질게 따라다니면서 예능감을 마음껏 펼치는 데 훼방을 놓던 고소공포증을 시원한 물살로 눌러버렸으니 말이다. 그를 칭찬하는 일은 이제 식상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만큼은 잘했다는 박수를 아낌없이 쳐주고만 싶다.

덧붙이는 글 DUAI의 연예토픽,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런닝맨 유재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