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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빌딩들 사이로 이채로운 풍경을 자아내는 양재천길.
 거대한 빌딩들 사이로 이채로운 풍경을 자아내는 양재천길.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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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은 대도시 서울의 젖줄답게 무척 큰 강으로 아우격인 많은 하천들을 품고 있다. 기자가 사는 동네에도 주민들이 아침, 저녁으로 많이 산책하는 불광천에서 부터 홍제천, 중랑천, 성내천, 대림천 등등 세어보기 힘들 만큼 많다. 유년 시절 이런 하천들은 주변 공업 시설들의 오염된 찌꺼기들을 다 받아내는 더럽고 냄새나는 곳의 대명사였다. 이제는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로 한강의 아우 하천들은 점점 깨끗해지고 산책하기 좋은 길까지 닦여져 있어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흔히 '오래살고 볼일이다'라는 말은 도시 서울의 하천들의 변화에도 해당된다.

양재천도 그런 하천 중의 하나로 하천 변에 '전국 아름다운 숲 대회'에서 상을 받은 양재 시민의 숲, 경마공원, 과천 저수지, 동물원, 현대미술관 등의 명소까지 품고 있어 더욱 좋은 곳이다. 개천가에 전철역이 가까이 있는 등 접근성도 좋아서 멀리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도 여행 삼아 일부러 찾아오는 인기 있는 시냇가가 되었다. 서울시 서초, 강남구에서 멀리 경기도 과천시까지 이어져 있다보니 자전거 타고 달리기도 좋은 물길이기도 하여, 계절마다 자주 달려가는 여행길이 되었다.

자연친화적인 공간으로 살아난 양재천

서울에서 경기도 과천까지 이어지는 개천길은 자전거 타고 달리기도 좋다.
 서울에서 경기도 과천까지 이어지는 개천길은 자전거 타고 달리기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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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에도 하천에 찾아오는 기특한 오리들.
 추운 겨울에도 하천에 찾아오는 기특한 오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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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천은 과천시 중앙동 관악산에서 발원하여,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에서 청계산에서 발원한 막계천, 여의천을 만나고, 강남구 대치동에서 탄천과 합류하여 한강에 합류하는 길이 19km의 하천이다. 옛 이름은 공수천(公需川: 또는 公須川), 학탄(鶴灘: 학여울) 등으로 기록되어 있다. 옛 이름의 흔적은 양재천 인근의 전철역인 3호선 학여울역에서도 엿볼 수 있다. '양재(良才)'는 어질고 재주 있는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다는 뜻이라고 한다.

수도권 전철 3호선 학여울역에서 내리면 양재천이 바로 앞에 흐르고 있다. 하늘을 찌를 듯한 마천루 빌딩들이 들어선 옆으로 아담하고 정취 있는 개천이 우거진 수풀 사이로 흘러가는 풍경이 무척 이채롭다. 차량들과 시멘트 건물 일색의 도시 풍경이 덜 삭막하게 느껴져 흐뭇하기도 하다. 물고기가 노니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천변길과 제방을 따라 이어지는 둑방길, 그 사이로 난 오솔길 등 다 경험해 보고픈 걷기 좋은 길이 나타난다.

보행자용과 자전거용 길이 안전하게 따로 나뉘어져 있고, 곳곳에 쉼터도 잘 마련되어 있으며, 왠지 이유 없이 건너가고 싶게 하는 정겨운 징검다리들이 놓여져 있다. 아마 여름이었으면 어른이며 아이들이 저 징검다리에 앉아 발을 담그며 놀고 있을 것이다. 나무들과 무성한 수풀들이 냇가를 둘러싸고 있고, 폭이 그리 넓지 않은 하천인데도 먹을거리를 구하러 나온 오리들이며 백로들, 왜가리, 해오라기가 보이는걸 보니 생태하천이란 게 이런 거구나 싶다.

개천 징검다리 밑으로 유유히 지나가는 물고기들.
 개천 징검다리 밑으로 유유히 지나가는 물고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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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에 생겨난 모래톱에서 물수제비를 날리며 노는 개구장이들.
 개천에 생겨난 모래톱에서 물수제비를 날리며 노는 개구장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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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흐르면서 하천 가운데에 자연스럽게 생겨난 모래톱에 들어가 물수제비를 날리며 노는 아이들도 서울에서 보기 드문 풍경이라 미소 짓게 된다. 양재천은 낚시가 금지된 곳이라 물고기도 많이 살고 수변생물들도 다양한 곳이다. 양재천에서 왜가리가 날아들고 징검다리 사이로 물고기 떼들이 유영하는 모습은 이미 익숙해진 풍경이다.

양재천은 자연형 하천복원사업의 첫 성공 사례이다. 한강으로 직접 흘러들던 양재천은 1970년대 개포 토지 구획정리사업을 거치면서 탄천으로 합쳐지는 직선형 수로를 갖게 됐다. 하지만 양재천은 새로운 물길과 함께 죽음의 하천으로 변해갔다. 1995년 양재천의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은 5급수의 수질이었다.

하천에 서식하는 어류가 한 마리도 없을 정도로 오염이 심각했다. 양재천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한 것은 1995년 '자연형 하천복원사업'을 추진하면서부터다. 복원사업은 생물 서식처와 경관 등 하천의 모습을 본래 자연 상태에 가깝게 되돌리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그 결과 1995년 한 마리도 보이지 않던 어류가 2001년 20여 종으로 늘어났고 찾아오는 새들도 다양해졌다.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 논병아리, 해오라기, 왜가리, 중대백로 등은 사람들이 가까이에 있어도 애완동물처럼 날아가지 않고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한때 물고기 한 마리 살지 못하는 '죽음의 하천'이었다는 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다. 양재천은 국내외적으로 자연형 하천복원의 대표사례로서 이제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수록될 정도로 높이 평가받게 되었고, 유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건강도시 변신의 모범사례로 소개될 정도가 되었다.

아름다운 숲을 품은 양재천 길

아름다운 숲 상을 받은 울창한 양재숲도 거닐기 좋다.
 아름다운 숲 상을 받은 울창한 양재숲도 거닐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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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천에 마련된 썰매장에서 추운줄도 모르고 신나게 노는 아이들.
 양재천에 마련된 썰매장에서 추운줄도 모르고 신나게 노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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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천의 매력 가운데 하나는 잘 정비된 산책로다. 하천과 동행하면서 좌우로 뻗은 산책로는 높낮이가 다른 세 개의 길로 나뉜다. 가장 낮은 하천가 옆길은 자전거도로이고, 그보다 높은 위치의 2개 길은 보행로이다. 보행자를 위한 두 개의 길 중 높은 길은 양재천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그보다 낮은 길은 풀과 나무가 우거져 있어 포근한 느낌이 든다.

수풀이 우거진 하천가에 피어난 갈대들의 환영을 받으며 달리다보니 많은 시민들이 찾아와 쉬고 있는 양재 시민의 숲이 나타나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야외 눈썰매장도 눈길을 끈다. 어른들과 달리 아이들은 양재천에 찾아온 오리들처럼 추운 겨울날씨에도 아랑곳없이 신나게 뛰어다닌다.

양재천이 품고 있는 명소 양재 시민의 숲 주위에는 고층건물이 없어 탁 트인 하늘을 만날 수 있다. 1986년에 개장한 이 숲은 4.8km의 산책로가 있으며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상을 받을 정도로 멋진 곳이다. 조성된 지 20년이 넘은 양재숲은 이제 청년 숲이다. 수 백 년 묵은 노거수(老巨樹) 나무나 아름드리 고목은 없지만 잘 관리된 숲에는 튼실한 나무들이 잘 자라고 있다. 공원 내에는 10만 6600여 그루의 나무로 수목이 우거져 있어 숲에 들어서면 삼림욕 하는 기분이 든다.

소나무를 비롯해 양재숲의 명물이 된 메타쉐콰이어 나무, 느티나무, 단풍나무, 잣나무 등 70여 종에 달하는 수목들이 울창한 숲을 형성한다. 도심 속에서 삼림욕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시민들의 쉼터 역할은 물론 시민들의 소풍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나무 위에 사는 청설모, 다람쥐도 흔히 볼 수 있으며, 인근 도심의 전봇대나 아파트 베란다 밑에 둥지를 틀던 새들도 돌아왔다. 사실 숲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니라 이런 동물들이다. 숲을 더욱 자연답게 풍요롭게 해주기 때문이다.

양재숲 안에 있는 매헌 윤봉길 기념관도 꼭 들를 곳이다.
 양재숲 안에 있는 매헌 윤봉길 기념관도 꼭 들를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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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숲 공원 안에 있는 매헌 윤봉길 기념관도 빼놓을 수 없다. 기념관은 2층으로 구성돼 의거 당시 윤의사의 소지품들과 임시정부 활동, 광복군 활동사진, 윤봉길 의사가 거사 때 사용한 수총과 도시락 폭탄 모형, 친필 등 많은 독립운동 관련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윤봉길 의사는 일제 강점기 암흑시대에 야학당을 개설, 한글 교육, 민족의식 고취 등 농촌계몽운동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계몽운동만으로는 독립을 이룰 수 없다는 한계를 인식하고 중국으로 망명길에 올랐다.

백범 김구를 만난 윤봉길 의사는 의열 투쟁에 뜻을 모으고 한인 애국단에 가입했다. 1932년 4월 29일 김구 선생과 함께 홍구공원 거사를 계획 중국 상해 홍커우 공원에서 일본군의 상하이 점령 전승 경축식 때 도시락 폭탄으로 의거를 감행해 수뇌부를 폭사시킨 독립운동가. 그때 나이가 25세. 의사의 의거는 널리 알려져 중국의 한인 독립운동 지원과 임시정부의 활성화 등 이후 독립운동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처처한 방초(芳草)여 / 명년에 춘색(春色)이 이르거든 / 왕손으로 더불어 같이 오게 / 청청한 방초여/ 명년에 춘색이 이르거든 / 고려(高麗) 강산에도 다녀가오. / 다정한 방초여 / 금년 4월 29일에 방포(放砲) 일성(一聲)으로 맹세하세.
- 의거 현장을 답사한 뒤에 마지막으로 자신의 결의와 소망을 적은 의사(義士)의 유시(遺詩

경마장, 동물원, 저수지... 경기도의 명소 곁을 흐르다

도시 하천이지만 시골의 풋풋한 시냇가 같은 풍경도 마주친다.
 도시 하천이지만 시골의 풋풋한 시냇가 같은 풍경도 마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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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공원안에 들어가면 다양한 말들을 만날 수 있다.
 경마공원안에 들어가면 다양한 말들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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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과천 방향의 양재천 길은 비닐하우스들과 ㅇㅇ농원이라고 쓰여 진 작은 농장들이 보이는 등 시골 냇가를 지나는 풋풋한 느낌이 든다. 하천가에 높게 피어난 갈대와 새하얀 옷을 입은 중대백로들로 더욱 운치 있게 느껴지는 하천길이라 자전거 여행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구간이기도 하다.

어느 덧 양재천은 막계천이라는 지류 하천을 품고서 흐른다. 막계천은 1.75km의 작은 개울이지만 주말이면 많은 시민들이 찾는 경마장과 큰 과천 저수지가 있는 동물원 등의 명소를 지나간다. 맑은 개천이라 하여 토박이 말로는 '맑개'라 하며 이름답게 양재천의 지류 가운데 과천 땅에 있는 것으로는 가장 물이 많고 맑다.

수많은 말들이 훈련을 받고 경주를 하는 경마공원, 아시아에서 제일 크다는 과천 동물원에 필요한 각종 용수(用水)가 이 막계천을 근거로 한다. 이 내는 주변의 동식물이 자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과천저수지를 형성하여 아름다운 인공호수로 관람객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또 저수지 아래쪽의 너른 들에 물을 대 주어 농작물을 키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

경마장이 있는 경마공원은 매우 넓고 큰 곳인데 주말이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무척 많이 놀러 온다. 공원 안으로 들어가면 경마 경기 외에도 말 훈련장과 사육장이 안에 있어서 평소에 볼 수 없는 비싸고 귀한 종마들과 귀여운 망아지 등 다양한 말들을 구경할 수 있다.

마침내 하천길은 과천8경 중 하나라는 과천저수지와 마주치게 된다. 미술관과 동물원을 품고 아름답게 펼쳐진 저수지가 바로 과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물인 과천저수지다. 청계산에서 발원하는 막계천이 흘러 만들어진 저수지로 과천 대공원에서 호수 같은 큰 저수지를 이룬 후, 양재천으로 흘러든다.

과천 8경 가운데 하나라는 운치있는 과천 대공원 저수지.
 과천 8경 가운데 하나라는 운치있는 과천 대공원 저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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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 현대 미술관 앞마당의 명물 '노래하는 거인'.
 과천 현대 미술관 앞마당의 명물 '노래하는 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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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위로 물 흐르듯 천천히 흘러가는 스카이 리프트 아래로 무성한 나무들과 함께 저수지 가로 길이 나있어 걷기 좋다. 겨울이지만 드문드문 얼음이 얼어 있는 호수 위에 떠있는 오리떼 들과 리프트에 앉은 연인들의 속삭임이 있어 운치있다. 저수지 주변 산책로 벤치에 앉아서 담소와 망중한을 즐기는 시민들 속에서 화폭을 펼쳐놓고 저수지에 사는 소나무 그림을 그리는 할아버지가 눈길을 끌었다.

20년이 넘게 취미로 그림을 그려왔다는 할아버지는 노년의 취미로 이만한 게 없다며 활짝 웃음을 지어 보이신다. 정말 무언가를 창조하고 몰입할 수 있는 이런 취미가 있다면 나이 들수록 몰려오는 고독이 별로 두렵지 않을 것 같다.

상념에 젖어 저수지를 한 바퀴 도는데 문득 어디선가에서 굵은 저음의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현대 미술관 야외조각공원의 명물 거인상이 부르는 노래로 실제로 노래를 부르듯 턱과 입을 움직이게 만들어 놓아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입장료가 무료인 현대 미술관과 야외조각공원은 작품들을 감상하며 차분하게 양재천 여행을 마무리 할 수 있는 좋은 곳이다.

* 주요 자전거 여행 코스: 학여울역 - 양재천 - 양재시민의 숲 - 경마공원 - 과천 저수지 - 현대미술관, 서울대공원  


태그:#자전거여행, #양재천, #양재시민의숲, #윤봉길 기념관, #과천저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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