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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창고 입구 변희재와의 사건으로 구설수에 오른 고기집 낭만창고의 입구
▲ 낭만창고 입구 변희재와의 사건으로 구설수에 오른 고기집 낭만창고의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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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낮 12시. 배고픈 20대 남녀 3명이 점심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식당을 찾았다. 장소는 여의도에 위치한 돼지고기 전문점, 그 이름도 유명한 '낭만창고'였다. 가칭 '보수대연합' 발기인 대회가 이 식당에서 열리고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의 식사비 미지급 논란이 인 후, '낭만창고'는 전국구로 이름을 날리는 음식점이 됐다. 사건 당시의 사실관계, 식당 주인의 정치적 이념 지향을 떠나서 내게는 한번쯤 꼭 가보고 싶은 식당이 됐다. 우리 일행은 큰 마음을 먹고 식당에 들어섰다.

우리가 들어서자 검은 앞치마를 두른 종업원 세 명이 우리를 맞았다. 4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이 과장은 아닌 듯, 굉장히 넓은 홀이 눈에 띄었다. 한국말이 약간은 서툰 종업원이 우리를 안내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점심을 해결하러온 직장인들이 차지한 테이블이 여럿 있었다. 언뜻 눈에 들어오는 테이블만 10개가 넘었다. 눈에 들어오지 않는 사각지대까지 생각하면 그렇게 한산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낭만창고의 메뉴 식당 내부에 낭만창고 메뉴가 걸려 있다. 다소 비싼 듯 하지만, 여의도 물가를 생각하면 그렇게 비싸다고 탓하기는 어려울 듯 하다.
▲ 낭만창고의 메뉴 식당 내부에 낭만창고 메뉴가 걸려 있다. 다소 비싼 듯 하지만, 여의도 물가를 생각하면 그렇게 비싸다고 탓하기는 어려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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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식당에는 직장인들을 위한 점심특선메뉴가 따로 준비돼 있었다. 우리를 테이블로 안내한 종업원도 점심메뉴를 먹을 것인지를 우선 물어봤다. 곰탕도 있었고, 한우미역국도 있었고, 비빔밥도 있었다. 하지만 먹어도 먹어도 배고픈 20대 청춘이었기에 우리는 당당하게 고기를 시켰다. 고기는 소금구이인 꽃돼지구이, 목살구이, 고추장삼겹살구이 모두 1인분(170g)에 1만4000원으로 동일했다.

1인분에 1만4000원이라는 가격이 분명 싼 것은 아니지만, 국내산이라는 점과 여의도 평균물가를 생각하면 또 그렇게 비싼 가격도 아니었다. 꽃돼지구이 3인분, 그리고 밥 세 공기를 주문했다. 주변에 점심메뉴 이외에 고기를 시킨 테이블은 우리가 앉은 테이블이 유일했다. 불판과 밑반찬 그리고 밥과 국이 금방 서빙됐다.

익어가고 있는 돼지고기 주문한 꽃돼지구이 3인분이 익어가고 있다. 초벌해서 나오며, 처음에는 종업원이 도와주다가, 어느 정도 익으면 손님에게 집게가 넘어 온다.
▲ 익어가고 있는 돼지고기 주문한 꽃돼지구이 3인분이 익어가고 있다. 초벌해서 나오며, 처음에는 종업원이 도와주다가, 어느 정도 익으면 손님에게 집게가 넘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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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초벌이 돼서 나오다보니 고기가 불판에 올라오기까지는 10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다. 불판에 올라오고 나서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완전히 익을 때까지는 다소의 시간이 더 걸렸다. 언뜻 보기에 양이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두껍게 썰린 고기가 불판 위에서 노릇노릇 구워지는 모습은 군침이 돌게 했다. '서빙이 늦었다'는 논란이 있었던지라 일부러 이런저런 주문을 해봤다. 물과 밑반찬을 더 요구하는 주문들을 수시로 했으나 종업원은 그다지 불쾌해하는 내색 없이 갖다줬다. 중간에 종업원이 한 번 실수를 한 경우를 제외하면 시간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주문한 고기가 다 익자, 테이블에 앉은 우리는 별 다른 말없이 식사를 시작했다. 소금간이 돼 있는 두툼한 돼지고기의 맛은 괜찮았다. 처음에는 다소 걱정했으나 20대 남자 한 명과 여자 두 명이 식사하기에는 무리가 없었으며, 공기밥까지 먹고 난 후에는 만족스러운 포만감을 느낄 수 있었다. 저 멀리 보이는 메뉴판 하단에 "꽃돼지의 중량은 1g도 부족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낭만창고 입구에 쓰여있는 문구 낭만창고로 들어서는 입구에 "문을 닫는 한이 있어도 결코, 반칙하지 않겠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과연 그 날, 낭만창고는 반칙을 한 것일까?
▲ 낭만창고 입구에 쓰여있는 문구 낭만창고로 들어서는 입구에 "문을 닫는 한이 있어도 결코, 반칙하지 않겠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과연 그 날, 낭만창고는 반칙을 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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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함께 식사를 마친 김씨는 "고기는 맛이 있었으나, 밑반찬이 조금 아쉬웠다"며 "괜찮은 식당"이라고 평했다. 내가 보기에도 낭만창고는 여의도의 여느 돼지고깃집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식당이었다. 나쁘지 않은 기억이 남았고, 다음에 한번쯤 다시 오고 싶은 곳이었다. 식당 내 그 어느 곳에서도 '종북주의'의 흔적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다른 동행인 박씨는 "여기가 인터넷에 회자된 그 곳인줄 듣지 못했으면 전혀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희재 대표와의 사건으로 종북으로 매도된 낭만창고. 하지만 어떻게 이 식당이 <한겨레>와 공모하여 보수대연합 발기인 대회를 우습게 만든 주체가 될 수 있었는지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고깃집은 그냥 고깃집일 뿐이다. 그리고 밥을 먹었으면, 돈을 내야 한다. 우리는 서비스 품질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고 청구된 금액 전액을 정가대로 지불했다. 이러한 상식이 통하지 않고, 식당에 마저 종북 프레임이 덧씌워지고 온라인에서 논란이 되는 현실이 문득 처참하리만큼 슬프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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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