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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해직 언론인들, 해고무효 소송 '승소' 판결  이명박 정부 시절 낙하산 사장 퇴진과 공정방송을 요구하다 해직된 MBC 정영하 전 노조위원장(가운데), 최승호 PD(오른쪽), 강지웅 전 노조사무처장이 17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MBC본부 노조원 44명에 대한 해고·징계 무효 확인 소송 선고공판에서 승소하자, 서로 안아주며 기뻐하고 있다. 이날 재판부는 "방송 매체는 일반 기업과 달리, 표현의 자유와 올바른 알권리 보장을 위해 방송의 객관성과 공정성 보장이 필요하다"면서 "방송의 공정성을 위한 파업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 MBC 해직 언론인들, 해고무효 소송 '승소' 판결 이명박 정부 시절 낙하산 사장 퇴진과 공정방송을 요구하다 해직된 MBC 정영하 전 노조위원장(가운데), 최승호 PD(오른쪽), 강지웅 전 노조사무처장이 17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MBC본부 노조원 44명에 대한 해고·징계 무효 확인 소송 선고공판에서 승소하자, 서로 안아주며 기뻐하고 있다. 이날 재판부는 "방송 매체는 일반 기업과 달리, 표현의 자유와 올바른 알권리 보장을 위해 방송의 객관성과 공정성 보장이 필요하다"면서 "방송의 공정성을 위한 파업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 유성호


'만시지탄'(晩時之歎)이란 네 글자가 머리를 스쳐간다. 어쩌면, '기회를 잃은 뒤 때가 늦은 것을 한탄한다'는 뜻의 이 사자성어가 적확하지 않을는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기회를 잃은 뒤 다시 찾게 됐고, 다른 누군가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오히려 또 다른 기회를 엿보고 있으니. 어쨌건 이 한탄은 여전히 바람 잘 날 없는 공영방송 MBC의 상황 앞에선 분명 유효해 보인다.

23일 오전 서울남부지방법원은 MBC 사측이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이하 MBC 노조)를 상대로 2012년 노조 파업으로 손해를 봤다며 제기한 195억 원의 손해배상소송을 기각했다. 앞선 지난 17일 MBC 노조원 44명은 해고·징계무효 확인소송에서도 승소했다. 김재철 사장 재임 당시 MBC 노조가 벌였던 170여 일 간의 파업이 정당했다는 것을 확인한 셈이다. 

특히나 법원은 MBC 사측의 소송 취지와는 달리 "공정방송"이란 명분을 분명히 하며 노조 측의 손을 들어줬다. 상징적이고 역사적인 판결이라는 평가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C가 파업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선 여전히 회의적인 시선이 지배적이다. 짧지 않은 법적 다툼의 승패와는 달리 MBC의 전·현 경영진의 행보가 '한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권력으로부터 MBC를 지키겠다'던 김재철 전 사장의 예견된 행보 

 김재철 MBC 신임 사장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 본사에서 노조의 '낙하산 사장 출근 저지 투쟁'에 가로막혀 본사에 들어가지 못한 채 주차장에 마련된 천막에서임원들의 업무보고를 받은 뒤 본사를 나서고 있다.

김재철 MBC 신임 사장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 본사에서 노조의 '낙하산 사장 출근 저지 투쟁'에 가로막혀 본사에 들어가지 못한 채 주차장에 마련된 천막에서임원들의 업무보고를 받은 뒤 본사를 나서고 있다. ⓒ 유성호


"우리 MBC를 권력으로부터 독립시켜 내겠다. 후배들의 말대로 MBC의 공영성을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내겠다. 이것은 남자로서의 약속이며 MBC를 위해 인생을 바쳐 일할 각오가 되어 있다."

2010년 3월, 김재철 전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김 전 사장의 출근 저지 투쟁에 나섰던 당시 MBC 노조원들에 맞서 열었던 '천막사장실' 안에서다. 방송문화진흥원에 의한 낙하산의 인사라며 김재철 사장 취임을 적극 반대했던 MBC 후배들 앞에서 했던 김 전 사장의 다짐은 먼저처럼 사라졌다. 그리고 4년 여가 흐른 지금, 그는 경남 사천시장 출마를 예고하고 있다.

23일 <경남도민일보>에 따르면 그는 "고향 사천을 새롭게 디자인 해보고 싶다"며 "방송국에 근무한 노하우를 살려 (사천시를) 첨단항공도시, 관광도시, 문화예술도시, 와룡산 중심의 힐링도시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에서는 오는 7월 치러지는 서울 쪽 보궐선거 출마를 권유했지만, 중앙정치보다 지방정치가 맞는 것 같아 거절한 상태"라고 밝힌 그는 오는 28일 책 출판기념회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철 전 사장의 '사천 관리'는 이미 취임 직후부터 논란을 불러왔으며, 새누리당 영입과 총선 출마설 역시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그랬던 그가 다소 늦었지만 MBC 안팎의 예상대로 '출마'를 선언한 셈이다. 국회의원이 아닌 사천시장으로 자리만 바뀌었을 뿐. 이에 대해 민주당은 즉각 김영근 수석부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고 김 전 사장의 정치 입문을 비판했다.

"김 전 사장은 지난해 12월 업무상 배임혐의로 검찰로부터 약식 기소된 상태다. 그는 2010년 3월부터 2년간 법인카드를 사용해 1천100만 원 상당을 유용하고 감사원이 요구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혐의(감사원법 위반)를 받아왔다. 죗값을 치러야 할 사람인 것이다. 이에 반해서 김 전 사장이 해고한 정영하 전 노조위원장 등 조합원들은 1심에서 해고무효 판결을 받았다.

충고한다. 김재철 전 사장은 사천시장 출마의 뜻을 접고 자숙하기 바란다. 출판기념회 계획도 즉각 취소할 것을 요구한다. 책 내용에 양심적인 MBC 노조원을 쫒아낸 이유라도 썼다는 말인가. MBC 사장 재직 기간 동안에 남긴 김 전 사장의 이미지는 언론탄압의 대명사였음을 상기시켜둔다."

철저히 망가진 MBC의 시계, 거꾸로 돌릴 수 있을까

 '해고·정직 등 파업 참여로 받은 징계는 무효'라는 판결을 보도한 17일 오후 MBC <뉴스데스크(사진 위)>와 같은 내용을 다룬 JTBC <뉴스9(사진 아래)>.

'해고·정직 등 파업 참여로 받은 징계는 무효'라는 판결을 보도한 17일 오후 MBC <뉴스데스크(사진 위)>와 같은 내용을 다룬 JTBC <뉴스9(사진 아래)>. ⓒ MBC, JTBC 방송화면캡처


MBC 노조원 44명의 해고·징계 무효와 김재철 전 사장의 사천시장 출마. 이 소식이 한날 전해진 것은 꽤나 상징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MBC 사측은 법원이 노조측의 손을 들어준 지난 17일과 23일 모두 즉각 항소할 뜻을 분명히 했다. 노조원들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지만, 이에 책임을 져야 할 전임 사장은 당당히 보궐선거 출마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김재철 사장' 이후 망가진 MBC의 보도부문은 두고두고 언론계 안팎과 시청자들의 비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김정은, 눈썹 왜 밀었나'란 내용으로 북 통치자를 스토커마냥 따라잡고, '배용준 안경 써도 되나?'나 '비오는 날은 소시지빵'과 같은 헛웃음을 짓게 만드는 리포트를 <뉴스데스크> 메인뉴스에 버젓이 내보내는 MBC의 보도 행태는 SNS의 '짤방'으로 소비되고 있다.

김재철 전과 후를 비교했을 때, "철저히 망가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뉴스 신뢰도 부문에서 지상파 3사 중에 꼴찌를 달리는 중이며, 지난 2일 발표된 '리서치뷰' 조사에서는 손석희 사장이 이끌고 있는 JTBC에도 따라잡힌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한 해동안 <뉴스데스크>가 사회 현안보다 '날씨'와 '동물'에 유독 집착하고 있다는 사실은 언론계 안팎의 공공연한 비아냥 대상이었다.  

여기에 김재철 전 사장의 임기를 이어 받아 경영철학을 승계(?)한 것처럼 보이는 현 김종국 사장 이하 경영진의 행보는 거침이 없어 보인다.

지난 20일 MBC 사측은 법원의 손해배상소송 기각에 대응해 <조선일보>와 <매일경제>, <문화일보> 1면에 "방송의 공정성은 노동조합이 독점하는 권리가 아닙니다"라는 제목의 광고를 실었다. 또 17일 <뉴스데스크>를 통해서도 이례적으로 두 꼭지를 할애하여 사측의 반박만을 충실히 전달한 바 있다. 비교적 사측과 노조측 입장을 균형있게 보도한 손석희 사장의 JTBC 보도와 두고두고 비교됐다.  

"주먹은 가깝고 법은 멀다." 어떤 사안이나 사건이 벌어졌을 때 법적 판결과 해결까지 걸리는 물리적 시간을 비유한 말이다. MBC의 상황은 "탄압과 훼손은 가깝고 법은 멀다" 정도로 바꿔볼 수 있을까. 연이은 두 건의 판결의 의미와 달리 현실적으로 MBC가 파업 전의 분위기로 돌아갈 수 있을 일말의 가능성만 놓고 본다면 말이다.

김재철 전 사장의 임기는 2월 말로 끝난다.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는 2월 3일부터 10일간 MBC 사장 공모에 나선다. 김종국 사장의 연임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망가진 MBC의 시간은 거꾸로 가기 힘들어 보인다. 다시, 주먹은 가깝고 법은 멀다. '만시지탄'이라는 말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MBC 김재철 손석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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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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