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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는 2008년 10월 리만 브라더스 사태 이후 5년째를 맞았지만 아직도 확실히 회복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새사연은 "리셋코리아"(2011)에서 2008년 위기가  "장기침체"로 전환될 거라고 규정했다. 작년 말 서머스, 크루그만, 삭스, 들롱 등 거시경제학자들이 "지속적인 침체"(secular stagnation)이라고 진단한 것도 맥을 같이 한다. 그만큼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가 중첩되어 있다.

그럼 내년은 어떨까? 우선 UN, OECD, IMF의 세계경제 전망을 살펴보면 세 곳 모두 내년에는 성장률이 약 1%p 가량 올라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UN 쪽의 수치가 다른 것은 이 기관이 구매력 지수(PPP)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별로 미국은 2%대, 유로 지역은 1%대로 작년보단 나을 것이며 중국은 7%대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UN, OECD, IMF가 각 지역별로 전망한 경제성장률이다. 출처 : UN/desa, World Economic Situation and Prospect 2014, 12. 18    OECD, Economic Outlook No14, 11.19    IMF, World Economic Outlook, 10
▲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 UN, OECD, IMF가 각 지역별로 전망한 경제성장률이다. 출처 : UN/desa, World Economic Situation and Prospect 2014, 12. 18 OECD, Economic Outlook No14, 11.19 IMF, World Economic Outlook,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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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는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신구 역풍에 대해 여전히 취약하다"(UN),
"더 강한 성장이 앞에 있다, 그러나 더 많은 위험도 공존한다"(OECD), 
"세계 성장은 저단 기어에 있다, 행위의 추동력이 변하고 있다, 그리고 하방 위험은 여전하다"(IMF).

이처럼 세 기관 모두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구조 개혁을 강조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명확하지 않다. 만일 그 내용이 과거 IMF가 강조하던 금융시장의 자유화나 노동시장 유연화라면 강도 높은 구조개혁이 오히려 위기를 불러올 가능성이 더 높다. 이들이 말하지 않은 진정한 구조적 문제가 더욱 악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 문제란 전 세계에 걸쳐 국가 간 불평등, 그리고 국내의 불평등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렇듯 현재 안고 있는 시한폭탄들이 폭발하지 않는 한 선진 경제권은 그럭저럭 2% 후반대의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의 완만한 회복은 개발도상국의 경기둔화, 또는 위기 가능성과 맞물려 있다. 지난 9월 버냉키의 양적완화정책 축소 발언 이후 신흥경제에서 자금이 이탈하면서 이들 경제의 취약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1997년 동아시아 위기를 맞은 나라들(태국, 한국, 인도네시아)의 상황과 비교해 볼 때 현재 현재 곤란을 겪고 있는 브라질, 인도, 터키,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의 대 GDP 경상적자 비율, 대외채무비율, 외환보유고 비율은 그다지 나아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연준의 공언대로 급격한 양적완화 축소기 이뤄진다면 이 나라들의 위기 가능성은 한껏 높아질 것이다.

한편 중국의 경우 지방정부의 부채가 급증해서 이를 국유 자산의 판매로 메꾸고 있는 실정이다. 만일 지방 정부가 파산의 위기에 처한다면 은행들의 부실채권 증가로 인해 금융경색 현상이 올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현재 중국의 공산당과 중앙정부가 강력하기 때문에 급격한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 1979년 한국의 심각한 경제위기가 1980년대에 공권력에 의해 수습된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중국은 작년 하반기부터 금년 상반기까지 7% 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 추세는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종합하면 2009년 -2.1%를 기록했다가 2010년 4.0% 성장으로 반등한 후, 2011년에서 13년까지 3년 연속 2% 대(2013년 2.1%)를 기록했던 세계경제는 2014년에 조금 더 나아져서 3%대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3%대에 육박해서 이 추세가 지속적인 경기 회복으로 돌아서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의 지뢰를 잘 피해야 한다. 첫번째는 양적완화정책 축소와 신흥 경제의 위기 가능성이고, 두번째는 실종된 금융개혁, 세번째는 둔화되는 무역증가율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세계경제의 큰 악영향을 미칠 이 요소들을 잘 피해가면 3%대 전망은 가능하다.
▲ 세계경제의 세 가지 구조적 문제 세계경제의 큰 악영향을 미칠 이 요소들을 잘 피해가면 3%대 전망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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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양적완화정책 축소와 신흥 경제 위기의 가능성

지난 12월 버냉키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미미한 속도의 양적완화 축소를 단행했다. 양적완화라는 비전통적 정책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또 이 정책을 거둬들일 방법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앙은행이 장기국채를 매입하고 부실채권을 직접 사 들이는 양적완화 정책은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함으로써 부실은행을 구제하고 금융시장을 진정시켜서 간접적으로 경제회복을 진작시키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위험 프리미엄이 잠복하도록 만들고 은행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김으로써 신흥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한 위험성을 안고 있다.

그러나 만일 너무 일찍, 그리고 강하게 양적완화정책을 축소시킬 경우 장기이자율이 치솟아 금융시장과 실물경제를 흔들 것이며, 신흥경제로부터 자본이 빠져나와 결국 이들의 외부 금융비용을 높일 것이다. 후자는 이미 "버냉키 쇼크" 라는 이름마저 얻었다. 앞서 말한 '취약 5인방'의 경상적자 비율(GDP 대비 경상적자)와 대외채무비율, 외환보유액비율은 1997년 한국의 지표와 비교해 볼 때 대체로 두 배 이상 나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공언한 대로 급격한 양적완화 축소가 이루어진다면 이들의 위기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며, 다시금 외환위기 등의 상황이 닥쳐온다면 결국 세계경제는 깊은 수렁에 빠지고 말 것이다.

2. 금융개혁 실종

각국 중앙은행의 양적완화정책 덕에 선진국 금융시장들은 이제 위기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했다. 그러나 조지프 스티글리츠와 앨런 블라인더는 "또 다른 금융위기가 불가피하다" 고 말한다. 그들은 2009년 이후 전 세계가 주장하던 금융개혁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지적하며, 계속해서 2008년 금융위기의 근본적인 원인들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필연적으로 또 다른 금융위기가 닥쳐올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달러가 여전히 세계의 기축통화이고 월스트리트가 미국정치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금융개혁이나 금융규제 강화는 말잔치로 끝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 중국이 이들 문제에 관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이런 절망적인 수렁에서 빠져 나오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나아가 이것은 향후 미국과 중국이 G2체제라는 틀 안에서 주도권을 놓고 끊임없이 충돌할 것이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3. 무역증가율 둔화

영국의 경제학자 개리 데이비스(Garry Davies)는 '무역 증가율은 경제 성장률의 두 배'라는 공식이 깨졌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1980년부터 2011년까지 이어지던 공식이, 지난 2년간 무역증가율이 성장률보다 밑도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남으로써 깨진 것이다. 역사상 산업혁명 이후 무역 증가율이 GDP보다 천천히 상승한 기간은 1913~1950년간의 탈세계화 기간뿐이었다. 그렇다면 지금의 상황은 경기순환으로 인한 일시적 이상 현상일까, 아니면 구조적 변화를 뜻하는 것일까?

출처 : Financial Times (왼쪽 그림의 X축 맨 왼쪽은 1870-1913)
▲ 무역증가율의 변화 출처 : Financial Times (왼쪽 그림의 X축 맨 왼쪽은 1870-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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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스는 이를 구조적 변화로 평가하고 있다. 중국 등 거대 신흥경제들이 선진국으로부터 자국의 성장을 분리하려는 움직임과, 선진국들이 제조업 혁명으로 다시 제조업에 몰두하게 됨으로써 나타난 구조적 변화라고 보는 것이다. 크루그만 역시 무역증가율 둔화 현상이 구조적 변화임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산업생산과 GDP는 대체로 같은 비율로 증가할 것인데, 제조업 제품이 무역에서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단기에 무역이 GDP 발전보다 더 출렁이는 것은 당연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무역 증가율 둔화로 인해서 혼란스러워 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양자는 모두 현재의 무역증가율 축소가 중국과 브라질, 러시아 효과가 누그러지며 나타나는 현상임에 동의한다. 역사적으로도 무역자유화가 경제성장율을 선도하던 시기에는 거대 경제 중 하나가 고도성장을 하고 다른 한 편에서는 그 생산물을 소화해주는 나라가 존재하는 구조를 형성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후자, 즉 흑자를 바탕으로 할 고동성장 국가의 수출을 받아줄 나라의 역할을 누가 할 것인지가 관건이 되겠으나, 현재로서는 답이 모호한 상황이다.

또한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한 부채주도성장의 파산으로 인하여 이전과 같은 무역증가율이 더 이상 나타나기도 어렵다. 이제 수출주도 성장이나 부채에 의한 소비주도성장은 불가능해진 것이다. 결국, 데이비슨의 주장대로 구조변화가 일어났고, 크루그만의 말대로 평평한 고원처럼 무역증가율은 둔화될 것이며, 딱히 세계의 수출을 소화해서 총수요를 확대시킬 나라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현재 세계경제의 상황에 대한 정리라고 할 수 있겠다.

이와 같은 구조적인 '지뢰'들이 터지지 않을 때 세계경제는 3%대에 경제성장률을 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덧붙이는 글 | 정태인 기자는 새사연 원장입니다. 이 기사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새사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세계경제 전망 및 자세한 표가 첨부된 완결된 보고서를 보고싶으신 독자는 새사연(www.saesayon.org)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태그:#세계경제, #경제성장률, #IMF, #양적완화, #금융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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