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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월화드라마 <기황후>가 인기몰이 중이다. 14일 방영한 22화의 시청률은 20.2%. 높은 시청률이 이어지며 상업적으로 성공한 드라마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사극으로서는 실패한 드라마가 될 확률이 높다. 인물, 사건, 소품과 복식, 세트 등에서 전반적인 왜곡이 지나친 이유에서다.

그간 언론에서 거론한 <기황후>의 가장 큰 문제는 인물 설정의 역사 왜곡이다. 특히 개혁군주 공민왕을 폐위시키고 고려 토벌군을 일으킨 기황후(하지원 분)가 애국자로 그려지는 점, 패륜을 저지른 폭군 충혜왕(주진모 분)이 성군으로 묘사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사건 면에서는 큰 틀의 시대 배경을 제외한 대부분이 허구다 보니 일일이 왜곡 여부를 판단하기 힘들 정도다.

논란에 대해 제작진과 출연진의 입장은 단호했다. 사실과 허구를 뒤섞은 '팩션' 사극이라는 것이다. 제작발표회 때 한희 PD는 "<기황후>는 팩션 드라마다"고 해명했으며 공동집필한 정경순 작가 역시 "역사적 인물을 일부만 따오고 허구의 인물을 섞은 팩션(픽션+팩트)"이라고 밝혔다.

주연 배우 주진모도 "역사적 사실로만 만들 거면 다큐를 만들지 왜 드라마를 만드나"라며 역사 왜곡 논란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물론, 논란이 일자 극 내용이 허구임을 알리는 자막 삽입, 충혜왕을 가상인물로 재설정하는 등 개선책을 내놓았으나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이유로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기황후는 팩션 사극이 아닌 엉터리 막장 사극

엄격한 잣대로 사극을 비평하자면 무결점 사극은 불가능하다. 극적 전개를 위해 불가피한 부분이나 사료가 부족한 부분에 대해 상상력을 더하는 일, 시각적 세련미 고려 등 어느 정도의 재해석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해 완화된 잣대로 극을 바라보면 어느 정도의 고증 오류는 편의상 넘어갈 수도 있다. 가령, 원순제(지창욱 분)가 몽골식 변발을 하지 않고 한국어를 쓰는 까닭은 인물에 대한 몰입도를 고려한 조치로 이해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황후>의 전반적 고증 수준은 현대적 재해석을 고려하더라도 매우 수준이 낮다. 엄밀히 말해 '팩션 사극'으로서도 실격이다.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극적 상상력을 더했다고 여기기엔 기초적인 고증조차도 매우 부실하기 때문이다.

고증오류 중 몇몇에선 제작진의 역사적 몰상식이 드러나기도 한다. <기황후>에 자주 등장하는 원나라 대승상의 집을 살펴보자. 이 집은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이 보더라도 한옥임을 알아차릴 정도다. 몽골 전통방식이나 중국식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런데 극에서는 이 한옥 세트장을 원나라 대승상 집으로 활용한다.

제작비 때문에 중국식 건물을 따로 짓지 못했다는 반론이 있을 수도 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내에 중국풍 건축 세트장은 많기 때문이다. 심지어 같은 MBC에서 제작한 사극 <신돈>의 극 초반은 기황후와 같은 원나라가 배경이다. 고증이 뛰어나다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한옥과는 엄연히 구분되는 모양새였다.

국적불명의 <기황후> 연철 대승상의 집 <기황후> 연철 대승상의 집은 한옥 세트장을 그대로 활용했다. 더욱이 <불의여신 정이>에서 등장한 실제 일본군의 가문 문양을 아무런 시대적, 국가적 연고가 없는 원나라 대승상 집에 재활용하기도 했다.
▲ 국적불명의 <기황후> 연철 대승상의 집 <기황후> 연철 대승상의 집은 한옥 세트장을 그대로 활용했다. 더욱이 <불의여신 정이>에서 등장한 실제 일본군의 가문 문양을 아무런 시대적, 국가적 연고가 없는 원나라 대승상 집에 재활용하기도 했다.
ⓒ 금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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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대승상 집에 걸린 파란 천의 문양이다. 시청자들은 대승상 연철(전국환 분)의 가문을 상징하는 문양으로 이해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는 실제 일본 전국시대 무장 아리마 하루노부 가문의 문양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무분별한 소품 재활용이 원인이다. <기황후> 직전에 방영한 사극 <불의여신 정이>에 등장하는 소품을 재활용한 것이다.

<불의여신 정이> 32화를 보면 똑같은 문양이 등장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아리마 하루노부의 막사에 걸린 가문 문양 그리고 아리마 휘하 병사들이 등에 꽂은 군기를 통해서다. 임진왜란 시기 일본에 파병한 장군의 가문 문양을 원나라 대승상의 집에 걸어둔 것이다. 제작비 문제나 팩션으로 치부하기엔, 국가는 물론이고 시대 배경부터 맞지 않는 몰상식한 일이다.

일본 가문 문양을 내건 한옥, 그러나 원나라 대승상 집으로 활용되는 해당 건축. 이 불가사의한 집의 내부는 어떨까. <기황후>의 대승상 집은 외부와 내부 구조가 매우 다르다. 문제는 부조화다. 조명시설이 천장에 매달려 있고 벽엔 액자가 있다. 책상은 오늘날 사무실 집기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문은 손잡이를 잡고 여는 여닫이 방식이다. 서양식 건축을 연상 시킨다.

종합해보면 원나라 대승상 집에는 우리민족과 일본의 문화, 서양의 문화까지 골고루 드러나지만 정작 몽골문화는 없다. 이를 원순제(지창욱 분)의 변발하지 않은 머리모양처럼 현대적 해석이라 포장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기황후> 연철 대승상의 집 내부 겉은 한옥모양에 일본군 군기가 나부끼던 정체불명의 연철승상의 집. 내부는 더욱 놀랍게도 서양식이다. 천장에 달린 조명시설과 손잡이 달린 여닫이 문, 사무실 집기같은 책상, 벽에 걸린 액자 등이 눈에 들어온다.
▲ <기황후> 연철 대승상의 집 내부 겉은 한옥모양에 일본군 군기가 나부끼던 정체불명의 연철승상의 집. 내부는 더욱 놀랍게도 서양식이다. 천장에 달린 조명시설과 손잡이 달린 여닫이 문, 사무실 집기같은 책상, 벽에 걸린 액자 등이 눈에 들어온다.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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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잡이식 재활용은 이뿐이 아니다. 대승상 연철(전국환 분)은 고급스러운 칼을 갖고 있다. 날이 일자로 된 직도다. 몽골 민족은 전통적으로 날이 반달처럼 휜 곡도를 쓴다는 점에서 고증 오류라 할 수 있다. 물론, 중국 대륙을 정복한 후 중국식 칼도 혼용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칼의 모양은 중국식이 아닌 환두대도라는 우리 칼이다. 환두대도는 삼국시대 한반도 문화를 상징하는 칼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일본에도 같은 유물이 출토되는 이유로 우리 문화의 일본진출 경로를 설명하는 중요한 칼이기도 하다. 환두대도 소품의 본래 출처를 조사한 결과 '고려도검'이라는 도검류 제작회사의 제품임을 알 수 있었다. '고려도검' 측에서 <태왕사신기> 제작진에 납품한 제품과 완전히 동일한 모양이다. 제작진이 삼국시대 우리 칼을 수백 년 후의 원나라 대승상의 손에 쥐여준 것이다. 제작비와 현대적 해석 혹은 극적 상상력이라기보다는 역사적 몰상식과 부주의의 문제로 보인다.

<기황후>에 등장한 환두대도 연철 대승상의 칼, 여러모로 이상하다. 몽골에서는 직선 날이 아닌 곡선 날의 칼인 곡도를 썼기 때문이다. 또, 이 칼은 '환두대도'로 삼국시대에 쓰인 고유의 칼이다. 수백년 후 원나라에서 대승상이 이 칼을 사용한 셈이다. 추적해보니 드라마 <태왕사신기>때 고증해 납품한 칼이 그대로 사용됐음을 알 수 있다.
▲ <기황후>에 등장한 환두대도 연철 대승상의 칼, 여러모로 이상하다. 몽골에서는 직선 날이 아닌 곡선 날의 칼인 곡도를 썼기 때문이다. 또, 이 칼은 '환두대도'로 삼국시대에 쓰인 고유의 칼이다. 수백년 후 원나라에서 대승상이 이 칼을 사용한 셈이다. 추적해보니 드라마 <태왕사신기>때 고증해 납품한 칼이 그대로 사용됐음을 알 수 있다.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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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과 시대를 초월한 세트장 사용 또한 <기황후>의 문제 중 하나다. <선덕여왕>과 <무신>에서 신라와 고려 배경으로 사용된 세트장이 그대로 원나라 궁궐로 재활용된다. 특히 <무신>에서 김준(김주혁 분)이 몽골군에 맞서 싸울 것을 외치며 고려병사의 사열을 받는 연무장이 <기황후>에서는 몽골의 축국 경기장으로 재활용된다는 사실은 씁쓸함을 남긴다.

<기황후> 원나라 궁과 <무신>의 고려 도방 <무신>에서 고려 도방으로 제작된 세트장으로 <기황후>에서 원나라 궁궐로 재활용했다. 고려와 원나라는 엄연히 다른 문화권임에도 같은 세트장을 사용한 것이다.
▲ <기황후> 원나라 궁과 <무신>의 고려 도방 <무신>에서 고려 도방으로 제작된 세트장으로 <기황후>에서 원나라 궁궐로 재활용했다. 고려와 원나라는 엄연히 다른 문화권임에도 같은 세트장을 사용한 것이다.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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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황후> 원나라 축국장과 <무신>의 고려 연무장 <기황후>에 나온 축국(오늘날 축구)경기장과 <무신>의 고려 연무장 또한 같은 세트장이다. 시대적 배경이 거의 같은<무신>에서 김준(김주혁 분)이 병사들의 사열을 받으며 몽골을 무찌를 것을 선언하는 장소가 몽골의 축국장으로 활용된 셈이다.
▲ <기황후> 원나라 축국장과 <무신>의 고려 연무장 <기황후>에 나온 축국(오늘날 축구)경기장과 <무신>의 고려 연무장 또한 같은 세트장이다. 시대적 배경이 거의 같은<무신>에서 김준(김주혁 분)이 병사들의 사열을 받으며 몽골을 무찌를 것을 선언하는 장소가 몽골의 축국장으로 활용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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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황후> 원나라 궁과 <무신> 고려 궁 <기황후>에서 원나라 세트장으로 사용중인 곳은 <선덕여왕>, <무신>에서 활용된 바 있는 용인 드라미아 세트장이다. 이 곳을 우리나라가 아닌 해외 국가의 세트장으로 사용하는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 <기황후> 원나라 궁과 <무신> 고려 궁 <기황후>에서 원나라 세트장으로 사용중인 곳은 <선덕여왕>, <무신>에서 활용된 바 있는 용인 드라미아 세트장이다. 이 곳을 우리나라가 아닌 해외 국가의 세트장으로 사용하는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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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션사극 <추노>와 <기황후>의 차이

<기황후> 제작진은 역사 왜곡 논란에 '팩션사극' 논리로 대응했다. 그러나 인물과 사건, 소품과 세트 등에서 나타나는 고증 오류들은 '극적 상상력'이나 '현대적 재해석'이라기보다 역사의식의 부재와 몰상식에 가깝다.

팩션 장르는 역사적 사건에 상상력을 결합해 새로운 시각으로 역사를 재해석하는 것을 말한다. 픽션의 장점인 오락성과 팩트의 장점인 역사성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는 장르다. 역사를 기반으로 극을 만든다고 해서 무조건 팩션사극이 될 수 없다. 역사적 배경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토대로 시대상을 구현한 후에 픽션적 요소를 가미해야 팩션사극인 것이다. 이러한 요소를 갖추지 못한 <기황후>를 '팩션사극'이라 칭하는 것은 역사적 탐구와 시대상 구현을 게을리 한 사실을 덮기 위한 면죄부에 지나지 않는다.

KBS 사극 <추노>는 기본적 구성 면에서 <기황후>와 유사한 팩션 드라마다.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기반으로 했지만, 가상의 사건과 인물이 혼재된 이유에서다. 그러나 <추노>는 팩션사극임에도 정통사극에 준하는 역사성을 보였다.

우선, 병자호란 이후 조선의 사회적 분위기를 충실히 그려냈다. 실존인물 인조와 소현세자 부자 관계에 대한 대립구도 또한 사료에 충실하다. 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요소인 대길(장혁 분)과 업복이(공형진 분)는 당대 하층민의 삶을 대변하며 극을 이끈다. 극적 매력이 시청자들의 호평을 샀지만, 전반적 역사 흐름을 사실관계에 입각해 유지했다. 극 내용 또한 흥미에만 그치지 않고 사회적 함의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사극 속 환도 패용법 <추노>는 <기황후>처럼 팩션사극임에도 정통사극 이상으로 고증을 훌륭히 해냈다. 특히, 칼 패용법을 제대로 고증한 사극은 현재까지도 얼마 없다. 좌측이 <추노>, 우측이 <불멸의 이순신>
▲ 사극 속 환도 패용법 <추노>는 <기황후>처럼 팩션사극임에도 정통사극 이상으로 고증을 훌륭히 해냈다. 특히, 칼 패용법을 제대로 고증한 사극은 현재까지도 얼마 없다. 좌측이 <추노>, 우측이 <불멸의 이순신>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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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품 고증은 정통사극 이상이다. 화승총 사용과 환도 패용법 등은 기존의 사극에서도 쉽게 구현하지 못했으나 <추노>에서는 우수하게 고증했다. 이뿐이 아니다. '언니'와 같은 조선시대 때 용어들을 선보이며 해설을 달며 나름의 교육적 기능까지도 수행했다. 이처럼 같은 '팩션사극'이지만 <추노>와 <기황후>는 매우 대조적이다.

<기황후>를 수출한다면 누워서 침 뱉는 꼴

안타깝게도 MBC가 <기황후>를 해외에 수출할 가능성은 적지 않다. 실제 MBC 팩션사극인 <선덕여왕>은 많은 국가에 진출하기도 했다. 일본, 대만, 홍콩,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미얀마, 싱가포르, 캄보디아, 브루나이, 몽골, 인도, 터키, 헝가리 등이다. 같은 방송사에서 제작하고 <선덕여왕>처럼 흥행 중인 <기황후>가 이처럼 많은 국가에 수출될 가능성이 크다.

<기황후>와 같은 막장사극을 수출한다면 해외에 우리 역사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것이다.  몇몇 고증오류 탓에 국제적 웃음거리가 될지도 모른다. 드라마 속 대승상의 집을 몽골인이 본다면? 그 집에 걸린 일본 가문 문양을 해당 가문의 일본인이 시청한다면? 상상만으로 낯 뜨겁다.

한반도문화의 일본진출을 상징하는 '환두대도'를 원나라 대승상이 들고 있는 점 역시 마찬가지다. 눈썰미 있는 한류 팬인 외국인이 <기황후>를 접한다면 <선덕여왕>과 <무신>에서 우리민족 건축이 원나라건축으로 등장한 모습을 알아차릴 수도 있다. 이런 왜곡들이 쌓이다 보면 한류 수출작이 역으로 우리문화에 대한 편견을 심을 가능성도 있다. 우리 문화의 고유성을 우리 스스로 부정하고 중국과 몽골문화에 동일시하는 셈이다.

이미 절반가량이 방영된 <기황후>의 극 자체를 고증에 맞게 뜯어고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도 <기황후>를 수출하지 않는 일은 충분히 가능하다. 막대한 수익을 포기하는 일이 쉽진 않겠지만, MBC가 공영방송이라면 충분히 고려해야 할 일이다. 또, 사극제작자들은 <기황후>가 역사 왜곡 탓에 방영 전부터 지금까지 줄곧 비판을 받아온 점을 상기해 꼭 반면교사 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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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준경입니다. 현재 <미디어오늘>에서 일 합니다. 제보는 teenkjk@mediatoday.co.kr로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