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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의 천송이(전지현 분)에게는 두 명의 남자가 있다. 그리고 이 두 남자 모두 천송이를 사랑하고 있다. 한 남자의 사랑은 운명적이며, 다른 한 남자의 사랑은 맹목적이다. 회를 거듭할수록 이 두 남자의 사랑은 햇빛 한 줄기 조차 들어서지 못하는 암흑의 심연처럼 점점 깊어만 가고 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천송이와 도민준(김수현 분)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 둘의 사랑이 해피엔딩을 맞기를 짐작하며, 또한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이를 100% 장담할 수는 없다. 반드시 주인공의 사랑이 이루어져야만 한다는 법은 없으며, 로맨틱 코미디 중에서도 슬픈 이별로 끝을 장식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 왔으니까.

더군다나 천송이를 사랑하는 다른 한 남자 이휘경(박해진 분)의 존재감이 점점 또렷해지고 있다. 단순히 그들의 사랑을 질투하는 정도의 주변 인물이 아니며, 그렇다고 도민준을 상대하는 비뚤어진 악역도 아니다. 이휘경의 마음 하나만 놓고 보면 그 누구의 사랑 못지않게 절절하고, 때로는 애잔한 마음까지 들어 그를 토닥거려 줘야만 할 듯하다.

이휘경의 지고지순 사랑, 천송이 이상형에 더 가까워

 SBS <별에서 온 그대>의 이휘경(박해진 분).

SBS <별에서 온 그대>의 이휘경(박해진 분). ⓒ SBS


이휘경은 천송이의 친구이면서 자신의 절친이기도 한 유세미(유인나 분)의 마음을 알아버리고 말았다. 그녀가 오랫동안 짝사랑해왔다는 남자가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천송이를 향한 이휘경의 마음은 조금의 미동도 허락하질 않는다. 그는 울고 있는 유세미를 바라보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거절뿐이라고 단호히 말한다. 절친의 눈물범벅인 고백도 그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던 것이다.

천송이가 도민준의 집에 기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휘경은 거의 반은 미친 상태다. 매우 강렬하게 솟아오르는 질투, 왠지 모를 불안감, 그리고 그 불안감은 엄청난 크기의 위협으로 바뀌어 이휘경을 괴롭히고 만다. 그는 도민준의 집 문을 열고 얼굴을 삐죽 내민 천송이를 보자마자 눈시울이 붉어지고 목이 멘다. 극도로 자신의 감정을 자제하고 추스르는 중이다.

그는 화를 내지 않았다. 아니 화를 낼 수가 없었다. 12년을 따라다녔지만, 그동안 수없이 사랑고백을 했고 진심을 전했지만, 여전히 요지부동인 천송이를 다그칠 용기가 그에게 있을 리 없다. 일단 그는 천송이를 어떻게 해서든 도민준의 집에서 데리고 나와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자신의 별장에 가 있자는 말로 그녀를 타이르는 이휘경. 아직도 내 마음을 모르겠냐는 야속함이 그의 눈망울에 선하게 어려 있다.

이휘경의 사랑은 언제나 지고지순하다. 재벌 2세라는 캐릭터와는 무척이나 상반된, 가난한 농촌 총각이나 품을 법한 마음을 이휘경은 품고 있다. 이만하면 천송이를 누가 더 얼마나 사랑하느냐는 대결에서 도민준과 겨뤄도 쉽게 지지 않을 정도다. 게다가 천송이의 이상형은 오래오래 평생 곁에 있어줄 사람이란다. 그렇다면 이제 지구에 머무를 날이 3개월 밖에 남지 않은 도민준보다는, 늘 그녀의 곁에 있었던 이휘경이 결국엔 천송이의 이상형에 더 가까운 것 아니겠는가.

키스 한번으로 변해가는 도민준, 인간이 되는 걸까

 <별에서 온 그대>의 도민준(김수현 분)은 천송이(전지현 분)와의 키스 한 번으로 몸의 변화를 겪고 있다.

<별에서 온 그대>의 도민준(김수현 분)은 천송이(전지현 분)와의 키스 한 번으로 몸의 변화를 겪고 있다. ⓒ SBS


도민준은 인간이 아니다. 그는 인간과의 사랑을 꿈꾸지도 않는다. 400년 전 자신의 품 안에서 죽어가는 소녀를 살려내지 못한 채 그저 하늘을 찢을 듯한 오열로 그녀를 보내야만 했던 기억 하나만으로도 그의 마음은 아리고 아프다. 그 이후로 그는 다시는 인간에게 마음을 주지도, 누군가를 마음에 품지도, 한 여인을 사랑하지도 않겠노라고 수 백 년을 다짐하고 또 다짐해왔다.

마음을 애써 닫으려는 것도 문제지만, 인간의 체액이 몸 안으로 들어오면 죽을 만큼 앓아눕게 되는 그의 신체 구조도 문제다. 도민준은 천송이와의 키스로 며칠 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질 못했다. 염력을 쓰고 공간 이동을 하며 시속 몇 백 킬로로 달리는 차를 두 손으로 세우는 슈퍼맨의 아킬레스건이 바로 인간의 체액이었던 것이다.

지구에 남아있을 시간은 3개월, 초능력을 거침없이 사용할 수 있고 늙지도 않는 외계인, 키스 한번으로 몸이 불덩이가 되고 마는 인간과는 다른 신체구조를 가진 존재. 아무리 천송이와의 인연이 운명적이라고 해도 이런 상황에 놓여있는 자라면 사랑을 아예 시작조차 하지 않는 것이 서로에게 좋은 일이다. 무엇보다 그는 천송이 곁에 오래 오래 평생 있어줄 사람이 되지 못한다. 지구에 머무르는 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15일 방송된 <별에서 온 그대> 아홉 번째 기록에서 도민준으로부터 뭔가 심상치 않은 점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천송이와 키스를 한 후에 그의 초능력이 상실되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녀와의 키스 이후, 침대에 앉아 염력을 써서 열려있는 창문을 닫으려고 몇 번을 시도했지만 결국 창문을 닫지 못했다. 결국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직접 창문을 닫아야만 했다.

도민준은 어쩌다 그럴 수도 있다고,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러나 어쩌면 이것은 그가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송이와의 달콤한 키스가, 인간과의 친밀한 스킨십이, 더 나아가서는 사랑이라는 이름의 뜨거운 교류가 그의 신체구조를 외계인에서 인간으로 바꿔놓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증폭시킨 장면이었다.

제 아무리 운명적인 사랑이라고 해도 도민준보다는 이휘경의 사랑이 보다 현실적이고 절절하다. 그러나 만약 도민준이 인간이라는 자격으로 천송이 앞에 서게 된다면, 그때는 애기가 달라질 수 있다. 이날 방송은 그렇게 될 수도 있음을 암시하는 결정타를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어쩌면 도민준의 진짜 운명은 천송이와의 사랑을 이루기에 앞서, 인간으로 거듭나는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 보면서.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블로그(DUAI의 연예토픽),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별에서 온 그대 김수현 전지현 박해진 유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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