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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부터 시작된 용산주민들과 마사회와의 갈등(관련기사 : 골리앗 마사회와의 싸움, 힘겹습니다)은 아직도 해결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주택가와 학교가 밀집한 지역에 지상 18층, 지하 7층짜리 초대형 도박경마장 장외발매소가 들어올까 봐 하루 하루 노심초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9일, 삼성물산 회장 출신 현명관 신임 마사회장은 기자들과의 취임 후 첫 간담회에서 "주민들과 충분한 협의 하에 해결하겠다는 것이 기본 전제"라면서 "당분간 개장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언론 보도를 통해 "마사회 임직원들이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문제를 대처해온 것이 아쉽다"는 현명관 회장의 발언을 접하고 주민들은 원활한 대화가 시작될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마사회 직원들은 새로 이전할 마사회 건물 앞에서 주민들이 기도회를 열고, 1인 시위를 이어가자 '추운데 고생한다'며 차를 대접하는 등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현명관 마사회장은 한 달 가까이 주민들을 만나지 않고 있다. 대신에 삼성물산에서 함께 근무한 적이 있다는 마사회 신임 총괄본부장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했다. '이제는 나와 만날 필요가 없다'는 식의 태도다.

용산주민들은 화상경마장 이전지 앞에서 기도회와 일인시위를 추운 겨울에도 계속하고 있다.
▲ 경마장 이전 예정지 앞의 기도회 용산주민들은 화상경마장 이전지 앞에서 기도회와 일인시위를 추운 겨울에도 계속하고 있다.
ⓒ 이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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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현 회장 취임한 이후 마사회의 움직임은 이전보다 활발한 것으로 파악된다. 성탄절 성탄절 예배 때 원효로 지역 교회를 돌며 마사회 직원들이 헌금을 했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또 용산지역 경로당에 과일과 떡을 제공하면서 경마장 이전을 설득하러 다닌 것도 확인됐다.

이어 지역에는 '1월 마지막 주, 설날 전에 이전을 강행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 '마사회와 용문시장(새로 인전할 경마장에 인접한 시장) 상인회 대표가 상생발전 협약을 체결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마사회와 용산구화상경마장 입점저지 주민대책위 대표단은 상견례 형태로 지난해 12월 중순에 한 번 만났을 뿐인데 말이다.

이에 기자는 용문시장 상인회 대표와 몇 명의 상인들을 만났다. 상인들은 "시장 상인들도 대부분 (이전에) 반대인데 동네에서 무슨 소리를 들으려고 마사회 편을 들겠느냐"며 "상인들도 거의 다 반대서명에 참여했다, 학교 인근에 경마장이 들어선느 것은 90% 이상의 반대가 확실하다"고 전했다.

용산 경마장 문제가 계기가 되어 서울시장, 국회도 움직여

9개월째 마사회와 싸우고 있는, '데모가 생전 처음인' 지역 주민들은 힘겹다. 그렇지만 학생들의 교육권과 주민들의 행복권을 지키기 위한 주민들의 노력은 정치권을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2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현장시정실 운영을 통해 용산주민들을 만나 "제가 이틀 전에 농림부 장관에게 전화해서 '이거 강행하면 서울시에 10개(현재 운영 중인 화상도박경마장)도 위험할 거다, 어떤 세계적인 호텔 체인에서 서울시에 4조 원을 투자할 테니 카지노를 짓게 해달라고 하는데, 제가 할 수 있겠습니까, 이것(용산 화상경마장)도 마찬가지지요, 마사회가 나쁜 것을 하려고 하니 여러 문제가 생기지요'라고 말했습니다"라며 "저는 구청장님과 함께 반대합니다"라고 확고한 입장을 전했다.

또한,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관련 상임위 국회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황주홍·김광진 의원 등이 학교보건법, 건축법, 마사회법 등 관련 법률안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마사회법 개정안(김광진 의원 대표발의)은 '경마장 설치, 이전 시에 반드시 주민의 동의를 거치도록' 하는 내용이고, 건축법 개정안(황주홍 의원 대표발의)은 경마장을 문화집회시설이 아니라 위락시설로 하는 내용이다. 또한 학교보건법 개정안(황주홍 의원 대표발의)은 경마장이 학교 부근 250미터 이내에 못 들어서도록 하는 법 개정안이다. 용산 주민들은 국회에서 법 개정이 잘 처리 되어서 용산지역 같은 문제가 다시는 발생하기 않기를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는 마사회가 화상경마장 규모를 확장하는 것에 대해 대전시 월평동 주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마사회가 월평동에 위치한 장외발매소의 규모를 두 배로 늘리겠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 주민들이 활발하게 반대 운동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대전 월평동에 화상경마장이 들어서면서 인근 초등학교 학생 수가 급감하는 등 동네가 안 좋게 변화한 것이 반대 이유다. 마사회는 화상경마장이 설치될 예정지마다 주민들과 갈등을 빚어 왔으면서도 변하지 않고 있다. 물론 현명관 마사회장이 취임하면서 이런 관행을 바꾸겠다는 의지는 표명하고 있지만, 과연 어떤 방식으로 사업 개혁을 해나갈지는 미지수다. 대전 월평동 화상경마장 확장 이전과 용산 화상경마장 확장이전 갈등 해결 과정은 마사회가 국민들의 원성을 제대로 극복할지에 대한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용산 주민대표와 마사회 본부장과의 어색한 첫 만남

용산구 화상도박경마장 주민대책위는 지난 1월 7일 성심여중고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사회에 도박경마장 입점 철회와 대화를 통한 해결을 촉구했다.
▲ 도박장 입점 반대, 대화를 통한 해결 촉구 기자회견 용산구 화상도박경마장 주민대책위는 지난 1월 7일 성심여중고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사회에 도박경마장 입점 철회와 대화를 통한 해결을 촉구했다.
ⓒ 이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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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주민대책위는 지난 13일, '마사회장의 권한을 김기성 총괄사업본부장에게 포괄 위임했으니 협의를 하자'는 내용의 공문을 받았다. 주민대책위는 마사회장의 직인이 찍힌 공문을 받고 다음 날인 14일 오전 9시에 '그렇다면 만나자'는 공문을 회신했다. 마사회의 즉각적인 응답으로 그날 오후 5시 30분, 화상경마장 이전 예정지 200미터에 있는 성심여중고 회의실에서 주민대책위 공동대표단과 마사회 본부장의 첫 만남이 이뤄졌다.

이 자리에서 주민대책위 측은 '설 이전 입점을 강행할 것인지' '진심으로 대화를 통해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를 집중 추궁했다. 공식적인 첫 만남의 자리에서 마사회 측은 '설 전 입점은 하지 않겠고 대화를 조속하게 할 것'임으로 밝혔다. 이날 참석한 학부모 대표들은 도박경마장이 발생시킬 문제와 관련 "딸 키운 엄마의 불안한 심정을 알고 있는지?"를 성토했고, 마사회 본부장은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하지만, '입점을 전제로 대화하자'는 의사는 누그러트리지 않았다.

어색한 만남이었지만 대화의 물꼬는 텄다. 입점 강행 의지는 다소 수그러든 것처럼 보이지만, 주민들은 마사회를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화를 통한 해결보다는 지난해 9월 입점 추진과 올해 설 명절 전 입점 강행 의지를 두 번이나 생생하게 목격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마사회는 설 이후 이전을 염두해 두고 대화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 늦기 전에 정치권-관련 기관이 나서야 할 때

그렇다면 계속되는 주민과 마사회간의 갈등 해법은 무엇일까.

이제는 더 이상 서울시와 농림부, 국회가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마사회 화상도박경마장 입점예정지 주민들은 무슨 죄인가.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는 관련 기관과 주민들 간의 다자간갈등조정협의체 구성 등을 하루 속히 서둘러야 한다.

마사회 측도 주민 측도 이 문제가 오래 지속되기를 바라지 않고 있다. 주민들의 대변자인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으며 주민과 공공기관과의 갈등 과정에서 가슴 아픈 상처가 점점 깊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의 상처와 아픔을 제대로 책임지지 않으면서 무슨 정치인 행세를 떳떳하게 할 것인가? 이 문제가 더 이어지면 학부모들은 정신과 치료를 받아도 쉽게 치유되지 않는 아픈 경험을 할 수밖에 없고, 그러면 시간이 흐를수록 사회적인 갈등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한참 늦었다고 생각되는 지금이 갈등해결을 위한 가장 빠른 시기임을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용산구 화상도박경마장 입점저지 주민대책위' 공동대표를 맡고 있고 이 기사는 용산마을신문에도 함께 실립니다.



태그:#마사회, #경마장, #현명관, #용산구, #박원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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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와 참여의 지역공동체 용산시민연대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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