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돈 존> 포스터

영화 <돈 존> 포스터 ⓒ 누리픽쳐스


영화 <돈 존>은 신기하다. 보기 전과 본 후의 격차가 가장 큰 영화이기 때문이다. 이는 홍보자료에서 선정적이고 가볍게 설을 풀었기 때문이다. 홍보자료들을 보고 있자면 '야동 매니아'인 작업의 천재인 돈 존(조셉 고든 래빗)이 매력적인 여자 바바라(스칼렛 요한슨 분)를 만나면서 야동을 끊게 되느냐 아니냐에 대한 플레이를 보여 줄 듯한 뉘앙스를 풍긴다. 내용이 깊어 봤자 남자들이 왜 여자친구를 두고 야동을 찾느냐에 대한 '르포' 정도로 그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25금 로맨스"라는 홍보 문구처럼 돈 존이 야동을 보는 장면은 상당히 수위가 높고 노골적이다. 하지만 영화 <돈 존>은 시간 때우기 용 '연애 플레이'에 대한 영화는 아니다. <다크나이트><인셉션><500일의 썸머>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조셉 고든 레빗이 처음 메가폰을 잡은 영화 <돈 존>에 대해 말하듯 "항상 많은 여자들에 둘러싸여 있는데도 불구하고 오로지 야동에만 흥미를 갖는 '돈 존' 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단지 '돈 존'이란 남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서로 소통하는 방법에 대한 영화"다.

 

이를 테면 이런 식이다. 바바라가 스킨쉽의 수위를 조절하며 돈 존에게 요구사항을 들어줄 것을 요청하는 장면은 연애 초기 남자친구를 길들이려는 여자친구의 귀여운 '도발'로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이는 감독이 바바라의 사랑법 역시 자신밖에 모르는 일방적인 방식이었다는 진실을 후반부에 터트리기 위한 준비였다.

 

 영화 <돈 존> 한 장면

영화 <돈 존> 한 장면 ⓒ 누리픽쳐스


야동을 본다는 이유로 차인 이후 후반부에 바바라와 재회한 돈 존이 그녀에게 그녀가 자신에게 요구한 사항은 그녀가 강조하듯 "거짓말 하지 말기" 이것 하나뿐이 아니었음을 밝히며 "다 해줄 수 없었어."라고 바바라에게 말하다. 여전히 바바라는 여전히 자신에게 맞출 수 있는 남자만을 바라며 그에게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고 할 뿐이다. 주변에서 한번 쯤 볼 법한 상황을 묘사하며 감독은 소통의 단절을 세련되게 표현한다.

 

서로 소통하는 방법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감독은 돈 존에게 끈덕지게 달라붙는 에스더(줄리언 무어 분)를 등장시킨다. 에스더가 지닌 사연을 감독이 후반부에 풀어놓기 전까지는 그녀는 야간 대학에서 돈 존과 같이 수업을 듣는 동기로, 자신의 의지 따위는 없이 여자친구가 정해 준 과목을 듣는 돈 존이 어이없어 대놓고 실소를 터트리며 돈 존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존재일 뿐이다. 


또한, 에스더는 야동을 보는 것을 싫어하는 여자친구를 피해 강의실에서 쉬는 시간에 핸드폰에 담아 놓은 야동을 슬쩍 보는 돈 존의 행동을 콕 집어 지적하며 시시때때로 신경을 건드리는 좀 별난 여자였다. 에스더가 우는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된 첫 만남부터 꼬인 만남이라고 생각한 돈 존은 인정하고 싶지 않은 자신의 치부를 자꾸 건드리는 그녀가 부담스러워 이리저리 피해 다닌다.

 

하지만 바로 에스더 덕분에 돈 존은 왜 자신이 야동에 집착하는 지에 대한 답을 얻으며 여자친구에게 야동을 본다는 이유로 차인 것 역시 자신만의 잘못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돈 존'이 야동에서 헤어나올 수 있는 단 하나의 카드는.....교감

 

에스더가 내놓은 카드는 바로 '교감'이었다. 연인과 함께 있으면 "그녀가 꼭 내 생각을 읽는 것 같고, 나도 그녀의 생각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 '교감'이다. 돈 존은 교감하는 법을 몰랐기에 여자친구가 아닌 야동에 집착했음을 스스로 깨닫는다.

 

 영화 <돈 존>의 한 장면

영화 <돈 존>의 한 장면 ⓒ 누리픽쳐스


돈 존이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감독은 운전대를 잡은 그의 모습의 변화와 교회에서 고백성사 씬을 통해 그가 교감을 배워가며 변하는 모습을 잔잔하게 표현해 낸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운전을 해 교회로 가는 그의 모습을 사건과 사건 사이에 배치하며 그가 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끼어드는 차에 소리를 지르고 욕을 퍼붓던 그,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시비를 걸던 상대편 자동차 유리창을 박살내버리는 그, 그리고 깨달음을 얻은 이후에 콧노래를 부르며 운전하는 그를 보여주는 식이다.

 

또, 일주일에 한 번 씩 교회에 갈 때마다 돈 존이 야동을 본 횟수를 고백하는 장면을 보여주며 그가 점차 야동을 끊어가고 있음을 나타낸다.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괴로울 줄 알면서도 같은 행동 패턴을 고수한다. 가장 절망적인 사례는 바바라처럼 자신이 늘 하던 행동들이 잘못된 것임을 모른 채 남 탓만 하는 경우다. 남의 충고를 받아들이고 한번쯤 다른 각도에서 상황을 바라보는 훈련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도움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지현 시민기자의 블로그(http://blog.daum.net/journal02, http://blog.naver.com/journal02)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4.01.12 15:14 ⓒ 2014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지현 시민기자의 블로그(http://blog.daum.net/journal02, http://blog.naver.com/journal02)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돈 존 조셉 고든 래빗 로맨틱 코미디 스칼렛요한슨 줄리언 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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