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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 어머니의 막내딸을 위한 생일밥과 미엿국!
▲ 이런 특별한 생일밥을 받아보셨나요? 팔순 어머니의 막내딸을 위한 생일밥과 미엿국!
ⓒ 김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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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저녁 춥습니다.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고, 얼굴 내미는 것조차 힘듭니다. 지역에 따라 눈이 내리기도 하지만 아직 이곳은 눈까진 내리지 않습니다. 이런 겨울날은 얼른 따뜻한 봄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려봅니다. 벌써, 봄을 기다린다는 것이 이른 감은 있지만 그만큼 올 겨울이 유난히 춥습니다.

겨울방학을 맞은 딸아이, 어느덧 고2라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딸아이가 자라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유독 나의 유년의 시간들을 되돌려 보며 그때의 나와 어머니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며 지내온 지난 시간들. 아직 마음만은 그때 그대로인 듯한데 나이를 먹고, 세월이 흘러 변한 게 너무 많습니다.

2014년의 달력을 펼치니 딸아이는 긴 한숨을 내쉽니다. 공부에 대한 부담감을 안고 한숨을 쉬는 딸아이를 보고 한마디 했습니다.

"우짜겠노. 전국의 고2 되는 청소년이 어디 니 뿐이겠나. 힘내봐라"

달리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어 그렇게 말은 했지만 그것도 딸아이에겐 위로가 안 될 거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한참 달력을 쳐다보던 딸아이가 한마디 합니다.

"이번 생일은 무슨 선물을 받을 건지 다 정해놨어요~"
"아직 4월도 안 되었는데 무신 생일이고. 너무 빠른 거 아이가?"
"미리 다 정해봐야 안 되겠어요?"

울적한 마음을 생일로 달래보려는 딸아이의 마음을 잘 알기에 저도 그냥 모른 척 넘어갔습니다. 딸아이와 생일 얘기를 주고받으니 지난 해, 여름 제 생일날이 떠오릅니다. 결혼 하고 생전 처음으로 받아 본 어머니의 생일상이 다시금 머릿속을 스쳐갑니다.

늘 제 생일날에 맞춰 어머니께 간단하지만 생일상을 차려드렸지만 지난해는 내 생일이 무슨 날인지도 모른 채 지나고 있을 때였습니다. 어머니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들르라는 당부를 잊지 않으셨지요. 바쁜 일을 마치고 고향집에 들렀습니다. 어머니는 콩밥과 미역국을 며칠 먹어도 될 것 같은 양을 해놓고선 저를 기다리셨던 것입니다. 하지만 난 이미 밥을 먹고 와서 밥 생각은 없었습니다. 상위에 올려진 콩밥과 미역국 한 그릇은 그 어떤 이유를 달지 못하게 했습니다.

"나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우째 했노?"
"가마이 생각해보까네 언제 또 니 생일밥 해주겠노 싶어가. 함 해봤데이"
"생일인줄도 모르고 있었다 아이가. 우째거나 고맙고 미안데이"
"맛이 있을랑가 모르겄다. 한 그릇 묵고 가져가서 저녁까정 묵어라. 어~"
"알았데이. 이걸 우째 가져갈꼬?"
"내가 마아 다 챙겨놨다 아이가. 고대로 들고 가믄 된다"

맛있게 한 그릇을 먹고 나니, 이번에는 그 많던 콩밥은 봉지에 가득 담고, 미역국은 통에다 담아주시고는 가져가라는 어머니의 따뜻한 밥 봉지가 생각납니다.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는 그때의 콩밥 담은 봉지와 미역국은 아마도 내 생애 다시는 받아보지 못할 특별한 생일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후, 가을추수 하다 허리를 다치신 어머니는 한 달 가까이 움직이지 못하고 고생하셨습니다. 내마음속 소중한 추억 하나, 더 남게 해 주신 어머니의 밥상을 위해 어머니가 평소 좋아하는 음식들로 차려 드리기도 했지만 그날의 어머니의 생일상만큼이야 하겠습니까. 다치신 이후로 죽만 먹었더니 기운이 더 없는 것 같다며 제가 한 음식들을 맛있게 드시는 어머니를 보니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내심 마음은 무거웠습니다.

그 옛날 어머니는 저를 키우면서 생일마다 콩밥에다 미역국 끓여 주셨는데, 그런 어머니를 위해 전 얼마나 많은 밥상을 차려드렸는지 생각해보면 참으로 부족한 것들이 많습니다. 어머니의 건강이 하루 빨리 완쾌 되고, 예전처럼 어머니의 콩밥에다 미역국이 먹고 싶습니다. 더 많은 시간동안 어머니를 위해 밥상을 차려야 하겠지만 틈틈이 어머니의 그 맛난 추억의 생일상은 그래도 제 생일날마다 받고 싶은 것은 이유가 필요 없는 것이겠지요. 아님 저의 지나친 욕심인지도 모르지만 아직도 저의 기억 속에 남아 맴도는 그 날의 특별한 생일상이 저에겐 오랫동안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은 본인 생일을 더 먼저 챙기는 딸아이. 그러나 세월이 흘러 제가 어머니처럼 되었을 때, 저 역시 어머니처럼 제 딸아이에게 잊혀지지 않는 특별한 생일밥상을 차려줄 날이 있겠지요?


태그:#어머니, #생일밥, #미엿국, #그리움,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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