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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8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통일은 대박"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독일이 통일돼서 지금과 같은 위치에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은 제조업이 강해서"라며 "정서적으로는 대박이지만 낭만과 꿈"이라고 꼬집었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8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통일은 대박"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독일이 통일돼서 지금과 같은 위치에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은 제조업이 강해서"라며 "정서적으로는 대박이지만 낭만과 꿈"이라고 꼬집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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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등 잘못된 정책, 단죄도 꼭 이뤄져야"

- 박 대통령이 얘기한 '공공부문 개혁 방향'은 맞다고 보나?
"그렇다. 그러나 코레일은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 철도가 경쟁해야 한다니 웃음거리 아닌가. 철도가 나와서 운하가 망했고, 고속도로가 뚫려서 철도가 망했다. 이건 역사다. 미국에서도 민영으로 철도를 운영하다가 1960년대 다 망해서 공기업을 만들어 인수했다. 물론 나는 야권의 주장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그동안 노조와 야합해 방만한 경영을 했던 것은 사실 아닌가. 그런 야합구조를 혁파하려면 양쪽 다 책임을 지워야지. 난 차라리 민영화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데 코레일이나 수자원공사, LH공사 모두 부채가 너무 많다. 부채가 그렇게 많은 공기업을 어디서 인수하나. 결국 공기업의 부채는 국민세금으로 갚을 수밖에 없다. 난 그 어려운 결정을 박 대통령이 해야 한다고 본다. 결정을 못 내리면 더 크게 망한다."

- 어떤 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인가.
"정책 실패로 얻은 적자는 '구조조정 할애비'가 와도 해소 못한다. 정부가 그를 인정하고 부채를 해소해줘야 한다.

- 국민세금 투입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잘못된 정책을 집행한 것을 단죄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나. 
"단죄해야지. 단죄와 동시에 국민세금 투입이 필요하다고 얘기해야 한다. 대통령이 국민에게 그 부분의 양해를 구해야 한다. 그 정도는 돼야 공기업 개혁을 하는 거다. 낙하산 사장, 해바라기 교수 몇 명 임명해서 '니가 알아서 하라'고 하면, 우량 자산을 헐값에 매각할텐데 그걸로 되겠나.

결단은 빨리 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레이건 행정부는 장기고정금리 주택대출을 해주던 'Savings and Loans'가 고금리 시대를 맞아 경쟁이 안 돼 적자가 누적되는데도 해결하지 못했다. 결국 이 부실은 '아버지 부시' 행정부에서 연방정부 예산으로 해결했다. 만약 레이건 행정부가 해결했다면 투입된 세금이 10배 이상 감축됐을 것이다. 기왕에 세금을 투입해야 한다면 빨리 해야 한다는 얘기다."

- 공공부문 개혁에서는 대통령이 영국의 '대처형'이 돼야 한다는 건가.
"그렇다. 1년차부터 했어야 했다. 그러나 개혁은 혼자 하는 게 아니다. '철밥통'이라고 하는데 국토부와 모피아가 공기업보다 더 지독한 철밥통이다. 거길 쳐야 한다."

- '단죄'를 두고 정치보복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나.
"정치보복은 이유 없이 하는 것이다. 그러면 YS가 전두환, 노태우에게 정치보복을 한 건가. 아니다. 그건 정의를 세운 것이다. 정의를 세울 때 국민이 제일 공감한다."

- 박 대통령이 '공공부문 개혁'을 여러 차례 강조했던 것 아닌가.
"아니지. 작년 연말부터야. 나는 이 정권 초기부터 공공부문 개혁을 주장했다. 철도 사태 초기 때도 공공부문 얘기는 없었다. 철밥통 얘기, 공공부문 개혁 얘기는 파업 도중에 나온 것이다. 처음에는 (공공부문 개혁) 디자인을 갖고 있지 않았다고 봐야지."

"건보체제 해체하면 정권이 바뀐다"

- 그렇다면 박 대통령이 갑자기 공공부문 개혁을 얘기한 배경은 뭘까.
"재정문제도 있을 수 있겠지. 수치로도 감당할 수가 없지 않나. 그리고 공무원 조직부터 정리해야 한다. 영국은 공무원 몇 천명을 해고했다. 오늘날 독일이 저렇게 건전한 건 공무원 분야가 방만하지 않아서다."

- 공공부문 개혁뿐만 아니라 보건의료, 교육 등 5대 서비스산업 육성 방안 등을 발표하면서 '의료민영화' 논란까지 겹쳤는데 이는 어떻게 보나.
"민영화란 말이 좀 그런데, 정부가 국민건강보험을 허물 수 없지 않나. 의료개혁도 본질적인 면을 봐야 한다. 건강보험 '진료수가'가 너무 낮으니 별의별 이상한 클리닉이 생기고 있지 않나. 의사들의 불만도 낮은 진료수가에 있다. 본질에 손을 대야 한다. 게다가 현재 건보체계는 노령화사회를 감당하기 힘들다."

- 그렇지만 정부가 영리병원 허용으로 의료민영화 수순을 밟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진짜 의료민영화가 되면 건강보험제도를 도입한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불효 아닌가?
"의료민영화로 못 간다. 현재 고가장비나 병원특실도 건강보험 대상이 아니지 않나. 우리나라 건강보험체제는 65세 이상 노인이나 가난한 사람들만 대상으로 하는 미국과도 다르다. 만약 완전 공영으로 가게 되면 캐나다처럼 의료수준이 낮아지게 될 수도 있다. 또 (민영화는) 건강보험공단을 해체하자는 건데 그건 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정권이 바뀌는 거다. 이미 (건보체제가) 길에 들어섰기 때문에 절대 못하지."

- 철도파업 당시 경찰을 민주노총에 투입하면서 국민대통합, 사회적 대화 가능성을 없애버린 측면도 있다.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한다는 말이 나온 지 한 달이나 됐나? 공기업 개혁의 단초라면서 국회에서 다룬 적도 거의 없었잖아. 이명박 정권 때 (수서발 KTX 운영권을) 진짜로 민간에 주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비대위 당시 (민영화) 안 한다고 해서 조용했던 것 아니냐. 2012년 한 해 조용했던 건 박 대통령이 되더라도 이명박 정권과 같지 않을 것이란 기대가 있었기 때문인데…."

- 경찰의 민주노총 강제진입으로 그같은 박 대통령의 이미지가 바뀌어 재구성됐다.
"그렇다. (나는) 박근혜 정부는 (경찰 투입을) 최후의 수단으로 쓸 줄 알았지. 국민대통합을 내걸지 않았나. 레이건이나 대처를 들먹이는 건 굉장히 나쁘다고 본다. 대처도 탄광노조를 처음엔 못 이겼다. 이후 파업에 대비해 호주에 석탄을 재놨고, 석탄이 사양산업이라는 국민적 공감대가 있었지. 야당마저 등을 돌리면서 탄광노조 파업 진압이 성공한 것이다. 노조 지도부가 국민의 버림을 받은 거지. 1981년 미국 항공 관제사 노조 파업을 강경 대응한 레이건 전 미 대통령 예도 잘못됐다. 그 때 파업은 공무원들이 임금을 올려달라면서 파업한 거다. 군인들이 파업한 거나 같았다. 이번 철도노조 파업과는 다르다. 사실을 왜곡한 것이다."

- 역대 정부를 보면 대체로 노동배제적 경향이 큰 것 같다. 노동계도 일부 반성할 부분이 있지만 정부가 충분히 사회적 대화의 파트너로 인정할 수 있는 세력 아닌가. 
"그런 점을 박 대통령이 탈피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지 않았나. 총·대선 당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강조했고 사회적 합의를 얘기했으니. 2012년 당시 본인이 얘기했던 것을 반만이라도 실천했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 박 대통령은 새로운 사회적 협의체 구성 제안을 기존 노사정위원회에서 다루자고 거절했는데.
"노사정위원회가 복원 안 되고 있지 않나. 노동계가 이 정부에 거는 희망의 끈을 놓아버린 것 같다. 대화가 되는 정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지."

"'통일은 대박이다'는 낭만과 꿈"

- 박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중 유일한 히트작은 '통일은 대박이다' 아닌가 싶다.
"정서적으로는 대박이지. 그런데 낭만과 꿈이다. 독일은 통일돼서 피눈물 나는 노력을 해서 지금과 같은 위치에 올라섰다. 그게 왜 대박인가. 서독과 동독 간에 균형을 잡는 데 20년 가까이 노력했다. 또 독일이 그처럼 할 수 있었던 건 제조업이 강해서다. 지금 미국도 '제조업 공동화 현상'을 반성하면서 제조업 유치에 힘을 기울이고 있지 않나. 그런데 박 대통령은 이번에 제조업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과 독일 등 세계적 경제흐름을 읽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비정규직은 서비스업종에서 발생한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제조업의 회복을 추진해야 한다."

- 정부는 금융이나 서비스업을 줄곧 강조하고 있는데.
"창조경제라는 것도 그런 것 아닌가. 비정규직 문제를 대선 때는 얘기 많이 했는데 이제는 전혀 일언반구도 없다."

- 통일을 강조한 건 특별한 이슈가 없어서일까.
"희망적이고 적극적인 아젠다를 내놓을 게 부족해서 그런 것 아니겠나. 통일이 사실 우리가 하겠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박 대통령이) '북핵 폐기'를 단서 조항으로 달았는데 실현되겠나. 북에서 그랬다는 것 아니냐. '후세인과 카다피가 죽는 것 보니, 핵 없어서 그렇다'고. 북핵이 폐기되면 하겠다는 건 의미 없는 얘기다. 어떻게 핵을 폐기하고 통일할 것인지. '하우'(how)가 중요하지 '이프'(if)가 중요한 게 아니다."

- 통일이 다른 이슈를 삼킬 수 있는 이슈라서 내세운 것 아닐까.
"그렇다고 삼켜지겠나."

- 때마침 보수언론들이 통일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지 않나.
"종편을 보면 북한 뉴스가 필요 이상으로 많지."

- 사실 박근혜 정부 1년은 '댓글로 보낸 한 해'다.
"국정원에 발목 잡혀서…. 사실 '댓글'로는 가라앉을 수 있었는데 '트위터'까지 불거지면서 더 커졌지. 법원 판결 나오려면 시간이 더 걸릴텐데. 야당이 없던 일로 하지도 않을테고."

- 왜 1년 동안 해결하지 못했을까.
"나도 이해 안 된다. 오비이락이지만 채동욱 전 검찰총장 문제도 그렇고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 징계까지. 뭔가 무마하려는 듯한 느낌을 많이 주잖아. 대통령 취임 1년 만에 사회 일각이지만 '하야'란 말이 나오는 건 정상적이지 않다. 지난 여름에 야당의 주장을 반만이라도 들어줬으면 여기서 해방될 수 있었는데. 이제는 검찰 수사를 해도 국민들이 안 믿는다."

- 그 때문에 이명박 전 대통령과 '커넥션'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있다.
"그런 의심이 많다. 그래서 나도 완곡하게 'MB정권 프레임'에 묶여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주되게 4대강 사업, 해외자원개발, 국정원 댓글 세 가지가 문제인데 모르겠다. 두 가지는 (박 대통령이) 언급했으니 이후 지켜볼 만한 포인트다."

"참모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

- 박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특검 요구를 일축했다.
"특검 하기에는 사실 너무 늦어버렸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검찰 수사결과를 내도, 재판하는 와중에 새로운 게 나오고 했으니 법원의 판결이 어떻게 나올지. 법원의 판결은 검찰이 수사한 부분에서만 내는 것이니깐. 국민들이 100% 납득하겠나. 불신이 또 쌓이게 되고."

- 그러면서 이 정권도 국정원 댓글, 트위터 등에 수혜를 입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게 보는 이들이 있잖아. 야당은 그렇게 보는 것 아니냐. (그런데) 얼마나 그게 이 정권에 나쁜 거냐. 선거 때 특정정당에 구애되지 않은 유권자들이 이 문제로 움직이게 되면…."

- 상황이 이렇게 된 건 대통령의 문제로 보나, 아니면 참모의 문제라고 보나.
"참모가 있는지 없는지도 솔직히 모른다. 그건 우리가 알 수 없다. 누가 특검을 수용하자고 말한 적 있는지 전혀 모르니깐."

- 국정운영에서 청와대나 내각 등 각 주체들이 잘 맞물려서 돌아가는 것 같나?
"대통령이 성공하려면 좌우간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고 야당과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정부라는 '팀'의 리더가 돼야 한다. 리더는 팀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평적인 의사결정구조에 의해 잘 모아 결정해야 한다. 그런 것이 안 보인다. 또 장관은 국무위원이다. 그에 걸맞게 자신의 목소리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 전혀 없다. 그러니 정부가 생동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노동부장관했던 이인제나, 복지부장관했던 손학규가 말하면 '뉴스'가 되기도 했는데. 정치인이라서 그런 면도 있지만. 박 대통령이 '정치인'인 줄 알았는데…."

- 박 대통령이 지금 정치를 멀리 하고 있는 건가.
"박 대통령은 1998년부터 국회의원만 했다. 그리고 주류도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야당 대표를 해봤던 박 대통령에게 기대를 했던 거다. 야당 대표였고 집권당 내에서도 야당 노릇을 했기 때문에 기대했던 것이다. 또 '의회주의자'라고 생각했고. (그런데) 그런 신뢰가 좀 무너졌지."

- 대통령에 취임한 뒤 국정을 운영하는 데 '정치'가 귀찮은 요소가 된 것 아닌가.
"지금은 원내 안정석이 있으니깐 그나마 되는데, 알량한 의석수니 금방 무너질 수 있다. (과반) 무너지기 일보 직전 아닌가?"

- 요즈음 비대위원들이 박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많이 하고 있는데.
"사실 쓴 소리 하는 건 나 밖에 없지. 나도 하고 싶어서 하나? 입을 다물 수 없어서 그러는 거지. 김종인 박사도 언론을 기피하는데, 지난번 탈당 문제로 좀 부각됐고. 솔직한 얘기로 난 그동안 이것저것 많이 제안했다. 특검 수용은 나중 얘기지만, 4대강 사업이나 전 정권 비리, 그리고 공공부문 개혁 등을 왜 안 하냐고 했다. 그런데 철도산업에 경쟁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얘기가 너무 우습고 실망스러웠다. 해야 할 것을 안 하는 것과 다른 상황이잖아."

- 지금처럼 쓴 소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뭐라고 생각하나.
"그러니깐 박 대통령이 집권 전까지 보여준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요지는 그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변화 시점을) 취임 후로 보는데 나는 2012년 10월부터 시작됐다고 본다."

"김종인-윤여준 행보, 박근혜 정부에 좋지 않아"

- 2012년 10월을 강조하시는데 과거사 논란부터 시작해 박 대통령이 변하기 시작했다는 건가?
"과거사뿐만 아니라 그 시점 이후로 대선캠페인 자체가 바뀌었다. 색깔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건 총선 막바지에나 잠깐 나올 줄 알았지. 그런데 그렇게 안 했으면 당선 안 됐을까? 아니잖아. 원래 하던 대로 했어도 당선됐을 것이다. 특히 더 확실한 당선 보장수표는 인혁당 피해자 후손들을 먼저 만나서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는 건데 거기서 스텝이 잘못됐다."

- 그 분석대로라면 대선 당시 NLL 공방 등은 '마이너스 효과'였다는 것 아닌가. 
"그것보다 과거사 문제를 먼저 전향적으로 먼저 했다면, 봉하마을 참배 때처럼 인혁당·정수장학회 문제를 정면 돌파했다면, NLL 공방을 할 필요가 없지 않았을까. 선거에서 뭔가 자꾸 던져야 하는데 던질 게 없어지니 NLL마저 나온 거다. 그런 공방을 통해서 보수가 대결집했다고 하는데. 보수가 대결집한 건 4.11 총선 때 아닌가. 어차피 제3의 보수후보가 있었던 것도 아니잖아. 그런 것을 난 제일 아쉽게 생각하는 것이다."

- 지난해 12월 비대위원 송년회 때 여러 얘기 나오던데. 그날 분위기는 어땠나?
"언론에서 '성토했다'고 제목을 달았는데, 성토했다기보다는 '한심하다, 너무 실망스럽다,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다'로 정리할 수 있다. '회복되기 어렵다'가 더 중요하지."

- 다른 참석자들 생각도 비슷했나?
"비슷했다. 이양희 성균관대 교수는 이철승 전 신민당 총재 딸이잖냐. 이 교수는 비대위원 제의 받았을 때 대통령이 진정성 있다고 생각했다고 그러더라. '5.16 (쿠데타) 최대 피해자'의 딸에게 그런 제안을 했으니깐 과거 한나라당과 다르다고 생각했다는 거야. 김종인 박사는 특별한 말이 없었고. '포스코 (회장 내정설) 근거 없는 얘기인데 괜히 뉴스에 흘려서 자기가 마치 자리나 원하는 사람처럼 만들었다'고 하셨지. 그런데 김 박사는 쉬실 분은 아닌 것 같다. 김 박사 행보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행보 모두 이 정부에 좋지 않은 일이다."

- 비대위원들이 박 대통령에게 '팽' 당했다는 지적은 어떤가?
"표현이 썩 좋은 건 아닌데 결과적으로 그렇게 보이는 거지. 솔직한 얘기로 난 10월에 그런 생각은 좀 했다. 내가 기대했던 것처럼 안 되겠다고 생각했지. 당선은 웬만하면 되겠지만 우리가 생각했던 정권은 아닐 수도 있지 않겠나 생각했다. 그걸 못 느끼면 바보지(웃음)."

- 대통령 지지율 추이는 어떻게 보고 있나. 
"가랑비에 옷 젖듯 빠지고 있는 것 아닌가. 하지만 박 대통령 개인 지지율은 35%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다. 그게 제일 바닥선이다. 그만큼 공고한 건 본인의 정책 덕분이 아니라 본인과 부모의 영향력에 따른 것이다. 만약 잘했다면 지금보다 더 지지율이 높아야지. YS나 DJ는 이맘때 훨씬 높았다. 그런 YS, DJ도 지방선거 패배 이후 맥을 못추고 애를 먹었다. 유권자는 현명하다."

- 민주당이 워낙 지리멸렬하니깐 반사이득도 있지 않겠나.
"그런 것도 있지만 지방선거에서 현역은 대다수 민주당이다. 지방선거에 관한 한 민주당은 지리멸렬하지 않다."

"안철수신당, 새누리당 도울 일 전혀 안할 것"

- 그렇다면 지방선거는 어떻게 전망하나.
"새누리당에 좋은 분위기는 아니지.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 발언이 그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 아니냐. 정몽준·남경필 다 나가라는 것은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거 아닌가. 수도권에서는 부동표 5%만 움직이면 (선거결과가) 완전히 바뀌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은 경기도에서 조금 이겼고 서울에서 졌다. 딴 사람 나오면 그만큼 따겠나. 그게 최대치다."

- 지금 지방선거의 최대 변수는 안철수신당 아니겠나.
"그건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에 달렸다. 윤 전 장관은 선거를 많이 해본 사람이다. 구태여 '3등' 하는 데는 후보를 내지 않을 거다. 1등이나 2등 하는 곳만 골라서 후보를 낼 거다. 또 야권표를 갈라먹을 사람도 아니다. '새 정치'는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국회에서 새누리당이 다수당으로 버티면 아무 것도 안 되는 것이다. 제1당이 바뀌어야 새 정치가 되는데 그것을 윤 전 장관이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것을 위한 수를 두지 않겠어? 안철수 신당이 후보를 내서 새누리당을 도와줄 일은 전혀 안 할 거라고 생각한다. 윤 전 장관이 바보도 아니고. 결국 수도권보다 부산·경남을 공략하지 않을까. (안철수) 고향이 그쪽이니깐. 당의 존재감을 위해서 무턱대고 후보를 내놓지는 않을 것 같다. 선택과 집중을 하겠지.

- 안철수 의원 측은 윤 전 장관 재영입에 상당히 공을 들인 것 같다. 안 의원이 직접 '팔고초려'했다고 하던데.
"나도 당시 그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윤 전 장관에게) 왜 하시냐, 가지 말라고 했다. 계속 설득 안 되니깐 안 의원 측이 급히 (공동위원장) 네 명만 발표했던 것이다. 윤 전 장관이 무슨 마음으로 수락했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정치를 바꾸어야 한다는데 그 얘기인 즉슨 새누리당을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윤 전 장관의 행보가) 박근혜 정부에 좋지 않다고 얘기한 것이다."

- 그러려면 민주당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하는 게 불가피한데. 
"자연스럽게 될 수 있지 않겠어? (윤 전 장관은) 문재인 후보와 신뢰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본다. 문 의원은 (윤 전 장관 재합류에) 덕담하지 않았나."

- 안철수 신당이 현 한국 정치구조에 균열을 낼 수 있을까?
"지방선거 때 PK(부산·경남) 뚫리고 수도권을 (야권이) 확보하면 TK(대구·경북)가 고립된다. 엄청난 충격이 온다. 그 여파가 재보궐선거로 이어지면 국회 의석 변화가 생긴다. 현재 새누리당 의석수도 변화할 수 있다. 그 변화는 박 대통령에게 치명적으로 안 좋은 거지."

- 윤 전 장관과 같이 역대 대통령에 관한 책을 준비하고 있는데 윤 전 장관이랑 같이 할 마음은 없나?
"내가 같이 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웃음). 사람의 평생을 좌우하는 게 30대 같더라. 내가 30대 때 대처와 레이건 정부가 있었다. 그 때 경험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노엄 촘스키나 하워드 진을 절대적으로 싫어한다(웃음)."

"교학사 교과서=아베 역사관, 실패할 수밖에 없다"

- 교학사 역사교과서 논란은 어떻게 봤나.
"난 그거 잘못했다고 본다. 내가 김호기 연세대 교수와 한 <경향신문> 대담에서 교과서 문제를 다룬 적 있었다. 그 때 주진오 상명대 교수를 초청했는데, 나는 일부 교과서가 해방 후 정국을 지나치게 한쪽에 편향돼 썼다고 지적했다. 그런 식의 문제제기는 필요하다. 그런데 교학사 교과서 사태를 주도한 사람들은 '식민지근대화론'을 주장한 이들 아닌가. 식민지근대화론은 일본 아베 총리의 역사관과 똑같은 건데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택도 안 되는 위안부 문제 서술 등은 애초 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자충수를 뒀다."

- 정부가 지금 교학사 교과서를 뒷받침을 해준다는 비판이 있다.
"그런데 이 문제가 박근혜 정부에서 처음 시작된 건 아니다. 이명박 정권 때 시작돼서 온 거지. 나는 박 대통령이 부친의 유산을 계승했는데 부정적인 부분을 좀 자기가 해소해주길 기대했다. 이런 게 좀 안 된 거지."

- 이번 '교학사 완패' 사태를 전체 보수의 패배라고 보기 보단 '식민지근대화론'을 주장하는 일부의 패배라고 생각하면 될까.
"문제는 다른 보수의 목소리가 없다는 것이다. 요새 이쪽에 말하는 사람이 없다. 이명박 정부 때는 40-50대 교수들이 목소리를 내곤 했는데 이명박 정부가 망가지고 나니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없다. 내가 봤을 땐 보수실종사태가 온 것이다."

- 보수실종사태가 된 것은 박 대통령이 집권하면서부터?
"아니, 그건 말하자면 담론적 문제지. 보수문제를 떠나서 민주주의나 법치주의 기본적인 부분과 관련해 한 말이다."

- 지난 1년 간 박 대통령에게서 아버지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나. 아버지 때문에 국정운영을 하고 있다던가.
"특별히 느낀 적은 없다. 다만 지난 기자회견 모습이 아버지 기자회견 때와 비슷하다. 이 시대의 기자회견 같으면 장소도 작고 대통령 혼자서 하는 것 아닌가. 백번 양보해서 수석이나 비서관 정도만 배석하면 되는데 국무위원까지 배석하고. 시대착오적이었다."

- 박 대통령은 기자회견 중 '퇴근 후 뭐 하시냐'는 질문에 '엄정한 국정수행은 나의 가장 큰 즐거움'이라고 답했다. 개인적으로 상당히 놀랐는데 어떻게 보나.
"나도 그 부분을 걱정하고 있다. 퇴근 후에도 보고서를 열심히 본다는 건데 그게 실패한 대통령의 전형이다. 보고서라는 건 쓴 사람이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한 거다. 보고서만 보면 안 된다. 수평적인 의사결정을 해야지. 브레인스토밍을 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 전혀 없다. 대통령이 자랑할 일 아니다. 정부의 의사결정구조가 굉장히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 대통령이 '보통사람 삶'과 너무 달리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글쎄, 일장일단이 있다. 하지만 미국의 존슨 대통령이랑 카터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심히 일한 대표적인 사람이다. 그런데 다 실패했다. 제일 일을 안 했던 건 레이건 대통령이다. 그런데 레이건 대통령의 회의 참석 시간이 가장 길었다. 심지어 참모와 장관들이 배석한 회의 자리에서 (레이건 대통령이) 졸았다는 것 아니냐. 대통령이 졸 정도로 난상토론을 했다는 것이다. 대통령 스스로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대통령이 성공하려면 미국 대통령 전기를 많이 읽어야 한다(웃음). 박 대통령, 비대위 때나 경선 때도 난상토론을 상당히 했다. '박근혜가 바꾸네' 같은 슬로건 결정할 때도 난상토론을 1시간 넘게 했다."

- 앞으로 정부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쉽게 얘기하자면, 지금이라도 대통령이 청와대 들어가기 전, 지난 몇 년 간 국민과 한 무수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 예를 들면, 스탠포드연설과 대선출마선언을 돌아봐야 한다. 그게 굉장히 잘 쓴 것이라고. 될런지는 난 모르겠지만(웃음)."


태그:#이상돈,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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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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