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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문술(76) 전 미래산업 사장이 지난 2001년 KAIST에 300억 원을 기부한 데 이어 또다시 215억 원을 추가로 내놓기로 했다.
2001년 KAIST에 300억 원을 기부한 데 이어 13년만에 또다시 215억 원을 추가 기부하기로 한 정문술 전 미래산업 사장
 2001년 KAIST에 300억 원을 기부한 데 이어 13년만에 또다시 215억 원을 추가 기부하기로 한 정문술 전 미래산업 사장
ⓒ KA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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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현대차 등 재벌들의 편법 대물림으로 얼룩진 대한민국 사회에 자식보다 국가의 미래를 선택한 벤처기업가가 화제다. 벤처 창업 1세대인 정문술(76) 전 미래산업 사장이 지난 2001년 KAIST에 300억 원을 기부한 데 이어 또다시 215억 원을 추가로 내놓기로 한 것이다.

KAIST는 10일 오전 서울 리츠칼튼 호텔에서 기부금 약정식을 연다고 9일 밝혔다. 모두 515억 원으로 불어난 '정문술 기금'은 정 전 사장 뜻에 따라 KAIST 미래전략대학원 육성과 '뇌 인지과학' 인력 양성 프로그램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미래전략대학원-뇌인지과학 인재 양성에 사용"

지난 2001년 첫 기부를 계기로 KAIST 이사회 이사장까지 맡았던 정 전 사장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기여하고 싶은 마음과 '부를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개인적 약속 때문에 이번 기부를 결심했다"면서 "이번 기부는 개인적으로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였으며, 또 한편으로는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소중한 기회여서 매우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미래전략대학원은 현재 미래전략, 과학저널리즘, 지식재산 세 분야에서 석사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데 내년부터 박사 과정도 신설하고 전임 교수도 늘어나게 된다. KAIST는 앞으로 미래전략대학원을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과 같이 국제관계, 경제, 산업, 국방, 과학기술 분야에 장기적인 국가 전략을 제시하는 싱크탱크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지난 2001년 정문술 기금을 바탕으로 IT(정보기술)과 BT(바이오기술)를 융합한 바이오 및 뇌공학과를 만든 데 이어 이번엔 '뇌 인지과학' 석·박사 과정도 신설할 예정이다.

강성모 KAIST 총장은 "이번 기부는 KAIST가 미지의 학문 분야를 개척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KAIST가 세계 속의 연구대학이 되는 데 한 걸음 다가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나 자신과의 약속 지켜"

정 전 사장은 2001년 개인 기부 최대 금액을 내놓은 뒤에도 "그 당시 수중에 더 많은 돈이 있었는데 더 큰 돈을 기부할 걸 그랬다"고 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사장은 지난 1983년 반도체 장비 제조회사인 미래산업을 창업해 미국 나스닥에도 상장시킨 대표적인 벤처 1세대다. 하지만 지난 2001년 '회사를 자식들에게 대물림하지 않겠다'며 회사 경영권을 직원에게 물려주고 현직에서 물러난 데 이어 지난 2012년 9월 그동안 남아있던 미래산업 지분도 모두 처분했다. 마치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한 뒤 경영권을 후진에게 물려주고 자선 사업을 벌이고 있는 빌 게이츠를 연상시킨다.

정 전 사장이 유독 KAIST를 선택한 건 지난 1996년 미래산업 소프트웨어 개발 과정에서 이광형 KAIST 미래전략대학원 교수와 맺은 개인적 인연이 계기가 됐다. 정 전 사장은 이번에도 기부 전제 조건으로 이 교수의 헌신을 요구했고 이 교수도 미래전략대학원 운영을 책임지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선택이 쉽지만은 않았다. 정 전 사장 스스로 "나 자신도 믿을 수 없다, 참으로 나약한 존재구나"라며 "자신과의 싸움이 가장 힘들다"고 고백했을 정도다. 정 전 사장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이제 떠날 준비를 거의 했다, 홀가분하다, 미래를 개척하는 인생 여정 속에서 자기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게 되어 기쁘다"고 거듭 밝혔다.


태그:#정문술, #KAIST, #이광형, #미래전략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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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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