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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길원옥 할머니와 교학사 교과서 배포금지 가처분 신청인, 친일·독재미화 뉴라이트교과서 검정무효화 국민네트워크 회원들이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친일·독재를 미화하는 교학사 교과서 폐기와 서남수 교육부 장관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 교학사 교과서 배포금지 가처분 신청인 "왜곡된 역사 교사서 폐기하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길원옥 할머니와 교학사 교과서 배포금지 가처분 신청인, 친일·독재미화 뉴라이트교과서 검정무효화 국민네트워크 회원들이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친일·독재를 미화하는 교학사 교과서 폐기와 서남수 교육부 장관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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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교육부가 일선 고등학교들이 금성출판사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를 채택하지 않도록 외압을 가했다."

김한종(56)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의 말이다.

김 교수는 8일 오전 교육부가 학생·학부모·역사교육단체의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채택 반대 움직임을 외압이라고 발표한 것을 두고 "2008년 자신들의 외압은 사과 하지도 않고, 지금 와서 학생·학부모들의 목소리를 외압이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지난 2008년 '1차 역사 교과서 전쟁'의 한가운데 있었다. 그가 정부와 보수단체로부터 좌편향 교과서로 지목된 금성출판사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의 저자였기 때문이다. 이 교과서가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던 상황에서 보수 세력의 교과서 교체 공세가 거셌고, 결국 이듬해 이 교과서의 채택 비율은 20%p가량 하락했다.

김 교수는 8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인터뷰에서 "당시 공정택 서울시교육감 등 전국 16개 시·도 교육감들은 금성출판사 교과서가 이념적으로 편향돼있다고 문제제기한 뒤 교과서 교체를 목적으로 학교장·학교운영위원 연수를 실시했다"면서 "여기서 교육부 고위 관료들이 강의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육부는 2008년에 있었던 일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면서 "학생·학부모 목소리를 외압이라고 하는 것은 일방적인 편들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지도부의 국정교과서 전환 요구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김 교수는 지난해 10월 펴낸 <역사교육으로 읽는 한국현대사>에서 1974년 박정희 정권의 국사 국정교과서 전환을 언급하면서 "국사교육은 정부의 통치이념을 대중에게 전달하는 통로였으며, 국정 국사교과서의 내용은 이를 반영했다"고 규정했다. 그는 "국정교과서를 활용했던 세력들이 국정교과서 전환을 얘기하는 것은 굉장히 정략적"이라면서 "그 세력들이 특정 교과서에 '좌경화', '종북' 딱지를 붙이며 교과서를 이념논쟁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교육부의 <한국사> 교과서 수정명령을 비판했다. 앞서 사법부는 금성교과서 수정명령 취소소송에서 김 교수 등 저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교육부는 재상고했다. 김 교수는 "교육부는 당시 부당한 수정명령에 책임지지 않고 있다, 이번 수정명령 역시 부당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꼬집었다.

아래는 김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국정교과서 되면 정권 잡은 쪽이 역사 해석 장악"

금성출판사의 근ㆍ현대사 교과서 공동저자인 김한종 한국교원대 교수가 2010년 10월 2일 오후 서초동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교과서 수정명령취소 청구소송 선고공판에서 승소한 직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금성출판사의 근ㆍ현대사 교과서 공동저자인 김한종 한국교원대 교수가 2010년 10월 2일 오후 서초동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교과서 수정명령취소 청구소송 선고공판에서 승소한 직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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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교육부는 일부 고등학교에서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했다가 철회한 것을 두고 "외압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교과서 채택은 학계나 사회에서 교과서에 대한 긍정적·부정적 평가가 나온 뒤에, 학교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다. 학생·학부모도 학교의 주체라고 본다면, 학생·학부모 요구에 의해 교과서가 결정되는 것은 외압이 아니다. 오히려 사립학교에서의 외압 의혹이 제기됐고, 동우여고 교사가 교장의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하지 않았나. 이런 조사 없이 학생·학부모의 목소리를 외압이라고 한다면, 한쪽 편들기라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교과서 선정 과정에서의 외압은 없었는지 조사해야 한다."

- 2008년 금성교과서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가 좌편향 논란을 겪을 때, 외압은 없었나?
"교육부가 외압을 가했다. 처음에는 시도교육감 협의회에서 문제제기했다. 공정택 당시 서울시교육감이 주도했다. 교육청은 교과서를 바꾸라면서 교장·학교운영위원 연수를 진행했고, 교육부 관료들이 강의했다. 교육청에서는 교과서를 바꾸라고 하고 교사들은 바꾸지 않겠다고 하면서 학교에서는 큰 혼란이 있었다. 교육부가 외압을 얘기하려면, 당시 있었던 일을 해명해야 한다. 지금 같은 논리라면 당시 교육부는 교육청에 심각한 문제제기를 했어야 했다."

-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최경환 원내대표가 국정교과서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교과서는 학문적인 문제다. 역사는 보는 사람에 따라 관점이 다른데, 하나의 단일교과서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나. 국정교과서가 되면, 정권을 잡은 쪽이 역사 해석을 장악하게 된다. 정부의 통치철학이나 이념이 교과서에 반영된다. 이미 우리는 1974년 박정희 정부의 국사 국정교과서 전환 이후 수십 년동안 경험했다. 국정교과서를 활용했던 세력들이 다시 그런 얘기를 꺼내는 것은 굉장히 정략적이다."

- 교과서를 둘러싼 이념 논쟁이 심화되니, 국정교과서를 펴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이념논쟁으로 몰고 간 것은 본인들이다. 이념과 결부시켜 학계 전체나 특정 교과서가 좌경화됐다거나 종북이라고 주장했다. 본인들이 교과서를 이념논쟁의 대상으로 삼는 것을 중단하면 된다. 일부러 이념 논쟁으로 몰고간 다음에 국정교과서를 펴내자고 하는 게 아닌가. 박근혜 대통령도 신년기자회견에서 교과서 문제를 직접 언급했는데 적절하지 않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공식적인 석상에서 <근·현대사> 교과서 문제를 언급하면서 좌편향 교과서 논란이 거세졌다."

- 보수 정권은 왜 역사에 집착한다고 보나?
"'잃어버린 10'년 때문이 아니겠나. 보수 세력은 국민들이 대한민국을 건설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에 10년 동안 정권을 빼앗겼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국가지도자(이승만, 박정희)의 탁월한 정치지도력을 국민이 알게 되면, 집권하는 데 훨씬 낫다고 생각하지 않겠나."

"정치적 목적으로 교육 이용하겠다는 생각 버려야"

- 정권에 휘둘리는 교육부에 대한 비판도 크다.
"교육 관료들을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고 한다. 교육부는 소신을 가져야 한다. 특정 교과서를 밀어주거나 교과서를 둘러싼 이념논쟁에 끼지 말고 학교 교육을 보호해야 한다. 교과서 집필진이 더 좋은 교과서를 쓸 수 있도록 재정적·행정적으로 돕는 일에 신경 써야 한다. 이런 데 관심을 두지 않고 정치적 이념 논쟁에 눈치를 살피면 안된다."

- 사법부는 교육부의 금성출판사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수정명령 취소 소송에서 저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교육부가 사과했나?
"지난해 2월 대법원 판결과 같은 해 11월 서울고법의 파기환송심 판결도 우리의 손을 들어줬지만 교육부의 사과는 없었다. 교육부가 재상고를 하더라도 판결이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교육부는 재상고했다. 최근 <한국사> 교과서 수정명령 논란이 있으니, 최종 확정 판결을 늦추려는 것 같다. 판례대로 한다면, 교육부의 이번 <한국사> 교과서 수정 시도 역시 부당하다고 생각된다."

- 일선 고교에서의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채택 비율이 현저히 낮다.
"역사를 보는 관점과 해석은 존중돼야 한다. 하지만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쓴 사람들은 '기존 교과서가 너무 좌편향됐으니 다른 교과서를 써야겠다'는 사명감이 컸던 것 같다. 그런 생각이 앞섰기에 교과서를 쓰기에 준비가 되지 않았다. 이 교과서를 두고 구체적인 해석 논란도 있지만, 전체적인 구성도 엉성하다. 학생 교육과 관련된 교과서에 이념적인 해석을 우선하면 안된다."

- 박근혜 정부가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논란에서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하나?
"정치적 목적으로 교육을 이용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헌법은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규정하고 있다. 정권 맘대로 교육을 이용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학교와 군대는 권력이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좋은 집단이다. 그렇게 된다면 그 결과는 좋지 못할 것이다. 자신들이 과거 권력을 이용해서 교육을 잡았다는 비판이 부메랑이 돼서 돌아갈 것이다. 이런 비판은 100년 뒤가 아니라 10년 뒤에 제기될 수 있다."


태그:#김한종 교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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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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