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퓨전사극이 범람하는 시대, 역사왜곡이 판치는 시대, KBS가 2년여 동안 자존심을 걸고 야심차게 준비한 대 역사극. 철저한 사실과 고증에 입각해 잊혀져가는 우리 역사를 바로 세우고자 하는 작품이다"

KBS 대하드라마 <정도전>에 대한 KBS 측 보도자료 내용이다. '고품격 정통사극'을 표방한 <정도전>은 방영 전부터 시청자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첫 주 방영 결과 언론과 시청자의 호평이 이어졌고 10% 이상의 안정적 시청률도 기록했다. 흥미성보다 역사의식을 피력한 제작진의 의도가 통한 셈이다.

고품격 정통사극 표방한 <정도전>의 등장

이는 곧 '바른 역사'에 대한 대중적 갈망과도 맞닿아 있다. 중국과 일본의 역사왜곡, 국사교과서 수능필수과목 지정 논란, 교학사 교과서 논란, 사극의 연이은 역사왜곡 논란으로 '바른 역사'를 갈망하는 대중적 요구가 형성됐고 <정도전>이 이에 부응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실제 <정도전>의 시나리오를 보면 허구적 내용을 최소화했음을 알 수 있다. 1화에서 공민왕 집권 말기 노국공주의 영전공사로 인해 피폐해진 민심이 잘 드러났고, 2화에서는 왕실 후계 논란과 공민왕 암살사건이 실감나게 그려졌다.

이는 <고려사>, <고려사절요> 등 역사서에 실제 등장하는 사건이며 세부적인 전개양상도 매우 비슷하다. 고증이 잘 된 것이다. 물론, 공민왕(김명수 분)과 정도전(조재현 분)의 극적 관계설정 등 허구성이 아주 없지는 않지만 전반적인 흐름만큼은 사료에 충실했다는 평이다.

그렇다면 이외의 고증은 어떨까. TV 드라마의 고증은 역사적 사건과 인물 외에 시각적 고증도 포함한다. 시각적 요소가 주된 매체인 까닭에 소품, 복식, 세트(건축) 등의 고증은 중요하다. MBC <주몽>의 판타지적 갑옷과 MBC <기황후> 속 몽골인들이 변발하지 않는 모습이 극의 현실감을 떨어뜨렸듯 말이다. <스타뉴스> 보도에 따르면 <정도전>의 김형일 CP는 "정도전 속 의상, 소품 등은 역사적 고증을 통해 제작"했고 "세트 또한 자료를 통해 세세히 분석해 재현했다"며 시각적 고증에도 자신을 보였다고 한다.

<정도전>, 고려와 고려인을 실감나게 묘사하다

1, 2화 방영분을 토대로 <정도전>의 시각적 고증여부를 분석한 결과, 제작진의 노고가 느껴졌다. 기존의 사극과 비교했을 때, 특히 다른 고려시대 사극들과 비교했을 때 소품, 복식 등의 고증이 매우 충실한 편이다.

KBS 역사스페셜을 통해 복원된 개경 전경과 <정도전>의 개경 전경. 내성과 외성 구조, 산성과 평지성의 형태를 취한 점, 자연에 따른 배치 등 고려 개경 특유의 도시구조가 잘 반영됐다.
▲ 개경 전경 KBS 역사스페셜을 통해 복원된 개경 전경과 <정도전>의 개경 전경. 내성과 외성 구조, 산성과 평지성의 형태를 취한 점, 자연에 따른 배치 등 고려 개경 특유의 도시구조가 잘 반영됐다.
ⓒ KBS

관련사진보기


우선 고려의 수도인 개경의 전경이다. '고려도경'과 출토 유물 등을 토대로 KBS <역사스페셜>에서 고증한 개경 모습과 드라마 속 CG처리가 된 개경의 모습이 매우 유사하다. 일자로 뻗은 조선의 육조거리(오늘날 광화문 광장 인근)와 달리 자연 특성에 맞춰 배치된 고려 수도의 구조, 내성과 외성의 이중 구조, 산성과 평지성의 특성을 고루 갖춘 특성이 고루 반영됐다.

태조 이성계의 전어도는 려말선초(고려 말 조선 초)시기 고위층의 칼의 전형으로 평가받는다. <정도전>에서는 이 칼을 모티브로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공민왕의 칼이 등장했다. 자루의 용머리 장식이 달린 형태가 매우 유사하다.
▲ 태조 이성계의 전어도와 공민왕의 칼 태조 이성계의 전어도는 려말선초(고려 말 조선 초)시기 고위층의 칼의 전형으로 평가받는다. <정도전>에서는 이 칼을 모티브로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공민왕의 칼이 등장했다. 자루의 용머리 장식이 달린 형태가 매우 유사하다.
ⓒ KBS

관련사진보기


소품 고증도 잘된 편이다. 특히, 칼과 관련한 고증은 매우 정교하다. 고려 말과 조선 초 시기 칼의 양식이 잘 드러난 태조 이성계의 전어도와 극에 등장하는 공민왕의 칼 생김새가 유사하다. 칼자루 용머리 장식의 정교함은 전어도를 모델로 두고 제작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과거 드라마에서 일본도를 쓰거나 시대에 맞지 않는 칼 사용을 한 것과 대조적이다.

대부분의 사극에서 무인들은 칼자루를 손에 쥔 채로 들고 다니거나 허리에 꽂곤 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고증이며 특히 허리춤이 꽂는 것은 일본식이다. 반면 <정도전>에서는 고리와 끈을 이용해 칼을 패용하는 방식을 적절하게 고증했다.
▲ 환도패용법을 따른 <정도전>의 고증 대부분의 사극에서 무인들은 칼자루를 손에 쥔 채로 들고 다니거나 허리에 꽂곤 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고증이며 특히 허리춤이 꽂는 것은 일본식이다. 반면 <정도전>에서는 고리와 끈을 이용해 칼을 패용하는 방식을 적절하게 고증했다.
ⓒ KBS

관련사진보기


기존의 사극에서는 무인들이 칼을 손에 쥐거나 허리춤에 꽂곤 했는데 이는 모두 잘못된 고증이다. 엄연히 고리와 끈을 이용한 환도패용의 문화가 있음에도 이를 고증하지 않은 것이다.
▲ 칼을 손에 쥐거나허리춤에 꽂는 잘못된 고증의 예 기존의 사극에서는 무인들이 칼을 손에 쥐거나 허리춤에 꽂곤 했는데 이는 모두 잘못된 고증이다. 엄연히 고리와 끈을 이용한 환도패용의 문화가 있음에도 이를 고증하지 않은 것이다.
ⓒ KBS, MBC

관련사진보기


이뿐이 아니다. 칼의 패용 면에서도 탁월한 고증을 보였다. 그간 대부분의 사극에서의 칼 패용은 허리 춤에 꽂거나 칼자루를 손에 쥔 채 들고 다니곤 했는데 이는 잘못된 방식이다. 특히 허리 춤에 꽂는 방식은 일본식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실제 고려와 조선에서는 환도를 고리와 끈을 통해 패용하는 고유의 문화가 있었다.

<정도전>에서는 병사들이 '고리 매기' 방식으로 칼을 패용했다. 마치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시청자가 낯설어 할 정도로 그간 고증이 안 됐던 부분이다. 고증이 된 경우도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 일부에 불과했다. KBS의 <한성별곡>과 <추노>, SBS <뿌리깊은 나무>에서 '띠돈 매기' 방식이 등장했었다.

원나라 간섭기 이후 몽골 풍 갓이 고려에 전해졌다. <정도전>에서는 이러한 고증을 충실하게 해냈다. 좌측이 정몽주(임호 분), 우측이 원나라 몽케
▲ 몽골풍 갓의 고증 원나라 간섭기 이후 몽골 풍 갓이 고려에 전해졌다. <정도전>에서는 이러한 고증을 충실하게 해냈다. 좌측이 정몽주(임호 분), 우측이 원나라 몽케
ⓒ 금준경

관련사진보기


<정도전>에 등장하는 갓의 모양은 익히 알려진 갓과 모양이 다르다. 말총이 아닌 대나무를 엮어 만든 초기형태 갓이기 때문이다.
▲ 려말선초의 갓 <정도전>에 등장하는 갓의 모양은 익히 알려진 갓과 모양이 다르다. 말총이 아닌 대나무를 엮어 만든 초기형태 갓이기 때문이다.
ⓒ KBS

관련사진보기


갓에 대한 고증 또한 심혈을 기울인 흔적이 묻어난다. <정도전>에 등장하는 갓의 모앙새는 제법 낯설다. 실제 고려 말과 조선 초 때는 우리가 익히 아는 말총 갓과는 다른 갓이 쓰였기 때문이다. 원나라 풍이 만연한 갓을 쓰거나 대나무 갓을 썼다. 이는 오늘 날 말총 갓의 원조 격이라 할 수 있다. 비슷한 시기를 다룬 SBS <뿌리깊은 나무>와 KBS <공주의 남자> 등의 사극에서 조선 후기 갓이 쓰였는데 이는 명백한 고증 오류다.

<정도전>에서는 경번갑이 주된 갑옷으로 등장한다. 이는 사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중국풍 갑옷이나 판타지적 요소가 있는 갑옷을 활용한 기존의 관행과 대조적이다.
▲ 경번갑 착용한 이인임(박영규 분) <정도전>에서는 경번갑이 주된 갑옷으로 등장한다. 이는 사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중국풍 갑옷이나 판타지적 요소가 있는 갑옷을 활용한 기존의 관행과 대조적이다.
ⓒ KBS

관련사진보기


고려를 배경으로 한 사극에서의 갑옷은 주로 중국풍 갑옷이거나 판타지적 요소가 많았다. 좌측부터 <천추태후>의 강감찬(이덕화 분), <무인시대>의 경대승(박용우 분), <무신>의 김준(김주혁 분), <신돈>의 이성계(이진우 분)
▲ 고려 배경 사극의 갑옷들 고려를 배경으로 한 사극에서의 갑옷은 주로 중국풍 갑옷이거나 판타지적 요소가 많았다. 좌측부터 <천추태후>의 강감찬(이덕화 분), <무인시대>의 경대승(박용우 분), <무신>의 김준(김주혁 분), <신돈>의 이성계(이진우 분)
ⓒ MBC, KBS

관련사진보기


갑옷 고증 또한 제대로 됐다. 극 중 이인임(박영규 분)이 입은 갑옷 모양이 독특하다. 이는 미늘과 철사로 만든 고리를 꿰어 만든 갑옷인 경번갑이다. 고려시대는 출토한 갑옷 유물이 매우 적지만 경번갑은 실제 출토돼 복원되기도 했다.

사실 사극 속 경번갑의 등장은 최초가 아니다. KBS <무인시대> 등 몇몇 사극에서 등장했다. 그러나 조연급 등장인물 몇몇이 입는 데서 그쳤고 대다수는 중국풍 갑옷을 입곤 했다. 반면 <정도전>에서는 이성계, 최영, 이인임 등 주연을 비롯한 많은 장수들이 경번갑을 입는다.

<정도전>에서는 활과 화살을 잡는 방식의 고증이 충실히 이뤄졌다. 반면 <불멸의 이순신>, <대조영> 등에서는 양궁식으로 활과 화살을 파지해 논란이 일었다.
▲ 양궁하는 이순신장군과 양만춘장군 <정도전>에서는 활과 화살을 잡는 방식의 고증이 충실히 이뤄졌다. 반면 <불멸의 이순신>, <대조영> 등에서는 양궁식으로 활과 화살을 파지해 논란이 일었다.
ⓒ KBS

관련사진보기


반면, 활은 다소 아쉽다. 1화에서 정도전이 활을 쏘는데 화살의 깃이 상하로 2개다. 전통 화살은 깃이 3개여야 맞으나 극에서는 2개뿐이다. 사소해 보이지만 이는 화살의 명중률과 바람 저항과 직결된 문제다. 한편 엄지와 검지로 활과 화살을 잡는 방법은 고증에 충실한 편이다. 기존 사극에서 양궁처럼 화살을 잡곤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실제 KBS 대하사극이었던 <불멸의 이순신>과 <대조영>도 마찬가지였다.

고려 궁궐로 둔갑한 중국 궁궐

<정도전>의 소품과 문화 전반 등의 고증이 타 사극에 비해 우수한 편이지만 세트장(건축)의 활용은 문제가 있다. 일찍이 <오마이뉴스>에서 지적했던 시대와 국적을 불문한 막무가내식 사극 세트장 활용 실태가 <정도전>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관련 기사 : 갑옷 재활용? 드라마지만 너무하네).

<정도전> 1,2화를 조선시대 육조거리와 광화문을 재현한 문경 세트장에서 촬영했다.
▲ <정도전>의 고려 개경과 <추노>의 조선 한양 <정도전> 1,2화를 조선시대 육조거리와 광화문을 재현한 문경 세트장에서 촬영했다.
ⓒ KBS

관련사진보기


고려 말기를 배경으로 한 <정도전> 1,2화에서 조선 궁궐(본래 경복궁)로 제작된 세트장을 활용했다.
▲ <정도전>의 고려 만월대와 <추노>의 조선 궁궐 고려 말기를 배경으로 한 <정도전> 1,2화에서 조선 궁궐(본래 경복궁)로 제작된 세트장을 활용했다.
ⓒ KBS

관련사진보기


고려가 고구려를 잇는 국가라고는 하지만 1000년의 세월 차가 있음에도 같은 건축을 재활용했다.
▲ <연개소문>의 고구려 안학궁과 <정도전>의 고려 마암 영전 고려가 고구려를 잇는 국가라고는 하지만 1000년의 세월 차가 있음에도 같은 건축을 재활용했다.
ⓒ SBS, KBS

관련사진보기


우선 개경의 궁문 모습이 현실의 광화문과 빼닮았다. 이곳은 KBS <대왕세종> 촬영 때 경북 문경에 건립한 세트로 광화문 및 경복궁 일부와 육조거리를 재현한 세트장이기 때문이다. KBS <대왕세종>, <추노>, <공주의 남자>, <칼과 꽃> 등의 사극 촬영이 이곳에서 진행됐다. 크게 거슬리는 부분은 아니지만 단청과 건축 양식의 차이를 고려해볼 때 아쉬움이 남는다.

정통사극 <정도전>에 등장하는 고려 궁궐 정전(회경전 추정)이 중국 풍이다. 이는 SBS <연개소문> 제작 당시 중국 수나라와 당나라의 세트장으로 건립된 건축을 재활용했기 때문이다. 용인 고려 궁궐 세트장을 사정상 활용 못했다고 해도 조선, 백제 등 우리 궁궐 세트장이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중국 궁궐 세트장을 활용한 행태는 매우 아쉽다.
▲ <정도전>에 등장하는 중국풍 고려 궁궐 정통사극 <정도전>에 등장하는 고려 궁궐 정전(회경전 추정)이 중국 풍이다. 이는 SBS <연개소문> 제작 당시 중국 수나라와 당나라의 세트장으로 건립된 건축을 재활용했기 때문이다. 용인 고려 궁궐 세트장을 사정상 활용 못했다고 해도 조선, 백제 등 우리 궁궐 세트장이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중국 궁궐 세트장을 활용한 행태는 매우 아쉽다.
ⓒ KBS

관련사진보기


문제는 만월대의 정전인 회경전 세트장이다. 이곳은 SBS <연개소문> 촬영 때 제작한 세트장으로 중국 수나라와 당나라의 궁궐 세트장으로 지어진 건축이다. <연개소문> 종영 후 재활용 차원에서 막무가내로 쓰이면서 엄연히 다른 국가와 민족인 우리 궁궐로 이용되는 경우가 잦아졌다.

KBS <대왕의 꿈>에서는 신라 궁으로, <칼과 꽃>과 <광개토태왕>에서는 고구려의 궁으로, 영화 <쌍화점>과 <천추태후>에서는 고려 궁으로 촬영됐다. 1000년 이상의 세월과 국적마저 뛰어넘는 정체 불명의 건축이 된 것이다.

SBS<연개소문'> 당시 수나라와 당나라의 궁궐 촬영을 위해 제작한 온달 세트장이 사극 속에서 우리 궁궐로 둔갑했다. 같은 세트장이지만 배경이 된 시대와 국적이 제각각이다. 정통사극을 표방한 <정도전>에서도 문제의 세트장이 고려궁궐로 재활용 됐다.
▲ 마구잡이식 세트장 재활용 실태 SBS<연개소문'> 당시 수나라와 당나라의 궁궐 촬영을 위해 제작한 온달 세트장이 사극 속에서 우리 궁궐로 둔갑했다. 같은 세트장이지만 배경이 된 시대와 국적이 제각각이다. 정통사극을 표방한 <정도전>에서도 문제의 세트장이 고려궁궐로 재활용 됐다.
ⓒ 금준경

관련사진보기


건축 자체의 생김새가 중국 궁궐인 것도 문제지만 단청 문양을 바꾸지 않은 채 <정도전>을 촬영한 것은 더 큰 문제다. SBS <연개소문>에서 중국 궁궐로 제작할 당시 중국 자금성의 단청 모양을 본 떠서 단청을 입혔는데 이를 우리 식으로 바꾸지 않은 것이다.

명나라 건국세력인 홍건적에 의해 수모를 당하고 맞서 싸운 공민왕이 명나라 궁궐의 단청 양식을 한 건축에서 생활하는 모순적인 상황이다. 단청 덧칠은 이는 큰 제작비를 들이지 않고서도 가능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정통사극을 표방하는 KBS 대하드라마 <정도전>에서 고려 궁궐인 만월대로 활용되는 세트장은 본래 SBS <연개소문> 제작 때 중국 수나라 궁궐 용도로 만든 세트장이다. 제작 당시 단청 문양을 중국 자금성을 토대로 제작했다. 홍건적 및 명나라 건국세력에게 화를 당하고 이들과 맞서 싸운 고려 공민왕이 명나라 단청 아래서 생활하는 모순적인 일이 벌어진 꼴이다.
▲ <정도전>의 고려 만월대 단청과 실제 자금성의 단청 비교 정통사극을 표방하는 KBS 대하드라마 <정도전>에서 고려 궁궐인 만월대로 활용되는 세트장은 본래 SBS <연개소문> 제작 때 중국 수나라 궁궐 용도로 만든 세트장이다. 제작 당시 단청 문양을 중국 자금성을 토대로 제작했다. 홍건적 및 명나라 건국세력에게 화를 당하고 이들과 맞서 싸운 고려 공민왕이 명나라 단청 아래서 생활하는 모순적인 일이 벌어진 꼴이다.
ⓒ 금준경

관련사진보기


건축은 곧 시대와 국가의 정체성... 방송사들 세트 공유 방법도

<정도전>이 철저한 고증을 통해 기존 사극에서 구현하지 못한 문화와 양식을 고증한 것은 사실이다. 이 점에서 높게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가장 주가 돼야 할 건축에서는 여전히 부족한 현실이다.

이제부터라도 시대와 국가에 걸맞은 사극 세트장 활용이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대한민국 유일의 정통사극'이라는 슬로건은 무색해질 것이다. 현실적 여건 상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이미 국내에 건립된 세트장 내에서 구현할 수 있는 시대가 적지 않음을 고려해야 한다.

KBS가 건립한 부안영상테마파크는 조선의 창덕궁과 일대를, 경북 문경 세트장에서는 조선의 경복궁 일대를 재현했다. 또, KBS <대조영> 촬영 때 건립한 당나라 궁궐과 발해 건축 일부가 있다. 용인의 MBC 드라미아 세트장은 MBC <신돈>과 <선덕여왕>을 거치며 고려 궁궐을 비롯해 신라와 원나라의 건축이 마련됐다. 부여의 백제역사문화단지에는 백제 궁이 복원됐다. 경주의 신라밀레니엄파크에서는 신라 귀족의 집이 고증에 맞춰 건립됐다. 온달 관광지에는 수나라와 당나라 궁궐이 있다.

물론, 일정상의 이유 혹은 세트장을 소유한 지자체나 방송사 사정에 따라 활용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시대와 국가에 맞춘 건축 활용은 매우 상식적인 일이다. 어떤 이유가 있든 이는 바로잡아야 한다.

방송사들이 공조협력체제를 마련 각자가 마련한 시대별 세트장을 공유하는 등의 대안을 모색하기를 바란다.


태그:#정도전, #KBS, #정통사극, #세트장, #사극
댓글8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3,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