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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도에 항공운항훈련센터와 엔진정비센터 유치 가장 기억에 남아"
"인하대 송도캠퍼스 부지 논란 때 너무 힘들어 그만 두고 싶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2013년 10월 15일로 개청 10주년을 맞이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송도·영종·청라지구 등 3개 지구로 나뉘는데, 총면적 169㎢에 기반시설을 조성한 뒤 외부 자본을 유치해 인구 64만명의 국제도시로 개발하는 사업이다.

인천경제청은 2013년 초 일본 파친코업체 향응수수 의혹으로, 중반에는 영종도 카지노사업 유치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고, 가을에는 또 가천대학교 길병원과 송도국제도시(5공구) 의료ㆍ바이오연구단지(Bio Research Complex· 아래 BRC)간 비리의혹으로 곤욕을 치렀다. 그 와중에도 인천경제청의 투자유치 성과는 상당했던 게 사실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외국인직접투자(FDI: Foreign Direct Investment) 실적은 162억 6000만 달러인데 이중 인천경제청이 21억 3300만 달러로 13.1%를 차지했다. 이는 인천시 전체 외자 유치실적 31억 8200만 달러의 67%에 해당하고, 지금까지 누적된 인천경제자유구역 직접투자액의 42.2%에 해당한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의 FDI 실적은 2012년부터 늘고 있다. 이는 기반 구축 당시 뿌린 투자유치 씨앗들이 2단계에 들어서며 결실을 거두기 시작한 것으로, 투자유치는 늘어날 전망이다.

사실 1단계 개발이 끝나던 2009년까지 만해도 인천경제자유구역에는 송도지구를 중심으로 인천대교와 송도컨벤시아, 몇몇 호텔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다.

그러나 송도지구 내 첨단 IT(정보통신기술)산업과 BT(생명공학기술)산업, 영종지구 항공 산업, 청라지구 금융타운과 자동차산업 유치 등으로 인천경제자유구역은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6년 5개월 동안 비행거리만 160만km
   
인천경제자유구역이 이 처럼 성장한 데는 많은 이들의 노력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인천경제자유구역청 투자유치본부의 김종환 기반서비스산업유치과장을 빼놓을 수 없다.

김종환(53) 과장은 2007년 8월 인천경제청에 계약직 공무원으로 들어왔다.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뒤 맨 처음 몸담았던 곳은 삼성전관(=현 삼성SDI)이다. 그 뒤 현대전자로 옮겨 현대정보기술에서 벤처사업팀장으로 있다가 2000년 다시 엘지CNS으로 옮겼다.

엘지CNS에서 공공 사회간접자본(SOC) 해외사업부장을 하다가 2004년 미국 SAS 한국지사로 옮겨 2007년 7월까지 영업본부장을 지냈다.

미국계 회사 SAS는 금융업을 제외한 제조업·공공·유통·학교 등 전 산업분야에 걸쳐 각 기업과 기관의 통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이를 분석해 각 기업 또는 기관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포춘'지가 선정하는 세계 500대 기업의 95% 이상이 이 회사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정도로 국제사회에서 신인도가 높다. 김 과장은 국내 전자회사에서 익혔던 노하우를 바탕으로 SAS에서 국내 대형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는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지역난방을 도입했고, 인천국제공항에 기상레이더 경비보안방제시스템을 도입했으며, 주요 고속도로의 교통상태를 보여주는 한국도로공사 교통관리시스템도 여기서 맡아 개발했다. 또 국내 원자력발전소의 컨트롤시스템 8개를 전산화했다"고 들려줬다.

미국 회사의 한국지사 영업본부장으로서 임금이 적은편도 아니었다. 그가 현대전자에 몸담고 있던 시절 같이 근무했던 이가 먼저 인천경제청에 와 있었는데, 그의 제안을 받고 인천경제청으로 이직했다.

그리고 지난 가을에는 집도 아예 인천으로 옮겼다. 김 과장은 "이직을 망설였던 게 사실이지만, 인천경제자유구역의 2020년까지 펼쳐진 장기 플랜과 향후 비전을 내다봤을 때 무한한 가능성이 보였다. 그래서 새로운 삶을 도전해보기로 하고 옮겼던 것"이라고 말했다.

김 과장이 처음 맡았던 직책은 투자유치본부 첨단기업팀장이었다. 말 그대로 경제자유구역에 세계 첨단기업을 유치하는 업무다. 팀장으로 5년 일하다 2012년 7월 기반서비스산업유치과장으로 승진했는데, 여전히 그의 업무는 첨단기업 유치다.

김 과장이 인천경제청에서 6년 5개월 동안 일하며 날아간 비행거리만 160만km를 넘는다. 그는 기억나는 투자유치로 우선 송도지구 내 교보데이터센터(=IBM데이터센터)를 꼽았다. 통상 기업이 커지면 데이터양이 많아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기업들은 데이터센터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회사 내 전산실이 커진 것이라고 보면 된다.

김 과장은 "기업이 데이터센터를 내부에 운영하다가 가령 전산직이 파업하면 회사가 마비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그게 더 위험이 크기 때문에 데이터센터를 외부에 두고 있다"며 "1990년대 후반부터 이 같은 변화가 시작됐는데, 금융기관의 경우 자체 전산실 운영하면서 외부에 데이터센터를 동시에 운영한다. 한 쪽 데이터센터가 마비되더라도 업무에 차질이 없게 하기 위해서 그렇다"고 말했다.

교보데인터센터는 교보그룹이 송도에 설치한 것으로, 명칭은 교보데이터센터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IBM이 교보 계열사 외 국내외 글로벌기업 20개의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교보데이터센터 유치는 사실 IBM을 유치한 것이다. IBM과 협상을 진행할 때 쉽사리 결론이 안 났다. 그 때 미국계 기업에 근무한 경험이 도움이 됐다"며 "미국계 회사는 우리와 의사결정과정이 다르다. 한국에 나와 있는 실무자(=상무와 전무 등)를 만나야했다. 이들이 본사를 설득하게 해야 했다. 계약은 2009년 타결됐다"고 말했다.

김종환 인천경제자유구역청 투자유치본부 기반서비스산업유치과장은 2007년 8월 계약직 공무원으로 인천경제청에 들어 왔다. 송도지구를 IT산업과 BT산업 등 첨단산업과 국제비지니스의 도시로 조성하고, 영종지구는 항공산업과 물류산업의 기지로, 청라지구는 자동차와 로봇산업의 기지로 조성하는 청사진을 제시한 이가 바로 김종환 과장이다.
▲ 인천경제청 김종화 기반서비스산업유치과장 김종환 인천경제자유구역청 투자유치본부 기반서비스산업유치과장은 2007년 8월 계약직 공무원으로 인천경제청에 들어 왔다. 송도지구를 IT산업과 BT산업 등 첨단산업과 국제비지니스의 도시로 조성하고, 영종지구는 항공산업과 물류산업의 기지로, 청라지구는 자동차와 로봇산업의 기지로 조성하는 청사진을 제시한 이가 바로 김종환 과장이다.
ⓒ 김갑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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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첨단, 영종-항공, 청라-자동차․로봇' 청사진 제시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지구는 IT(정보통신기술)와 BT(생명공학기술) 등 첨단지식기반산업 유치를 통한 국제비지니스가 중심이고, 영종지구는 인천국제공항과 연계한 항공 산업과 관광레저도시, 청라지구는 국제금융업무와 자동차·로봇 관련 산업이 중심이다.

이 같은 청사진을 제시한 이가 바로 김 과장이다. 그는 지구마다 산업적 특성을 부여해 기본방향을 제시하고 투자를 유치했다.

"송도가 국제비지니스의 장이 되려면 IT산업과 융합이 이뤄져야한다. 서울의 테헤란로가 비즈니스의 중심이 된 건 글로벌 IT기업의 본사가 테헤란로 주변에 있어서다. 송도는 국제비지니스를 지향하는데, 그 바탕은 IT 융합시스템이 들어와 줘야 글로벌 기업들이 입주한다. IT 융합은 정보통신기술과 결합된 데이터센터, 자동차첨단부품, 전자소재, 바이오산업을 말한다."

김 과장은 대표적인 투자유치 성과로 만도-헬라와 만도-브로제를 꼽았다. 만도-헬라는 자동차가 주행차선을 벗어나면 센서가 차선의 색깔이나 페인트를 인식해 경고음을 울려 졸음운전을 방지하고, 또 버튼 하나만 누르면 자동 주차를 해주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미 현대·기아차에서 옵션으로 상용화했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모터만 약 300개다. 백미러·시트·윈도우 등에 소형 모터가 들어가 있는데, 만도-브로제는 첨단 소형 모터를 제조하는 회사다.

바이오산업 분야에서는 셀트리온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 동아제약, 크루셀 등이 입주했다. 또 반도체산업에서도 인하대 송도캠퍼스 부지 이전으로 홍역을 치르긴 했지만 앰코를 유치하는 성과를 냈다.

김 과장은 청라지구를 자동차산업 클러스터로, 영종지구는 항공 산업 클러스터로 개발하는 쪽으로 설계했다.

그는 "지엠 알앤디(R&D, 연구개발) 연구소와 주행시험장을 꼭 한 번 가봤으면 한다. 지엠 연구소와 주행시험장이 잘 돼있다. 왜 홍보를 안 하지, 할 정도로 잘 돼있다. 주행시험장은 전 세계의 도로타입을 구간별로 다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향후 전기자동차 시대의 핵심부품은 배터리와 모터다. 배터리는 엘지화학이 개발하고 있고 모터도 엘지계열사가 개발하고 있는데, 청라지구 옆 서부산업단지에 5만평 규모의 전기자동차종합연구소가 들어설 예정"이라며 "요즘 자동차에 CPU(중앙처리장치)가 다섯 개 들어간다고 하는데, 청라지구 인천하이테크파크를 자동차부품단지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 과장은 영종지구에 항공운항훈련센터와 항공엔진정비센터를 유치한 것을 역대 투자유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라고 했다.

그는 "항공 산업 유치를 위해 싱가포르 항공쇼를 다녀온 뒤 영감을 얻었다. 그걸 본 후 보잉사에 제안했는데, 마침 대한항공과 증설할 계획이 있다고 해서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말했다.

또, "비행기 엔진은 GE, 롤스로이스, 플랫앤휘트니사가 만든다. 비행거리가 4만km가 되면 엔진을 떼 내서 볼트단위까지 해체해 파손된 부품은 교환하고, 정비한 뒤 엔진테스트를 거쳐 다시 비행기에 장착한다. 이 정비기술을 지닌 회사가 세계적으로 10개사인데 이중 한 곳이 대한항공이다. 대한항공과 플랫앤휘트니사의 합작으로 아시아 최대 규모의 엔진정비센터가 들어서게 된다"고 덧붙였다.

"인하대-앰코 부지 논란 때 그만두고 싶었다"
"갑오년, 적토마 타고 중국 누벼야할 것 같다"

그런 그도 그만두고 싶었을 때가 있었다. 바로 앰코 유치로 인천을 떠들썩하게 했던 인하대 송도캠퍼스 부지 논란이다.

그는 "앰코를 유치했는데 막상 부지가 여의치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 때 인하대에 제안했는데, 인하대에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해서 진행했다"며 "당시, 이 일이 그렇게 논란이 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스스로 '역마살' 인생이라고 했다. 인천경제청에 오기 전에도 안 가본 나라가 없다. 엔지니어로 시작해 미국 기업의 기술영업 관리직이 됐다. 또 그렇게 해외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해 일을 하다 보니 해외 기술 트렌드를 읽는 데 도움이 됐다.

그는 "2013년은 내게 서비스산업의 투자유치 도약을 위한 전투의 한 해였다. 사실 월요일 출근해서 정신 차리고 정리 좀 할까 하면 어느새 금요일 저녁이었다. 그렇게 1년동안 전투를 치르며 보냈다. 그래도 우리가 개발한 지역에서 하나하나 모습이 잡혀나갈 때, 차곡차곡 만들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며 "갑오년은 본격적으로 중국 투자를 이끌어내는 한해다. 한국에 투자해서 한국 기업들과 협력하고 싶어 하는 중국 기업들이 많다. 아마도 말띠의 해 적토마를 타고 중국을 누벼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천경제자유구역,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영종도, #송도, #청라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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