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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배중인 철도노조 지도부를 대신해 27일 오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김재길 철도노조 정책실장이 자리로 향하며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최연혜 코레일 사장과 스치고 있다.
 수배중인 철도노조 지도부를 대신해 27일 오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김재길 철도노조 정책실장이 자리로 향하며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최연혜 코레일 사장과 스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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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서발 KTX 주식회사(자회사) 면허 발급을 꼭 연내에 할 이유가 있나. 사회적 논의를 하는 기간이라도, 면허발급 백지화 아니라 잠정 보류하면 안 되나." - 한명숙 민주당 의원
"저희로서는, 그렇게 하고 싶은 생각이... 불가능하다고 본다." -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정부는 타협을 원치 않았다. 철도노조의 '항복'만 원했다. 철도노조가 한 '수서발 KTX 자회사 면허권 발급 중단 시 파업 중단' 제안은 27일 일축됐다. 무엇보다 철도노조 파업 19일째를 맞은  가운데 노·사·정이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인 자리였다. 이 자리에는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과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최연혜 코레일 사장, 김재길 철도노조 정책실장, 김영훈 전 철도노조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그러나 정부와 코레일 측은 '타협 불가' 입장을 그대로 고수했다.

무엇보다 서승환 장관은 "철도 경쟁체제 도입이라는 정부 정책은 노사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이에 반대하며 강행한 파업은 불법 파업"이라며 "정부는 철도노조 파업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철도노조가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 강행과 관련, 철도민영화 가능성을 제기한 것에 대해서는 '파업동력 유지를 위한 전술전략'이라고 치부했다. 그는 "곰곰이 생각해보니 민영화 반대는 파업동력 유지를 위한 전술전략이다"면서 "왜냐면 오늘 (철도노조가) 요구한 것이 '수서발 자회사 만들지 마라' '면허 발급하지 말라'는 것인데 결국 근본적 이유는 경쟁이 싫다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서 장관은 "면허발급 중단 요구는 전혀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면서 "원칙의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 정책으로 그냥 면허를 발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면허발급 중단' 국회 결의도 안 되나"... "바람직하지 않다"

야당 의원들이 수서발 KTX 개통시점이 이르면 2015년 말, 사실상 2016년인 점을 들며, 대화를 위한 시간을 갖자고 설득해도 요지부동이었다. 한명숙 민주당 의원이 "하고 싶다, 아니다가 아니라 국민들이 불안해하니깐 한두 달이라도 사회적 논의를 하는 게 좋지 않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서 장관은 "저희로서는 그럴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정애 민주당 의원은 "정부 정책이라서 밀어붙이기엔 사회적 여론도 호의적이지 않다, 종교계까지 나서서 사회적 논의를 요구하는데, 그냥 '하기 싫다'고 넘어가기엔 상황이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서 장관은 "2015년 말 개통시점을 역산할 때 새로 생기는 회사의 준비를 위해 (연내에) 면허를 줘야 한다"고 반박했다.

한 의원이 다시 "시운전에 6개월 걸리지만 신노선은 수서-평택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기존 노선 아닌가, 한 달 정도 유보해서 정부의 신뢰를 쌓는 것이 국익을 저해하는 것인가"라고 묻자 서 장관은 "충분한 기간을 갖고 설명했고 계획을 밝혔다"고 역시 거부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입법부 차원에서 '면허권 발급 중단하고 대화에 나서라'고 결의를 하더라도 무시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서 장관은 "입법부 결의는 바람직하지 않다, (면허 발급은) 정부의 재량행위"라고 답했다.

심 의원은 반복되는 '타협불가' 답변에 "지금 장관이 박 대통령의 심기만 헤아리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서 장관은 "자회사 설립 관련 왜 민주노총 산하 철도노조와 대화하지 않았나"라는 서용교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도 "제가 알기로는 (국토부가) 참여를 제안했지만 (철도노조가)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답해 '위증'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김재길 철도노조 정책실장은 "철도노조가 수차례 공문을 보내 만남을 요청했지만 국토부는 응한 적 없다, 지난 6월 철도산업위 개최를 앞두고 만나자고 단 한 차례 연락이 왔지만 그것은 (자회사 설립을 위한) 명분 쌓기용이었다"고 반박했다.

서 장관은 이에 "장관이 노조위원장과 만나는 건 다른 얘기"라고 밝혔다. 신계륜 국회 환노위원장이 "장관이 노조위원장을 만나면 안 되나"고 묻자, 서 장관은 "만날 환경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신 위원장은 "장관이 백번이라도 만나야 하지 않나, 흠이 아니지 않나"라고 혀를 찼다.

여야 마련한 '대화' 자리에서도 정부는 '불법파업'만 강조

철도파업 19일째인 27일 오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오른쪽부터) 김영훈 전 철도노조 위원장, 김재길 철도노조 정책실장, 정현옥 고용노동부 차관,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최연혜 코레일 사장이 출석하고 있다.
 철도파업 19일째인 27일 오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오른쪽부터) 김영훈 전 철도노조 위원장, 김재길 철도노조 정책실장, 정현옥 고용노동부 차관,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최연혜 코레일 사장이 출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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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막힌 건 서 장관만이 아니었다.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은 철도노조 파업은 '불법파업'이라고 연신 강조했다. 그는 "노조가 불법파업을 조기에 마치고 대화 자리로 나오는 것이 노사 모두에 이익이 되고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장하나 민주당 의원이 수서발 KTX 자회사 외에도 2017년까지 코레일의 각종 사업분야를 자회사로 독립시키는 국토부의 계획을 거론하며 "코레일을 다니는 노동자의 노동여건에 영향을 끼치는 만큼 불법파업이라고 할 수 없지 않느냐"고 지적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방 장관은 "그런 것들이 예상된다면 지금이라도 파업을 접고 대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방 장관은 "지금 여러 논란이 있지만 노조도 (자회사 설립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파업 목적 자체를 봐도 분명한 명백한 불법파업이다, 파업을 접어야 실질적인 대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지난 26일 실무교섭 결렬 관련 "노조 측에서 수서발 KTX 자회사 면허 발급을 중단해야 한다는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어 더 이상 대화를 진전시킬 수 없다"면서 "노조가 대화와 협상을 하자고 하면서 과연 협상할 의지가 있는지, 또 철도산업 발전에 대한 진정성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라고 노조 측을 비판했다.

또 최 사장은 "(오늘 자정 내 업무복귀 지시에) 불응한다면 인력운용계획을 세워 대체인력을 채용할 것"이라며 "당장 정해진 기한 내 복귀하지 않더라도 복귀하면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사측의 '불법 파업' 주장이 계속되자, 신계륜 위원장이 "불법파업, 합법파업 논란이 있는데 그 논란을 여기서 부추기면 되겠느냐"고 제지했다. 이에 방 장관이 "고용노동부 장관으로서 걱정돼 그렇다"고 답하자, 신 위원장은 "여기 모두 다 걱정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노조 측 "면허 발급 대신 대화해야... 철도민영화는 합리적 의심"

철도파업 19일째인 27일 오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김재길 철도노조 정책실장이 발언대로 향하며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최연혜 코레일 사장과 스치고 있다.
 철도파업 19일째인 27일 오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김재길 철도노조 정책실장이 발언대로 향하며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최연혜 코레일 사장과 스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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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측 참석자들은 수서발 KTX 자회사 면허발급만 중단하면 파업을 멈추고 대화에 임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재길 정책실장은 "정부가 먼저 면허 발급을 중단하고 철도발전 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에 나선다면 철도노조는 파업을 중단할 수 있다"며 "주식회사 체제로 가면 민영화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수서발 KTX의 개통 시기가 2년 이상 남아있으니 최소 6개월 정도 시간을 갖고 논의가 끝나면 면허를 발급할 수 있다고 본다"고도 밝혔다. 적어도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 관련 공청회를 3차례 할 수 있는 시간 동안 사회적 논의를 하자는 제안이었다.

"민영화가 아니다"라는 정부 논리에 대한 적극적 반박도 이어졌다. 김영훈 전 철도노조 위원장은 "일본은 1987년 국유철도를 6개 여객철도 주식회사와 1개 화물철도 주식회사가 분할되면서 시작됐다, (정부는) 독일 모델이라고 하는데 독일 철도 민영화의 시작은 바로 독일 연방 철도 주식회사를 설립하면서 시작됐다"며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을 철도민영화 단초로 보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또 "주식회사(자회사)를 설립하면서 민영화가 아니라고 하니 이 문제가 해결 안 되는 것"이라며 "(정부가 만든) 민영화 방지 장치라는 것도 주식회사이기 때문에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정부는 코레일 경쟁 회사를 만든다는 것인데, 코레일 자금으로 경쟁회사를 만든다는 것은 배임이다"며 "이석채 전 KT회장도 싼 값으로 건물을 매각해서 경쟁회사에 이득을 줬다는 배임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이런 부분에서 (철도노조는) 합리적 의심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정책실장 역시 "국민혈세로 자회사를 만들고 그 수익은 주식을 보유한 이에게 가게 된다"면서 "(철도노조는) 경쟁 체제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 혈세가 들어갔기 때문에 동의를 거쳐야 한다고 요구했으나 국토부가 일방적으로 진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환노위는 이날 중재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환노위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김성태·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정회중 중재안 마련을 위해 협의를 벌였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신계륜 위원장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양당 간사들은 내일(28일)까지 전력을 다해 협의를 해주시기 바란다"면서 "정부도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달라,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을 잠정유보하고 협의를 진행해 파국을 막기 위해 노력해달라"고 촉구했다.


태그:#철도노조 파업, #노사정대화, #서승환, #수서발 KTX 자회사, #철도민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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