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라디오스타> '집착남들의 수다' 특집의 한 장면. 이날 방송에는 장진 감독, 배우 박건형, 김슬기, 가수 김연우 출연했다.

MBC <라디오스타> '집착남들의 수다' 특집의 한 장면. 이날 방송에는 장진 감독, 배우 박건형, 김슬기, 가수 김연우 출연했다.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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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라디오스타>는 기상천외한 조합으로 출연자를 섭외해 예능 신인을 발굴하는 데 일가견이 있었다. 현재 KBS 2TV <1박2일>의 핵심 멤버이자,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 반 고정으로 출연하는 데프콘, 어리바리 캐릭터를 독점하던 김종민의 뒤를 이어 받은 그룹 엠블랙의 이준, 그리고 전 연인과의 러브 스토리도 생존의 무기로 과감히 활용했던 가수 레이디제인과 슬리피 등이 대표적인 <라디오스타>의 수혜자다.

그런데 지난 18일 <라디오스타>는 기상천외한 출연자 조합의 묘미도 없었고, 이렇다 할 예능 신인 발굴에도 실패한 듯 보였다. 나올 사람들이 줄을 선다는 MC들의 말과는 달리 출연자 수급 체계에 비상이 걸린 것인지, 언젠가부터 <라디오스타>는 홍보를 목적으로 하는 영화, 공연 팀의 단체 출연이 줄을 이었다. 이날도 뮤지컬 <디셈버> 홍보를 위해 장진 감독과 배우 박건형, 김슬기가 출연했고, 분량이 미미했던 김연우 역시 자신의 단독 콘서트를 홍보하기 위해 끝자리에서 얼굴을 비쳤다.

문제는 단지 '홍보'에 있지 않다. 대부분의 토크 프로그램들은 자사의 드라마 홍보나 연예인들의 공연, 영화, 노래 등의 홍보의 장으로 역할해오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어제 <라디오스타>가 아쉬웠던 이유 중 하나는 박건형의 몇몇 무용담을 제외하고는 큰 재미도 없었거니와 나누는 대화의 테마가 공연 위주로만 흘렀다는 데 있다.

더더군다나 게스트 배려도 아쉬운 대목 중 하나였다. 모든 출연자가 토크 프로그램에서 활약할 수는 없었겠지만 단독으로 출연한 김연우의 경우 MC들도 우스갯소리를 던질 정도로 분량이 미미했다. 기껏 분량을 차지한 콘서트 맛보기도 일전에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했던 그대로이기에, 이 방송을 본 시청자라면 별 감흥이 없었을 것이다.

'디셈버' 팀의 출연...이게 왜 '집착남들의 수다' 특집? 

이날 장진 감독은 배우 김수로가 연극 홍보를 위해 출연한 방송을 봤다며 자신은 그렇게 홍보에 치중하고 싶지 않다는 속내를 밝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날 방송은 김수로가 출연한 방송보다 홍보성이 더 짙어 보였다. 흡사 뮤지컬 제작발표회를 보는 느낌도 들었다. 왜일까?

분명한 이유는 이날 방송이 본래 <라디오스타>의 전투적인 분위기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데다가 큰 웃음을 주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대놓고 뮤지컬의 스토리를 구구절절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김연우를 제외하고 장진, 박건형, 김슬기를 단체로 묶는 화면이 잦게 등장한 것 역시 계속 이들이 뮤지컬 홍보 때문에 출연했다는 것을 상기시켰다. 장진과 박건형이 시종일관 신경전을 펼치듯 주고받았던 말도 공연과 관련한 이야기가 대다수였기에 더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이날 방송 출연자 중 박건형의 활약이 가장 두드러졌다.

이날 방송 출연자 중 박건형의 활약이 가장 두드러졌다. ⓒ MBC


박건형의 준비성은 칭찬할 만하다. 그는 이날 출연자 중 가장 전투적인 자세로 프로그램에 임했다. 재밌는 무용담을 준비해 기본을 갖췄고, 프로그램 시작부터 시작된 '국수 배우'(최근에 출연한 작품들을 말아먹었다는 데서 <라디오스타>가 붙인 별칭) '디스'에도 넉넉해 뵈는 미소와 함께 그의 특기인 너스레(?)를 떨 줄도 알았다. 게다가 틈틈이 우쿨렐레와 하모니카 연주 등의 개인기를 뽐내며 독자적인 매력을 겸손(?)하게 과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는 이날 출연을 통해 건강하고 열정적인 배우라는 인상을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김슬기의 새로운 모습도 이날 방송의 작은 수확이다. 그간 그녀는 tvN < SNL 코리아 >의 욕쟁이 캐릭터로 시청자들로부터 사랑받았는데, 이날 방송에서는 "욕이 정말 지겹고 질린다"고 말하며 주목 받았다. 또, 그녀는 이날 방송을 통해 이전 방송에서 보였던 발랄한 모습과 달리 조용하고 차분한 모습을 보여 생경한 느낌을 전달했다.

그랬던 그녀가 가장 빛났던 순간은 자우림의 노래 '샤이닝'을 열창했을 때다. < SNL 코리아 >에서도 이따금씩 콩트상의 필요에 의해 노래 몇 소절을 불렀던 그녀이기에 실력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지만, 예상을 뛰어 넘은 그녀의 노래 실력은 실력파 가수 김연우도 들썩이게 했다.

하지만 어제 방송의 칭찬할 점은 딱 여기까지다. 최근 최민수의 발언으로 세트 인테리어를 과감히 바꾼 <라디오스타>는 초심으로 뜨거웠던 그들만의 색깔도 바꿔버린 것이 아닌가 의심케 했다. '고품격 음악 버라이어티'라는 슬로건을 위해 마련한 음악 코너는 어느 순간부터 주제를 '오직 한 사람을 위한 노래'로 고착화했고, 출연자들끼리 친분이 두텁지 않아 과감한 애드리브가 쏟아져 나왔던 출연자 조합도 점점 홍보로 엮인 단체 출연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날 방송의 부제는 '집착남들의 수다'였다. 그러나 집착과 관련된 에피소드는 초반에 스치듯 지나갔다. 토크의 대부분은 박건형과 장진에 집중돼 있었고, 같은 뮤지컬 팀이 아닌 김연우는 연결고리가 마땅치 않아 토크에 잘 끼지 못했다. MC들 역시 그를 방기했다. 의도였는지 모르겠지만 오히려 MC들이 방기함으로써 미약했던 그의 존재감이 그나마 숨을 쉬었다.

<라디오스타>의 시청률은 2주째 동시간대 경쟁 프로그램 SBS <짝>에 밀리고 있다.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18일 방송된 <라디오스타>의 시청률은 6.0%(전국기준, 이하 동일)이고 <짝>은 6.2%를 기록했다. 근소한 차이지만, 과거 <라디오스타>의 시청률이 9~10%대로 꾸준히 나와 줬다는 것을 감안하면 하향세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라디오스타>가 히트 친 방송분을 보면 공통적으로 떠오르는 키워드가 있는데 바로 '의외성'이다. 일반인 송호준 작가가 출연했던 방송분이나 구준엽, 홍석천, 윤성호 등을 엮은 민머리 특집, 허각, 구자명, 손진영 등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들을 모아 손진영을 예능인으로 거듭나게 했던 방송분 모두 <라디오스타>에서만 가능했던 구성이다.

대부분의 토크쇼는 출연자의 역량에 따라 그날의 재미와 시청률이 좌우되지만 <라디오스타>는 그렇지 않았다. MC들의 완벽한 호흡, 녹취에 가까운 사전 인터뷰와 국정원 수준에 맞먹는 1급 제작진들의 정보력으로 의외성에서 큰 재미를 뽑아냈기 때문이다. 대중의 반응이 이전만 못한 요즘의 <라디오스타>, 위태로움과 유쾌함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었던 그만의 색깔을 다시 찾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길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jksoulfilm.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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